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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를 읽으면 돈이 보인다 코로나19로 가격 요동… 정형화된 흐름 활용해야
입력 : 2020.03.03 13: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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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코로나19 사태로 주식시장에서는 곡소리가 났다. 떨어진 것은 주가뿐이 아니었다. 유가와 구리값도 경기 하강 우려에 추락했다. 한편 금값은 반대로 몸값이 뛰면서 쾌재를 불렀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할 당시를 떠올려 보면 당시도 주가는 급락, 국채값은 급등했다. 난데없이 콩값도 급락했다. 콩 시장 큰손인 왕서방이 미국산 콩을 ‘끊을’ 기미를 보이자 콩값이 크게 출렁인 것이다.
굵직한 이벤트가 증시를 뒤흔들 때마다 원자재값도 아래위로 요동친다. 이벤트에 따라 경기라는 거대한 톱니바퀴가 돌면서 주식, 원자재 등 작은 톱니바퀴가 정방향 혹은 역방향으로 굴러가는 것이다.
주가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 이상으로 원자재값 움직임을 점치기 어렵다지만 원자재별로 정형화된 흐름을 잘만 활용하면 수익화할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투자시장에서 선택지는 많을수록 좋다.
주식과 채권을 넘어 원자재까지 시야를 넓히면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경기를 조망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원자재 투자에 대해 알아보자.
석유 해상플랜트
원자재에 투자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실물을 사들여 창고에 보관하는 기초적 방법부터 원자재 파생상품 거래, 원자재 펀드에 투자하는 간접투자 등이 있다.
개인 투자자에게 가장 쉬운 방법은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다. 원자재 펀드의 형태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원자재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원자재 주식형 펀드와 원자재 현·선물 지수를 추종하는 원자재 파생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다.
원자재 주식형 펀드는 에너지 및 자원 관련 기업, 즉 원자재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므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거나 주식시장이 상승할 때 동반 상승한다. 그러나 원자재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펀드 성과와 실제 원자재 가격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원자재 값이 올라도 주식시장이 조정받으면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자재 관련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는 원자재 실물 가격과 유사한 성과를 추구하지만 선물 가격 움직임을 추종하는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현물 가격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주의할 점은 상품선물 투자에서 발생하는 롤오버(선물의 만기 시 만기가 더 늦은 선물로 매입·매도하는 것)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원자재 현물 가격과 수익률 괴리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특히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높을 때는 싼 현물을 팔고 비싼 선물을 사는 현상이 돼 롤오버 과정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 원자재 가격은 주로 해외 선물시장을 통해 결정되는데, 상품선물시장에서는 일반적인 수요와 공급에 의해 이뤄지는 거래 외에 투기적인 거래가 존재하므로 가격의 변동성이 높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단기 등락이 심해 바닥과 고점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장투’에 적합한 투자자산이 아니라는 점도 주의 사항이다.
금은 안전자산으로서 상징성을 가지는 투자처다. 국제정세가 불안해지면 어김없이 값이 오른다. 미국 달러로 거래되는 특성상 달러와 역의 상관관계를 갖기 때문에 금리가 내려가면 값이 뛰는 성질을 갖고 있다. 결국 투자자들 불안이 시장을 지배할 때 금도 시장을 지배한다.
금투자는 원자재 투자의 대표 격으로 투자 방법도 가장 다양하다.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KRX 금시장, 금펀드, 골드뱅킹, 금 실물거래로 나뉜다.
세금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방법은 KRX 금시장을 통하는 것이다. KRX 금시장은 실물 인출 없이 계좌 거래를 하면 금값이 올라도 세금이 붙지 않는다. 골드뱅킹, 금펀드의 매매차익이 배당소득으로 과세돼 차익의 15.4%가 원천징수된다는 점과 비교했을 때 이는 큰 장점이다. 매매차익이 비과세되므로 당연히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도 아니다.
다만 실물 인출 시에는 10%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KRX 금시장 이외 골드뱅킹, 금은방(실물매수) 모두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사항이다. 골드바 실물 인출을 원할 경우 거래증권사에 신청하면 한국예탁결제원에 보관된 금을 대체로 2일 이내에 받을 수 있다.
KRX 금시장은 정부가 2014년 금 거래 양성화 계획에 따라 설립한 국내 유일의 제도권 금 현물 시장으로 한국거래소가 운영한다. KRX 금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은 모두 한국예탁결제원에 보관돼 있어 안전성이 담보된다는 장점이 있다.
KRX 금시장을 통해 거래하기 위해선 우선 증권사에서 금 거래 계좌부터 만들어야 한다. 주식 거래 계좌가 있더라도 금 거래를 하려면 따로 계좌를 터야 한다. 한국거래소가 개설한 KRX 금시장에 상장된 금상품은 두 가지다. 하나는 1㎏의 골드바이고, 다른 하나는 100g의 미니 골드바다. 투자자는 KRX 금시장에서 투자할 때 반드시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계좌를 만든 뒤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온라인으로 거래하면 된다. 거래 단위는 1g씩이지만 금을 실물로 인출하려면 1㎏이나 100g 단위로만 가능하다. 실물로 인출하는 경우 부가가치세 10%와 실물인출 수수료가 부과되므로 금 가격변동에 따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의 경우 실물 인출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KRX 금시장 시세는 국제 금 시세의 100.3% 수준이다. 국제 금 시세는 금 생산, 수입업체 등의 거래기준 가격으로 이른바 도매가격이다. 거래수수료도 낮다. KRX 금시장의 거래수수료는 0.3%로 시중은행 골드뱅킹 수수료(1.0%)나 금 ETF(0.4~0.5%)에 비해 저렴하다.
다만 금펀드는 수익분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가 적용돼 KRX 금시장을 통한 거래보다 세제 측면에서 불리하다. 절세를 위해서라면 해외 상장된 금 관련 ETF도 고려할 만하다.
해외 상장된 ETF는 양도소득세 적용 대상으로 연간 실현한 총 수익에서 총 손실을 뺀 순이익에서 250만원을 공제한 금액에 대해 22%가 과세된다. 양도세는 분류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종합소득신고 대상자들에겐 해외주식이 절세에 유리할 수 있고 소액 투자자의 경우에도 수익금 250만원까지는 비과세이므로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해외 상장 금 ETF로는 아이셰어골드트러스트와 SPDR골드셰어가 있다.
은행에서 파는 골드뱅킹 상품도 있다. 금 통장을 만들어 입금하면 예금액만큼 금을 0.01g 단위로 적립해 준다. 그래서 금 통장에는 입금액이 아니라 금 시세에 따라 매입한 금의 무게가 표시된다. KB국민은행의 ‘KB골드투자’, 우리은행의 ‘우리골드투자’,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골드테크’ 통장이 대표적이다.
3개 모두 가입 대상과 기한, 금액에 제한이 없는 자유입출금 통장이다. 골드바 등 금 실물을 직접 매수하는 것은 투자 측면에선 실익이 크지 않다. 구입할 때 부가가치세 10%를 내야 하고, 사고 팔 때 수수료가 다시 발생하기 때문에 장기 투자 목적에서 신중하게 구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원유
원유는 ‘검은 황금’이라 불린다. 활용도만 놓고 보자면 황금이 ‘노란 원유’로 불려야 할 정도로 원유의 중요성은 크다. 당장 자동차 연료부터 각종 생필품 가격 역시 유가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을 만큼 원유는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가장 큰 변수 가운데 하나다.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궁무진하다. 공급 측면에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공급량, 지정학적 위험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수요 측면에서는 경제 성장과 산업구조의 변화가 주된 변수다. 워낙 많은 변수가 얽혀있는 데다 지정학적 이슈 영향을 강하게 받는 유가 특성상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유가는 경기 호전을 반영해 상승하고, 하강을 반영해 하락하는 등 경기와 동행한다. 국제유가의 움직임에 베팅하고 싶다면 원유 현·선물이나 원유 생산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하거나, 해외선물계좌를 개설하고 원유 선물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국내 설정된 원유 관련 펀드로는 KODEX WTI 원유선물 ETF와 TIGER원유선물 ETF등이 있다. 유가 하락을 점친다면 KODEX WTI 원유선물인버스, TIGER 원유선물 인버스 등 유가 움직임을 역방향으로 추종하는 상품을 활용하면 된다.
로이힐 광산에서 대기 중인 철광석 수송열차
산업용 금속의 대표 격인 구리는 경기가 반등할 때 값이 뛰고 반대일 때는 하락한다. 국제 유가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세계 실물 경제 흐름을 선행적으로 짚어볼 수 있는 이 같은 성격에 빗대어 구리를 ‘닥터 코퍼(Dr. Copper)’로 부르기도 한다.
특히 구리 전체 생산량 가운데 상당 부분을 중국이 사들이기 때문에 구리 값은 중국 경기와 강하게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 연초 코로나19 창궐로 중국 경제에 먹구름이 끼자 구리값이 강하게 조정받은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구리 수요 측면에서는 중국이 큰손이지만 공급 측면에서는 칠레와 페루의 가격 협상력이 높다. 원유 생산이 중동에 쏠려 있는 것처럼 구리는 남미의 칠레와 페루에서 글로벌 전체 생산량의 절반가량이 나오기 때문이다. 구리 선물 가격에 연동되는 ETF로는 삼성KODEX구리선물, 런던금속거래소에서 산출한 구리 현물 가격에 연동되는 TIGER구리실물이 있다.
▶철광석
철광석은 철을 만드는 주원료로 구리와 함께 경기에 동행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원자재다. 철강제품은 자동차, 선박, 건축, 토목 등 폭넓은 분야에서 활용된다. 철광석 부존량이 많은 나라는 러시아·호주·우크라이나·브라질·중국 등으로 브라질의 발레사, 호주의 BHP빌리턴, 리오틴도 등 3개사가 전 세계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공행진으로 주목받고 있는 팔라듐은 자동차 매연 감축 촉매로 쓰이는 원자재다. 구리·니켈 등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팔라듐은 가솔린 자동차 매연 저감장치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귀금속으로, 매연 감축 필요성이 커지면 값이 함께 뛴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동차 매연 저감장치 수요가 급증한 점이 팔라듐 값을 끌어올렸다. 특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배기가스 규제 동참이 팔라듐 수요에 한몫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6월부터 미국과 유럽이 적용하고 있는 기준과 유사한 정도의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적용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팔라듐을 많이 생산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정전이 잦아지며 팔라듐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점도 팔라듐 값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연초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자 금, 은 등 귀금속으로 쏠린 수요 일부가 팔라듐으로 향하며 시세를 높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팔라듐 선물의 최근월물 가격에 연동되는 ETF로는 KBSTAR팔라듐선물이 있다.
▶농산물
농산물 가운데 용도가 상대적으로 다양한 것은 옥수수다. 인간과 가축을 위한 식량으로 쓰일 뿐 아니라 대체연료로도 활용된다. 옥수수를 가공해 휘발유의 대체에너지로 활용되는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데, 옥수수 최대 생산국인 미국의 경우 전체 옥수수 생산량 가운데 약 40%가 바이오 에탄올 생산에 사용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원유값이 옥수수값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인 점도 이와 관련이 있다. 옥수수는 기본적으로 농산물이니만큼 기후 등 작황의 영향이 가장 크게 작용하지만, 원유의 대체재로서의 성질을 갖기 때문에 유가와 대체로 역의 상관관계를 가진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진행 양상에 따라 값이 크게 등락하면서 주목받은 대두도 중요한 곡물이다. 전 세계에서 대두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수입량도 가장 많다.
한편 대두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가 미국이다. 중국이 대두를 무기화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자 중국이 미국산 대두 구매를 한때 중단하면서 대두값이 급락했고, 다시 수입을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농산물 값에 연동되는 펀드로는 미래에셋로저스농산물지수펀드, 신한BNPP포커스농산물펀드, TIGER농산물선물 ETF, KODEX콩선물 ETF등이 있다.
[홍혜진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4호 (2020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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