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시그니엘 ‘스테이’서 미쉐린 스타 받은 佛 야닉 알레노 셰프 “와인처럼 여유있는 식사가 인생의 보람”

    입력 : 2019.05.08 16: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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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 is… 1968년 프랑스에서 출생한 그는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인 를레 루이 13세(Relais Louis XIII)에서 주방 업무를 본격 시작했다. ‘로얄몽소(Royal Monceau)’ ‘드루앙(Drouant)’ 등 파리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가브리엘 비스케이(Gabriel Biscay), 루이 그롱다르(Louis Grondard) 등 당대 유명 셰프의 가르침을 받으며 역량을 키우고 1999년 스크라이브 키친(Scribe Kitchen)을 오픈해 미쉐린 1스타를 땄다. 2003년 ‘르 모리스(Le Meurice)’ 호텔 레스토랑을 책임졌고 2007년 첫 번째 미쉐린 3스타를 획득하면서 30대에 세계적인 스타 셰프의 반열에 올랐다. 자신만의 독특한 요리 세계를 알리기 위해 2008년 ‘그룹 야닉 얄레노(Group Yannick Alleno)’를 설립하고, ‘라그랑타블르(La Grande Table)’ ‘스테이’ 등 본인의 레스토랑을 성공적으로 오픈했다. 2014년 레스토랑 ‘파비옹 르드와앵(Pavillon Ledoyen)’을 인수해 ‘알레노 파리스(Alleno Paris)’로 이름을 변경한 지 7개월 만에 미쉐린 3스타를 획득하며, 피에르 가니에르, 알랑 두카스, 미셸브라 등과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셰프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 미식 가이드 ‘골트&밀라우’와 ‘르 셰프’ 매거진으로부터 ‘2016년 올해의 셰프’로 선정됐고 2017년 프랑스 미쉐린 가이드에서 또 다른 레스토랑 ‘르 1947’이 3스타를 받았다. 두바이와 타이페이, 모로코 등 전 세계 16곳에 레스토랑을 운영 중이며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요리로 세계인의 미각을 사로잡은, 최고의 천재성을 지닌 젊은 셰프로 꼽힌다. ‘모던 프렌치(Modern French Cuisine)’로 표현되는 그의 요리 철학은 창의성(Creative), 대담함(Audacious), 정교함(Precise), 영감(Inspiration), 감정(Emotion)이라는 5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소스를 ‘추출’과 ‘저온농축’이라는 그만의 독창적인 기술을 통해 제조해 ‘소스의 르네상스’를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그의 식당 ‘알레노파리’와 ‘라비스’등이 있는 건물 ‘파비옹 르드와앵’은 1791년 시작된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 건물로, 나폴레옹도 식사했던 상징적 공간이다. 알레노 셰프는 오는 8월 이곳에 복합갤러리 겸 와인셀러도 열 예정이다.

    “제 요리 철학은 고객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입니다.”

    최근 방한한 ‘프랑스 요리계 황태자’ 야닉 알레노 셰프(51)는 시종일관 여유가 넘쳤다. 롯데 시그니엘의 프랑스 식당 ‘스테이’의 갈라 디너를 직접 준비하기 위해 사흘 일정으로 짧게 방한해서 피곤할 법도 했지만 여유를 잊지 않고 시종일관 은유적인 선문답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요리사가 아니라 마치 ‘행복’을 전파하는 철학자와 대화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알레노 셰프는 1999년 첫 번째 미쉐린 1스타로 시작해 지난 2007년 3스타를 따내면서 세계적인 스타 셰프의 반열에 올랐다. 지난 2017년 잠실 롯데월드타워 특급 호텔 시그니엘에 모던 프렌치 레스토랑 ‘스테이’를 열어 국내에 진출했는데 문을 연 지 1년여 만에 미쉐린 1스타를 따내 화제가 됐다. 2019 미쉐린가이드에 따르면 그는 알프스 산자락의 5성급 호텔 슈발블랑의 ‘르1947’, 프랑스 파리의 랜드마크 파비옹 르드와앵 ‘알레노파리’에서 각각 미쉐린 3스타를 따냈고, 파리의 스시바 ‘라비스’와 서울 ‘스테이’로 각각 미쉐린 1스타를 받아 총 8개의 별을 보유했다.

    전통과 현대를 놀랄 만큼 적절하게 조화시키고 재해석하는 요리로 유명하다. 코코 샤넬, 입생 로랑, 장 폴 고티에 등 세계적 패션디자이너를 영감으로 한 칵테일로도 인기를 얻을 정도로 재능이 넘치는 ‘전방위’ 요리사다.

    그는 인터뷰 중간중간 ‘스테이’의 총괄 헤드셰프인 티에리와 갈라디너를 상의할 때는 양해를 구하고 사뭇 진지하게 논의했다. 평소 팀워크를 강조해온 그인 만큼 이날 100명분 디너에 투입된 인력만 30명에 육박했다. 특히 블랙 트러플(검은 송로버섯)을 활용한 요리는 일찌감치 예약한 고객들로부터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재료 상태에 따라서 준비하기 전 매시간 메뉴가 실시간으로 바뀌기도 했다. 이날 디너에는 푸아그라 테린, 가리비 찜과 황금 팽이버섯, 넙치, 한우 안심구이 등이 함께 제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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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약 4개월 만에 오셨습니다. 다소 캐주얼한 프렌치 식당 스테이에서 한국인들을 위한 저녁 식사를 준비한 소감은 어떤지요.

    ▷롯데월드타워는 서울의 새로운 상징(New Symbol)으로 마치 파리의 에펠탑과 같아요. 이렇게 멋진 야경이 있는 독특한 장소에서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현대식 요리를 제공하는 게 멋진 일입니다. 손님들이 깨끗하게 비운 접시를 보는 것만큼 행복한 것도 없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낮 동안 미세먼지가 심해서 전망을 제대로 만끽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한국도 환경문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도 책임을 느끼고 식당에서 일회용품은 사용을 자제하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국 중년층이 비즈니스 미팅을 할 때 여전히 프랑스 요리는 부담스럽습니다. 요리를 즐기기 위해 조언을 한다면요.

    ▷프랑스 요리는 와인 페어링이 특히 중요합니다. 프랑스 음식에서 와인이 빠진다는 것은 훌륭한 영화에서 음악이 빠지는 것과 같아요. 아시아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한국의 와인 문화는 그리 성숙하지 못한 편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프랑스 요리의 미학은 맛있는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여 여유있게 즐기는 것에 있습니다. 모로코에도 ‘스테이’가 있는데 그곳 사람들은 음식을 음미하는 것만큼 행복한 것도 없다는 철학에 공감하는 것 같아요. (한국 손님들은 이런 시간적 여유를 누리지 않아 안타깝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요리의 강점은 어디서 나오는지요.

    ▷현지에서 좋은 제철 식재료를 발굴하는 것이야 말로 셰프의 중요한 역할이에요. 닭이나 생선, 고기에서만 소스를 얻는 게 아닙니다. 샐러리, 양파, 당근 등 야채에서만 100% 정수(에센스)를 뽑아내 최적의 배합을 통해 최고의 맛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깁니다. 특히 소스는 요리의 8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요소로, 언어에 비유하자면 프랑스어의 ‘동사(動詞)’와도 같은 역할을 하죠. 소스 덕분에 모든 재료가 한 데 어울릴 수 있고 좋은 와인도 곁들여 즐길 수 있는 법입니다. 또 요리에 스토리가 깃들여지길 바랍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제자들과 요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제가 던지는 핵심 질문도 ‘엄마 요리 중에서 생각나는 것이 무엇인가’이죠. 요리의 경쟁력이란 멀리서 나오는 것이 아니에요. 각자 가정에서 몸으로 체득해온 고유한 음식의 역사, 자란 환경에서 요리의 개성도 살아나 완성됩니다.

    그의 제자 출신으로 스테이에서 일하고 있는 최해영 셰프도 “알레노 셰프는 각자 개성을 살리도록 격려하면서도 마지막에 그만의 색깔을 입혀서 완성하는 방식이 아주 매력적이다”라고 전했다. 그의 접근법을 예로 들면 호박 요리 하나를 하더라도 먼저 다양한 제철 재료 중에서 선별하고, 한 재료로 가능한 모든 요리법을 다 시도해서 가장 맛있는 요리법을 뽑아내는 식의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다. 파리의 식당에서도 11개국 이상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일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재료마다 자란 토양에 따라 향과 맛 등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한국 당근이 프랑스산과 다르고 수경재배를 하면 또 맛이 달라진다. 이런 미묘한 차이를 발견해서 조화로운 요리법을 개발하는 것은 탁월한 감각이 필요한 고난이도 작업이다.

    ▶미쉐린 별을 너무 쉽게 따는 것 같습니다. 많은 셰프들이 미쉐린 평가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한데 당신은 어떠신지.

    ▷미쉐린가이드는 철저히 고객들이 평가하는 제도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별에 연연하지 않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별로 받지 않아요. 제 요리 철학은 고객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입니다.

    ▶한국에 오랜만에 방한했으나 일정이 짧아 한국 음식을 즐겨봤을지 모르겠어요.

    ▷오늘 아침에도 김치를 활용해서 라비올리를 만들어봤는데 만족스러웠어요. 김치의 아삭한 식감은 저에게는 맞지 않아서 매콤함과 산미만 살린 소스를 만들었더니 의외로 라비올리와 잘 어울리더군요. 이번에는 일정이 빠듯해서 외식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지난해 방문 때 한국의 대표적인 뉴코리안 레스토랑을 방문했는데 환상적이었어요. 한국 셰프들도 창의적이고 재료 고유의 맛을 잘 살리는 점에서 훌륭합니다.

    ▶항상 새로운 요리를 개발해 내는데 재능을 타고난 것인지. 스타 요리사가 되고픈 젊은이들에게 조언해 주신다면요.

    ▷부모님이 파리 근교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신 덕분에 어릴 때부터 요리에 익숙한 환경이라 운이 좋았어요. 15세 때부터 요리사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셰프로 성공하려면 얼마나 좋은 학교에서 공부했는지(학벌)보다는 몸으로 직접 부딪혀 보면서 얼마나 많은 경험을 쌓았는지가 중요합니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요리를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창의적인 발상을 어떻게 개발할 수 있는지요.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아요. 항상 존재하지만 면을 뒤집으면 사람들이 새롭게 인식하는 것과 같습니다. 남들은 새로운 것을 뽑아낸다 말하지만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었죠. 저는 원래 반복되고 지루한 것을 싫어하면서, 창조하고 조정하는(Create and Control) 방식을 즐기는 편입니다. 하지만 요리 자체에 매몰되기 보다는 의외로 지적인 사람들과 다양한 대화를 나누면서 창의성을 키울 수도 있었죠. 박물관에서 역사성을 발견하고 요리의 영감을 얻기도 하고,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 에너지의 원천이 됩니다. 새로운 것, 파격을 시도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해요.

    ▶행복한 삶을 사는 비결을 아시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먹는 음식 때문에 정신병이나 암이 생길 수 있어요. 우리는 인생을 두 번 사는 게 아니라 한 번만 삽니다. 내일 죽을 수도 있는 인생인데 오늘을 충만하게 보내야죠. 여유로운 시간이 소중합니다. 전 파리에서 새 소리를 들으면서 출근하는 일상이 행복해요. 바쁘게 일하다가도 내 심장이 ‘쉬고 싶다’ 말하면 만사 제치고 아내의 고향 이탈리아에 있는 별장에서 쉽니다. 향긋한 복숭아 향을 맡는 것도 기쁘죠. 주말마다 가족을 위한 요리를 해요. 또 아주 좋은 와인을 아껴뒀다가 주말에 가족과 마십니다. 일주일에 최소 세 번은 운동을 하죠. 일상에서 누리는 것들이 행복이고, 삶이 아름다움입니다.

    ▶요리의 플레이팅이 특히 아름답습니다. 박물관을 즐기는 것이 이해가 됩니다.

    ▷맞아요. 요리를 통해 연출되는 다양한 색감을 통해 손님에게 더욱 차별화된 경험을 전달하고자 신경씁니다.

    ▶요리사라는 직업이 고되다고 하던데 자녀도 요리사를 한다고 하면 말릴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미 작은 아들(21)이 제 뒤를 이어서 셰프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고 있어요. 고집 세고 의지가 강해서 성공의 기운이 엿보입니다. 큰 아들은 요리보다는 식당 경영에 관심이 많아 파리 식당 경영에 관여하고 있죠. 아이들이 어릴 때는 많이 바빠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했어요. 함께 일하면서 그 아쉬움을 좁히고 있어요.

    [이한나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사진 김호영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4호 (2019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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