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카 격전지 된 한국, 코닉세그·맥라렌·람보르니기 신차 쏟아져… ‘그들만의 사치품’서 벤츠族까지 확장

    입력 : 2019.03.08 09:50:15

  • 한국이 글로벌 슈퍼카가 눈여겨보는 주요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슈퍼카에 대해 일부 재벌만 모는 차량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고소득자들로 저변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땅값이 전국에서 가장 비싼 서울 강남 한복판에 슈퍼카 전시장이 즐비한 것이 단적인 증거다. 1년에 불과 100대 안팎을 판매하지만 한 대 가격이 10억원 안팎이다보니 강남의 살인적인 임대료를 감당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다. 슈퍼카란 최고속력이 시속 300㎞ 이상이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5초 이내에 도달하며 최고출력이 400마력 이상에 해당하는 고성능 스포츠카를 일컫는다. 수작업으로 제작된 슈퍼카는 수십억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마세라티 르반떼 GTS
    마세라티 르반떼 GTS
    ▶스웨덴 슈퍼카 코닉세그, 한국 상륙 ‘눈앞’

    슈퍼카 전문 브랜드로 꼽히는 스웨덴 코닉세그가 조만간 한국에 상륙한다. 최근 코닉세그는 한국 지역 공식 세일즈 파트너를 안마 의자로 유명한 ‘바디프랜드’로 정했다. 코닉세그는 최상위층을 타깃으로 한 초고가·초고성능 슈퍼카만 전문으로 취급한다. 프랑스의 부가티, 이탈리아의 파가니와 함께 세계 3대 슈퍼카 전문 브랜드로 꼽히고 있다. 수작업으로 극소수만 생산해 파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코닉세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 가장 비싼 차 등의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5.0ℓ V8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이 1360마력에 달하는 코닉세그의 ‘아제라 RS’는 457.8㎞/h까지 속도를 낼 수 있어 지난 2017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로 기록됐다. 코닉세그 ‘CCXR 트레비타(Trevita)’의 가격은 480만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자동차 2위에 올라있다. 1위는 롤스로이스의 스웹테일(1300만달러)이다. CCXR 트레비타는 전 세계에서 2대밖에 없는데 그중 한 대를 지난 2015년 ‘세계 최고의 복싱선수’로 불리는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가 구입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코닉세그 이전에도 지난해 전 세계 슈퍼카 메이커들은 앞다퉈 서울에서 신차를 출시했다. 맥라렌과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마세라티가 대표적이다.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는 작년 11월 ‘람보르기니 데이 서울 2018’을 열고 슈퍼 SUV ‘우루스’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우루스는 아우디 Q7, 포르쉐 카이엔, 폭스바겐 투아렉과 같은 생산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어 다른 람보르기니 자동차에 비해 다소 저렴한 편이다. 람보르기니의 다른 모델들과 달리 엔진도 차 앞쪽에 위치한다.

    4ℓ V8 트윈터보엔진과 독일 변속기 전문업체 ‘ZF’의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최고출력 650마력, 최대토크 86.7㎏·m을 발휘한다. 2200㎏에 달하는 무거운 차체를 단 3.6초만에 100㎞/h까지 끌어올릴 정도로 힘이 좋다. 최고속도는 305㎞/h다. 제동 성능이 탁월한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이 장착돼 시속 100㎞로 달리다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불과 33.7m만 더 운행한 뒤 완전히 정지한다. 우루스는 5인승으로 성인 4명이 넉넉하게 탑승할 수 있다. ‘레벨 2’ 수준의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탑재해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주행할 수 있다. 전동으로 조절이 가능한 2열 좌석에는 분리가 가능한 2개의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를 장착했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람보르기니 우루스
    ‘별중의 별’이라고 불리는 롤스로이스 SUV ‘컬리넌’도 작년 12월 한국에 상륙했다. 컬리넌은 6.75ℓ V12 트윈 터보 엔진과 사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했다. 엔진은 최고출력 563마력이며 1600rpm 정도의 낮은 회전수에서도 86.7㎏·m에 달하는 강력한 토크를 발휘한다. 이를 통해 거친 지형에서도 거침없는 주행 성능을 보여줄 뿐 아니라 최적의 접지력을 유지해 오르막길도 여유롭게 오를 수 있다. 컬리넌이 가진 비밀무기는 바로 트렁크에 장착된 전동식 가구 ‘컬리넌 뷰잉 스위트’다. 버튼을 누르면 현대적 디자인의 최고급 가죽 시트 한 쌍과 칵테일 테이블이 트렁크 공간에서 솟아올라 차량 뒤쪽을 바라볼 수 있도록 배치된다. 롤스로이스 소비자들은 이 뷰잉 스위트에 앉아 편안하게 주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이탈리아 고성능 자동차 브랜드 마세라티는 고성능 SUV ‘르반떼 GTS’를 작년 11월 론칭했다. 르반떼는 ‘럭셔리 SUV’ 세그먼트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브랜드인데 마세라티의 플래그십 세단 ‘콰트로포르테 GTS’의 V8 엔진을 장착해 ‘럭셔리 슈퍼 SUV(Luxury Super-SUV)’로 재탄생했다. 마세라티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엔진이어서 최대 출력 550마력과 최대 토크 74.74㎏·m를 발휘한다. 100㎞/h에 도달하는 시간은 약 4.2초이고 최고속도는 292㎞/h다. 르반떼 GTS는 르반떼 브랜드 사상 최초로 통합 차체 컨트롤(IVC: Integrated Vehicle Control)을 전자식 주행 안전장치에 도입했다. 차량 제어 능력 상실을 방지하는 통합 차체 컨트롤은 차체의 움직임이 불안정할 경우 즉각적으로 엔진 토크를 낮추고 각 바퀴에 필요한 제동력을 분배한다. 시트는 최상급 가죽인 ‘피에노 피오레(Pieno Fiore)’로 마감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판매 가격은 1억9600만원이다.

    작년 7월 세계 최초로 공개된 맥라렌 600LT는 5개월 뒤인 작년 12월 한국에 상륙했다. 3.8리터 V8 트윈터보 엔진를 적용했으며 공차중량은 1247㎏에 불과해 정지 상태에서 100㎞/h와 200㎞/h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각각 2.9초와 8.2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최고 속도는 328㎞/h다.

    GM 더 뉴 카마로 SS
    GM 더 뉴 카마로 SS
    ▶GM·폭스바겐도 고급차 연달아 출시

    GM의 스포츠카 ‘뉴 카마로 SS’와 폭스바겐의 최고급 세단 ‘아테온’도 작년 말 한국에서 공개됐다. 이들은 본래 슈퍼카 브랜드가 아님에도 슈퍼카 수요층이 빠르게 확대되는 한국 시장 트렌드에 맞춰 최근 최고급 차종을 한국으로 들여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작년 12월 출시된 더 뉴 카마로 SS는 1966년 출시 이후 6세대에 걸쳐 거듭 진화하며 새롭게 출시된 차다. 8기통 6.2L 엔진과 새롭게 장착된 10단 하이드라매틱 자동변속기를 통해 최고출력 453마력, 최대토크 62.9㎏·m의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운전자 취향에 맞게 드라이빙 모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투어(Tour), 스포츠 (Sport), 트랙(Track), 스노우·아이스(Snow·Ice) 등의 주행 모드를 제공한다. 레이싱 서킷과 일반 도로를 아우르는 다양한 주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더 뉴 카마로 SS에는 신형 디지털 후방카메라를 통해 차량 뒤쪽 상황을 룸미러 LCD 화면을 통해 보여주는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가 새롭게 적용됐다.

    총 8개의 첨단 에어백과 런플랫 타이어 등을 적용해 탑승자의 안전을 지켜준다. 판매가격은 5428만원이다.

    폭스바겐은 최고급 세단 아테온을 작년말 국내 처음으로 정식 출시했다. 아테온은 독일과 중국에서 ‘국민차’로 불리는 폭스바겐이 처음으로 프리미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기 위해 만든 모델이다. 스포츠카의 외관, 고급 세단의 내부 공간, SUV의 넓은 트렁크 공간 등 삼박자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경쟁 상대인 벤츠 E클래스나 아우디 A6에 비해 눈에 띄게 나은 점은 바로 트렁크 공간이다. 아테온 트렁크 공간은 563ℓ인데 뒷좌석을 접으면 1557ℓ까지 늘어난다. 앞축과 뒤축 사이 길이(2840㎜), 뒷좌석 다리가 놓이는 공간(1016㎜), 머리 받침부터 천장까지 공간(940㎜)도 넉넉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롤스로이스 컬리넌
    롤스로이스 컬리넌
    ▶롤스로이스, 한국 진출 15년 만에 연간판매 세 자릿수 첫 돌파

    이처럼 전 세계 슈퍼카가 속속 한국에 들어오고 있는 까닭은 먼저 진입한 슈퍼카 메이커들이 한국에서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브랜드 중 하나인 롤스로이스가 지난해 한국 진출 15년 만에 처음으로 연 판매 100대를 돌파한 것이 대표적이다.

    롤스로이스 관계자는 “과거에는 60대 이상이 주로 롤스로이스를 애용했지만 젊은 감각을 갖춘 차량 출시에 힘쓴 결과 요즘은 30~40대도 즐겨 타는 브랜드가 됐다”고 설명했다.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총 123대를 판매했다. 차종별로는 판매가격이 4억1000만원 수준으로 롤스로이스 라인업 중 가장 저렴한 ‘고스트’가 총 63대로 전체 판매 성장을 견인했으며 ‘레이스’(31대), ‘던’(12대), ‘팬텀’(11대), ‘컬리넌’(4대)이 그 뒤를 이었다.

    고성능차의 대명사인 독일 포르쉐도 지난해 4285대가 팔려 전년(2789대)보다 판매량이 53.6% 급증했다. 이탈리아 고성능차 마세라티도 지난 2013년에는 130대 판매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무려 1660대를 판매했다. 5년 만에 판매량이 13배나 급증한 것이다. 일본 도요타의 럭셔리 브랜드인 렉서스는 2017년 1만2603대에서 2018년 1만3340대로 5.8% 증가했다.

    맥라렌 600LT
    맥라렌 600LT
    ▶소득·자산 양극화 큰 한국 슈퍼카 시장 빠르게 성장 중

    한국에서 슈퍼카 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은 양극화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상위 20% 계층과 하위 20% 계층의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지표인 ‘소득 5분위 배율’이 최근 7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소득보다 7배 많다는 의미다. 지니계수는 0.355로 집계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5개 회원국 평균 지니계수인 0.317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지니계수는 소득불평등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수치가 ‘0’이면 완전평등을, ‘1’이면 완전불평등을 의미한다. 한국의 지니계수는 35개 회원국 중 5번째로 커 전체적인 경제규모에 비해 상위 계층의 소득수준이 다른 국가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억대 연봉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억대 연봉자 수는 71만9000명으로 2016년 65만3000명에 비해 10.1% 증가했다. 1억원 초과자가 전체 연말정산 근로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로 전년 3.7%에 비해 0.3%포인트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체 자동차 시장 규모가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자금 여력을 갖춘 고소득층이 증가하고 있어 슈퍼카 등 고급 자동차 시장이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5개 완성차업체의 내수 판매량은 155만2346대로 전년 156만202대에서 0.5% 감소했지만 국산차보다 판매가격이 훨씬 비싼 수입차 판매량은 23만3088대에서 26만705대로 11.8% 늘어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독일 3사 대중화되자 슈퍼카로 눈 돌리는 소비자 늘어

    최근 길거리에서 수입차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는 점도 최근 슈퍼카 수요가 늘어난 요인으로 꼽힌다.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BMW의 M시리즈 등 수입차 중에서도 사양이 높은 고성능차를 맛본 한국 소비자들이 좀 더 탁월한 성능을 갖춘 슈퍼카까지 넘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고가 대형세단인 S클래스도 한국에서 유독 판매가 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가 국내에서 판매한 차량대수는 7만798대로 전 세계에서 5번째로 많다. S클래스만 놓고 보면 전 세계에서 3번째다. 소비자들이 단순히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중에서도 더 비싼 모델로 관심을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마세라티 관계자는 “마세라티 차를 새로 구입한 고객 중 상당수가 독일 3사(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의 차량을 몰다가 마세라티로 갈아탄 케이스”라며 “독일 3사가 국내에서 대중화되자 좀 더 차별화되길 원하는 소비자들이 마세라티 등 더 비싼 수입차로 넘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환진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2호 (2019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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