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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원 특파원의 굿모닝 베트남] CGV베트남 상장 예비심사 통과…베트남 영화관 점유율 1위… CJ CGV 주가도 뜰까
입력 : 2018.10.11 15: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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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기준으로 베트남 전체 영화관은 168개다. 그중 61개가 CGV 소속 영화관이다. 전체 영화관 36.3%가 CGV 영화관이다. 상영관을 기준으로 하면 CGV 영향력은 더 올라간다. 8월 현재 베트남에는 총 864개 스크린을 가동 중이다. 이 중 CGV 보유분이 365개에 달한다. 스크린 점유율이 무려 42.2%이다. CGV는 한국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요지를 찍어 영화관을 입점시키는 탁월한 안목을 과시했다. 이 같은 역량은 베트남에서도 그대로 들어맞았다. 베트남 유명 쇼핑몰, 사람들이 모이는 세련된 건물에는 어김없이 CGV 간판이 걸려있다. 현지 업체들이 독립된 공간에 영화관을 입점시킨 것과는 전략 방향이 사뭇 다르다. 세련된 공간을 선점해 CGV를 세련된 공간의 일부로 편입시킨다. 그리고 여기에 상영관 숫자 여러 개를 넣는 ‘멀티플렉스’ 전략으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한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8월 이후 연내 CGV 베트남이 추가로 오픈 계획을 잡아놓은 영화관 숫자만 10여 개에 달한다. 베트남은 아직 영화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잠재력이 큰 국가다. 현지에서 CGV는 단숨에 영화를 보는 공간이 아니다. 연령을 초월해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는 최적의 문화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식으로 치면 한참 미래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성장주인 셈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거란 견해가 솔솔 나오고 있다. CGV 베트남 IPO가 CJ CGV 주가를 부양할 ‘효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는 9월 14일 주가에 곧바로 반영됐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CJ CGV 베트남 홀딩스(CJ CGV VIETNAM HOLDINGS CO. LTD)가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CJ CGV 베트남 홀딩스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명목 회사다. 사업 자회사인 CJ CGV 베트남을 통해 베트남에서 극장 운영, 영화배급업 등을 하고 있다. CJ CGV는 CJ CGV 베트남 홀딩스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구조다. 앞으로 IPO 관련 진도가 나갈 때마다 CJ CGV 주가 역시 요동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CGV 베트남은 CJ CGV가 상실한 ‘꿈을 먹는 주식’의 외피를 쓰고 있다. 앞으로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
CGV 베트남에 따르면 베트남 국민 1인당 영화 관람 횟수는 올해 기준 0.5회에 불과하다. 옆 나라 말레이시아는 연 2회, 한국은 연 4.3회에 달한다. 옆 나라 말레이시아만큼 1인당 영화관람횟수가 올라가면 베트남 영화시장은 곧바로 연 2억 명 수준으로 덩치가 커진다. 2018년 기준 글로벌 ‘톱 5’에 드는 한국(연 2억여 명) 수준의 영화대국이 되는 것이다.
CGV 베트남은 1위 사업자의 이점을 살려 현지 배급망(점유율 69%) 극장 광고시장(90%)까지 틀어쥔 상태다. CGV 극장이 젊은층이 ‘뽐내기용 사진’을 찍을 명소로 급부상하며, 극장에 광고를 걸겠다는 광고주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CGV 베트남과 계약하면 전국에 깔린 막대한 상영관 인프라를 이용해 홍보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관을 찾는 젊은이들이 광고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이걸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올려 입소문을 내면 광고비로 낸 돈을 뽑고도 훨씬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다. CGV 베트남 입장에서는 광고 매출은 이익에 기여하는 비중이 높은 알짜 상품이다. 영화나 팝콘을 팔아 챙긴 돈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이익을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CGV 베트남의 성장성이 돋보이며 현지에서의 기업가치는 최소 4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 증시가 좀 더 탄력을 받는다면 5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로 데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9월 14일 기준 CJ CGV 시가총액은 1조1554억원이다. CJ CGV는 올해 베트남을 시작으로 중국, 터키 등 해외 법인을 IPO할 계획을 세워 놨다. CJ CGV 측은 보유한 해외법인 기업가치만 합쳐도 현 시총은 무난히 웃돌 것이라 주장한다. CGV 베트남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CJ CGV 주가 역시 동반상승 구도에 돌입할 거란 얘기다. 다만 단기 수급상의 문제로 CJ CGV 대신 CGV 베트남으로 말을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어 향후 주가흐름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CJ CGV와 CGV베트남의 인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CGV는 2011년 7월, 7개 극장을 운영하고 있던 현지 1위 멀티플렉스 메가스타의 지분 92%를 인수하며 베트남에 진출했다. 3년간 메가스타 브랜드를 유지하며 경쟁력을 쌓다가 2014년 1월, 호찌민 탄푸지역에 들어선 ‘에이온 셀라돈’ 쇼핑몰에 CGV를 입점하며 11개 메가스타 브랜드를 한꺼번에 CGV로 바꿨다.
한국형 고품격 서비스, 라이프 스타일 마케팅 등을 총 동원해 현지 입맛을 사로잡았다. ‘4DX’(오감체험관), ‘IMAX’(고선명 대형 스크린관), ‘스타리움’(초대형 스크린) 등을 설치해 영화 관람 문화를 바꿨다. 극장운영 전문가 양성센터인 ‘CGV 대학’을 만들어 고품질 서비스 교육과 제도를 전파했다. 커플을 대상으로 ‘러브 캠페인’을 펼쳐 ‘데이트=극장’이란 새로운 풍습을 정착시켰다. 그 결과 2030세대 관객 수가 한 해 만에 40% 늘어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7호 (2018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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