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torcycle Test-Drive] 온·오프로드를 넘나드는 멀티플레이어 BMW 모토라드 F 750 GS

    입력 : 2020.02.05 10:43:13

  • 모터사이클을 고르는 일은 은근히 까다롭다. 이동 수단이 주목적이라기보다 레저를 담당하는 까닭이다. 자동차보다 취향이 확연히 묻어난다. 여기서 취향은 디자인 얘기만은 아니다. 그러니까 용도. 자동차는 몇몇 특정 모델을 빼고는 성격이 비슷하다. 반면 모터사이클은 두 바퀴에 시트가 있다는 공통점 빼고는 장르별로 전혀 다르다. 핸들 바와 스텝 위치에 따라 감각이 천차만별이다. 시트고에 따라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기도 한다. 덩치와 무게에 따라 느끼는 감흥도 다르다. 생김새는 어떤가. SUV와 스포츠카의 차이보다 더 극적이다. 스포츠 모터사이클과 오프로드 모터사이클은 두 바퀴를 굴린다는 것 빼고는 둘을 겹쳐 보기 힘들다. 즐길 요소도, 필요한 기술도, 다가가고자 하는 성향도 다르다. 그런 점에서 모터사이클은 분명한 도구다. 각각 즐길 수 있는 영역이 뚜렷하다.

    모터사이클 장르는 은근히 많다. 단지 크기나 배기량, 출력 같은 숫자만으로 나누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온로드를 주로 달리면 스포츠, 네이키드, 크루즈, 투어러 등으로 나뉜다. 오프로드를 즐기면 엔듀로, 트라이얼 등으로 또 세분화된다. 그 둘을 오가는 데 능숙한 듀얼 퍼퍼스는 온로드와 오프로드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달리 보인다. 어떻게 보면 이 다름이 모터사이클의 매력일지 모른다. 타다 보면 자기 취향이 드러나니까. 취향에 맞춰 찾아가는 재미가 있으니까. 자신의 취향을 알아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다. 모터사이클이란 존재가 그 부분을 자극한다. 단지 고르는 과정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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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부터 자기 취향을 확실하게 아는 사람은 드물다. 디자인은 그럴지 모른다. 반면 모터사이클을 타면서 생기는 감각은 조금 다르다. 여러 모델을 타보면서 몸이 원하는 감각을 찾게 된다. 처음 접했을 때와 숙달했을 때 추구하는 바가 달라진다. 모터사이클을 자주 바꾸거나 추가로 더 들이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각각 용도와 재미가 다르니 하나로 즐기기엔 한계가 명확하다. 욕심은 끝이 없고, 모터사이클은 다종다양하다.

    그럼에도 각 영역에 두루 걸치는 모터사이클이 있다. 이것도, 저것도 한 대로 다 즐기고 싶은 사람을 위한 모델. 물론 한계는 있다. 여러 장르에 대응하는 만큼 각 장르의 진한 재미를 느끼기에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언제나 깊이보다 넓이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 ‘BMW 모토라드 F 750 GS’는 그런 사람을 위한 모델이다.

    F 750 GS는 BMW 모토라드 라인업에서 F시리즈로 구분한다. 미들급 배기량으로 1000cc 아래, 가격도 오버리터(배기량 1000cc 이상)보다 아래. 즉 각 영역의 중간에 위치하는 것처럼 라인업의 허리를 담당한다. 엔진은 수랭식 병렬 2기통을 품었다. BMW 모토라드의 상징적인 복서엔진은 아니지만, 2기통과 수랭 방식으로 출력 면을 보완했다. 복서엔진으로 빛나는 R시리즈에 비해 주목도가 낮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접근성이 높다. 리터급에 가까운 미들급으로 성능도 부족하지 않다. 미들급 모터사이클의 특성이 F시리즈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면서 BMW 모토라드 배지 달고 나온 모델다운 진중함이 깃들었다.

    원래 F시리즈 뒤에는 800이 붙었다. 엔진 배기량이 798cc인 까닭이다. F 750 GS는 ‘F 850 GS’와 함께 등장하면서 배기량을 올리고 이름은 바꿨다. 그러니까 F시리즈의 최신 모델. F 750 GS와 F 850 GS는 숫자가 다르지만, 853cc로 배기량은 같다. 대신 F 750 GS는 엔진 출력을 낮춰 보다 타기 편하게 조율했다. F 750 GS가 가격과 출력 면에서 접근성이 더 좋다는 뜻이다. 게다가 뒤에 GS가 붙으니 온로드, 오프로드 둘 다 달릴 능력도 있다. 접근성도 좋은데 활동 영역도 넓다. 여러모로 전천후다. 흔히 F 750 GS를 초보자에게 적합하다고 얘기한다. 출력과 시트고, 주행 자세 등 문턱이 낮다는 뜻이다. 초보자에게 적합하다는 말은 오해하기 쉽다. 초보자에게 좋다는 뜻을 초보자 때 잠깐 타는 모터사이클로 생각한다. 조금 지나면 금세 지루해지는 모델이라고 단정한다. 접근성이 좋고 다루기 편하면, 물론 초보자가 모터사이클에 익숙해질 때 수월하다. 그 말은 숙련자라면 더욱 갖고 놀기 좋다는 말과도 통한다. 모터사이클과 더 높은 수준으로 교류하는 단계로 진입하게 한달까. 사실 리터급에 가까운 미들급 모터사이클은 우습게 볼 존재가 아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모터사이클을 즐기기에 모자라지 않다. 고성능을 선호하는 경향에 밀려 다소 소외받는 경우가 많다. 선입견을 걷어내면 F 750 GS가 달리 보인다. 다루기 쉽고 활용도 좋은 도구로서 돋보인다. 그때부터 F 750 GS의 진면모가 드러난다. F 750 GS는 전 세대에 비해 엔진 배기량은 그대로다. 세대 변경 모델답게 형태도 바뀌었다. 2차 성징을 거쳐 훌쩍 자란 것처럼 덩치가 커졌다. 특히 앞부분이 부풀었다. 그 전에는, 좀 왜소했달까. 쿼터급인 ‘G 310 GS’와 덩치가 비슷해 보였다. 이제 F 750 GS는 쿼터급과 선을 확실히 긋는다. 그러면서 여전히 시트고가 높지 않아 부담감이 적다. 외관 변화는 시트 아래가 아닌 앞, 일반적인 위치에 연료탱크를 배치한 까닭이다. 연료탱크가 시트 아래에 있던 때보다는 낮은 무게 중심에서 손해 봤겠지만, 대신 풍채를 얻었다. 시각적 효과를 감안한 결과로 심리적 만족도를 높인다. 더 많은 사람이 호응할 디자인인 점은 분명하다. F 750 GS에 올라타 스로틀을 감으면 네이키드 감각이 차오른다. 모델명에 GS가 붙었지만 온로드 비중을 높인 까닭이다. 조금 편한 네이키드 같달까. 상체를 완전히 세우게 하지 않는다. 약간 숙이면서 모터사이클을 무릎으로 편하게 다루도록 한다. 앞에 윈드실드가 달렸지만 짧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더 숙일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도로를 민첩하게 오가는 네이키드 같은 감각은 더욱 진해진다. 집중할수록 날카로워진다. 복서엔진만큼 매력적이진 않지만, 유사하게 텁텁한 배기음도 양념으로 적절하다. 최고출력은 79마력. 엔진 회전수를 높게 가져가면 펀치력도 상당하다. ‘다이내믹’으로 주행모드까지 바꾸면 서스펜션도 바짝 긴장하며 단단해진다. 속도를 즐기기에 합당하게 변신 완료. 네이키드 장르로서 즐길 여지가 충분하다. 느긋하게 자세를 취하면 또 달라진다. GS가 붙은 만큼 서스펜션 작동 범위가 넓다. 품이 넓은 서스펜션이 노면 요철을 걸러내 안락하기까지 하다. 이때 주행모드는 ‘다이내믹’보다 ‘노멀’이 어울린다. 다이내믹에 비해 스로틀 반응성과 서스펜션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윈드실드가 낮아 바람은 좀 맞지만, 적정 속도를 유지하면 투어링을 즐기는 데 적합한 감각을 표현한다. 윈드실드야 사외품으로 높이면 그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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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이 끝나 흙길이 나타나도 부담이 적다. GS라고 괜히 이름 붙인 게 아니다. 앞 19인치 휠로 울퉁불퉁한 길을 타넘고 서스펜션이 충격을 흡수한다. 주행모드를 ‘엔듀로’로 놓으면 출력을 더 부드럽게 뽑아낸다. 전자제어 장치 개입도 줄어든다. 당연히 ABS도 끌 수 있다. 흙길 달리기에 적합한 상태로 변신한다. 난이도 높은 오프로드야 무리지만, 어지간한 임도는 즐기기에 충분하다. 여기서 ‘즐기게 한다’는 대목이 중요하다. 그냥 갈 수 있는 정도와 즐기는 수준은 차이가 명확하다. 투어를 계획할 때 코스가 달라질 수 있으니까.

    F 750 GS는 네이키드에서 투어러로, 다시 오프로더로 확장한다. 스포츠와 하드 엔듀로 영역 빼고는 다 섭렵한다. 그러면서 가격과 시트고로 접근성도 높인다. 투어러와 오프로더는 수많은 듀얼 퍼퍼스가 품은 영역이긴 하다. 하지만 F 750 GS처럼 네이키드 감각까지 또렷하긴 힘들다. 때로 접근성 면에서 벽이 높기도 하다. 하지만 F 750 GS는 수많은 요소를 적절히 조율했다. 비율에 정답은 없다. 또 이런 요소들이 오히려 F 750 GS를 어중간한 모델로 보이게 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영역을 두루 섭렵하며 분배한 균형감각 면에서 뛰어나다. 이런 멀티 툴 같은 모델을 원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 선입견이라는 벽을 넘으면 다른 풍경이 보인다.

    [김종훈 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3호 (2020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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