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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기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여전히 안갯속 미중 무역협상… 美 강경파 나비로, ‘중국 7대 죄악’까지 언급, 중국도 미국산 농산물 수입 지체 ‘시간 벌기’
입력 : 2019.12.05 16: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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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7대 죄악(deadly sins)’이라고 불리는 7가지 구조적 문제가 있다. 이 문제들을 모두 처리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3단계 협상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대표적인 강경파로 꼽히는 피터 나비로 백악관 무역 제조업 정책국장은 11월 1일 중국의 구조적 문제를 거론하면서 미국이 중국을 더욱 거칠게 몰아붙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비로 국장은 중국의 7대 죄악으로 ▲지식재산권 도용 ▲기술이전 강요 ▲컴퓨터 해킹 및 사이버 테러 ▲덤핑 수출 행위와 중국 시장에서 미국 기업 퇴출 ▲중국 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공급 ▲위안화 환율 조작 등을 꼽았다. 그는 자신의 저서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Death by China)>에서 중국이 미국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미국 내 대표적 ‘반중 인사’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에서는 ‘1단계 합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평가하며 반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11월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과의 단계적 관세 철회 합의 여부와 관련해 “중국은 관세 철회를 원하지만 나는 아무 것도 합의하지 않았다”고 못 박았다. 그는 이어 “중국은 완전한 관세 철회가 아닌 일정 부분의 관세 철회를 원할 것”이라며 “내가 그것(완전한 관세 철회)을 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중국 상무부가 언급했던 양국 간 관세 철회 합의를 부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미중 양국이 ‘1단계 합의’ 자체를 아예 접고, 예전처럼 무역전쟁 국면으로 돌입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1단계 합의’에 공식 서명할 장소로 아이오와 등을 거론하며 협상 분위기는 이어나가겠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중국 압박 메시지를 건네는 것도 잊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12일(현지시간)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가 곧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중국은 죽도록 합의를 하고 싶어 한다. 중국과 딜을 만들지 못하면 (중국에 대한) 관세를 상당히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미국 측 요구 사항을 중국이 적극 수용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미국과 조건부 협상을 계속 진행하면서 ‘시간 벌기’에 나선 모양새다. 중국은 관세 철회 조건으로 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사들이겠다고 미국 측에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 팜벨트(농업 지대)인 점을 감안해 성의를 표시하면서 중국이 원하는 관세 철회를 이끌어내려는 속셈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을 대거 수입하는 데 뜸을 들이고 있다. 나아가 ‘1단계 합의문’에 향후 구입할 구체적인 농산물 수치를 명시하길 꺼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이 미국의 양보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중국 내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내년 미 대선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면서 미국과의 장기 협상을 진행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김대기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1호 (2019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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