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torcycle Test-Drive] 1000㏄ 부럽지 않은 고성능 중형 모터사이클 BMW 모토라드 ‘F 850 GS’
입력 : 2019.07.09 10:17:42
-
이런 말이 있다. 어차피 살 거 가장 마지막 등급을 사라고. 초기 지출은 크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합리적인 소비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물건을 산다고 치자. 상위 모델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너무 비싸다. 지갑과 용기 사이에서 갈등하다 타협한다. 그 아래, 혹은 더 아래 모델을 산다. 처음에는 만족하며 즐기다가 금세 위쪽을 바라본다. 자꾸 생각나고, 떠올리다 보면 지금 소유한 모델에 애정도가 식는다. 결국 처음 눈에 들어온 상위 모델을 선택한다. (물론 되팔겠지만) 금전적, 시간적으로 이중으로 지출하며 돌아가는 셈이다. 전자제품이, 오디오시스템이, 골프용품이 그럴 테다. 후회하지만 매번 반복한다.
그렇다고 해서 라인업 상위 모델이 꼭 정답은 아니다. 물론 오버리터급 모델은 기함급이다. 덩치도 크고, 각종 기술을 담았다. 좋은 건 맞다. 제원이 뛰어나고, 시각적으로 압도적이다. 하지만 모터사이클은 고려해야 할 다른 점이 있다. 사람마다 신체 조건과 경험치가 다르다. 모터사이클은 레저로서 크기에 따라 즐길 요소도 다르다. 올라 타 균형을 잡고 조종하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모터사이클만의 특징이다. 오버리터급은 오버리터급대로, 미들급은 미들급대로, 쿼터급은 쿼터급대로 각각 맛이 다르다. 배기량과 크기, 출력의 정도에 따라 고유 영역이 있다.
BMW 모토라드의 ‘어드벤처 라인업’에는 ‘F 850 GS’가 미들급을 맡는다. 작년 말에 세대가 바뀐 신형이 나왔다. 미들급이라고 했지만 853㏄이니 리터급에 가깝다. 어드벤처 라인업에서도 ‘R 1250 GS’ 바로 아래 등급이다. 같은 배기량이지만 출력을 낮추고 더 타기 쉽게 만든 ‘F 750 GS’도 있다. 쿼터급(250~400㏄)인 단기통 G 시리즈 ‘G 310 GS’도 있다. 그러니까 F 850 GS는 미들급과 리터급을 아우르는 어드벤처 라인업의 허리인 셈이다. 맛이 다른 모터사이클로서 자기 영역을 구축해야 하는 모델이란 뜻이기도 하다. 전 세대인 F 800 GS는 그 부분에서 부진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F 850 GS는 배기량은 50 올랐지만, 변화의 폭이 크다. 전 세대의 부진을 만회해야 하는 임무를 맡은 까닭이다. F 800 GS의 부진은 이유가 명확했다. 앞서 말한, 이왕이면 마지막 모델을 사는 법칙이 주효했다. 게다가 상위 모델은 그냥 오버리터급 모델이 아니다. BMW 모토라드의 상징 같은 모터사이클이다. 형이 너무 뛰어나서 상대적으로 그늘 속에 지내야 한 동생의 사연과 비슷하다.
저울질의 계기가 생긴 셈이다. 앉아봐야 느낄 수 있다. 달려봐야 차이를 알 수 있다. F 850 GS는 앉게 했다. F 850 GS의 시동을 켜면 은근히 박력 있는 소리가 들린다. 물론 상위 모델의 박서 엔진과 비교할 순 없다. 그럼에도 낮은 RPM에서 두둑거리며 엔진 고동을 표현한다. 더불어 저속에서 끈기 있는 토크를 토해낸다. 낮은 RPM에서 토크가 두툼하면 저속에서 조종하기 쉽다. 그만큼 모터사이클 타는 데 부담이 줄어든다. 어드벤처 모터사이클로서 오프로드를 달릴 때 저속 토크는 더욱 중요해진다. 접근성이 높아지고 조종성도 좋아졌으니 첫인상이 나쁠 리 없다. 게다가 보이는 덩치에 비해 앉아서 핸들을 휘두르면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다. 220㎏이 넘는 무게지만, 차체 균형이 좋아 무게 부담이 한결 줄었다. 다시 또 반가운 느낌.
아쉬움을 보완했으니 F 850 GS의 장점이 도드라진다. 더 가벼운 무게와 21인치 앞바퀴 휠은 여전하니까. 애초 F 시리즈 GS는 더욱 도전적으로 오프로드를 즐기라고 만든 모델이다. 상위 모델과 비교해 성격이 다르다. 지금까지는 장점에 집중하기에 전체적인 매력이 다소 떨어졌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풍채를 키우고 각종 상위 장비를 장착해 간격을 좁혔다. 그러면서 가격은 상위 모델에 비해 1000만원 이상 낮다. 이름에서 숫자 50만 바뀌었지만, 모든 게 달라졌다.
[김종훈 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6호 (2019년 7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