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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금융 상품, 어떤 걸로 이용할까… 은행 상품 이자 낮지만 신용등급 꼼꼼히 따져 캐피털사, 다양한 중고차 상품으로 고객 눈길
입력 : 2019.10.30 10: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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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인구 2.2명당 자동차 한 대를 보유한 나라다. 사실상 둘 중 한 명꼴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는 2320만2555대에 이른다.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지만 적게는 수백만원부터 많게는 억대에 이르는 자동차를 사는 일이 쉽진 않다. 큰마음 먹고 구매를 해야 한다. 목돈이 없다면 ‘자동차 금융’을 활용하면 된다.
특히 최근 수익성 악화로 먹거리가 마땅치 않은 금융사들이 자동차 금융 시장에 뛰어들면서 실속 상품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자금이 넉넉지 않은 사람을 위한 대출, 할부 상품 등 입맛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자동차 금융 시장 몸집은 자동차 시장 확대와 함께 커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 캐피털사 등 여신업체가 취급한 자동차 할부 금융 취급 실적은 19조5000억원에 이른다. 취급 건수는 489건이다. 2015년 13조60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3% 증가한 셈이다. 기존에 할부 금융을 다루던 캐피털사뿐만 아니라 은행과 카드사도 뛰어들면서 경쟁이 커지고 있다. 금융사들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자기만의 독특한 특징의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단순히 금리 경쟁을 넘어 더 편하고 빠르게 고객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플랫폼 전쟁’으로도 이어졌다.
자동차 대출 상품은 크게 오토론과 자동차 할부로 나뉜다. 오토론은 금융사에서 자동차 구입금액을 빌려 자동차를 직접 구입하는 방식이다. 계약기간 동안 원금과 이자를 나눠 상환한다. 오토론은 은행과 캐피털사에서 주로 다룬다. 은행 오토론은 연 3~6%라는 낮은 금리를 자랑하지만 차주의 신용등급을 꼼꼼히 살핀다. 신용등급 5등급이어야 한다. 반면 캐피털사는 은행 금리보단 높은 편이지만 자동차 구입 때 대출한도 등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신용등급이 낮아도 대출이 수월하다.
자동차 할부는 금융사가 먼저 자동차 대금을 제조업체에 일시불로 내고 소비자에게서 대금을 분할해 받는 방식이다. 신용카드로 자동차를 구입한 뒤 신용카드 대금을 내면 된다. 캐피털사가 주로 하던 오토 할부는 최근 수수료 완화로 수익 수단이 마땅치 않은 카드사들이 뛰어들면서 시장 판도가 변하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카드 등 5개 전업 카드사의 자동차 등 할부 금융 자산은 7조2058억원에 이른다. 이는 2년 전인 2017년(4조7167억원)보다 52.8% 증가한 규모다.
은행들도 저금리를 앞세워 오토론 시장을 야금야금 점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2010년 ‘마이 카(MY CAR) 대출’로 오토론 시장에 진출했다. 시장 선점과 야구 팬을 겨냥한 공격적인 마케팅이 시장 확대에 유효했다. 지난해 한국프로야구(KBO) 스폰서를 맡아 마이카 대출을 마케팅 상품으로 내세웠다. 이번 시즌도 타이틀을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리그’로 정했다. 무방문·무서류 대출은 물론 모바일로 신청하면 당일 취급이 가능하다. 무료 운전자 보험과 AJ셀카 차량 매도 이용료 면제 등 혜택도 다양하다.
‘쏠편한 마이카 대출’은 최대 1.5% 우대 금리 혜택을 준다. 신한카드 결제 계좌를 신한은행으로 정하고 3개월 사용 실적이 50만원 이상이면 0.1%를 받을 수 있다. 주택종합저축을 보유하고 잔액이 10만원 이상이면 연 0.3% 금리가 저렴하다. ‘쏠편한 마이카 대출 신한카드 결제방식’은 신한카드로 차량 구매대금을 결제한 뒤 카드 청구금액을 대출 실행액으로 선결제하는 대출과 카드를 합친 상품이다. 결제금액이 2000만원 이상이면 신용은 1.5%, 체크는 0.5% 캐시백을 해준다. 신한 마이카 대출 금리는 10월 17일 기준 기본 4.53%이다.
KB국민은행의 ‘KB매직카대출’은 KB신용·체크카드 결제방식을 이용하면 대출금액의 최고 1.5%까지 돌려준다. 10월 16일 기준 금리는 최저 연 3.78%다. 최저 300만원부터 최고 6000만원까지 대출 가능하다.
KEB하나은행 ‘1Q오토론’은 차량금액의 100% 이내에서 최대 7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영업점 방문 없이 모바일로 신청할 수 있다. 금리는 신차 기준 5%대다. 차량구입자금 300만원 이상을 하나카드로 결제하면 최대 1.2% 캐시백도 준다. 앱 설치나 공인인증서 없이도 대출한도 조회와 약정을 할 수 있어 편리하다. ‘안심오토론’은 신차 기준 최대 6000만원, 길게 10년까지 대출하는 상품이다. 개인 간 중고차 직거래와 260cc 이상 오토바이, 리스·렌터카 계약 때 초기 보증금과 선납금도 빌릴 수 있다. 하나은행은 대출채무상환면제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1Q오토론을 이용한 고객이 대출 실행 1년 뒤 자동차 사고를 당하면 대출액의 90%까지 면제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카드사는 플랫폼을 무기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업계 1위 카드사인 신한카드는 자동차 할부금융에서도 선두주자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10월 출시한 ‘신한카드 마이오토’를 내세워 고객을 모집하고 있다. 마이오토는 모바일에서 자동차 견적부터 금융 한도 조회, 신청까지 가능한 비대면 자동차 할부 금융 플랫폼이다. 고객 선호에 따라 선수금과 기간 등 다양한 조건을 고르고 불필요한 단계를 없앴다. 무서류 심사는 물론 모바일 사진 첨부, 간편 로그인 등을 도입해 4분 만에 상품을 신청할 수 있다. 어려운 할부 금융 서비스 용어를 고객이 읽기 쉽도록 바꿔 고객 편의성도 높였다. 고객은 24시간 365일 실시간으로 최저 연 1.65~3.20% 저금리 상품이나 대출금의 최대 1.0%까지 돌려받는 캐시백 상품, 차량 보장형 상품 등 3가지 상품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다. 또 일시불과 할부, 리스, 렌터카 상품을 한눈에 비교 가능하다.
판매자 입장에서도 이 플랫폼을 이용해 고객에게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자동차 판매자는 자신의 거래실적과 수수료를 조회해 자신의 판매 채널로 활용할 수 있다. 우수 판매자에겐 누진 혜택을 제공해 고객과 판매자가 꾸준히 상생하는 터전을 만든다.
신한카드 마이오토는 지난 2월 자동차 구매·관리를 도와주는 ‘마이오토 라운지 서비스’와 렌터카, 오토리스 견적 신청 기능 등을 추가했다. 마이오토 라운지는 고객 차량의 연식과 주행거리에 따라 주유와 정비, 보험 등 정보를 알려준다. 또 무료주차장 현황 조회, 관심 있는 중고차 정보와 사고 이력 조회, 다양한 제휴 혜택 조회 등 정보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삼성카드도 오프라인 자동차 금융을 모바일로 바꾼 ‘다이렉트 오토’를 출시했다. 다이렉트 오토를 이용하면 여러 단계를 거치지 않고 자동차 금융 한도 조회, 차량 견적 조회 등 각종 서비스와 자동차 금융 한도 조회, 차량 견적 조회 등을 이용할 수 있다. 24시간 365일 서류 제출 없이 개인 한도 조회가 가능하다. 올해 초엔 ‘내 차 시세 조회’ 서비스를 선보였다. 다이렉트 오토에서 조회한 가격으로 바로 중고차량을 판매하는 ‘내 차 팔기’ 서비스도 잇달아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판매가와 판매 방식을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다. 판매 과정은 대행업체가 처리하기 때문에 고객은 중고차 딜러와 직접 협상할 필요가 없다. 별도 판매대행 수수료도 없다.
특히 삼성카드는 지난해 3개월·6개월 등 단기할부 상품과 중도상환수수료 없는 ‘다이렉트 신차 카드할부’를 출시했다. 3개월 할부는 업계 최저 수준인 1% 금리를 자랑한다. 차량 구매 때 삼성카드로 결제하면 최대 1.2% 캐시백 혜택은 덤이다.
KB국민카드는 금리 연 3.5~4.9%로 최소 300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 자동차 금융을 제공한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개인용 국산·수입차량 대출 상품이다. 본인 결제 계좌 입금 방식이 아닌 특별한도를 부여해 고객이 차량 대금을 일시불로 결제하면 자동으로 할부 금융으로 전환된다. 중고차의 경우 금리가 다소 높지만 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판매채널에 따라 일반 상품(연 금리 5.9~16.5%)은 매매상사·제휴점 직원을 통해 중고차 할부상품을 소개받고 신청하는 상품이다. 다이렉트 상품(연 금리 4.9~15.5%)은 비대면 상품으로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고객이 직접 한도를 조회하고 대출을 신청하면 된다. 비대면인 만큼 카드사 입장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금리 역시 연 1.0% 정도 저렴하다.
우리카드는 ‘카정석 오토파이낸스’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자동차 금융을 제공한다. 크게 카정석 다이렉트 할부, 카정석 카드할부, 카정석 일반할부 등이 있다. 카정석 다이렉트 할부는 금리 연 1.9~5.5%로 카드 연계 캐시백도 최대 0.5% 제공한다. 우리카드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에서 상품을 신청할 수 있다. 카정석 카드할부는 금리 연 3.3~4.2%로, 역시 최대 0.1% 캐시백을 제공한다. 카정석 일반할부는 금리 연 4.8~5.8%다. 이 상품에 가입하려면 차량 상담을 끝낸 뒤 지점에 상담을 신청하면 된다.
캐피털사로 눈길
최근엔 중고차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 이전 등록(중고거래) 건수는 377만 건으로 수년간 꾸준히 증가세다. 경매제 도입과 소비습관 변화 등으로 비싼 돈을 내고 새 차를 사는 대신 ‘알짜배기’ 중고차를 저렴하게 구입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소비 풍토가 자리 잡았다.
캐피털사는 자동차 금융의 전통적인 강자다.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캐피털사의 자동차 금융 자산은 60조원을 뛰어넘었다. 은행과 카드사의 추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동차 금융 시장의 80% 상당을 차지한다. 자동차 제조사와 딜러, 정비업체 등 탄탄한 네트워크가 바탕이다. 특히 중고차 시장은 정보 비대칭성이 커 고객이 매물 신뢰도를 중시한다. 고객은 캐피털사의 중고차 플랫폼을 통해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
KB캐피탈은 중고차 거래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다. KB캐피탈의 앱 ‘KB차차차’는 등록 대수 기준으로 중고차 거래 플랫폼 1위다. 딜러가 중고차 매물을 등록할 때 수수료를 받지 않아 인기를 끌었다. KB캐피탈은 ‘중고차 다이렉트(차차차) 오토론’으로 최저 4.9% 수준 금리를 주고 있다. KB차차차 앱에서 차량을 검색한 뒤 원하는 차량을 선택해 오토론을 신청하면 된다.
KB안심 중고리스는 중고차 맞춤형 상품이다. 가격 부담 없이 차량을 바꿔 타고 싶은 젊은 고객층에게 인기다. 잔가 보장률을 높여 고객 부담도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종은 최초 등록일로부터 5년 이내, 주행 거리 10만㎞ 이내(국내 연간 3만㎞, 수입 연간 2만㎞)이어야 한다. KB캐피탈은 올해 안에 ‘KB차차차 3.0’에서 이용자에게 맞는 차량을 추천하는 ‘고객 맞춤형 차량 추천 서비스’도 제공한다. 고객 나이와 선호 차량 등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인공지능(AI)이 차량을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현대캐피탈도 1위인 KB캐피탈 뒤를 맹추격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자동차 금융 통합 사이트 ‘디지털 오토’를 선보였다. 디지털 오토에서 현대·기아차 브랜드 차량의 다양한 자동차 금융 상품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고객이 간단한 질문에 답하면 상품을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지난해 말 출시한 자동차 라이프 관리 앱 ‘플카’도 인기다. 시세 조회부터 차량 사고 파는 것까지 가능한 앱이다. 현대캐피탈은 중고차 값을 미리 뺀 뒤 나머지만 나눠 내는 ‘잔가보장형’ 상품과 원금을 유예해 월 납입금을 낮추는 ‘거치형’, ‘유예형’ 상품이 있다. 자동차 교체 주기가 짧은 고객은 잔가보장형, 월 납입금이 부담되는 20·30대는 거치형이나 유예형 상품을 주로 사용한다. 현대캐피탈은 또 할부기간 연장 서비스, 대중교통 장해보상, 운전자 상해보상 등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현대캐피탈은 또 금융권 최초로 중고차 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현대캐피탈이 판매한 리스·렌터카 반납 차량 중 무사고나 사고 정도가 경미한 차량을 골라 정비한 뒤 인증한다. 정비와 판매는 중고차 전문 유통 업체가 담당한다.
[이새하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0호 (2019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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