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럭스멘·현대경제연구원 공동기획] 1등 기업의 조건은 무엇일까 미래를 향한 첫걸음, 퍼스트 무버
입력 : 2017.10.20 11:00:49
-
‘선승구전(先勝求戰)’. 이기는 군대는 이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후 전투에 임한다는 손자병법의 한 구절이다. 이를 경영에 대입하면 어떨까. 경쟁자가 없는 시장에 첫발을 내딛은 후 견고한 진지를 구축하고 느긋하게 적을 기다리는 격이다. 그만큼 유리한 상황, 선승구전을 달성하는 이른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행보다. 그렇다면 과연 미래를 준비하는 퍼스트 무버의 조건은 무엇일까. 창간 7주년을 맞은 프리미엄 경제월간지 <럭스멘>과 현대경제연구원이 공동기획으로 퍼스트 무버의 성공사례를 소개한다.
경쟁자가 아무도 없는 새로운 시장에 처음 진입한 기업, 이른바 퍼스트 무버는 경쟁자에 대한 두려움 없이 시장점유율을 손쉽게 획득해 실제적이고 명확한 이득을 얻게 된다. 설령 경쟁자가 나타났다고 해도 이미 자사 제품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브랜드 로열티와 시장을 개척하면서 구축한 유통망 등 강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당연히 경쟁자보다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되고 빠른 시간에 성장의 계단을 오르게 된다.
퍼스트 무버는 제품의 도입기부터 성장기, 성숙기까지 시장의 지배자 역할을 한다.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에서 가장 먼저 소비자와 만났고, 이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굳힌 덕에 다른 기업들보다 훨씬 우월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들은 특정 제품 카테고리의 대명사가 되기도 하는데, 투명테이프 시장의 스카치테이프, 진공청소기 시장의 후버, 화장 티슈 시장의 크리넥스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들이 항상 승승장구하는 건 아니다. 때로 경쟁자에 밀려 사그라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시장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퍼스트 무버로서 충분한 활약을 펼친다. 세상도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나 달에 첫 발을 내딛은 닐 암스트롱처럼 퍼스트 무버만을 기억한다. ‘처음’ ‘첫걸음’의 가치가 주는 기대와 흥분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퍼스트 무버는 단순한 이익을 넘어 감동을 주는 존재다.
일반적으로 퍼스트 무버는 ‘특정 시장이나 산업에 처음 진출해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이다. 최초로 제품을 발명한 기업이 아니라 시장에 최초로 진입한 기업이 퍼스트 무버다. 새로운 제품으로 기존 시장에 진입하거나 기존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퍼스트 무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개념은 이미 익숙한 경영 법칙과 연결돼 있다. 일례로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서 언급된 ‘리더십의 법칙’은 퍼스트 무버 효과를 일컫는다. 일종의 선점 효과로 처음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두 번째부터는 인식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또한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혁신을 주장하는 이유도 퍼스트 무버의 개념이 내포돼 있다. 다른 기업보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경쟁자를 압도하려는 의도다. 선도적인 혁신만이 경쟁기업을 압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퍼스트 무버의 효과는 매우 상식적이다. 시장에 처음 진입하면 후발기업보다 많은 이익을 얻는 것이 당연하다. 실제 시장을 분석해보면, 신제품을 처음 판매하는 기업은 시장지배력과 평균보다 높은 수익성을 통해 장기적인 혜택과 경쟁 우위를 갖는다. 초기 시장 선점에 의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퍼스트 무버 효과다.
Chapter Ⅰ 창조를 통한 위대한 도약 Part Ⅰ ▶역발상으로 잡은 두 마리 토끼, GE‘기관차 오토 파일럿 시스템’으로 운행 중인 GE철도
소득이 낮은 신흥국 소비자는 적당한 성능과 초저가 구매를 지향한다. 일례로 성능은 기존 선진국 제품의 50% 정도 수준이면서 가격은 15%에 불과한 제품을 찾는 식이다. 기존 제품을 단순화시키는 전통적인 방식으론 도저히 신흥국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이런 점을 간파한 GE는 전통적인 방식을 버리고 아예 신흥국에 자체적으로 개발→자재조달→생산→마케팅→판매·서비스를 전담하는 조직을 구성했다. 이들은 선진국에서 생산한 제품보다 훨씬 저렴하고 가벼운 원재료를 찾아냈고 더 효율적인 작동 방식에 영업망도 아웃소싱했다. 결과적으로 가격을 낮추고 무게를 줄인 혁신 제품은 신흥국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GE사업부 내에선 신흥국 시장에서 통한 제품이 선진국 시장에서도 통할 거란 생각이 확산됐다.
실제로 혁신 제품은 절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편리한 휴대성 등 높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전사 차원에서 방안을 검토하자 수많은 반대가 앞을 가로막았다. 새로운 생산 라인 구축에 필요한 비용, 기존 제품의 판매 잠식 우려, GE 전체 마진의 악화 가능성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됐다. 무엇보다 저가 상품은 선진국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할 거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몇 차례의 시장 조사를 거듭한 GE는 결과적으로 역수출 결정을 내린다. 신흥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혁신 제품은 현재 유럽 등 50여 개 선진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GE는 기존의 성공 방식, 일반적인 관념을 버린 덕분에 혁신을 이룰 수 있었다. ‘혁신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버려야 산다’는 자세, 사즉필생(死卽必生)에 대한 확신이 도약으로 이어졌다.
Part Ⅱ ▶융합과 확장의 아이콘, 마블 엔터테인먼트마블코믹스 ‘어벤져스2’
이를 통해 마블은 <아이언맨>을 필두로 자사 작품을 연속 흥행시켰다. 파산 위기를 극복하고 21세기 미디어 산업의 퍼스트 무버로 부상할 수 있었던 기반에는 자사 역량의 재발견과 융합 및 확장을 통한 재창조 전략이 있다. 숨어있는 기존 역량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이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면서 ‘마블 유니버스’는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Part Ⅲ ▶과감한 도전 그리고 프리우스, 도요타도요타 프리우스
프리우스는 1997년에 출시 이후 15년 만에 300만 대, 일본은 물론 미국 내 전체 하이브리드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며 또 다른 도요타의 상징이 됐다.
도요타는 과감한 도전을 통해 1980년대에 이미 혁신적인 경영·생산 방식을 고안했다. 도요타 하면 누구나 ‘Just-in-Time(필요한 부품을 필요한 만큼 필요할 때 공급받는 방식)’, ‘도요타 생산시스템(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생산라인을 중단시켜 불량품 생산을 방지)’을 가장 먼저 떠올릴 만큼 전 세계 기업의 단골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도요타의 이러한 도전 정신은 지속적인 개선, 도전, 현지현물(現地現物), 인간 존중과 팀워크 등을 중시하는 경영철학, ‘도요타 웨이’(Toyota Way)에서 나왔다. 미래를 내다보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개선하고 동료들끼리 서로 존중하는 등 그들만의 철학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도요타가 있는 것이다. 이후 동일본 대지진, 미국 리콜(Recall) 사태 등 여러 차례의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상황에 맞는 전략을 구사하며 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도요타는 역사가 오래돼 정체하기 쉬운 장수 기업도 도전과 혁신 정신만 살아있으면 창업 기업 못지않게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퍼스트 무버는 한순간의 반짝 아이디어가 아니라 끊임없는 혁신 속에서 탄생한다.
Part Ⅳ ▶남다른 선구안, 월트 디즈니프랑스 파리의 디즈니랜드
디즈니의 더욱 놀라운 점은 영화산업의 경영모델 자체를 혁신했다는 것이다. 당시 메이저 영화사들은 영화를 만들어 극장에서 상영하고 이를 보러오는 관객으로부터 관람료를 받아 수익을 창출하는, 어찌 보면 지극히 단순한 경영방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들의 외부에 있던 디즈니는 여기에 영화 속 캐릭터를 상품화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제시했다. 이후 이는 20세기 중반 컬러TV의 대량보급으로 위기에 처한 미국영화산업을 구했고, 이후 그 효용성을 입증하며 현대 영화산업의 핵심원리로 정착하게 된다. 디즈니의 성공은 최소한 두 가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모든 시장은 어쩌면 처음부터 레드오션이고, 블루오션(Blue Ocean)은 오직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것이다. 젊은 디즈니 앞에 펼쳐진 바다는 남들의 눈에는 붉은 색이었지만 애니메이션을 통해 푸른 바다를 보았을지 모른다.
둘째, 혁신은 갖고 있는 재능에 기초한다는 것이다. 디즈니가 애니메이션에서 미래를 보았던 것은 그 자신이 만화에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애니메이션 영화의 성공에만 머무르지 않았다는 것도 또 다른 그의 재능이라 할 수 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창간 7주년 특집호·제85호 (2017년 10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