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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곰PD와 윤이모…KBS 라디오 PD는 왜 유튜브를 시작했나
입력 : 2019.08.08 16: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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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KBS 소속 공채 PD들이 라디오 아닌 이 시대의 새로운 전파상 ‘유튜브’를 시작한 건 미디어 환경의 변화 흐름에 따른, 남들보다 몇 발 앞선 행보다.
“파업을 길게 하는 동안, 시간이 남아서 강의를 들으러 다닌 적이 있는데, 그때 영감을 얻었어요. 내가 깨고 나오지 않으면 라디오에 갇혀버리겠다 싶었죠. 컴퓨터를 사고 책도 사고 유튜브 강의도 보면서 하고 있어요.”(이충언 PD)
TV 시대를 넘어 미디어 다변화 시대 속, 라디오 역시 고군분투 하고 있고 여전히 라디오의 아날로그 감성을 소구하는 청취자가 있지만, 하향세를 부인할 수 없는 라디오의 현실 속 떠나간 젊은 청취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작아진 온실을 스스로 박차고 나온 셈이다.
이충언 PD는 “TV로 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잘 할 수 있는 게 다르다. 라디오에 오랜 시간 몸담아서 소리와 이야기, ASMR은 저희가 잘 만들 거다. 그걸 라디오가 아닌 다른 매체에서 풀어보고 싶었다”며 말했다.
이들이 많은 플랫폼 중 유튜브를 선택한 이유는 “(유튜브가) 음악이 유통되는 가장 큰 창고”이기 때문이다. 윤성현 PD는 “유튜브에는 무수히 많은 음악이 있다. 용돈 만 원이 아쉬운, 청소년들이 광고 보는 걸 감수하면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창고다. 점점 음악을 유튜브로 듣는 게 당연해지고 있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다른 곳에 없는 음원이 유튜브에 있다”며 “저도 유튜브에서 음악을 듣는다. 그래서 이곳에서 음악을 소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유통 과정에서 필연적인 저작권 문제 해결이 수월한 점도 유튜브의 큰 장점이다. 그는 “유튜브는 저작권 문제도 잘 정리되어 있더라. 라디오 방송은 저작권 문제로 다시 듣기를 올릴 때 음악 콘텐츠를 빼고 올리는데 유튜브는 그걸 기술적으로 해결했다. 업로드와 동시에 저작권자와 업로더가 알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주간 윤이모’는 매주 1개씩의 콘텐츠를 올리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아직 큰 성과가 있다고 말하기엔 부족하지만, 구독자도 조금씩 늘고 있다. 현재 1800여 명의 구독자가 ‘주간 윤이모’와 함께하고 있다.
‘주간 윤이모’는 ‘KBS에서 못 듣는 금지곡들’을 소개하거나, ‘미세먼지 심한 날 청량한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음악들’을 추천하고, 라이브 방송으로 구독자와 소통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여러 콘텐츠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휴대전화 하나 들고 나가서 할 수도 있어요. 밖에 나가서 뮤지션을 찾아가서 대담을 나눌 수도 있죠. 혼자 하는 것 말고 다양하게 생각 중이에요. 구독자들도 점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방송 금지곡을 해달라고 하고, 시티팝을 소개해달라고 하죠. 그런 다양한 의견을 내줘서 ‘주간 윤이모’를 함께 만들어가는 느낌입니다.”(이충언 PD)
구독자와 소통하는 재미는, 어쩌면 두 사람이 ‘주간 윤이모’를 이끌어갈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가능성이 무한한 유튜브라는 바다를 항해하고 있지만, 이들은 라디오를 사랑한 라디오 PD 고유의 정서를 유지하며 소통을 꿈꾸고 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skyb184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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