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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 특파원의 일본열도 통신] 공유·빨리빨리·나홀로族 극단 소비자를 잡아라
입력 : 2018.06.05 16: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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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 1: 건설회사에서 일하는 나가오 지로(40) 씨는 2년 전부터 옷을 거의 사지 않는다.
패션에 관심 없는 ‘꼰대 아저씨’라서가 아니다. 오히려 옷을 잘 입고 싶어서 택한 방식이다. 나가오 씨는 ‘패션 셰어(옷 공유)’ 서비스를 통해 옷을 구한다. 1만4904엔(약 15만원)을 내면 상하의 2벌씩이 배달되는 서비스다. 한 달 뒤엔 택배로 반납한다. 1년이면 180만원 가까운 돈이 들어가는 셈이다. 옷을 사 입는 것이 더 싸지 않을까 싶지만 나가오 씨는 “옷 고르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고 보관을 고민할 필요도 없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사례 2: 도쿄 미나토구 아자부주반에 위치한 피트니스센터인 ‘X바디랩 아자부주반’.
피트니스센터라면 떠오르는 러닝머신이나 바벨, 덤벨 등은 없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거울 앞에는 노트북컴퓨터 크기 정도의 화면과 요가 매트가 전부다. 평균 운동 시간은 20여 분이면 대부분의 사람이 2~3시간 정도 운동한 것처럼 가쁜 숨을 내쉬게 된다. 최대 24곳의 근육을 자극하는 EMS(전기근육자극요법) 전용 수트를 통해 운동효과를 극단적으로 높였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팔을 들거나 몸을 동그랗게 구부리는 등 간단한 포즈를 취하지만 종료 후엔 “상당한 운동이 된다”는 것이다.
# 사례 3: 도쿄 메구로역 근처의 입식 주점인 ‘호로요이토’.
입식 주점이란 고객이 몰리는 시간엔 말 그대로 서서 먹는 주점이다. 외견상 평범한 이 술집은 혼자 술을 마시는 이른바 ‘혼술족’을 주 대상으로 삼고 있다. 혼술족이라곤 하지만 고독을 즐기자는 것도 아니어서 주점 직원이나 옆자리 사람들과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이 가게를 운영하는 푸드커넥션의 후나기 준이치 사장은 2015년 말엔 아예 ‘혼술족 술집 협회’를 결성했다. 4월 말 기준으로 일본 전역에 협회 가맹점이 2900개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사례 2(X BODY Lab)
일반적인 시장에서는 경쟁이 과열되면서 더 이상 차별화가 쉽지 않다. 새로운 시장을 찾자며 지금까지 관심을 두지 못하던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한 틈새상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뭐든 분류하길 좋아하는 일본 사회에서는 극단 소비자도 공유족(sharer), 빨리빨리족 (rusher), 나홀로족(solist) 3개의 카테고리로 나눴다. 공유족은 사례 1에 등장하는 나가오 씨처럼 소유보다는 사용에 가치를 더 많이 부여하는 사람들이다. 빨리빨리족이란 사례 2처럼 시간을 효과적으로 쓰고 절약하려는 욕구가 높은 유형이다. 나홀로족이란 말 그래도 ‘홀로’를 중시하는 소비자층이다. 이들을 관통하는 핵심은 번거로움, 귀찮음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소비자가 과거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실화시킬 기술이 없던 탓에 다들 참을 수밖에 없었으나 이젠 시대가 바뀌었다. 먼저 공유족. 나가오 씨가 이용하는 회사 외에도 현재 일본공유경제 협회에 등록된 옷을 공유하는 업태의 회사만 10곳에 달한다. 옷 외에도 월 7만4000원 정도에 명품백을 빌릴 수 있는 서비스를 비롯해 한국에서도 이용자가 늘고 있는 카셰어링 등도 대표적인 공유족 대상 사업이다. 일본의 카셰어링 이용자는 2017년 3월 기준으로 108만 명으로 3년 전에 비해 배 이상 늘었다.
우에다 미나미 아이쇼덴의 드라이브 스루 조문실
사례 1(패션 셰어 서비스 업체인 ‘leeap’의 홈페이지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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