우선 고백하자면… 기아의 ‘모하비 더 마스터’를 시승한 건 순전히 겨울 차박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은 충동 때문이었다. 그런데 시승 후 간과했던 문제가 툭 불거져 나왔다. ‘2021 모하비’가 복병처럼 ‘짠’하고 출시된 것이다. 새 차가 나오는 걸 알면서도 구형을 내준 제조사에 살짝 눈 흘길 만한 상황이지만 어쩌겠는가. 이 모든 게 어쩔 수 없는 ‘내 탓’인 것을…. 그리하야 먼저 고백 아닌 고백을 하자면 시승한 차는 기아 차량 최초로 전측방 레이더를 적용한 고속도로 주행보조Ⅱ 시스템이 탑재된 ‘2021 모하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 차는 이전 모델인 모하비 더 마스터(5인승·이하 모하비)다. 모하비를 타고 서울에서 강원도 속초까지 왕복 380㎞를 시승했다. 한적한 항구 앞에 정차해 뒷좌석을 정리하고 트렁크를 열어 젖혔더니 내 방이 따로 없었다.
▶Exterior & Interior
육중한 몸매, 안락한 실내, 고급스러운 분위기까지
처음 본 모하비는 생각보다 컸다. 이 차가 왜 대형 SUV로 분류되는지 과시라도 하듯 주차선을 꽉 메우고 섰다. 전장 4930㎜, 전폭 1920㎜, 전고 1790㎜, 축거 2895㎜로 크다고 소문난 캐딜락의 ‘에스컬레이드’(5180×2045×1900×2946㎜)와 비교해도 전장이 250㎜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실내공간을 가늠할 수 있는 축거는 고작 51㎜ 짧다. 5인승과 6인승, 7인승 시트를 선택할 수 있는 이유인데, 시승에 나선 5인승 모하비는 승차인원을 꽉 채워도 공간이 여유로웠다. 뒷좌석에 앉은 이들의 어깨가 서로 교차되거나 다리 놓을 곳이 마땅치 않은 건 일단 다른 차 얘기다.
외관의 8할은 사각형 모양의 버티컬 큐브로 멋을 낸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가 아닐까 싶을 만큼 전면부 디자인이 강렬하다. 풀LED 헤드램프의 성능은 생각보다 차고 넘쳤다. 주행 중 터널에 들어서도 시야에 별 차이가 없을 만큼 빛의 여운이 넓고 길다.
실내 디자인은 간결하다. 센터페시아의 버튼이나 12.3인치의 대형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 모두 별다른 군더더기가 없다. 그러니까 운전석에 앉으면 이곳은 운전만 하는 곳이라는 듯 주행을 위한 버튼의 위치가 적확하다. 무엇보다 최고급 나파가죽을 사용했다는 퀼팅 시트의 쿠션이 몸을 편안하게 감싼다. 실내에 장착된 스피커는 총 15개. 고음역대 트위터 스피커부터 초저음역대 서브우퍼와 서라운드 스피커까지 다양한 성능의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됐는데, 100㎞/h 이상의 고속구간에선 역시 외부의 소음에 음악소리가 묻혔다. 프레임 보디 기반인 이 차에 V6 3.0ℓ 디젤 엔진이 얹혀 있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다.
▶Power Train & Function 안정적인 주행 돕는 후륜 서스펜션
차량 명에 ‘마스터’란 단어를 부여한 건 모하비에 대한 기아의 자부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기아 측의 말을 빌면 “정통 SUV의 본질적인 특징을 갖추고 독자적인 브랜드 자산을 이어온 모하비가 SUV 시장을 선도하는 차량임을 표현”한 것이다. 설명이 거창하지만 요약하자면 국산 SUV의 맏형으로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나름의 다짐이다. V6 3.0ℓ 디젤 엔진이 내뿜는 힘은 충분했다. 오르막에서도 거침없이 내닫는다. 최고출력 260마력, 복합연비 9.4㎞/ℓ의 성능을 발휘하는데, 도심과 고속도로를 오가면 운행한 시승구간에선 10.5㎞/ℓ의 연비를 기록했다. 주행 중 노면의 굴곡에 따른 흔들림을 줄이기 위해 후륜 쇼크업소버 장착 각도를 변경했다는데, 덕분에 중형 세단과 비교해도 주행감에 큰 차이가 없었다.
장거리 운행에 첨단 편의 사양은 꼭 챙겨야 할 필요충분조건. 모하비에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내비게이션 기반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고속도로 주행보조 등 시스템이 고속도로 주행을 돋는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활성화시키면 스티어링휠 조향을 빼곤 차량 스스로 알아서 속도를 내고 늦춘다. 아, 스마트키를 몸에 지니고 차량 뒤쪽에 약 3초간 서있으면 뒷문이 열리는 스마트 파워 테일 게이트도 빼놓을 수 없는 유용한 기능이다. 특히 이처럼 거대한 차일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