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torcycle Test-Drive] 타는 맛에 보는 멋까지… 할리데이비슨 포티에잇 스페셜

    입력 : 2020.03.05 11:03:06

  • 볼 때마다 멈추게 했다. 할리데이비슨을 잘 모르던 시절에도, 이것저것 타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김없이 이 모델 앞에선 시선이 멈췄다. 어떤 모델이지? 하며 자세히 살펴보면 언제나 할리데이비슨의 ‘포티에잇’이었다. 역시 스포스터 라인업의 스타 모델답다. 한 덩어리로 응축된 느낌이랄까. 구석구석 살펴봐도, 한눈에 담고 감상해도 즐겁다.

    스포스터 라인업은 젊고 경쾌하며 멋을 강조한다. 다크커스텀 모델이라 명명한, 보다 젊은 할리데이비슨이랄까. 단지 할리데이비슨 하면 떠오르는 선 굵은 모델들에 비해 차체가 작고 배기량은 적은 모델로만 치부할 수 없다. 가죽보다 청바지가 어울리는 고유한 영역이 있다. 크루저 모터사이클이라는 큰 틀에서 세부 장르가 다르다. 보다 가볍게, 도심에서도 즐기기에 적합하다. 그만큼 편의보다 멋을 더 챙겼다. 모터사이클은 편의와 맞바꿀 정도로 멋이 중요할 때도 있다. 그런 존재다. 포티에잇은 그 지점을 할리데이비슨다운 방식으로 증명한다.

    포티에잇을 흠모하던 차에 ‘포티에잇 스페셜’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왕이면 ‘특별한’ 양념을 친 모델을 타기로 했다. 할리데이비슨은 종종 스페셜이라 이름 붙인 커스텀 모델을 선보인다. 쉽게 말해 보다 화려한 요소로 치장한 모델이다. 기본 모델에서 분위기를 쇄신했다. 물론 기본 모델에서 할리데이비슨 커스텀 파츠를 따로 구입해 만들 수도 있다. 커스텀이라기보다 드레스업 정도니까. 그래도 가격과 수고 면에서 스페셜 모델이 더 나을 수 있다. 할리데이비슨이 알아서 적절히 붙였으니까. 언제나 꾸며놓은 걸 사는 게 손쉽고 이득이다.

    포티에잇 스페셜의 가장 큰 특징은 위로 쫑긋 올라온 핸들바다. 톨보이 핸들바라고 부른다. 앞으로 나란히 하면 양쪽 그립을 쥘 수 있다. 일명 ‘만세핸들’이라 부르는, 하늘 높이 솟은 핸들보다는 낮다. 해서 이런 핸들을 ‘반만세 핸들’이라고도 부른다. 적당히 높아 허리를 덜 굽혀 승차 자세도 편하기에 멋과 실용성을 겸비했다. 높은 핸들을 단 것만으로 커스텀 모델 같은 차체 선을 연출한다. 자세가 바뀌면 주행할 때 느낌도 달라진다. 느긋하게 달릴 때는 더 편하고, 속도를 올릴 때면 (바람을 더 거세게 맞아) 더욱 호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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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롬을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한 점도 스페셜 모델의 특징이다. 기본 모델은 무광 검정으로 전체 분위기를 눌렀다. 포티에잇 스페셜은 장식하듯 요소요소 크롬의 반짝거림을 끌어들였다. 할리데이비슨과 번쩍거리는 크롬은 오랜 시간 함께했다. 이런 크롬 장식은 1970년대 복고풍 연료탱크 그래픽과 맞물려 올드 스쿨 느낌을 자아낸다. 원래 포티에잇의 가장 큰 특징은 빈티지 연료탱크다. 1948년에 만든 땅콩처럼 생긴 연료탱크를 그대로 쓰는 만큼 옛 감성을 멋으로 내세운다(포티에잇이란 이름도 연료탱크가 처음 나온 연도를 따왔다). 포티에잇 스페셜의 치장이 그 느낌을 배가하는 셈이다. 보다 정통 할리데이비슨 같은 멋이다.

    무광 검정과 크롬 차이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그밖에는 기본 모델과 같다. 포티에잇의 또 다른 상징인 뚱뚱한 앞 타이어도 여전히 탐스럽다. 낮은 시트나 발을 앞으로 내밀어 타게 하는 포워드 스텝도 그대로다. 스페셜 치장이 아니더라도 이미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시선을 잡아 끌어왔으니까. 그런 점에서 포티에잇 스페셜은 보완, 개선보다는 조금 다른 포티에잇을 원하는 사람들을 겨냥한다. 원래 스페셜 모델이 그렇잖나. 몇몇 파츠를 통해 조금 특별하게 보이게 한다. 뒤에 붙은 이름 그대로.

    포티에잇 스페셜은 1200cc 에볼루션 엔진을 품었다. 시동을 걸면 공랭 V트윈이 부르르 몸을 떨어댄다. 스포스터 라인업의 대표 모델인 883아이언보다 박력이 넘친다. 역시 배기량 차이는 솔직하다. 그럼에도 출력은 더 높은데 더 편하다. 포티에잇 스페셜의 시트고는 705㎜다. 할리데이비슨 모델 중에서도 낮은 축이다. 스포스터 라인업다운 좁은 차체에 시트고도 더 낮으니 한결 만만하다. 포티에잇 스페셜이 체구가 크진 않아도 256㎏이나 나간다. 사실 만만한 무게는 아니다. 하지만 낮은 무게 중심은 모터사이클을 다룰 때 안정감을 배가한다. 게다가 포티에잇 스페셜은 핸들바가 높다. 지렛대 원리로, 좌우로 흔들어보면 다루기 쉽다. 높은 핸들바가 단지 멋으로만 기능하지 않는 셈이다. 출력은 높은데 부담 적고 다루기는 더 편하다. 게다가 멋에 관한 우위까지. 스포스터 라인업에서 포티에잇 스페셜의 위치다.

    스로틀을 감아 본격적으로 달려봤다. 움직이기 시작하자 무게감이 스쳐가는 바람처럼 흩어졌다. 움직이기 시작하면 모터사이클은 무게에서 자유로워진다. 게다가 할리데이비슨은 무게 중심이 낮기에 더욱 변화 폭이 크다. 포티에잇 스페셜은 할리데이비슨 기준에서 가벼운 편에 속해 더욱 경쾌하다. 낮게 앉아 좁은 차체를 움직이면 보다 민첩하게 부릴 수 있다. 앞서 말한 톨보이 핸들바의 지렛대 원리도 영향을 미쳤다. 타면서 핸들을 잡고 좌우로 기울이면 슥슥, 차체가 손쉽게 따라온다. 금세 익숙해져 다루기 쉽다고, 시트에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깨달았다. 일단 친해지면 그 다음은 라이딩을 즐길 뿐이다. 모터사이클에 빨리 적응할수록 즐길 시간은 더욱 늘어난다. 포티에잇 스페셜은 즐길 시간이 금세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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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0cc 에볼루션 엔진이 몸을 맛깔나게 자극했다. 할리데이비슨의 상징 같은 밀워키에이트 엔진에 비해 배기량은 약 600cc 정도 적다. 해서 우르르, 쏟아지는 압도적인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엔진 고동은 여전히 선명하다. 오히려 차체가 크지 않고 엔진은 리터급이 넘기에 고동이 더 또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좁은 차체 옆으로 엔진 헤드가 요동치며 떨릴 때 기분이 묘해진다. 할리데이비슨의 고동은 심장 박동의 박자와 비슷하다고 했나. 꼭 그렇진 않더라도, 떨리는 엔진이 심장처럼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모터사이클이라는 기계 말의 심장. 할리데이비슨은 다른 어떤 브랜드보다 그 감흥을 강조한다. 포티에잇 스페셜은, 그 감흥을 꽤 또렷하게 전달한다. 차체 크기와 배기량, 시트 높이 등 각 요소가 결합된 결과다.

    보통 할리데이비슨을 도심에서 타면 괴롭다. 일단 덩치가 크니까. 무겁고 둔중한 모터사이클로 시내를 관통하면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포티에잇 스페셜은 다르다. 도시의 혼잡한 교통 환경에도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다. 할리데이비슨의 감흥을 품은 채로 도심 라이더로서 생활할 수도 있다. 애초 포티에잇을 만들었을 때 고려한 위치이기도 하다. 포티에잇에 용량 적은 연료탱크를 과감하게 올린 이유이다. 도심에서는 멋이 더 우선하니까. 사실 국내에선 지방 투어 때도 큰 문제는 없다. 물론 7.9ℓ 용량 연료탱크는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 하지만 국내 주유소야 지천에 널렸다. 자주 주유하면 그뿐이다. 도심에서도 즐겁게 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수고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달릴수록 포티에잇 스페셜의 매력에 젖어들었다. 할리데이비슨의 감흥을 선사하면서도 경쾌하니까. 탈수록 안정적이라는 느낌도 쌓였다. 낮은 시트고에, 타이어도 두툼한 까닭이다. 선회할 때 날카롭진 않아도 가볍게 돌아나간다. 다루기 편하면서 움직임이 조급하지 않다. 핸들, 차체, 시트고, 타이어 등 다루기 쉽게 하는 요소들이 쌓여 주행 질감을 직조한 결과다. 멋이라고 생각한 요소들이 주행할 때 고유한 재미까지 줬다. 그걸 느끼는 즐거움도 크다. 무엇보다 누구나 금세 적응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포티에잇 스페셜을 즐기는 데 보다 집중할 수 있으니까. 목적지에 도착해 포티에잇 스페셜을 바라봤다. 감흥의 마무리는 역시 차체의 멋. 라이딩의 즐거움은 내리고 나서 차체를 감상하며 완성된다. 타는 맛과 보는 멋이 어우러질 때. 모터사이클이 마음속에 들어오는 순간이다. 포티에잇 스페셜은 그 순간으로 인도한다.

    [김종훈 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4호 (2020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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