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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뭐? 억 소리 나는 슈퍼카 더 잘 팔렸다
입력 : 2021.01.07 14: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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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포르쉐, 람보르기니, 벤틀리, 맥라렌 등 럭셔리카 혹은 슈퍼카로 불리는 초고가의 수입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슈퍼카 시장의 호황이 지속되자 초고가 수입차 브랜드들도 적극 공세를 펼치고 있다.
출시 차량의 가격은 2억원 후반에서 3억원대. 2019년 같은 기간에 118대를 판매한 벤틀리는 2020년 총 253대를 판매하며 114.4%나 성장했다. 2020년 국내 시장 점유율은 0.1%에 불과하지만 차량 1대 가격을 3억원으로 계산하면 차량 판매만으로 거둔 매출이 750억원을 넘어선다.
벤틀리모터스코리아는 2021년 초 3세대 신형 ‘플라잉스퍼 V8’을 국내 출시할 예정이다. 2005년 세계 시장에 공개된 플라이스퍼는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이 4만 대를 넘어선 럭셔리 스포츠 세단이다. 디자인부터 엔지니어링, 개발 등 전 과정이 영국 본사에서 진행되며 플라잉스퍼 전담 라인에서 근무하는 250명의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생산하는 모델이다. 차량 한 대가 완성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0시간이 넘는다.
디지털 스튜디오를 공개하기 전엔 서울 압구정동의 안다즈 서울 호텔에서 ‘벤틀리모터스 프라이빗 프리뷰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VIP 고객을 대상으로 사전 공개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약 5개월간 운영된 이 프라이빗 스튜디오에는 약 260여 팀의 고객이 방문했고, 실제 180여 건의 사전 계약이 진행되기도 했다. 워렌 클락 벤틀리모터스코리아 총괄 매니저는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큰 충격을 받고 있지만 벤틀리모터스코리아는 이러한 상황에도 고객들에게 벤틀리만의 브랜드 경험과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버추얼 스튜디오를 구현키로 했다”며 “버추얼 스튜디오를 통해서 벤틀리의 신차 플라잉스퍼 V8을 실제와 흡사하게 체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벤틀리가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까지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벤틀리 1~3세대 플라잉스퍼
사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포르쉐의 가파른 성장은 이미 2020년 상반기부터 예견됐다. 지난 6월 중순 서울 포르쉐스튜디오 청담에서 진행된 ‘2020 미드 이어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홀가 게어만 포르쉐코리아 대표가 “연초 이후 판매량이 3433대로 지금까지 최고 실적을 냈다”고 밝혀 기대를 높이기도 했다.
2019년 9월 포르쉐코리아 CEO로 부임한 게어만 대표는 당시 “올해 불확실성으로 인해 판매 목표치를 특정할 수는 없다”며 “양적인 것은 물론 질적인 성장을 위해 서비스센터 확장 등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미션 완수를 이뤄낸 셈이다. 포르쉐코리아는 2020년 8세대 ‘신형 911’과 쿠페형 SUV ‘카이엔 쿠페’ 등을 출시하며 앞서나갔다. 실제로 2020년 대당 1억원이 넘는 카이엔이 3314대나 팔리며 판매율 성장을 이끌었다.
람보르기니 ‘우라칸 STO’ 맥라렌 ‘600LT’
▶슈퍼카 람보르기니, 맥라렌의 비상 흔히 슈퍼카를 칭할 때 떠오르는 브랜드인 ‘람보르기니’와 ‘맥라렌’도 국내 판매량이 껑충 뛰어 올랐다. 람보르기니는 2020년 281대가 판매되며 전년 동기(155대) 대비 81.3% 성장했다. 맥라렌은 2020년 47대 판매되며 전년 동기(40대) 대비 18% 성장했다.
이탈리아의 슈퍼카 람보르기니는 2019년 국내 시장에서 총 173대를 판매했다. 2020년에는 7월까지 판매량이 160대를 넘어서며 일찌감치 우상향 곡선을 예약했다. 2020년 11월엔 서울 동대문 지역에 6층 규모의 공식 서비스 센터와 인증중고차 전용 전시장을 열기도 했다. 새로 개설한 서비스센터는 총 10개의 워크스테이션과 전용 진단기, 공인 얼라인먼트 계측장비 등 최신 장비들을 갖췄다.
포르쉐 ‘타르가 911’ 포르쉐 ‘신형 카이엔 쿠페’
국내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럭셔리카와 슈퍼카 브랜드에 대한 수입차 업계에선 “수입차 시장의 지형이 변화되며 초고가 시장의 전망도 밝아졌다”고 말한다. 수입차 딜러사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입차 시장을 이끌었던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3사의 차량 대신 좀 더 유니크한 나만의 차를 갖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 VIP들이 원하는 초고가 브랜드들이 최근 마케팅에 공들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수입차에 대한 장벽이 낮아지며 독일 차와 일본 차 등 수입차 프리미엄이 옅어졌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인이 아닌 법인에서 초고가 수입차를 구매하는 것도 판매량을 견인한 요인”이라며 “초고가 업무용 차량이 가능한 상황이 계속되는 한 이러한 현상도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4호 (2021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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