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가치 논의로 다시 시작하는 경제학

    입력 : 2020.10.13 11: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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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치의 모든 것 마리아나 마추카토 지음/ 안진환 옮김/ 민음사/ 2만3000원 누가 부를 창출하는가, 누가 부를 착취하는가. 이 책은 가치 창조(value creation)와 가치 착취(value extraction)의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가치 창조는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활동을 의미하며, 가치 착취는 자원을 이전하고 거래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높은 이득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

    저자는 오늘날 경제에서 가치 개념은 가치 착취가 가치 창조의 가면을 쓰고 부를 착취하기 쉽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지금의 경제 시스템에서 각 행위자들은 삶의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가치를 창조하는 데 힘을 쏟기보다는 가격, 이른바 주가로 표현되는 수치에만 치중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즉 현대 금융 위기와 경제 위기의 핵심에는 가치보다 가격에 집중하는 구조적 문제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중상주의, 중농주의, 고전경제학과 한계효용학파 등 가치 이론의 역사를 살펴보고 국부 측정 이론의 대두, 은행과 금융산업의 발전 및 그 과정에서 초래된 여러 문제를 분석한다.

    그리고 현대의 금융 위기와 경제 위기의 핵심에 가치보다 가격에 집중하는 구조적 문제가 깔려 있다고 진단한다.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단기적으로 주당 순이익을 높이고 경영자와 주주에게 가는 몫을 키우지만, 장기적인 투자를 막고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재무성과에 치중하는 기업 행태는 무익하고 비생산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기업의 혁신은 그동안 자본주의의 새로운 동력으로 추앙받았으나 일부 기업의 막대한 이윤과 시장 점유율은 그들이 창조하는 가치에 비해 과도한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인터넷, 시리, GPS, 터치스크린 등 기술 개발과 신약의 개발 등에는 공공기관의 지원이 들어가지만, 독점적인 수익은 기업의 몫이다. ‘리스크는 사회화되고 보상은 사유화되는’ 혁신의 모순이다.

    이 책은 이런 내용들을 비판하며 가치 개념의 재정립을 유도한다. 가치 개념 재정립이 불평등 해소, 녹색경제로의 전환 등 오늘날 경제가 처한 많은 문제에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 강조한다. 경제학에 가치에 대한 논의를 다시 일으킴으로써 ‘부가 어디서 창출되는가’를 고찰하고 공생의 자본주의를 모색하도록 한다.

    저자는 또한 정부가 지출만 하는 주체가 아니라 투자의 주체이고 리스크를 감수하는 주체이기도 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리스크만 사회화할 것이 아니라 보상도 사회화할 필요가 있음이 분명해진다고 강조한다. 공공 기관이 리스크뿐만 아니라 보상도 함께 나누는 체제가 되면 민간 기업이 공적인 투자와 보조금에서 혜택을 입었을 경우 그 대가로 즉각적인 수익성이 있지 않은 다른 활동에도 일정 정도 관여하게 할 수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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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나 플랫폼이 온다 윤재웅 지음/ 미래의창/ 1만6000원 차이나 플랫폼이 중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틱톡과 같은 중국의 모델을 따라하기 시작했고, 이는 글로벌 혁신 산업의 큰 지각변동을 의미한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의 중국 1세대 IT 기업들이 미국 기업을 모방해 거대한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면, 바이트댄스와 같은 2세대들은 현재 실리콘밸리에 없던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에 중국은 빠르게 발맞춰 디지털 경제 사회로 진입했고, 급속도로 디지털 플랫폼 시장을 키웠다.

    저자는 중국의 디지털 플랫폼이 어떻게 작동하고, 첨단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되고 있는지를 파악하여, 이러한 변화가 세계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으로 인한 리스크를 우리의 기회로 만들 방법들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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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 알렉산드리아 J. 래브넬 지음/ 김고명 옮김/ 롤러코스터/ 1만8000원 저자가 인터뷰한 공유경제 노동자 80여 명의 경험을 토대로 플랫폼 노동자들의 실태와 공유경제가 미국 사회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 책이다. 긱경제의 환상과 노동자들의 현실이 어떻게 다른지 긱경제의 모순을 이야기한다.

    혹자들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골라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혁신경제라고 말하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장시간 일에 매이면서도 적은 돈을 받고 직업 안정성은 떨어지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조를 결성할 권리도 없고,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상 요구조차 할 수 없다.

    저자는 앱, 스마트폰, 결제 시스템 등 최신 기술을 강조해도 긱경제의 실체는 ‘과거 회귀’라고 말한다. 또 이들이 더 조악한 환경에 내몰리지 않도록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며, 노동자들에게 생활임금과 복지 등을 제공하는 기업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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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택트 시대 - 콘텐츠, 새로운 소비자를 욕망하다 김상남 김상욱 김은경 외 지음/ 크린비디자인/ 1만6000원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서 소비자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골라 즐기고, 더불어 개인 맞춤형 콘텐츠와 큐레이션 또한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소비자들은 주어지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하기도 한다. 이들은 외부 환경변화에 빨리 적응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그에 맞는 콘텐츠를 욕망한다.

    이 책은 코로나19로 야외활동이 제한돼 더 많은 콘텐츠를 갈망하게 된 언택트 시대에서 콘텐츠 시장과 소비자가 어떻게 적응하고 변화할지 살펴보기 위해 콘텐츠 정책, 미디어, 공연, 게임 등 전문가 10명이 공동으로 썼다. 더욱 분화되고 활성화되고 있는 콘텐츠 소비자들의 행태를 분석하고, 진화된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즐기는 사례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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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려의 황홀, 디카에 담다 이태호 지음/ 도서출판 덕주/ 3만5000원 2006년 ‘남북 공동 고구려 벽화고분 보존실태 조사’에 참여했던 이태호 교수가 쓴 책으로, 고구려 벽화의 디테일을 보여준다. 일반 사람들은 접하기 어려워 큰 그림으로만 보아야만 했던 고구려 벽화들을 500여 장의 디지털카메라 사진으로 세세하게 담았다.

    안악3호분, 덕흥리벽화고분, 수산리벽화고분, 진파리4호분, 진파리1호분, 호남리사신총, 강서대묘, 강서중묘 등 8개 고분이 조사 대상으로, 한국인의 고유한 삶이 담긴 초기와 중기의 <인물풍속도 고분> 3기와, 청룡 백호 주작 현무의 사신도를 주제로 한 후기 <사신도 고분> 5기로 나누었다. 각 사진은 고분의 남쪽 입구 널길에서 출발해 앞방, 곁방, 널방, 벽과 천장을 눈에 닿는 순서대로 실어 저자의 움직임을 따라 함께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저자가 체험했던 벽화고분의 생생한 인물 묘사와 내용, 기법, 다채로운 색감 등 뚜렷한 개성을 느낄 수 있다.

    [김병수·김유진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1호 (2020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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