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유층들의 절세의 기술 귀신같은 ‘홍종학 부동산 증여’ 따라해 볼까

    입력 : 2017.12.08 14: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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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현란한 절세 기술을 보면서 범인들은 그의 세테크 감각에 혀를 내둘렀다. 대상물을 쪼개고 현금을 빌려 주고 이익금을 돌려받는 다양한 기술이 망라됐다. 부자들에게 부동산은 가장 안정적이고 높은 장기수익을 보장하는 자산이지만, 보유와 이전 과정에서 드는 세금을 생각하면 골머리 썩는 대상이다. 계속 늘어나고 있는 부동산 증여 추세를 생각하면 세테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부동산 증여 건수는 총 26만9472건으로 정부가 실거래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활황세를 보였던 10년 전인 지난 2006년(19만236건)보다 41%(7만9236건) 늘어난 규모로 2012년 이후 4년 연속 증가세다. 주목할 대목은 지난해 부동산 전체 거래량은 304만9503건으로 2015년 314만513건보다 2.9% 줄어들었지만 증여 건수는 되려 7.2%나 늘어났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이런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 말까지 전국에서 증여된 아파트는 3만3270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2만8415가구)보다 17.1%(4855가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6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연간 수치로 봐도 올 3분기 말 기준 증여 가구 수보다 많았던 적은 2015년(연간 3만3989가구)과 2016년(3만9959가구) 2개년뿐이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증여 아파트는 사상 처음으로 4만 가구를 넘어설 전망이다.

    통상 부동산 증여는 집값이 떨어질 때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증여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가격이 떨어지면 세 부담이 그만큼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9월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은 작년 말보다 0.87% 뛰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부동산·세무전문가들은 부자들이 여전히 부동산을 상속·증여 수단으로 선호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부동산 정책이 부동산 증여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4월부터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가 부과되는데, 정부는 이를 피하기 위해 다주택자가 집을 처분할 것으로 봤지만 현실은 달랐다. 자산가들이 자녀에게 아파트를 증여하면서 다주택자의 부담을 더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셈이다. 자산가들이 집을 처분하기보다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은 향후 집값이 더 오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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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자산가를 상대로 조사·분석한 ‘2017년 한국인 자산 보고서’에 따르면 상속 및 증여 수단으로 부동산이 40%를 차지해 1위에 꼽혔다. 현금·예금(30%), 보험(10%), 주식·채권·펀드 등 투자형 금융상품(9%) 등은 후순위로 밀려 있다. 부자들이 부동산 증여를 하는 세금 측면의 혜택은 미리 물려주는 사전증여에서 부각된다. 사전증여를 한 후 10년이 지나면 해당 재산은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증여 후에 부모 등 피상속인이 10년 내 사망하더라도 해당 부동산은 증여 당시의 가격으로 상속재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그만큼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과세정책과 부동산 경기에 따라 부동산 증여가 쏟아질 수 있는 충분한 니즈가 쌓여있다는 얘기다. 물론 부동산은 현금 유동성이 떨어져 상속세 등의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다수의 상속자들이 있을 경우 현금처럼 분배하기 어려워 차후 상속 분쟁의 불씨를 남기기도 한다.

    홍 장관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그의 딸은 초등학생이던 2015년 홍 장관의 장모(외할머니)로부터 서울 충무로5가에 있는 4층짜리 상가건물 지분의 25%(공시지가 8억6500만원)를 증여받았다. 같은 시기 홍 장관 부인도 같은 지분을 증여받았다. 이를 두고 10억원 초과 증여 시 가산되는 증여세율을 낮추기 위한 ‘쪼개기 편법 증여’라는 지적이 나왔다. 홍 장관의 장모는 딸에게만 건물 지분 절반을 줄 수도 있었을 텐데, 당시 중학생이던 손녀에게 지분을 떼어준 이유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현재 우리나라 증여세율은 수증자(받는 사람)를 기준으로 매겨진다. 증여액이 1억원 이하일 때 10%, 1억원 초과~5억원 20%, 5억원 초과~10억원 30%, 10억원 초과~30억원 40%, 30억원 초과 시 50%로 단계적으로 할증 부과된다. 과표 1억원 초과~5억원 이하 구간부터 누진 공제가 1000만원~최대 4억6000만원까지 이뤄진다.

    홍 장관 부인이 모친으로부터 충무로 빌딩 지분 절반을 받았다면 증여액 과표가 17억원이 넘어 단순 계산해도 세율 40%를 적용받게 된다. 이에 비해 부인과 딸이 지분을 반으로 쪼개면, 각각 세율 30%를 적용받는 과표 10억원 이하로 증여액이 줄어든다. 여러 공제 등을 감안해도 증여 과정에서 이들은 1억원 넘는 세금을 아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장모가 딸과 아들 중 한 명에게만 이 상가를 넘겨줬다면 이 건물 가치는 34억원으로 세율 최고 구간인 ‘30억원 초과’에 속해 건물 가치의 절반인 17억원을 내야 했다.

    홍 장관은 앞서 2013년엔 장모에게서 압구정동 한양아파트(128㎡) 한 채를 아내와 공동명의로 증여받기도 했다. 이 역시 딸에게 몰아서 증여하는 것보다 사위에게 나눠 주는 것이 증여세를 덜 낼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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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지분 쪼개기’ 증여는 세테크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말한다. 누진세 성격을 가지는 상속·증여세의 과세표준 금액을 특정구간 밑으로 낮추기만 해도 수억원대의 세금을 아낄 수 있어서다. 종합부동산세를 피하기 위해 9억원 이상 주택을 매매할 때, 부부가 공동명의로 등기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 논리다. 종합부동산세는 가구 단위가 아닌 인원 단위로 세금이 매겨진다. 강남에서 13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했는데, 공시지가가 10억원인 경우 종부세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부부가 공동명의로 집을 사면 각자 5억원짜리 공시지가의 집을 산 것으로 간주돼 종부세를 피할 수 있다. 공동명의일 경우 9억원 과세 기준은 6억원으로 낮아지지만, 절반으로 떨어지지 않아서 그만큼 여유가 생긴다. 공시지가가 12억원을 넘지 않으면 부부 공동명의로 종부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셈이다.

    우승일 모리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는 “이런 쪼개기 증여는 불법이 아니고 잘 활용해야 할 세테크 원칙 중 하나”라며 “홍종학 장관의 증여 이슈는 받는 쪽에서만 부각된 면이 있는데, 사실 증여는 주는 사람이 자기 재산을 누구에게 얼마나 줄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고 그 자율권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 세무사는 “홍 장관의 경우 세대생략 증여를 통해 세금이 할증됐고, 내야 할 세금을 꼼꼼히 챙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세대생략 증여’란 할아버지·할머니가 자녀 대신 손주에게 바로 증여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 등에서 먼저 붐이 일어난 후 우리나라 자산가들도 최근 부쩍 관심을 가지는 증여방식이다. 한 세대 증여를 생략하게 되면 증여세의 30% ‘세대생략 할증’이 붙는다. 이는 과세 당국 입장에서 두 번의 세금을 걷을 수 있었는데, 한 번의 세금만 걷게 되면서 오는 손실분을 채우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증여액이 크다면 증여세와 취등록세까지 합친 총 세금이 많이 줄어들어 유리할 수 있다.

    또 홍 장관의 딸은 증여세 납부 과정에서 모친에게 2억2000만원을 빌려 세금을 내고 상가 임대료를 모친에게 주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에 대해 홍 장관은 “미성년자가 많은 현금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그렇게 처리했다”며 “딸이 회계법인의 회계처리에 따라 엄마에게 매년 한 차례씩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딸의 연간 임대수익(6000만원)이 이자 지출(1000만원)보다 훨씬 많아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자산가들은 어린 자녀나 손주에게 부동산을 증여할 경우 세금 낼 돈까지 같이 증여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 수증자들이 수억원의 세금을 낼 현금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 장관의 집안은 부모가 어린 자녀에게 돈을 빌려주고 임대이익을 돌려받는 식으로 세금문제를 풀어냈다. 이럴 경우 증여 당시 내는 세금은 확 줄어들게 된다. 이 경우 부모는 자녀로부터 받는 임대료에 대해 장기간 소득세를 내야 한다. 이 세금은 비영업대금 이익으로써 25%의 이자소득세 원천징수세율이 적용된다. 결국 증여세를 한번에 낼지, 장기간에 걸쳐 소액의 소득세를 낼지 주판알을 굴려 봐야 한다는 얘기다. 세금을 모두 적법하게 낼 경우 두 경우의 최종 세금은 거의 비슷할 것이라는 게 세무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근에는 부동산을 법인화해 자녀에게 증여하는 세테크 방식도 유행이다. 법인 전환으로 세금이 줄어드는 이유는 세법이 상정하는 부동산과 비상장 주식의 평가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임대부동산이나 비상장 주식은 매매가 많지 않고 매매물건이 서로 유사한 경우도 드물다. 세법은 그러한 재산을 보충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두고 있다. 부동산의 경우 감정평가액이 인정되고 감정평가액이 없으면 정부에서 고시하는 기준시가로 평가한다. 반면 비상장 주식은 좀 더 복잡하다. 부동산이 많은 비상장 법인은 그 순자산가치의 40%와 과거 3년간 벌어들인 이익의 가치인 순손익가치의 60%를 더한 것이 비상장 주식의 평가액이 된다. 법인의 가치가 낮을 경우 부동산을 법인에 실어 증여하는 게 유리할 수 있는 이유다.

    [전범주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7호 (2017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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