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장원 특파원의 굿모닝 하노이] “오토바이 없애겠다” 칼 빼든 하노이市 ‘경전철로 매연 줄이기’ 성공할까

    입력 : 2019.05.13 11:01:50

  • 베트남 정부가 오토바이 퇴출을 놓고 다소 갈팡질팡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베트남 정부는 하노이 일부 구간의 오토바이 통제를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당장 오토바이 퇴출에 나서는 것은 아니라는 방침을 내놨다. 오토바이가 하노이 시민의 발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 시민의 불편을 초래할 만한 행보에 성급하게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사건의 발단은 몇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 초 하노이교통청 부반비엔 청장은 “레반르엉, 응우옌짜이 거리에서 올해 안에 오토바이 운행을 전면 금지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노이 시내에 자리 잡은 두 거리는 교통량이 많은 대표적인 곳 중 하나다. 하노이 도심을 뒤덮는 오토바이를 이들 거리만이라도 시범적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할 계획이었다.

    부 청장이 이런 처방을 들고 나온 것은 하노이 대기 오염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하노이 사람들은 3보 이상이면 오토바이를 탄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하노이 사람들의 오토바이 사랑은 유명하다. 부 청장 역시 인터뷰를 통해 “하노이 시민들이 습관처럼 100m 거리에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며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오토바이) 금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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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단체 그린ID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하노이는 지난해 기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이어 전 세계 62개 도시 중에서 두 번째로 대기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당 초미세먼지가 40.8㎍에 달해 자카르타의 45.3μg와 별 차이나지 않는 2위를 찍었다. 서울 역시 중국 발 미세먼지로 신음하고 있지만 지난해 기준 초미세먼지 수준은 평균 23.3㎍/㎥로 하노이에 비하면 훨씬 양호한 편이었다. 62개 도시 중 27위를 차지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초미세먼지 권고기준을 10㎍/㎥ 이하로 제시한다. 하노이 대기 오염도가 기준치의 4배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것이다.

    이에 하노이시는 장기적으로 오토바이를 완전히 퇴출시킬 계획을 차근차근 수립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시 차원에서 논의를 통해 결정된 대책이다. 2030년까지 오토바이 운행을 전면 금지하는 게 목표다. 신형 오토바이 면허도 불허하고, 도심으로 진입하는 차량에 대한 요금 징수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호앙쭝하이 하노이시 당수는 “2017년 회의에서 시의회는 2030년까지 오토바이를 금지하고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는 방안의 교통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며 “이를 통해 하노이 대기오염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노이 인구는 약 80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등록된 오토바이만 500만 대가 넘는다. 이에 반해 자동차 등록 대수는 55만 대에 그친다. 1인당 GDP가 3000달러를 밑도는 베트남 국민 입장에서 빠른 시간 안에 ‘마이카 시대’가 자리 잡기는 힘들다. 시내버스가 다니기는 하지만 좁은 골목길을 내달리는 오토바이와 달리 버스는 훨씬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존재다. 뜨거운 여름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서있는 것도 곤욕이다. 하노이 사람들이 오토바이 한 대에 의지해 4인 가족 전체가 도로를 달리는 아슬아슬한 광경에 익숙해진 이유다.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하노이시가 오토바이를 없애겠다는 과감한 결정을 내놓은 이면에는 4월 부터 운행을 시작한 경전철이란 변수가 있다. 당초 지난해 개통될 예정이었던 경전철 ‘2A 라인’은 2019년 4월을 기해 공식 운행을 시작했다. 하노이 중심부의 캇린과 남서쪽 하동 간 13.1㎞ 구간을 오간다. 이 사이에는 12개 역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으로 치면 종로와 을지로, 신설동 등을 연결하는 1호선이 운행을 시작한 셈이다. 하노이는 지반 구조상 지하로 땅을 깊게 팔 수 없는 도시다. 그래서 지하철 대신 경전철 라인을 꺼내들어야 했다. 오래전부터 착실하게 경전철 개통을 위해 애를 썼지만 자금 문제 등에 부딪혀 일정이 번번이 미뤄졌다. 각고의 노력 끝에 2019년 4월에 2A라인부터 운행 시작에 나선 것이다. 요금은 구간에 따라 7000동(350원)에서 1만5000동(750원)까지 받는다. 하노이시 속내는 전철과 버스를 통해 쉽게 오갈 수 있는 구역부터 오토바이 운행을 중단케 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민들 반발에 부딪혀 당초 방침을 수정한 것은 무슨 이유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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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도시 발전 위해 불가피한 조치 시각도

    일단 요금이 경쟁상대인 버스보다 비싸다. 하노이 버스 운임은 25㎞ 미만의 편도 요금이 7000동(350원), 25~30㎞ 구간은 8000동(400원), 30㎞ 이상은 9000동(450원)이다. 깟링~하동 구간 전체 노선은 13.1㎞인데 이걸 전철 타고 가려면 1만5000동을 내야한다. 하지만 버스로는 기본요금인 7000동만 내면 되니 비싸 보이는 것이다.

    하노이시는 “평균 시속 35㎞로 운행되는 전철은 시속 14~16㎞로 달리는 버스보다 2배 이상 빠르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학생이나 근로자·노인들을 대상으로 월 정기권 금액의 30~50%을 보조해줄 뜻을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4월 운행하는 노선이 2A라인 하나이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경전철을 통해 출퇴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근무하는 직장이 2A라인 정류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전철이 다니는 구간이라는 이유로 오토바이 운행을 금지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반발의 목소리가 거센 것이다.

    쉽게 비유하면 불광동에서 여의도까지 출근하는 직장인이 있다고 하자. 그리고 지하철은 신설동에서 공덕동까지만 운행한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이 직장인은 불광동에서 신설동까지 다른 교통수단으로 이동해 지하철을 타고 공덕동에서 내려 또 다른 수단으로 직장까지 가야 한다. 하노이에서 이런 상황이면 아마도 오토바이 택시인 ‘그랩 오토바이’를 불러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 직장인은 ‘두 번이나 오토바이 택시를 불러 직장에 갈 바에는 그냥 처음부터 내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게 비용도 저렴하고 훨씬 편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노이 시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경전철 2A라인 개통을 근거로 오토바이 운행을 금지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반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하노이시의 ‘오토바이 퇴출’ 계획이 아예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2A 라인 개통을 시작으로 앞으로 개통을 앞둔 경전철 라인이 줄줄이 몸을 풀고 있다. 5년, 10년이 지나 하노이 경전철라인이 웬만큼 갖춰진 이후에는 오토바이의 효용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벌써부터 하노이 아파트 분양 광고에는 전철역이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는 내용이 대대적으로 홍보되는 분위기다. 그만큼 경전철에 쏠리는 관심이 크다. 하노이 입장에서도 하노이를 외국인이 살고 싶어하는 글로벌 수도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매연에 찌든 공기의 질을 올리는 조치가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오토바이 숫자를 조절할 수 밖에 없어 앞으로도 다양한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장원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4호 (2019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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