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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속도 내는 목동 재건축, 1~3단지 종상향 이어 6단지 안전진단 통과… 5만3천 가구 대단지, 전문가 “80층 지어야”
입력 : 2020.02.04 15: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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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연초부터 서울 재건축 업계의 이목이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아파트(1~14단지가 있음)’에 쏠리고 있다. 지난 16년간 목동 1~3단지 주민들의 숙원이었던 ‘종상향(용적률과 층수를 높이는 것, 그만큼 사업성이 좋아짐)’이 이뤄진 데다가, 목동 6단지 정밀안전진단도 조건부로 통과하면서 지어진 지 35년 만에 재건축 첫발을 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수립된 ‘서울 목동지구 택지개발사업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목동 재건축이 완료되면 가구는 현재의 2배가량인 5만3375가구로 늘어난다. 덩달아 인구도 현재(약 12만 명)보다 3만여 명이 증가한다. 지은 지 35년(1985년 첫 입주 기준)이 지난 대형 아파트 단지가 신축 아파트로 탈바꿈하면서 동시에 더 많은 인구를 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강남 재건축의 대명사인 ‘은마아파트’가 현재 4424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목동 1~14단지 재건축이 얼마나 큰 시장인 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연초부터 목동을 들썩이게 한 ‘1~3단지 종상향’과 ‘6단지 정밀안전진단 통과’는 도대체 어떤 것일까? 그리고 향후 목동 재건축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26일 열린 제15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목동아파트 1∼3단지를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제3종으로 상향하기로 하는 내용을 포함한 용도지역 변경안을 수정 가결했다. 다시 말해 목동 1~3단지가 2종에서 3종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모든 일반주거지는 1~3종으로 세분화된다. 1종은 용적률 150%(층수 제한 4층), 2종은 200%(층수 제한 7층과 12층), 3종은 250%(층수 제한 없음)를 적용받는다. 용적률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연면적의 비율을 의미하며 높을수록 더 많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건폐율은 1종과 2종은 60%, 3종은 50%다. 건폐율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면적의 비율이다. 건폐율이 낮을수록 단지 내 조경 및 휴식 공간이 많아지고 이는 곧 아파트 단지의 경쟁력이 된다.
목동 신시가지아파트는 총 1~14단지가 있고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지만, 4~14단지가 3종으로 분류된 것에 비해 유독 1~3단지만 2종으로 분류돼 왔다. 그 기원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2003년 7월부터 1~3종의 분류가 생겨났는데, 2003년 당시 3종 일반주거지역에 지정되려면 13층 이상인 건물수가 총 건물의 10%를 초과해야 했다. 목동 1~14단지 모두 이를 충족해 무난히 3종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서울시는 양천구에 3종 일반주거지역의 비중을 전체의 36.6%로 한정하라고 권고했다. 목동 신시가지 면적만 전체 일반주거지역의 37%에 달했던 양천구는 목동 1~14단지 중 상대적으로 저층 비중이 높은 1~3단지를 2종으로 묶었다. 추재엽 당시 양천구청장은 목동 1~3단지 주민들에게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면 3종으로 바꿔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약속은 약 16년간 지켜지지 않았다가 드디어 지난해 12월에야 지켜졌다. 같은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1~3단지와 4~14단지 간 차이를 두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을 서울시가 수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조건이 붙어졌다. 목동 1~3단지가 2종에서 3종으로 종상향되면서, 재건축 시 2종에 머물렀을 때 대비 5100여 가구를 더 지을 수 있게 됐다. 이 중 20%(약 1000여 가구)를 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내놔야 한다. 1000여 가구 규모인데 임대주택 평형대가 국민평형(전용면적 85㎡)이 아닌 소형이다 보니 가구 수 기준으로 보면 더 많아질 수도 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란 무주택 서민(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120% 이하), 청년, 신혼부부 등에게 주변 시세의 85~95%로 제공하는 주택이다.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목동2단지의 한 주민은 “목동 1~3단지 종상향은 이 지역이 재건축하려면 꼭 풀고 가야 하는 숙제였는데 해결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목동 주민은 “당초 2003년 약속대로 조건 없는 종상향이 이뤄졌어야 했는데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지어야 해서 사업성이 그만큼 나빠졌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대체적인 의견은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향후 설립될 목동 재건축 조합은 해당 임대주택을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통매각할 수 있고, 민간 임대사업자는 8년간 임대사업을 한 후 일반 분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이 완료된 후 8년이 지나 일반 분양을 한다면, 8년이 지난 후 오르는 아파트 값을 반영할 수 있어 그만큼 차익을 볼 수 있다. 영구적으로 임대주택으로 남겨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8년 동안은 시세 대비 85~95%의 전세, 즉 목동 신축이 전용면적 85㎡당 전세가가 10억원이라고 한다면 8억5000만원 정도에 나눠주다가, 8년이 지난 후 매매시세가 20억원 이상까지 뛰면 그 뛴 가격만큼 되팔면 그만”이라며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목동 1~3단지 종상향에 이어 일주일도 안돼 이번엔 옆단지인 목동 6단지가 정밀안전진단을 조건부로 통과했다. 정밀안전진단은 재건축을 위한 첫 관문이다. 지난해 12월 31일 양천구청은 목동신시가지6단지 재건축을 위한 정밀안전진단 결과가 ‘D등급’이라고 목동6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에 통보했다. 재건축 안전진단의 경우 A~C등급은 유지·보수(재건축 불가), D등급은 조건부 재건축(공공기관 검증 필요), E등급은 재건축 확정 판정으로 분류된다. 목동6단지는 D등급을 받은 만큼 향후 6개월간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시설안전공단의 적정성 검토를 거쳐 최종 안전진단 결과를 통보받는다.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은 총 4개 항목으로 나뉜다. 가중치가 가장 높은 구조안전성 50%, 설비노후도 25%, 주거환경 15%, 비용분석(재건축 매몰비용) 10% 순이다. 목동6단지는 구조안정성 분야에서 C등급(60.68점)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3개 항목은 모두 D등급을 받았다. 덕분에 가중치를 곱한 종합평가 결과 51.22점을 받아 조건부 재건축 점수 기준(30점 초과~55점 이하)을 충족했다. 지난해 10월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이하 올선)는 58.61점으로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았는데 이와 비교해보면 총점이 7점 넘게 낮았다.
목동6단지와 올선, 두 아파트 단지를 비교해 보면 목동6단지는 항목 4개 중 2개(주거 환경·비용 분석)에선 올선에 비해 점수가 높았지만, 나머지 2개 항목(건축 마감 및 설비노후도·구조안전성)은 점수가 낮았다. 다시 말해 목동6단지는 주거 환경은 올선에 비해 좋지만 노후화돼 있고 구조적으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신종섭 목동6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장은 “목동의 경우 아파트 아래에 철근 기둥만 박고, 철근 기둥을 받치는 지지대가 없어 지진이 멀리서 나면 사람들이 흔들림을 느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재밌는 지점이 있다. 올선이 지어진 연도는 1988년으로 목동6단지(1986년)와 불과 2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단지의 정밀안전진단 결과, 구조안정성 분야에서 20점(목동6단지 60.68점·올선 81.91점) 이상 차이가 났다. 비강남권으로 분류되는 목동 재건축은 힘을 받지만, 강남권에 속한 올선(서울 송파구 위치)은 정치적 고려에 의해 재건축이 원천 봉쇄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실제로 올선 재건축추진모임은 지난해 10월 통보된 안전진단 결과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정밀안전진단을 재추진하고 있다.
다만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가 6개월간 남아 있어 목동6단지가 정밀안전진단을 완벽히 통과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구로 오류동 동부그린 아파트와 대구 칠성 새동네아파트가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으나 적정성 검토에서 유지·보수 등급인 C등급을 받아 재건축에서 미끄러진 바 있다. 또 정밀 안전진단을 통과하더라도 각종 규제가 첩첩이라 실제 재건축까지는 수년에서 십수년까지 걸릴 전망이다. 재건축은 정밀안전진단을 필두로 추진위 구성,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주 및 착공, 준공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성산시영은 정밀 안전진단,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라는 재건축 4가지 관문 중 첫 고개를 넘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목동6단지가 지난해 말 정밀안전진단신청을 조건부로 통과한 가운데,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다른 단지들도 재건축을 위한 정밀안전진단을 너도나도 추진하고 있다. 이제는 재건축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해 말 종상향이 된 1~3단지는 본격적으로 재건축에 나서는 모양새다. 양천구청에 따르면, 1단지와 2단지는 1월 초 모금을 시작해 벌써 안전진단을 신청한 상태다. 목동 단지의 경우 20여 동을 갖춘 단지는 표본을 4개동으로, 30동 이상 대단지는 표본을 6개동으로 잡는다. 표본 동수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안전진단 비용은 2억원에서 많게는 3억원이 든다.
특히 1단지의 경우 모금 시작 일주일여 만에 안전진단 신청을 마쳤다. 해당 추진위 관계자는 “주민들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안전진단 비용이 최단 시간에 모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1월 중순 기준 안전진단 신청 모금이 진행 중인 곳은 3개 단지(3·7·10단지)다. 나머지 11개 단지는 모두 양천구청에 안전진단을 신청했거나 안전진단을 진행 중이다.
황 의원은 스카이라인을 바꾸는 80층짜리 아파트 건설을 주장하면서 ‘블록개발’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블록개발이란 뉴타운처럼 대규모는 아니더라도, 정비구역 3~4개를 1개 ‘블록’으로 합쳐 정비사업의 효율성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다만 단순히 구역을 합치는 것이 아니라 블록 내에서도 특정 구역에 용적률을 몰아주고 나머지 구역은 공공용지를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사업성과 공공성을 함께 가져가는 구조다.
황 의원은 자체 제작한 3분여짜리 동영상을 보여주며 ‘블록개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목동 1~4단지를 A블록으로 지정하고 단지별로 적용되는 용적률 250%를 1개 단지에 1000%로 몰아준다. 이렇게 하면 해당 단지에 최대 80층 규모의 고층 빌딩을 포함해 10여 채의 초고층 빌딩을 짓고 나머지 3개 단지는 기부채납으로 국공유지를 만들어 숲과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 의원은 “그렇게 되면 공공용지가 많아져 땅에 대한 투기 수요를 잠재우면서 동시에 근사한 스카이라인도 조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재건축을 위해 한꺼번에 철거를 시작하면 이주대란이 발생한다”며 “한 곳에 용적률을 몰아주면, 고층 아파트를 지을 1개 단지만 먼저 허물어 새 아파트를 짓고 여기에 조합원·분양자가 먼저 입주한 뒤 순차적으로 나머지 단지를 철거해 이주대란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방안을 실현하기 위해선 블록개발을 허용하도록 법이 개정되고 서울시의 아파트 35층 규제도 해제하는 등 법 변경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2030 서울플랜에 따르면 재건축 아파트는 35층까지만 지을 수 있다. 올해가 이를 바꾸는 2040 서울플랜이 수립되는 해다.
[나현준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3호 (2020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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