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유준상 “어릴 적 꿈인 음악 통해 진짜 나를 만날 수 있죠” 23년 차 배우 유준상의 뮤지컬 사랑

    입력 : 2018.02.02 14: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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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준상(49)은 팔방미인이다. TV에서도, 스크린에서도, 무대에서도 그를 만날 수 있다. 배우가 설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그의 활약을, 그의 열연을 볼 수 있다. 특정 장르나 캐릭터에 한정되지 않은 팔색조 매력을 뽐내는 데뷔 23년 차 배우인 그는 늘 에너지가 넘치고, 자식뻘 후배들보다도 파이팅 넘친다. 이 무한한 에너지의 원천은 대체 뭘까. 지난 연말, 듀오 제이앤조이20(Jnjoy20) 인터뷰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아주 오랫동안 배우로 일해 온 사람으로서, 관객 그리고 시청자들과의 약속이 더 굳건해지려면 좋은 연기를 해야 하는 게 맞는 거죠. 무대에 서는 배우라서 그걸 더 많이 느끼게 돼요. 오늘 오신 관객들께 실망을 드리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하거든요. 그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내실을 잘 다져야겠구나 싶고요. 여행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고, 기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하면서 다져야겠다 싶은 거죠. 노래 하고 음악 하는 시간만큼 자유로운 시간이 없어요.”

    2013년, 직접 작곡하고 가사를 쓴 노래 7곡이 수록된 앨범 ‘주네스(JUNES)’를 발표하고 싱어송라이터로서 첫발을 내디딘 유준상은 이듬해, 제대로 작심하고 음악까지 자신의 ‘업(業)’으로 둔갑시켰다. 실용음악과 졸업 후 정보통신회사를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 이준화를 자신의 음악 동반자로 선택, 프로젝트 밴드 제이앤조이20(Jnjoy20)을 결성한 것.

    제이앤조이20은 스무 살 차이 나는 준상(J)과 준화(J)가 함께 즐거운 음악을 해보자는 의미에서 결성한 팀으로 어느새 다섯 장의 정규 음반을 내놓으며 그들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아직 대중적 인지도는 부족하지만 꾸준한 활동을 밑거름으로 <올댓뮤직>(KBS), <스케치북>(KBS), <스페이스공감>(EBS) 등 유명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에도 출연했고, 국내 대표적인 재즈 페스티벌인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도 3년째 서고 있다. ‘Just Travel, Just Thinking’이란 모토에 걸맞게, 이들의 음악은 여행지에서 시작된다. 여행의, 여행지의 단상을 고스란히 옮겨온 덕분에 이들의 음악은 경쾌하고 흥에 넘치기도 하지만 때로는 잔잔하고 사색에 잠기게 하는 등 많은 심상을 담고 있다.

    “여러 나라를 돌면서, 여행지에서 음악을 만들어요. 그 찰나의 순간들을 음악으로 담는 건데, 그 여행지에서만 나올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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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나를 담는 즉흥 환상곡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

    음악을 위해 ‘계획적’으로 떠난 여행이지만 제이앤조이20의 음악은 ‘즉흥적’으로 탄생한다. 하루종일 여행을 하고 숙소로 돌아와 그날 보고 느낀 것을 이준화가 기타로 즉흥 연주하면 여기에 유준상이 곡을 입히고 가사를 더해 곡이 완성된다. 빠르고 간결하면서도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가령 ‘제이앤조이20 in Europe’ 앨범 수록곡 ‘그 정원에는 헤일리 로즈가 어렸을 적 보았던 장미가 여전히 아름답게 피어 있네’의 경우, 유준상이 영화 <표적>으로 칸 영화제에 참석했다 우연히 만난 스웨덴 여배우 헤일리 로즈와 스웨덴에서 다시 만나 어린 시절 갔던 공원에 대한 기억에 대한 담소를 나눈 뒤 영감을 얻어 만든 곡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누군가와의 혹은 무언가와의 ‘교감’이 제이앤조이20의 음악에 고스란히 담겨 새로 태어난 것. 같은 앨범 수록곡 ‘헤르만 헤세도 이 바람을 느꼈겠구나’는 스위스 여행 중 헤세의 생가 앞 벤치에 앉아 있다가 문득 든 생각을 담은 8분 가까이 되는 연주곡이다. “이 친구(이준화)를 만나기 전에 저는 1년에 한 권씩 일기를 썼어요. 스무 살 때부터 써 왔으니 저에게는 스물아홉 권의 노트가 있는데, 그 노트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고 많은 여행지에서의 생각들이 담겨 있죠. 그리고 제 꿈을 이루기 위해 마흔다섯 살에 처음 앨범을 냈고, 그 해 후반에 준화를 만나 작업을 하게 됐는데 그러면서 알게 된 게 있어요. 노래는 영감을 받은 그 순간에만 만들 수 있는 거구나. 그런 의미에서 어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하는 게 우리의 음악이에요. 가령 여행 하다 본 호숫가나 버스가 인상 깊었다면 한 번 만들어 볼까? 하고 만드는 거죠. 하루 일과를 마친 뒤 노래를 만들고, 그 음악에 대해 계속 이야기 나누는 거죠. 여행 내내 음악을 만들고 듣고 수정하고, 또 이동하고 듣고 돌아와서 숙소에서 편곡 방향을 잡고. 이후 후반작업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려요. 짧은 순간 한 번에 완성되지만 그 순간을 위해 끊임없이 여행을 하고, 돌아와서 후반작업은 상당히 공을 들이죠. 그 순간의 느낌을 잘 담아야 하기 때문에 믹싱, 마스터링 작업 기사 분들이 오히려 어려워하시기도 해요.”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의 필모그래피가 ‘배우 유준상’의 ‘성장’을 담고 있다면 제이앤조이20의 음악은 ‘인간 유준상의 진짜’를 담고 있다. “순간순간의 내 감정이 음악에 들어간다”는 그는 실제 이미지와 다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자신의 음악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사실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이미지는 제가 만들려고 하는 건 아니고, 거기에 맞게 최선을 다 하려고 하는 것이죠. 그 방송에 출연한 만큼 제 임무가 있으니까요. 그분들이 원하는 안에서, 그분들도 즐겁게 해드려야 시청자를 즐겁게 해드려야 하는 거니까요. 사실은 힘들어요. 평상시 내 모습이 아니거든요. <아는형님>(JTBC)도 아홉 시간 찍어서 한 시간 방송 나간 거예요. 녹화 분량 중 제일 활동적이고 극적인 게 나가겠죠. 일부의 모습을 통해 유준상이 에너지 좋고 그런 것처럼 보여지는 건데, 사실은 저라는 사람을 그냥 관찰해 보면 일상에서의 저는 그냥 아무 것도 안 하고 글 쓰거나 책 보거나, 수묵화를 그리거나 붓글씨를 써요. 아닌 것 같지만(웃음) 원래는 서정적이고 차분한 성격이죠.”

    ▶‘쾌남’ 유준상, 실제론 둘째가라면 서러울 ‘서정남’

    2018년에도 유준상의 음악 여정에는 쉼표가 없다. 2월에는 경북 경주의 수묵화 대가 소산(小山) 박대성 화백의 그림을 음악으로 만든 ‘제이앤조이20 in 경주’를, 5월에는 월드비전 홍보대사 자격으로 아프리카를 다녀오면서 만든 ‘제이앤조이20 in 아프리카’ 앨범을 낼 계획이다. 2016년에 이어 솔로 앨범을 발매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음악이 촉매제가 된 연출 활동도 올해 더욱 활발하게 펼쳐 나갈 계획이다. 앞서 연출했던 음악영화 <내가 너에게 배우는 것들>(2016)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초청돼 호평받은 데 이어, 미국에서 촬영한 <아직 안 끝났어>는 현재 편집 중이다. 또 다른 연출작 ‘스프링 송’의 일환으로 준비 중인 일본 후지산 로케이션도 앞두고 있다. 20년간 써온 배우 일지를 책으로 묶거나(<행복의 발견>), 유럽 음악여행 중 느낀 단상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그림일기(<별 다섯 개>)를 출간하며 작가로서의 행보도 묵묵히 이어가고 있는 유준상은 또 한 번 출간도 생각 중이다. “회사와 얼마 전에 이야기를 나눴어요. 계속 글을 쓰고 있으니 50살에 책을 내볼까 생각도 했는데, 나이를 드러내야 하는 부분이다 보니(웃음). 외국 나가면 다들 30대 초반으로 보시거든요 하하하. 앞자리 숫자 바뀌는 것에 대해선, 최대한 그런 느낌 받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가장으로서,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이 너무 없지 않느냐는 물음에도 “활동이 없을 땐 무조건 집에 있는다. 집에서 정적인 활동을 하며 보내곤 한다”며 불필요한 우려를 불식시킨 유준상. 그러면서도 자신의 모든 활동을 지지해 주는 아내 홍은희에 대해서만큼은 무한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특히 여느 아빠들처럼 ‘친구 같은 아빠’를 꿈꾸는 유준상은 ‘My Two Baby’라는 곡을 통해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음악으로 표현하기도. “워너원 노래 100번 들으면 아빠 노래 한 번 들을까 말까지만 그래도 아빠 노래를 응원해 준다”며 아이들의 반응을 전한 그는 “나중에 커서 그 곡을 듣게 되면 자연스럽게 느끼는 게 있지 않을까”라며 미소를 보였다.

    뮤지션으로서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유준상은 “더 좋은 활동을 위한 게 음악이고, 음악을 위해 작품 활동을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작은 제가 좋아서였지만, 이게 단순히 1~2년 안에 끝나면 다들 취미로 했구나 하겠죠? 물론 취미로 하는 것도 좋죠. 하지만 음악은 제 중·고교 시절 꿈이었고, 다행히 뮤지컬 배우를 했기 때문에 음악이 이어질 수 있었고, 지금은 예전과 달리 다양한 활동을 하는 데 제약이 없고 좋은 시선이 있어요. 뮤지컬을 오래 한 덕분에 드라마, 영화에서 잘할 수 있는 환경이 생기는 건데, 궁극적으로 이러한 활동은 더 좋은 음악을 하기 위한 통로가 되는 것이기도 하죠. 그러면서도 저를 표현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저에게는 음악이라는 것은 너무 좋은 거죠. 지금까지 앨범을 다섯 장 냈는데 이걸 꾸준히 하다 보면 이런 우리의 자연스러움이 잘 맞아 떨어지는 순간, 우리 음악을 잘 선보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게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죠. 하핫.”

    [박세연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사진제공 강영국 스타투데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9호 (2018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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