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가전업계, 내수 중심 건강가전 신규 수요 창출 과제로
입력 : 2020.05.29 09:43:58
-
전 세계 곳곳에서 장기화 양상을 보이는 코로나19 사태로 가전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 초부터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북미와 유럽의 오프라인 유통망이 마비되다시피 하면서 TV·가전 판매가 부진에 빠졌다. 해외 유통망이 사실상 정상적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어 TV·가전의 2분기 매출을 쉽게 예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이 내수는 물론 ‘캐시카우’인 수출에 본격적인 타격을 주기 시작하면서 하반기 실적에 대한 ‘잿빛 전망’도 짙어지는 모양새다. 주력 판매 시장인 미국과 유럽보다는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국내 가전 시장도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판로가 무너지자 공장을 돌려봤자 재고만 쌓이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어, 생산라인 셧다운을 통해 업체들이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행히 5월부터 코로나19 여파로 가동 중단됐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해외 TV·가전 공장들이 순차적으로 재가동에 돌입하고 있지만, 해외 유통망이 완전히 정상화되지는 못하고 있고 도쿄 올림픽 연기와 오프라인 마케팅 중단 등의 악재가 겹치며 ‘수요절벽’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는 상황이다. 주요 제조사들은 코로나19가 잠시 수그러들더라도 곳곳에서 2차, 3차로 재확산하는 장기화 시나리오에서는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수요절벽’ 고민은 여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가동 중단됐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해외 TV·가전 공장들은 지난달 말부터 순차적으로 재가동에 돌입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을 중심으로 가동 재개가 이어지면서 해외 공장 정상화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생산망과 판매망이 점진적으로 정상화할 경우, 2분기 최악의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해외 유통망이 ‘코로나19 이전’으로 정상화되지는 못하고 있고, 도쿄 올림픽 연기와 오프라인 마케팅 중단 등의 악재가 겹쳐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염병 장기화에 따른 가전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등에 따르면 LG전자는 4월 13일부터 가동 중단됐던 폴란드 브로츠와프 가전 공장을 4월 27일부터 재가동했다. 앞서 삼성전자의 폴란드 가전 공장뿐만 아니라 슬로바키아 TV 공장, 헝가리 TV 공장도 모두 가동이 재개됐다. 이로써 두 회사의 동유럽 지역 생산기지는 모두 정상화됐다.
삼성전자는 4월 20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세탁기 가전 공장이 가동을 재개했다. 인도와 멕시코를 제외한 모든 공장이 다시 가동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인도 첸나이에 가전공장, 멕시코 티후아나와 케레타로에 각각 TV와 가전 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은 이들 공장도 해당 정부와 재가동을 놓고 긴밀히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조만간 셧다운 해제 가능성이 있다. LG전자 멕시코 레이노사(TV)와 멕시칼리(TV), 몬테레이(가전) 생산 공장도 재가동에 들어갔다.
LG 트롬 건조기 스팀 씽큐
업계에서는 공급망과 유통망이 점진적으로 재개되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수요 회복이 뒤따르지 않는 해외 공장 재가동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미국과 유럽 등 지역 유통 매장이 언제 완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고, 3∼4월 공장 셧다운 여파도 2분기 실적에 본격 반영된다. 이밖에 도쿄 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이른바 ‘짝수 해 효과’가 사라졌고, 대형 오프라인 할인행사도 펼치기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2분기 판매계획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국가별 상황에 맞게 신모델 본격 판매 시점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2분기 생활가전 해외 매출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건강관리 가전 테마를 강조하고 온라인 판매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 실적에 대해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판단이 어렵고 6월이 지나야 감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 업계와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전 세계 TV·가전 유통망이 붕괴된 영향이 삼성전자와 LG전자 2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가전 등 제품 출하가 코로나19 영향으로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한 시점은 3월 이후로 판단된다. 5월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해외 생산 공장이 잇따라 가동을 재개하고 있지만 언제든 공장이 다시 ‘셧다운(가동 중단)’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전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북미와 유럽의 오프라인 유통망이 마비되다시피하면서 스마트폰과 TV·가전 판매가 부진에 빠진 것이 뼈아프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코로나19 영향이 본격 반영되는 2분기부터 실적이 하락할 것이라는 점을 밝혔다. 특히 TV·가전·스마트폰을 일컫는 세트 사업이 코로나19로 생산과 판매에서 차질을 빚으며 실적이 크게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트 사업은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위축과 매장 폐쇄, 공장 가동 중단 영향으로 주요 제품의 판매량과 실적이 큰 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TV 시장은 스포츠 이벤트 연기와 시장 상황 악화로 전년 대비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생활가전 사업도 글로벌 수요 감소로 실적 감소폭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TV 시장은 3년 만에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TV 출하량은 2억350만 대로 지난해 2억2291만 대보다 8.7%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주력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해외 유통망이 정상적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TV·가전의 2분기 매출을 쉽게 예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TV QLED 8K
그러나 1분기 실적은 코로나19 영향이 제한적으로 반영돼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2분기에는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1분기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지만 코로나19 영향권이 일부만 반영된 수치”라면서 “2분기부터는 LG전자의 매출과 수익성이 전 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LG 디오스 식기세척기 광고 화면 트루스팀
내수시장 중심으로 분위기 반전 필요
가전 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인 전염병 확산이라는 ‘대재앙’ 앞에서 당장 기업이 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면서도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분위기를 반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가전 업체들은 코로나19 발발 이후 일제히 재고를 줄이는 추세다. 가전제품의 경우 판매가 계절적인 영향을 받는 데다, 가전 유통매장들이 보관할 수 있는 재고가 제한적이다. 특히 요즘 같이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재고 회전율이 낮아 재고가 많을수록 비용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수요 회복과 재고소진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헝가리 야스페니사루에 있는 삼성전자 헝가리법인 생산 공장에서 현지 직원이 유럽 전역에 수출하는 TV를 조립하고 있다.
[황순민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7호 (2020년 6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