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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모바일·오프라인 총 가동 옴니채널 쇼핑 시대, 온라인의 모든 것 오프라인서 구현해야 살아남는다
입력 : 2020.03.04 14: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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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 롯데아울렛 TBJ 의류 매장. 실시간 위치 추적 시스템(RTLS·Real Time Location System)이 매장 내 고객과 옷의 동선을 파악한다. 이는 고객이 구매한 옷, 입어보기만 한 옷, 만져보기만 한 옷 등으로 분류돼 데이터로 축적된다. 마치 온라인몰에서 구매, 장바구니 보관, 검색에만 그침 등으로 쇼핑 상황을 분석하는 것과 유사하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1층에 위치한 메이커스랩. 천장에 설치된 열감지 카메라가 고객의 성별과 연령대를 파악한다. 정보가 쌓이면 ‘특정 연령대가 관심 갖는 제품’을 데이터화할 수 있다. 이곳은 휴대폰 영상을 3D로 전환하는 제품 등 실험적 기기를 전시하는 곳으로 관심도가 높은 제품은 향후 입점을 검토할 예정이다.
스파오 영등포
최근 들어 오프라인 매장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업체들은 오프라인 공간을 최첨단으로 전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프라인이 살아야 온라인이 살고, 온라인이 살아야 오프라인도 산다’는 기업들의 경험적 판단 때문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패션, 뷰티, 가전 등 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 두드러지는 추세다. 이 분야는 온라인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을 향한 발길 역시 끊이지 않는다. 쇼핑 과정에서 ‘고객 체험’이라는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즉 고객들은 직접 입고, 바르고, 만져보는 경험을 여전히 쇼핑의 매력적인 요소로 본다는 의미다. 이렇다보니 기업들은 O2O(Online to Offline), O4O(Online for Offline), 옴니채널(온오프라인 통합) 등 다양한 전략으로 온오프라인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탄탄한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매출을 올리는 온오프라인 시너지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최대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인 CJ올리브영이 지난 2018년 12월에 도입한 ‘오늘드림’이 대표적이다. 이는 온라인몰에서 주문한 제품을 3시간 내 배송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최근 들어 30분 내 배송까지 가능해졌다. 빠른 배송이 가능한 건 올리브영 매장이 지역마다 확보된 덕으로 O2O(Online to Offline)가 적용된 사례다. 오늘 드림은 도입 1년 만에 일평균 주문 건수가 첫 달 대비 10배로 늘면서 온라인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서울에서 시작된 이 서비스는 최근 제주 일부 지역까지 확대, 오는 3월엔 전국 시행 예정이다. 즉시 배송이 가능한 품목도 초기보다 10배 이상 증가해 현재 4100여 개의 상품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옴니채널 시대를 맞아 오프라인 매장의 진화도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는 시각이다. 한 명의 고객이라도 잡기 위한 소리 없는 총성이 오가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 채널만 고집하다보면 자연스레 사업의 한 축을 잃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온라인몰에서 주문한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픽업하기도 하고, 반대로 고객이 오프매장에서 다양한 체험을 한 후 온라인에서 주문을 하기도 한다”며 “옴니채널 시대에 온오프라인은 이렇게 맞물려 돌아가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옴니채널 경쟁력을 해병대에 비유한다. 오프라인·온라인을 육군·해군으로 본다면, 온오프라인 채널이 총 가동되는 옴니채널은 육해군의 역할이 모두 가능한 해병대 같다는 의미다. 서 교수는 “옴니채널 쇼핑 시대에는 온오프라인 모두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육군이 바다에서도 싸우고 해군이 육지에서도 싸울 수 있는 상황으로 변모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스파오 타임스퀘어 상품 검색존
경쟁력 있는 오프라인 공간만 남겨 고객에게 라이프스타일 제안
옴니채널 쇼핑 시대로 접어들면서 첨단 기술로 무장한 오프라인 매장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로 대부분의 기업은 시작도 못한 상태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24시간 쇼핑이 가능한 시대가 열리면서 상황은 긴박하다. 오프라인에서의 경험과 재미는 물론 쇼핑 흐름이 끊기지 않는 것, 최적의 물류를 구현하는 것이 헤게모니를 장악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 됐다. 옴니채널 시대에 ‘온라인에서 구현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오프라인에서도 보여주자’는 레이스는 이미 시작됐다. “첨단 매장을 선보이는 곳은 극소수이고 극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준은 아니지만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향후 유통전쟁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라는 유통업계 관계자의 말은 현 상황을 설명해준다. 박지혁 닐슨 글로벌 마켓 이커머스사업본부 리더(전무)는 “국내 3000만 명이 온라인 쇼핑을 하는 시대로, 전통 오프라인 채널도 온라인 고객을 핵심 고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이젠 오프라인도 온라인 마인드로 무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랜드 스파오가 최근 오픈한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은 무선 주파수 인식(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기술의 모든 것을 담은 매장이다. 이랜드는 ‘공장에서 고객 옷장까지 물류의 최적화’를 모토로, 고객이 이를 직접 느낄 수 있게 RFID 매장을 선보였다. 이곳에선 고객이 구매한 상품 정보가 매장 직원 RFID 단말기로 전송된다. 물건이 팔리고 알람이 울리는 순간 매장 직원은 ‘결품(물건이 없는 상태)’이 되지 않도록 바로 ‘필업(물건을 채우는 업무)’에 들어간다. 필업 시간의 최소화 비결도 RFID다.
한세
계산 속도도 획기적으로 빨라졌다. 계산원이 옷을 RFID 패드에 접촉하자마자 결제가 끝난다. 옷 속에 내장된 칩이 이를 인식하기 때문이다. 바코드를 하나하나 찍는 방식에 비하면 고객 대기 시간이 최소 2배 이상 단축됐다. 내달 도입되는 무인결제함은 옷의 종류 및 수에 상관없이 함 속에 집어넣기만 하면 한 번에 계산이 끝난다. 업무 효율도 대폭 높아졌다. 기업이 연간 진행하는 재고실사(실제 제품 수와 전산상 제품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의 경우 RFID로 효율이 60배나 올랐다. 과거 일일이 박스를 뜯어서 하던 업무가 스캔 한 번으로 끝난다. 20여 명이 밤새 하던 일이 이제는 2명이 2시간이면 충분하다. 직원들은 단순 업무에서 벗어나 고도화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국내 의류 기업 한세엠케이가 운영 중인 경기도 이천 롯데아울렛 내 TBJ 매장 역시 외관상 일반 매장과 다를 바 없지만, 첨단 기술이 작동한다. 피팅룸에 설치된 태블릿PC 화면 왼쪽엔 고객이 들고 들어온 옷이, 오른편엔 고객이 고른 옷과 잘 어울릴 옷이 뜬다. 즉 코디네이션까지 자동으로 진행된다. 한세엠케이 관계자는 “추천 옷 가운데 고객이 사이즈와 색상을 선택하면 그 정보가 매장 직원에게 전달되고, 이를 피팅룸으로 가져다주는 서비스로도 확대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고객이 입으려는 옷을 들고 들어가면 피팅룸 외부에 설치된 전광판엔 들고 들어간 옷의 개수가 자동으로 뜬다. 일반 의류 매장에서 피팅룸에 갖고 들어가는 옷의 수에 해당하는 숫자판을 주는 것과 비교하면 여러모로 수월하다. 이 모든 게 가능한 건 RFID 및 RTLS 덕분이다. 옷에 내장된 RFID 칩에서 나온 주파수가 고객과 옷의 동선(그림), 피팅룸으로 간 옷의 수, 실제 구매 여부 등을 모두 기록하기 때문이다. 한세엠케이와 함께 해당 기술을 구현한 박현식 모직스에이팩 이사는 “어떤 옷이 어디에 몇 벌 남아있는지 등 재고 관리의 효율성도 높아진다”며 “구매율까지 파악돼 상품 제작단계에도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헬스앤뷰티 스토어 CJ올리브영도 오프라인 매장의 디지털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리브영은 태블릿PC를 이용해 고객의 피부 진단 서비스를 한다. 디지털 기반 문진 서비스로, 진단이 끝난 이후엔 개인 맞춤형 화장품 추천도 이어진다. 이 역시 데이터가 기반이다. 누가 하더라도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또 지역별 구매 데이터를 분석·적용한 지역 특화 매장도 운영한다. ‘올리브영 홍대’가 대표 매장으로, 홍대 지역 4개 매장 1000만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상품을 차별화했다. 올리브영은 향후 또 고객들의 세분화된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연령·기간·성별 등 인기 상품 추천은 물론 화장품 성분 등 세분화된 기준으로 제품 큐레이션을 강화할 계획이다.
롯데하이마트 메이커스랩
지난해 문을 연 옴니채널 뷰티매장 ‘온앤더뷰티’는 온라인 리뷰와 매장 판매 랭킹 등을 업데이트해, 상품에 대한 고객 반응을 오프라인에서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말 오픈한 ‘온앤더스타일’에서는 스타일링 추천 기술을 적용해 원하는 옷들로 스타일을 구성하고 코디를 예측할 수 있다. 이커머스 시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지만, 온라인에서 출발한 업체들 역시 오프라인으로의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몰조차도 ‘경험이 주는 매력’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커머스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오프라인에 이식시키고, 자신들이 가진 첨단 기술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온라인에서 시작해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는 O4O(Online for Offline)로, 해외에서는 ‘아마존닷컴’이 ‘아마존고’ 매장을 선보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에서는 MZ(밀레니얼·Z)세대의 인기를 바탕으로 급성장 중인 온라인 패션몰 ‘무신사’가 이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오프라인 공간에서 마련하는 것이다.
무신사는 지난해 9월 AK&홍대 애경타워 17층 루프톱에 2644㎡(약 800평) 규모의 ‘무신사 테라스 홍대’를 오픈해 이목이 집중됐다.
무신사는 요가 클래스·영화 상영회·힙합 파티 등을 열어, 온라인으로만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오프라인 경험’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해 말엔 ‘무신사 테라스 아우터 페스티벌(11월 22일~12월 8일)’, ‘우신사(무신사 여성 패션몰) 마켓’을 열어 각각 2만여 명, 2400여 명이 다녀갔다. 무신사는 이달 말 자체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의 첫 쇼케이스를 이곳에서 열 예정이다. ‘무신사 테라스’를 자사의 핵심 사업을 보여주는 공간으로도 선택한 셈이다.
롯데·올리브영·이랜드·한세 등 첨단 오프라인 매장 구축 ‘스타트’
하지만 기업들은 온라인·모바일에 만만치 않은 역량을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래의 옴니채널은 결국 ‘슈퍼앱’이 주도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박지혁 닐슨 글로벌 마켓 이커머스사업본부 리더는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아닌 새로운 기업이 유통강자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시한다.
미래의 유통은 개개인마다 다른 경로로 상품을 접하고 구매하는 ‘1인 1유통’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측했다. 예컨대 30대 남성 A씨와 20대 여성 B씨가 인지하는 ‘나이키’는 전혀 다르다. A씨는 어두운색 남성용 러닝화를 주로 검색하고 B씨는 밝은 색 여성용 스니커즈를 선호한다면 개인화된 알고리즘은 두 사람에게 전혀 다른 제품을 추천할 것이다. B씨가 구매하는 제품이 같은 나이키 매장에 있다는 것조차 A씨는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박 전무는 “이 같은 현상이 실현되면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데이터를 모으고 정제해 가공하는 능력이,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등 기술력이 기업의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 차원에서 전통 유통 강자인 롯데·신세계·이베이코리아·쿠팡이 아닌 새로운 기업이 유통 강자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됐다. ‘네이버’, ‘카카오’ 등 데이터를 대량 보유한 ‘슈퍼앱’이나, 기술을 보유·연계하는 기업이 미래 유통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 전무는 마지막으로 한국 유통 시장의 시계를 더 앞당기기 위해 데이터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는 ‘내가 샀던 제품’을 추천하는 것이 아닌, ‘내가 좋아할 만한 물건’을 추천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제조사·유통채널·계열사를 불문하고 다양한 정보들이 섞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데이터가 자산’이라는 캐치프레이즈 때문에 한국에서는 아직 데이터를 사내 혹은 그룹 내에 꽁꽁 묶어두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며 “정보의 활발한 공유가 첫걸음”이라고도 말했다.
[이윤재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4호 (2020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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