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SEAN Trend] 뉴웨딩·채식… 동남아 비즈니스 트렌드

    입력 : 2020.03.04 11:07:28

  • 최근 아세안에서 웨딩과 채식 등 트렌디한 업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들이 많아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사업이 동반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웨딩 사업은 캄보디아에서 최근 관심을 받고 있다. 캄보디아는 아세안에서도 가장 젊은 국가로 세대 구성 측면에서 수요층이 탄탄하다. 글로벌 리서치 전문기관인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평균 연령은 25.6세다. 지난해 3월 캄보디아 정부가 자체 실시한 인구 총조사 결과 인구는 총 1528만 명으로 이 중 32.2%가 15세 이하다. 캄보디아는 법적으로 16세 이상이면 결혼을 할 수 있다. 이상적인 결혼 적령기는 23~28세로 간주된다.

    사진:레인포레스트 웨딩 페이스북
    사진:레인포레스트 웨딩 페이스북
    ▶웨딩에 과감히 지갑 여는 캄보디아 젊은이들

    캄보디아에서 최근 웨딩 사업이 뜨는 것은 이 같은 인구구조학적 원인 외에 경제성장이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커진 경제 파이로 생활양식이 변화하면서 소비지향적인 웨딩 사업과 같은 관련 비즈니스가 뜨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경제는 최근 20여 년간 연평균 7%의 고성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건설업 등이 호황을 누리며 아세안 내에서도 투자 열기가 베트남에 못지않다. 코트라 통계에 따르면 2013년 18억7172만달러였던 외국인직접투자는 지난해 36억달러에 이르렀다.

    코트라 프놈펜 무역관은 “경제성장 속에 캄보디아 내 교육 기회가 늘어나고 특히 여성들의 취업 기회가 늘어나면서 과거 복잡한 전통 방식의 결혼식과 달리 차별화된 것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페이스북 등 SNS에 친숙한 사회 문화도 웨딩 사업을 신사업으로 각광받게 하고 있다. SNS를 통해 서구 유럽 등의 결혼 문화를 접하면서 캄보디아 내에서도 이를 원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캄보디아의 전통 결혼식은 여러 의식들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등 다소 복잡하고 시간도 3일이나 걸린다. 젊은 층 가운데는 결혼식을 하면서 불필요한 의식을 생략하자는 분위기가 있다. 관련 산업의 뜨거운 분위기는 프놈펜에서는 2017년부터 매년 웨딩페어가 개최되고 있는 것에서 엿볼 수 있다. 지난해 6월 말 개최된 웨딩페어에는 약 50개 이상의 관련 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딩 관련 사업 분야도 고급화·다양화되고 있다. 현지 웨딩업체인 웨딩케이트 관계자는 “5년 전만 해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음향조명 서비스, 신부를 위한 뷰티케어 패키지, 신혼여행 패키지 등 새로운 서비스가 속속 등장했다”면서 “이는 캄보디아 경제성장과 생활양식이 그만큼 변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다소 비용이 들어가는 새로운 웨딩 서비스에 젊은 층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면서 “생화 장식에만 수만달러를 들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산업 자체는 아직 초창기여서 웨딩 관련 비즈니스가 발달된 국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캄보디아 내 웨딩 산업 성장성은 여느 국가들에 못지않다.

    프놈펜 무역관은 “캄보디아에서의 결혼식 준비는 현지 관습상 매우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기 때문에 도시화와 현대화가 진행될수록 기존과는 다른 웨딩 방식을 원하는 이들이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겨냥해 최근 웨딩 시장 신규 진출 업체가 증가하고 있고, 제공되는 서비스 범위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 채식 레스토랑 ‘우담채’ 모습(사진:업체 홈페이지)
    베트남 채식 레스토랑 ‘우담채’ 모습(사진:업체 홈페이지)
    ▶채식 열풍 베트남

    최근 베트남에서의 식문화 트렌드는 ‘채식’이다. 이를 반영하듯 호찌민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채식 레스토랑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 호찌민 무역관의 전언이다. 현지 언론(Tuoi Tre) 등에 따르면 하노이에는 110개, 호찌민시에는 약 120개의 채식 레스토랑이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이 숫자가 다소 의미있는 것은 과거 채식 식당들은 대부분 소규모였지만, 지금은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노이 무역관은 “최근 호찌민과 하노이에는 레스토랑 형식의 채식 전문식당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면서 “특히 프랜차이즈 형식도 선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채식 업종이 규모의 경제를 지향하고 있다는 대목으로 읽을 수 있다.

    베트남인들의 채식 사랑은 통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스타티스타에서 발표한 ‘베트남 소비자들의 채식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 대상자 2585명 중 약 28.9%의 응답자가 일주일에 3~6회 정도의 채식을 즐긴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응답자의 대부분(64%)이 건강을 위해 채소 위주의 식단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베트남인들이 채식을 선호하는 배경으로 크게 ▲채식 선호 전통 문화 ▲환경 및 동물보호에 대한 관심의 증가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수요 증가 등 세 가지가 꼽히고 있다.

    채식 선호 전통문화는 불교의 영향이 크다. 베트남의 불교 신자는 1000만 명이 넘을 정도로 많은데, 이들은 매월 음력 1일, 15일 또는 특정 기도일에 주로 채식을 한다. 이런 관습이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계승되면서 자연스럽게 채식이 베트남 음식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 속담에 ‘야채 없는 식사는 약 없이 고통받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베트남의 채식 문화 역사는 오래됐다.

    채식 쌀국수
    채식 쌀국수
    최근 베트남 젊은이들의 동물 보호주의에 대한 확산 움직임도 채식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베트남인들이 늘면서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이 베트남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것도 채식주의자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는 것이다. ‘펫 휴머니제이션’은 반려동물을 인간처럼 대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로 주로 1인 가구 비중과 경제력이 높은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기에 베트남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이 개선됨에 따라 ‘건강’ ‘유기농’ ‘식품 안전’ 등의 키워드가 중요하게 인식되는 것도 채식 선호 현상에 불을 붙이고 있다. 실제 베트남에서는 채식뿐만 아니라 건강 관련 산업들도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현지에서 인기 있는 채식 메뉴로는 고기 대신 버섯과 두부를 곁들인 음식들이 많다. 베트남의 대표 음식인 쌀국수에 곁들여지는 고기류도 콩고기를 사용한 것들도 있다고 한다. 호찌민시와 하노이시를 중심으로 외국인의 유입이 증가하면서 서양식 채식 레스토랑도 선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채식을 선호하는 사회·문화적 기류는 관련 가공식품도 덩달아 성장시키고 있다.

    하노이 무역관은 “통조림, 건식품, 즉석 쌀국수, 라면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형태의 채식 가공식품들이 베트남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면서 “하노이, 호찌민시와 같은 베트남 대도시 지역에서는 온라인 소매유통 시장 또한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하노이 무역관은 “새롭게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이들은 채식을 차별화된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고려해볼 만하다”면서 “다만 베트남 현지에서 유행하는 전통적 메뉴와는 다른 것을 선보여야 하는 숙제는 있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채식의 본고장은 옛 왕조의 고도이자 근대 베트남 불교의 중심지였던 후에(Hue)로 알려져 있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4호 (2020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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