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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으로 보장받는 ‘미니보험’ 인기, 월 1만원 보험료로 필요한 보장만 받는다
입력 : 2019.04.01 16: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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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500원 폐암보험’ ‘월 2000원 재해보험’
최근 20~40대 젊은 층 사이에서 이 같은 미니보험이 급속히 인기를 끌고 있다.
소액보험으로도 불리는 미니보험은 보통 월 1만원 이하의 저렴한 보험료로 필요한 보장만 골라 가입하거나 기존에 없던 보장을 받는 상품이다. 미니보험은 젊은 층에게도 인기가 있지만 보험업계에도 출시 경쟁이 붙었다. 보험 가입연령이 계속 고령화되고 있었는데 미니보험을 통해 젊은 층 고객 유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미니보험은 과거에도 출시됐었지만 최근 인기를 끈 것은 모바일금융서비스인 토스(Toss)를 통해서다. 토스가 어플리케이션(앱) 내에 보험 판매를 시작하면서 삼성화재와 에이스손해보험, 한화생명,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 등 4곳과 손잡고 다양한 형태의 미니보험을 출시한 것이다.
이들 상품은 모바일을 통해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고 기존 보험 상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20~40대 젊은 층들은 사람을 만나거나 전화 등을 통해 보험을 가입하는 것보다 모바일을 통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을 좋아한다.
가까운 친구 사이에서도 전화보다는 메신저 앱으로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문화는 보험산업에는 부담이었다. 설계사 중심의 영업이 이들에게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해 준 것이 토스와 같은 금융서비스 앱이다.
토스의 ‘미니보험 가입’ 탭에는 ▲위암·폐암·간암 등 암 발병률이 높은 3대 암을 중점적으로 보장하는 ‘토스(무)m3대암보험’(교보라이프플래닛) ▲이직이나 퇴사 준비에 필요한 목돈을 모으기 위한 3%의 높은 공시이율이 적용된 ‘퇴사 꿈꾸는 토스(무)만원부터m저축보험Ⅱ’(교보라이프플래닛) ▲하루 1500원대 보험료로 상해·골절·손해배상 등 스키를 탈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보장하는 스키보험(에이스손해보험) ▲오프라인 대비 20% 저렴한 보험료로 해외 의료비부터 휴대품 손해, 항공기 지연·결항에 따른 추가 비용까지 보장하는 해외여행보험(삼성화재) 등의 미니보험 상품을 찾을 수 있다.
지난 2월 토스와 제휴한 한화생명도 토스 주요 고객층인 2030세대를 대상으로 한 간편하고 쉬운 미니보험을 2개월마다 한 번씩 선보일 예정이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밀착된 맞춤형 상품을 통해 기존의 보험상품과도 차별화한다는 계획이다.
핀테크 앱뿐 아니라 보험사 자체 미니보험 상품도 많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11월 다이렉트 홈페이지와 모바일에서 쉽게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전용 미니암보험인 ‘프로미라이프 다이렉트 참좋은암보험(CM)’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인터넷 전용으로 판매수수료가 없다.
암 보장 관련한 담보로만 구성되어 있고, 본인이 원하는 부위별 암 보장을 선택하여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암보험 대비 보험료를 대폭 낮춘 것이 특징이다.
DB손해보험의 ‘미니암보험’은 암에 관련된 주요 담보들을 한번에 묶어 가입할 수 있는 종합플랜과 남녀 모두 발병률이 높은 위암·간암·폐암·생식기 암에 대해 본인이 원하는 보장만을 가입할 수 있는 플랜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장금액은 주요 암에 대해서는 최대 3000만원, 발병률이 높은 위·간·폐·생식기암에 대해서는 최대 5000만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이 상품은 미니보험답게 30~40세가 월 1만원 이하로 가입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위암플랜의 경우 30세 남자 월 1500원, 여자 월 2800원으로 10년간 보장받을 수 있다. 100세까지 자동 갱신을 통해 보장 받을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출시한 암보험에 이어 지난 2월에는 미세먼지에 대비한 ‘다이렉트 굿바이 미세먼지 건강보험’도 출시했다. 이 상품 역시 다이렉트 홈페이지 등을 통해 쉽게 가입할 수 있는 전용 상품이다. 이 상품은 요즘 가장 큰 이슈인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와 안구 질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 발병할 경우 저렴한 보험료로 수술과 진단을 보장받을 수 있다.
DB손해보험 ‘다이렉트 굿바이 미세먼지 건강보험’은 미세먼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6대질환인 편도염과 축농증, 급성상기도염, 인후질환, 특정후각질환, 백내장과 같은 미세먼지질병수술비를 기본으로 보장해준다. 여기에 호흡기와 눈, 심혈관질환 등을 8개의 특약으로 묶어 보험료를 일부 더 내며 추가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호흡기와 눈에 대한 수술시 10만~50만원, 허혈심장질환 수술시 300만원, 폐암진단시 1000만원 등 작은 수술부터 큰 수술까지 보장이 가능하다.
보험료는 미니 보험답게 30~40세 기준 월 1만원 이하로 가입할 수 있다. 보험기간의 경우 3년·5년·10년·15년·20년 만기 중 선택할 수 있고 납입기간은 전 기간에 걸쳐 납입하면 된다.
지난 3월 출시된 ‘KB암보험건강하게사는이야기’는 암보험의 기본 보장인 ‘일반암진단비’를 최대 1억원까지 보장한다. 암이 완치되지 않았거나 재발·전이되었을 때 보장받을 수 있는 ‘재진단암진단비’도 최대 6000만원까지 보장해 준다.
특히 암에 대한 보장을 각 부위별로 세분화한 ‘부위별암진단비’를 신규 탑재해 기본 암보장과 더불어 고객이 원하는 부위에 대해 최대 2000만원까지 추가 보장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암보험 가입 가능 연령을 75세까지 확대해 암에 대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고연령 고객들도 보장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또한 20~40세까지의 젊은 층의 경우 각 부위별 암진단비를 활용해 가족력 등으로 자신에게 꼭 필요할 것 같거나 발병률이 높은 암질환에 대한 보장만 선택하여 가입하는 이른바 ‘미니암보험’ 형태로도 가입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위암보험, 폐암보험, 간암보험, 대장암보험처럼 원하는 부위에 대한 암보험을 소액의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다. 이 경우 30세 남성, 20년 납 20년 만기, 각 부위별 암진단비 2000만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월 보험료가 위암보험은 1038원, 폐암보험은 538원, 간암보험은 938원, 대장암보험은 918원에 불과하다.
▶일본에도 인기인 미니보험
미니보험은 국내에서 최근에나 화제가 되고 있지만 일본은 역사가 깊다. 일본은 2005년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미니보험에 해당되는 소액단기보험만 판매하는 보험회사를 허가해줬다. 소액단기보험회사는 보험기간이 2년 이내, 1000만엔(약 1억원) 이하의 보험금액만 인수할 수 있는데, 2017년 8월 말 현재 회사 숫자가 91개에 달한다.
KOTRA에 따르면 일본 소액보험회사인 젠치공제는 ‘젠치 안심보험’이라는 상품을 통해 지금까지 충분히 보상받지 못한 지적장애인이나 발달장애, 자폐증, 다운증후군을 앓는 사람 등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보험을 출시했다. 이 보험은 의료·사망보험 외에도 문제발생 시 변호사 파견비용, 물건파손과 상해를 가했을 때의 배상도 커버한다.
또 재팬소액단기보험의 ‘날씨보험’도 일본에서는 인기다. 이는 여행을 갔을 때 여행지에서 일정시간 비가 내리거나 결혼식에서 비가 내릴 경우 일부 금액을 보상해주는 형태다. 우리나라도 날씨보험이 반짝 인기를 끈 적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판매 보험사를 거의 찾기 힘들다.
이 회사는 치한을 만났거나 치한으로 몰렸을 때 곧바로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변호사보험’ 상품도 출시했다. 이 상품에 가입할 경우 전화로 변호사의 조언을 받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변호사가 현장에 와 주기도 한다.
월 보험료는 우리 돈으로 6000원 안팎으로 최고 약 3000만원까지 변호사 비용을 지원해준다.
사쿠라소액단기보험에서 선보인 ‘모바일 보험’은 20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월 7000원 정도의 보험료만 내면 스마트폰과 노트북, 태블릿PC까지 연간 100만원 한도 내에서 횟수에 관계없이 수리비를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파손으로 인한 수리비 지원뿐 아니라 도난당했을 경우 구입비용도 보조해준다.
AIA생명, ‘AIA바이탈리티 X T건강걷기’ 서비스 공식 출시
인슈어테크(InsurTech) 확산
이러한 미니보험 출시의 배경에는 최근 보험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보험(Insuran ce)과 기술(Technology)의 결합인 인슈어테크(InsurTech)가 있다. 인슈어테크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과 기존 보험산업이 결합한 것을 말한다.
현재 미니보험은 다이렉트 판매를 통해 보험료를 낮추고, 기존 설계사 등 대면 채널 가입보다 가입의 편리성을 높였다는 정도의 효과가 있다. 앞으로 겨냥하는 인슈어테크는 보험 가입자의 건강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체크해 보험료를 낮춰주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또 기존에 헬스 관련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꾸준히 이용했던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건강정보를 가져와서 보험가입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러한 인슈어테크 가운데 하나가 AIA생명이 지난해 선보인 ‘AIA 바이탈리티(Vitality)’다. 이는 행동경제학 원리를 이용해 회원의 건강한 행동 변화에 보상을 제공하고 지속적인 건강한 습관을 형성시켜주는 모티베이션 프로그램이다. 바이탈리티 앱을 통해 고객 스스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건강 증진을 위한 노력을 하면 그에 따른 보상 포인트를 받게 된다. 축적된 포인트로는 보험금 할인이나 음료 쿠폰 등 다양한 혜택을 이용할 수 있다.
AIA 바이탈리티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보험사 디스커버리가 1997년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전 세계 18개국에 진출해 있다. 700만 명이 사용하고 매월 20만 명이 신규로 서비스에 가입한다. 중국·일본을 제외한 한국 포함 아시아 시장에서는 AIA그룹이 독점권을 갖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리워드 혜택은 1주일 주간 미션을 달성하면 매주 원하는 혜택을 골라 받을 수 있다. 지난 2월 기준으로 미션을 달성할 경우 ▲SK텔레콤 통신비 할인 3000원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1잔 무료 ▲영풍문고 온라인 상품권 4000원 ▲플로 음원 400회 무료 듣기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진행되는 주간미션은 하루 걷는 걸음수와 심박수에 따라 일정한 포인트를 준다. 하루 7500걸음 이상을 걸을 경우 50포인트, 1만2500걸음 이상의 경우 100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또 최대 심박수의 60%를 30분간 유지할 경우 50포인트, 최대 심박수의 70%를 30분간 유지할 경우는 100포인트, 최대 심박수의 60%를 60분간 유지할 경우에도 100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심박수 포인트는 웨어러블 기기나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연동해야 획득할 수 있다.
최초 목표 포인트는 250포인트로 설정된다. 하루 7500걸음 이상을 5일만 걷는다면 받을 수 있다. 목표 포인트는 매주 월요일 자정을 기점으로 조금씩 올라간다. 미션을 계속 성공하면 더 높은 목표를, 미션을 계속 실패하면 조금 낮은 목표를 주는 방식이다.
AIA생명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AIA 바이탈리티를 적용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을 출시했다. 파일럿 형태로 나온 것이 지난해 4월 선보인 ‘바이탈리티 걸작 암보험’이다. 이는 업계 최초 건강증진형 상품이다. 바이탈리티 앱을 통해 걸음 수를 측정, 계약일로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1만 바이탈리티 포인트를 달성한 경우 14회차 이후 납입 보험료부터 월보험료의 10%를 할인해주는 형태다.
지난해 9월 출시된 ‘100세 시대 걸작건강보험’에도 바이탈리티가 적용됐다. 이 상품은 바이탈리티 등급에 따라 보험료가 할인되는 건강보험이다. 제 2 보험연도 이후부터 직전 보험연도에 적용된 보험료 할인율에 당해 보험연도의 보험료 할인 등급에 따른 가감할인율을 반영해 산출한 할인율을 적용한다. 지난해 11월에 선보인 ‘스마트 세이브 걸작 종신보험’은 고객들의 건강증진 활동에 따른 보험료 할인 혜택과 장기유지계약 할인, 저해지환급형 선택 등 3가지 옵션을 통해 납입 보험료 부담을 낮추고 보장 혜택은 강화한 신개념 종신보험 상품이다.
[이승훈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3호 (2019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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