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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문가 5인이 꼽은 조정기 재테크…9호선·GTX 신설역세권 ‘숨은진주’ 찾아라
입력 : 2018.07.12 10: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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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발표된 ‘8·2 부동산 대책’ 등 각종 규제의 영향으로 부동산 경기는 그 어느 때보다 불투명한 상태다. 규제의 타깃이 된 재건축 단지 상승세가 올해 초부터 한풀 꺾이면서 서울 아파트 값은 보합(0%)에 가까운 오름세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거래량도 대폭 줄었다. 실거래가 동향을 통한 정확한 시장 진단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4월 서울의 주택 매매 거래량은 1만2347건으로 전달 대비 48.8% 줄어들었다. 이는 2017년 동월 1만4844건에 비해서는 16.8% 감소한 수치다.
2018년 서울 머니쇼에서 강단에 오른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처럼 불투명한 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진흙 속 진주’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단기간 시세 변동률에만 집중하지 말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부동산 양극화와 차별화의 시대”라며 한강변 재개발이나 8·2 부동산 대책 이 후 규제를 견뎌낸 지역에서 ‘똘똘한 한 채’를 찾으라고 조언했다.
‘재야의 고수’로 불리는 문관식 부동산 칼럼니스트(필명 아기곰)는 “8·2 부동산 대책 이후 오히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의 상승폭이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KB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을 인용해 규제가 가장 심한 투기지역의 집값 상승률이 8·2 대책 이후 9개월 동안 7.49% 뛰었다고 밝혔다. 이는 대책 발표 전 9개월간 상승률(3.76%)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투기과열지구도 마찬가지였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 9개월 동안 4.98% 오른 반면 대책 전 9개월간 2.62% 오르는 데 그쳤다.
8·2 대책 이후 전국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을 보면 상위 10개 지역이 모두 규제가 집중된 곳들이다. 송파(11.9%) 강남(11.5%) 성동(11.2%) 광진(10.2%) 강동(8.8%)순으로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반면 규제를 받지 않는 수도권 지역의 경우 8·2 대책 전 9개월 동안의 상승률(1.02%)이 대책 이후 9개월 동안 0.58%로 축소됐다.
문 칼럼니스트는 이를 ‘지정효과’라고 표현했다. 시장에서는 정부 규제 지역을 향후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곳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지정효과로 미래 가치가 있는 곳과 없는 지역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끝났다고 강조했다. 규제에 따른 지역별 양극화로 인해 시장 위축 속에서도 투자 가치가 있는 곳의 윤곽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문 칼럼니스트는 “하락한 지역은 계속해서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며 “급등한 규제 지역을 외면하기보다 오히려 그 속에서 저평가된 아파트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규제를 이겨낸 지역에서 희소성을 갖춘 ‘진흙 속 진주’를 찾으라는 얘기다.
문 칼럼니스트는 특히 지난해 말부터 소형 주택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한 중대형 아파트, 재건축 대비 덜 오른 리모델링 단지 등을 유망 지역에서 찾으라고 했다. 아울러 그는 “규제 국면 속에서도 전세가 오르는 지역에 투자하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며 “그만큼 실거주 수요가 많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8·2 대책 이후 주택 가격 상승률 10위권 안에 들어간 송파구, 분당구, 성동구, 광진구 등은 전세가 탄탄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문 칼럼니스트는 “전세시장은 투기꾼이 아니라 실수요가 움직이는 곳”이라며 “전세가 오른다는 것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지역이라는 뜻이니 상대적으로 투자하기 안전하다”고 추천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책과 시장 패러다임이 변했다”며 “이제 다음 상승 사이클(cycle)에 대비해 미래 가치가 높은 ‘슈퍼부동산’을 중심으로 투자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올해 부동산경기가 정점 내지 변곡점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원장은 “앞으로 3~4년은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것 같다”며 “현재 수도권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내려가고 있는데, 전셋값은 항상 매매가격을 선행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10년 주기 이론’을 근거로 “하락 이후 반드시 다시 상승세로 전환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비해 미래 잠재력과 가치가 있는 지역, 즉 슈퍼부동산을 추천한 이유다.
고 원장은 향후 주목해야 할 슈퍼부동산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로 ‘신(新)역세권’을 꼽았다.
그는 “현재의 역세권은 교통접근성과 주거편익성의 파급효과가 이미 집값에 대부분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가치가 아니라 미래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신설역세권에 주목하라는 뜻이다.
고 원장은 특히 “지하철 5호선, 7호선, 8호선, 9호선의 연장선 교통계획과 GTX -A노선 등 신설역세권에서 ‘슈퍼부동산’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그는 2013년 이후 서울 내 추가로 지정된 재개발·주택재건축 지역은 15곳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양 소장은 “2017년까지 서울 내 정비구역 683곳 가운데 365곳인 약 53%가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직권해제를 가능케 하는 조례가 마련된 2015년 이후 서울시가 직권해제한 정비구역은 총 75곳에 달한다.
특히 양 소장은 “뉴타운이라는 희소성과 함께 한강 변 입지를 갖춘 노량진의 경우 동작구의 집값을 견인하고 있는 흑석 뉴타운의 영향으로 더욱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동작구는 최근 무서운 속도로 강동구를 추격하며 ‘강남4구’ 간판을 노리고 있다. 동작구는 각종 규제 속 안정적인 집값 상승률을 유지하며 3.3㎡당 가격에서도 강동구 턱밑까지 치고 올라갔다. KB국민은행의 지난 4월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동작구의 3.3㎡당 평균 아파트 가격은 4월 기준 2638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금까지 ‘강남 4구’ 자리를 지켜온 강동구와 같은 액수다.
양 소장은 “성장 가능성의 핵심 척도는 희소성인데, 서울에서 한강 변만큼 뚜렷한 희소가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개발은 재건축보다 한 박자 늦게 움직인다”며 “재건축이 오르고 나면 재개발이 오른다”고 설명했다. 양 소장은 또 “한남뉴타운 또한 최고의 입지를 자랑한다”며 “용산이 강남을 능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양 소장은 “서울 마포구의 경우 다른 지역과는 조금 다르다”고 밝혔다. 양 소장은 “마포는 ‘직주근접’ 선호도로 인한 실수요가 꾸준한 급등이나 급락을 겪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은 강남4구를 중심으로 올해 초부터 꾸준히 줄어들었다. 반면 마포나 중구, 서대문 등 강북 도심권은 3월 이후 0.1~0.2% 안팎의 변동률을 유지했다.
수익형 부동산 전문기업 상가정보연구소가 국토교통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8년 1월 상업용 부동산 거래 건수는 총 3만893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2만 3160건) 대비 33.4% 증가한 수치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주택시장에 집중되자 상업용 부동산으로 투자 수요가 옮겨간 영향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부장은 “이제 부동산 투자의 패러다임이 토지에서 수익형 부동산으로 바뀌었다”며 “대부분 중년층이 노후 대비책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부동산의 연금화’라고 규정했다.
이 부장은 “상업용 부동산도 상품의 희소성을 따져야 하는데, 최근에는 점포 겸용 주택과 단지 내 상가가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1층 상가와 2~4층 주거공간이 결합된 점포겸용 단독주택 용지는 주거와 임대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이 부장은 상가의 경우 ‘역세권’과 ‘2층’ 상품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투자의 고수들은 비싼 1층보다 도보로 쉽게 이동이 가능하면서 비교적 저렴한 2층 상가 투자를 선호한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이 부장은 교통 호재가 있는 역세권 지역 등에 관심을 기울이라고 추천했다.
그는 “상가의 경우 교통에 따라 인구 집중화가 진행된다”며 “SRT 개통 후 평택에서 강남 대치동 학원들로 학생들이 ‘출퇴근’을 하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교통 호재에 따른 유동인구 확보 여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규제가 집중된 송파구의 경우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사진은 송파구 일대 부동산 임대업소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좀 더 근본적인 조언을 제시했다. 그는 돈을 벌고 싶다면 부동산에 대한 접근법부터 바꾸라고 촉구했다. 고 센터장은 “국내 정책을 넘어 미국 금리까지 신경 써가며 집 살 시점을 고민할 필요는 없다”며 “제일 중요한 건 실행이고, 이 같은 빠른 결단력이 부자들의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고 센터장은 우리나라 1000명당 주택수가 OECD 평균 대비 적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시장은 상승 궤도를 그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가 집을 못 사는 이유는 어제보다 오른 오늘의 가격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어제의 가격과 비교하지 말고 미래를 보고 투자하라”고 추천했다.
고 센터장은 “미래 가치가 있는 부동산은 지금도 많다”고 강조했다. 고 센터장은 우선 대단지 내 소형아파트의 약진을 예고했다. 특히 강원도 등 지방에서 관광 인프라가 늘어나는 지역의 소형 아파트가 좋은 상품이라고 평가했다. 고 센터장은 “내 몸에 맞는 옷을 찾기 위해서는 강남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아직도 서울 중계동 등에는 1억원만 투자하면 전세 끼고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단지들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고 센터장은 “경매시장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며 “통상 시장 가격 대비 30% 저렴하게 매물을 매입할 수 있으니 기피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김강래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4호 (2018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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