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z Trend] 자동차 소재의 미래 내게 맡겨요…철강에도 `기가`시대

    입력 : 2017.04.28 04:05:04

  • 포스코가 생산하는 '기가스틸'에 업계 주목
    포스코가 자체적으로 설계·제작한 'PBC-EV(POSCO Body Concept-Electric Vehicle)' 차체에 기가스틸을 적용한 모습.  [사진 제공 = 포스코]
    포스코가 자체적으로 설계·제작한 'PBC-EV(POSCO Body Concept-Electric Vehicle)' 차체에 기가스틸을 적용한 모습. [사진 제공 = 포스코]
    차량 경량화를 위한 자동차 회사들의 노력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1997년 교토의정서와 2015년 파리협정 등을 통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규제가 강해진 이후 자동차 경량화를 위한 노력은 본격화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 혁명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차에서도 차량 경량화는 가장 중요한 미션이다. 경량화를 위해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소재를 바꾸는 것이다. 기존의 차량 소재로 보편적인 철 대신에 더 가벼운 금속을 사용하거나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과 같은 금속이 아닌 신소재를 사용하는 것이다.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는 것이 알루미늄이다. 기존에도 차량용 소재로 사용되던 알루미늄은 그 가벼움 때문에 테슬라 등 전기차와 고급 차량에서 점점 사용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알루미늄의 도전에 대해 철도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철강회사들은 기술 개발을 통해 기존보다 더 가볍고 튼튼한 자동차용 강판을 내놓으면서 알루미늄의 도전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 대표 철강사인 포스코는 '기가스틸' 이라는 이름의 자동차용 강판을 내놓고 있다.

    첨단 철 강판들은 생산비용과 안전성이라는 측면에서 알루미늄보다 훨씬 앞서 있다. 여기에 알루미늄 회사들이 내세우는 친환경성이나 연비도 알고 보면 철강이 더 낫다는 것이 철강회사들의 설명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기가스틸은 알루미늄 등 대체소재에 비해 경제성, 경량화, 강도가 우수하다. 여기에 재활용성이 높고 제품 생산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알루미늄보다 더 적어 친환경성 측면에서도 월등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차량용 알루미늄 소재의 첫 번째 한계는 생산비용이다. 포스코의 기가스틸(DP980)과 알루미늄(AA5182)으로 차체를 생산했을 때 알루미늄은 소재비가 3.5배 비싸고, 가공비용은 2.1배 더 비싸다. 알루미늄 소재를 내부 차체부품이 아닌 자동차 외장재에 적용하면 더욱 큰 차이가 난다. 포스코의 자동차 외장용 강재(BH340)와 알루미늄 소재(AA6111)를 비교하면 알루미늄이 소재 가격과 가공비가 각각 4.9배, 2.6배 더 비싸다.

    알루미늄의 소재비가 비싼 이유는 기본적으로 생산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철광석을 녹여 바로 생산하는 철과 달리 알루미늄은 보크사이트 원석을 전기분해해서 만들어야 한다.

    알루미늄 소재는 철강 소재와 달리 기존의 용접 방법으로 자동차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특수 나사(리벳)나 기계적인 결합(물림) 등의 특별한 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 알루미늄 강판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알루미늄 강판 접합을 위한 특수 나사 비용 등을 더하면 대당 200만여 원의 비용이 추가된다. 자동차 생산회사들에 적지 않은 부담이 드는 것이다. 일례로 차체에 알루미늄을 사용해왔던 테슬라는 대중적인 모델인 모델3에서는 알루미늄 대신 강철을 택했다. 국내 가격 1억2000만원이 넘는 모델S와 달리 출시가 3만5000달러(약 4000만원)를 목표로 하는 모델3에서는 생산비용을 낮춰야 했기 때문이다.

    알루미늄의 비싼 가격은 차량 가격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의 차량 유지보수 비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알루미늄은 소재비용도 비싸지만 용접과 성형이 어려워 사고가 날 경우 수리비가 더 비싸고 보험료가 더 오르는 경우가 많다.

    경량화와 안전 측면에서도 알루미늄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알루미늄은 비중이 철보다 3분의 1 정도로 작아서 같은 면적과 두께에서는 철이 3배 정도 더 무겁다. 그러나 알루미늄은 강도가 철강 소재보다 많이 낮다. 안전도가 상대적으로 철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량화만큼이나 안전도가 중요한 자동차에서 이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기가스틸같이 강도가 3배 이상 강한 철을 소재를 사용하면서 부품 두께를 3분의 1로 줄이면 철로도 알루미늄 소재와 동등하거나 훨씬 가벼운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알루미늄보다 제작비가 훨씬 낮은 것은 물론이다. 기가스틸과 같은 고강도강의 경량화 효과는 차체 무게에서 알 수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생산된 중형차의 무게는 약 1500~1600㎏으로 차체 중량이 280~300㎏이었다. 2004년 이후 고강도강 사용이 확대되면서 차체 중량은 240~250㎏으로 감소했다. 현재는 중량이 약 220㎏까지 줄어든 상태다.

    포스코가 '2016 북미국제오토쇼'에서 선보인 철강 차체는 무게가 기존 준중형급 차체에 비해 약 26.4% 가벼우며 안전성 측면에서도 우수성이 검증됐다. 유럽 및 북미의 자동차 충돌 성능 평가기관인 Euro NCAP(유럽 신차 평가 프로그램)와 IIHS(미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의 기준에 따라 내부적으로 수행한 성능평가에서 최고 안전 등급인 별 5개와 'Good'을 받아 안전성이 입증됐다.

    친환경성 측면에서도 철은 알루미늄보다 뛰어나다. 통상 알루미늄은 가볍고 재활용이 쉽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가볍기 때문에 알루미늄 자동차의 탄소배출량이 철보다 적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철도 알루미늄 이상으로 재활용이 쉬울 뿐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 전체를 보면 알루미늄이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세계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1t의 철과 알루미늄을 생산할 때의 탄소배출량은 철은 2.0~2.5tCO2/t(*1t당 2.0~2.5t의 CO2)인 데 비해 알루미늄은 11~12.6tCO2/t으로 5배가 넘게 차이 난다. 자동차로 생산된 이후에도 자동차의 수명주기를 감안한 누적 온실가스의 배출 또한 10%가량 적어 철강 제품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서 더욱 친환경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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