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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에 새로 뜬 별… 4대금융 신규임원 분석 | 60년대생 전진배치 성과위주 발탁인사
입력 : 2017.02.23 16: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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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정유년(丁酉年) 우리나라 금융계를 이끌고 나갈 ‘새로운 별’들이 탄생했다. 신한, KB, 하나, 농협 등 4대 금융지주는 연초 은행을 비롯한 주력 계열사의 임원 승진인사를 마무리 짓고 새로운 진용을 갖췄다. 금융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저성장·저금리 기조와 국내외 불확실한 변수들이 맞물려 있는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에 새롭게 승진한 임원들의 활약과 기여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주목을 받을 것이다. 실제로 이번 금융계 인사는 그동안의 관례적인 인사관행을 깨고 전격 발탁된 젊은 피들이 많았고 세대교체 흐름도 그만큼 뚜렷했다. 4대 금융지주가 선택한 스타 임원들의 특징과 면면을 분석해 본다.
신한, KB, 하나, 농협 등 4대 금융지주에서 새롭게 별을 단 주요 임원 30명(은행의 경우 부행장·계열사 부사장 이상) 가운데 무려 26명이 1960년 이후에 출생한 ‘1960년 세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연소자는 1966년생인 한준성 하나은행 신임 부행장이었고, 1964년생인 신한캐피탈 이훈재 신임 사장, 1963년생인 박정림 KB금융지주 신임 부사장이 그 뒤를 이었다.
1950년대 출생자 가운데 새롭게 별을 단 사람은 농협캐피탈 고태순 대표(1958년), 하나은행 정정희 부행장(1958년), KB데이터시스템 이오성 대표(1959년), 농협생명 서기봉 대표(1959년) 등 4명에 불과했다. 금융과 IT(정보기술)를 접목한 핀테크 열풍과 빠르게 변하는 국내외 시장환경 속에서 국내 주요 금융사들도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 인사가 등장하며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신임 부행장·부사장 30명 중 26명 60년대생
신한금융
KB국민은행의 오평섭 신임 부행장(광주상고)과 이용덕 신임 부행장(대구상고)은 상고 출신으로 부행장의 별을 달며 고졸 행원들에게 희망을 줬다. 오평섭 신임 부행장은 개인고객 영업 분야에서, 이용덕 신임 부행장은 중소기업 금융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신한금융투자의 백명욱 신임 부사장도 광신상고 출신으로 부사장직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여성 임원의 발탁 승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국내 첫 여성 은행장이던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이 작년 말 퇴임했지만 새로운 여성 인재들이 전면에 등장하며 그 아쉬움을 달래줬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서 여신담당 부행장을 지내다 KB금융지주 부사장으로 승진한 박정림 신임 부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재원이다.
KB금융
올해 초 금융권 임원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각 분야별로 차세대 인재를 발탁한 가운데서도 ‘안정 기조’를 유지했다는 점이다. 저성장·저금리 기조 속에 올해 금융계의 경영환경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직이 동요할 수 있는 대폭의 승진인사나 모험인사는 가급적 자제할 것이다. 특히 신한금융과 KB금융, 농협금융 회장과 우리은행장, 하나은행장 등의 임기가 올해 잇따라 만료되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현재 경영진이 물러나거나 유임하더라도 새롭게 구성된 그룹 수뇌부가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연초 계열회사의 임원인사 폭을 최대한 축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금융업계 1위 신한금융은 허영택, 우영웅 2명의 신임 부행장이 부행장보에서 1년 만에 다시 부행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허영택 부행장은 1987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이후 뉴욕지점, 뉴델리지점을 거친 데 이어 2011년부터 글로벌 전략부장, 2013년부터 신한베트남은행 법인장을 맡은 대표적인 ‘국제통’이다.
우영웅 부행장은 1988년 신한은행에 몸을 담았고 카드사업지원팀장, IB본부장,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등 다앙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신한금융은 이들의 고속 승진에 대해 “미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글로벌과 CIB 등에서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갖춘 인사를 신임 임원으로 적극 발탁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허정수 신임 부행장도 KB손해보험 경영관리 부사장을 거쳐 KB금융지주의 재무담당 CFO를 맡았는데 꼼꼼한 업무 처리로 CFO 출신인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계열사 가운데는 KB자산운용의 대표이사 발탁이 가장 눈길을 끈다. 조재민 전 KTB자산운용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조재민 신임 대표는 특히 2009년 5월부터 2013년 6월까지 4년 가까이 KB자산운용의 대표를 지낸 바 있기 때문에 이번 선임으로 KB자산운용 대표만 두 번째로 맡는 독특한 인연을 과시하게 됐다. 그는 과거 KB자산운용 대표 재임 때도 가치투자펀드, 인프라펀드 등 신규펀드를 도입하는 전략으로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내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KB금융의 경우 지주와 은행, 증권 등 3개 주력사의 임원 겸직을 늘리면서 계열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했다. KB금융은 이번 인사에서 12개 금융 계열회사 가운데 3명의 CEO만 교체했는데 올해 11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는 윤종규 금융지주 회장 체제에 더욱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KB금융 주변에서는 윤종규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 금융지주 회장직과 은행장직을 분리하는 사안이 후속 인사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준성 하나은행 부행장 만 50세에 발탁
하나금융
하나은행 주변에서는 “금융권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절실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능력 위주의 발탁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이번 인사와 함께 과감한 조직개편도 단행했는데 외환사업단, IB사업단, 신탁사업단, 생활금융R&D센터 등을 신설해 새로운 사업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하나금융의 부행장급 이상 승진 인사폭이 신한이나 국민 등 경쟁은행에 비해 적었던 것은 함영주 현 행장의 임기가 올해 3월 종료된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함영주 행장은 지난 2014년 9월 김병호 전 하나은행장의 잔여 임기를 이어받아 취임했는데 외환은행과의 통합을 무난하게 이끌었고 경영실적도 좋기 때문에 연임이 유력하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외환은행과 통합 2년째를 맞은 하나은행은 주요 임원인사에 이어 본부장 40명 중 16명을 승진, 교체하는 창립 이후 최대 규모의 본부장 승진인사도 단행했다.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은 “영업현장과의 소통, 창의적 아이디어, 능력중심 성과주의라는 3대 원칙을 계속 유지하며 리딩뱅크 도전에 나서겠다”고 이번 인사에 의미를 부여했다.
▶농협생명 서기봉 사장
농협캐피탈 고태순 대표 발탁
농협금융
고태순 신임 농협캐피탈 사장도 역시 농협대학 출신으로 농협은행에서 서울영업부장, 전남영업본부장을 거친 뒤 2015년부터 농협캐피탈에서 부사장을 지내 왔다. 농협금융은 고태순 신임 사장에 대해 “영업총괄본부장을 지내며 2조원대였던 영업자산 규모를 2년 만에 3조원대로 성장시켰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전문성을 검증받은 인재들을 대폭 기용해 새롭게 도전에 나선 국내 금융사들이 올해 어떤 실적과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채수환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7호 (2017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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