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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성장동력 미래車 주도할 커넥티드 카
입력 : 2017.05.25 15: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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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을 켜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목적지에 도달하는 과정, 이 과정에 충실하던 자동차가 변화하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카’로 진화하며 그 자체로 하나의 플랫폼 역할이 가능해지자 자동차 산업은 모든 영역에서 혁신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관련 산업과의 융합은 물론 업종이 다른 IT기업과의 경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과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자동차는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 걸까.
“자동차에 IT기술이 접목되면서 상시 네트워크에 연결된 차량이 탄생하게 됩니다. 목적지까지 가장 빠른 길은 이미 도달한 차들로부터 전달받고, 주유소에 들러 기름값이나 세차비를 계산할 때는 자동차가 신용카드 역할을 합니다. 차가 인터넷에 연결된 상황이니 집이나 회사, 어느 곳에서도 내 차가 어디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기술이 좀 더 발전하면 차를 부를 수도 있습니다. 미국 드라마 <전격Z작전>의 키트(KITT)를 현실에서 만나는 거라고 보면 될까요.”
자동차 제조사가 중심이 된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서비스 개발이 회자되는 가운데, 스마트폰 OS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도 독자적인 커넥티드 카 운영체제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도 상하이자동차와 협업해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갖춘 커넥티드 카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당연한(?) 질문 한 가지, 과연 국산 커넥티드 카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서울시와 ‘차량 IT 및 교통인프라’ MOU 체결한 현대차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커넥티드 카 개발 콘셉트 ‘초연결 지능형 자동차(Hyper-connected and Intelligent Car)’를 공개했다. 이를 통해 자동차가 무한대로 고도화된 정보의 허브(Hub)가 되고 정보를 집적·분석·활용해 모든 생활의 중심이 되는 ‘카 투 라이프(Car to Life)’ 시대를 주도적으로 열겠다는 방침이다.
현대·기아차의 커넥티드 카 기반 중장기 4대 중점 분야는 ‘지능형 원격 지원 서비스’ ‘완벽한 자율주행’ ‘스마트 트래픽(Smart Traffic)’ ‘모빌리티 허브(Mobility Hub)’ 등이다. 중단기적으론 ‘스마트폰’ ‘스마트 홈 연계 서비스’ 등 2가지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우선 ‘지능형 원격 지원 서비스’는 차량을 원격 접속해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기능이다. 차량에 대한 실시간 점검을 통해 돌발 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진단과 조치가 이뤄진다. ‘완벽한 자율주행’은 차량과 주변의 다른 차량, 도로 등 인프라를 포함한 사물과의 정보교환(V2X, Vehicle to Everything)을 통해 안전한 자율주행 환경을 제공한다. 현 단계에서 상용화되고 있는 자율주행차들은 차에 부착된 센서만으로 주변 환경을 감지해 주행하지만, 커넥티드 카 기술이 접목된 자율주행차는 주변 차량들의 목적지, 운행방향, 도로상황 등의 정보를 반영해 보다 완벽한 자율주행이 가능해진다. ‘스마트 트래픽’은 차량의 위치와 교통상황, 다른 차량들의 목적지 등을 분석해 개별차량들에게 최적화된 이동구간을 안내한다. ‘모빌리티 허브’는 자동차가 달리는 고성능 컴퓨터가 돼 이동하는 동안 정보가 이어지는, 진정 움직이는 생활공간을 의미한다. 차와 차, 집, 사무실, 나아가 도시까지 하나로 연결되는 개념이다.
중단기 중점 서비스 구현 분야인 ‘스마트폰 연계 서비스’는 스마트폰의 일부 어플리케이션을 차 내부 모니터로 조작하는 현재 단계를 발전시켜 스마트폰의 기능을 자동차로 체현하는 것이다. ‘스마트 홈 연계 서비스’로는 자동차 내부에서 집에 있는 IT, 가전 기기들을 원격 제어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현대·기아차는 커넥티드 카를 기반으로 한 추진 분야를 광범위하게 확장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4가지 핵심기술을 선정하고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4대 핵심 기술은 자동차의 대용량·초고속 통신을 가능하게 해주는 ‘차량 네트워크’, 자동차가 생성하는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산 능력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디지털 환경에서 방대한 정보를 분석해 의미 있는 데이터로 재가공하는 ‘빅데이터’, 통합적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는 ‘커넥티드 카 보안’ 등으로 구성됐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3년 전 4대 핵심 기술 중 클라우드 시스템을 자체 구축해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조직을 구성해 연구개발과 상품성 향상, 고객 의견수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클라우드 센터 커넥티드카 개념도(사진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커넥티드 카 시스템 적용 전망
최근 사물인터넷(IoT), 특히 자동차 중심의 사물인터넷에 대한 관심은 증가하고 있다. 액센츄어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텔레매틱스, 폰-커넥티비티 등 하위 단계의 커넥티드 카 기술이 적용된 차량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35% 수준, 하지만 2025년에는 모든 차량에 고도화된 커넥티드 시스템을 적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맥킨지 보고서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과 IT업체들이 카-커넥티비티 서비스를 통해 30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히며, 2030년에는 매출이 1조5000억달러로 늘어 연평균 30%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들과 IT업체 등 다양한 기업들의 커넥티드 카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현대·기아차는 시스코와의 협업을 발표하며 차량 내부의 데이터 송수신 제어를 위한 차량 내 초고속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다. 양 사는 다양한 가상의 커넥티드 카 모의 테스트를 한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10월에는 커넥티드 카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 전략도 공개했다. ‘ccOS(Connected Car Operating System)’라 명명한 이 운영체제는 자동차 커넥티비티 환경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가공·처리할 수 있는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PC에서는 윈도, 스마트폰에서는 안드로이드·iOS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현대·기아차는 중국 구이저우성과 해외에 첫 빅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했고, 서울시와 차량 정보기술(IT) 및 교통 인프라스트럭처 개발, 화성시와 자율주행차 개발 실증사업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협력관계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다각도의 시뮬레이션 테스트가 2020년 커넥티드 카(초연결 지능형 자동차) 출시로 이어질 계획이다. 네트워크 구축, ccOS 개발로 커넥티드 카 대중화 시대를 앞당길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고, 자동차판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겠다는 의미다.
커넥티드 카 개발을 위해 시스코와 협업한 현대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사진 왼쪽 세 번째)이 척 로빈슨 시스코 CEO(사진 왼쪽 네 번째)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미래 커넥티드 카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현대·기아차는 독자적인 차량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구축에 힘쓰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고품질 및 고신뢰성을 확보한 다양한 커넥티드 카 서비스를 개발해 기술 선도적 입지를 공고히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아이오닉 자율주행차
GM은 올 들어 커넥티드 카와 관련해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카셰어링 업체 리프트(Lyft)와 5억달러의 협력관계를 맺은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차량 단기 대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기술 업체인 크루즈 오토메이션(Cruise Automation) 사를 인수했다. 지난 2월에는 스마트카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 자율주행부서와 자율주행차 합작 벤처 담당 부서,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전략 마케팅 부서를 만들었다.
-도요타
도요타는 지난 1월 빅데이터 센터 구축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차량 데이터 수집과 서비스 제공을 위한 글로벌 범용 통신단말기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또한 포드와 함께 SDL(Smart Device Link) 기반의 폰-커넥티비티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도요타 리서치 인스티튜트(TRI)’를 설립하고, 향후 5년 동안 약 10억달러를 투입키로 했다. 사업부 체제도 선진기술개발과 파워트레인, 커넥티드 카 등 3개 부문과 소형차, 승용차, 상용차, 고급차 등 제품별로 변경해 운영하기로 했다.
-포드
지난해 12월 ‘포드 스마트 모빌리티’ 계획의 일환으로 피보탈과 커넥티드 카를 위한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포드는 올 CES에서 자동차+모빌리티 기업이 될 것이라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특히 모빌리티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포드패스’ 플랫폼 계획과 외부 제휴 서비스도 발표했다. MWC2016에선 포드만의 커넥티비티 기술인 ‘싱크3’를 선보인 바 있다.
-BMW
BMW는 100주년 기념식에서 사람과 모든 영역을 연결하는 ‘프리미엄 모빌리티’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노키아의 지도 사업자인 ‘HERE’ 사를 인수했고, 차량 내에 통신기술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폭스바겐
지난해 프랑크프르트 모터쇼에서 2020년까지 모든 모델이 스마트폰과 연동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14년에는 블랙베리 유럽 R&D 센터를 인수하기도 했다.
-닛산
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커넥티드 카의 미래 비전인 ‘닛산 인텔리전트 모빌리티’를 소개하며 세상을 연결하는 새로운 링크를 통해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세상을 열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테슬라
현재도 차량 내 이더넷(여러 대의 컴퓨터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시스템)을 적용한 것은 물론, 무선 통신 기반의 차량 기능 업데이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OAA
2014년 1월 구글은 현대차, 아우디, GM, 혼다 등 자동차 제조사와 커넥티드 카 개발연합인 ‘열린자동차연합(OAA, Open Automotive Alliance)’을 구성했다. 참여한 기업들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한 차량용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공동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
MWC2016에서 ‘삼성 커넥트 오토’를 공개했다. 단말기를 차량에 연결하면 운전자가 연비, 출력, 온도, 엔진상태 등 차량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SK텔레콤
MWC2016에서 르노삼성자동차와 공동으로 개발한 태블릿형 정보시스템 ‘T2C(Tablet to Car)’를 공개했다. 태블릿 기기를 차량에 부착하면 주행 중 실시간 교통정보나 날씨정보, 음악스트리밍 등을 지원한다.
-LG전자
지난해 구글이 주도하는 커넥티드 카 개발 연합인 OAA에 참여했다. LG전자는 현재 GM,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과 손잡고 전장 부품부터 자율주행차 영역까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구글·애플
구글과 애플은 2015년부터 자동차와 스마트폰 연동 서비스인 ‘안드로이드오토’와 ‘카플레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기능은 전화하기, 문자 보내기, 내비게이션 등 스마트폰의 유용한 어플리케이션을 자동차 모니터에서 시행할 수 있다. 2015년 현대차가 미국시장에서 안드로이드오토를 전 세계 최초로 적용하기도 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0호 (2017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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