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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상승기 전문가들이 꼽은 유망상품…뱅크론·물가연동채·금융주펀드 주목
입력 : 2017.02.23 16: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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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가 작년에 이어 올해 세 번의 금리 인상을 추가로 단행할 것을 시사하면서 한동안 금리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역시 대대적인 경기 부양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에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은 금리 상승 시기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들로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채권형 상품이나 채권 투자 비중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금리 상승기 유망 상품인 ‘뱅크론펀드, 물가연동채펀드, 글로벌 금융주펀드, 인버스채권ETF’로 갈아탈 것을 추천했다.
또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금리 인상기조는 한 번 정해지면 몇 년간은 그 흐름이 이어진다고 봐야 한다”며 “단기적인 접근보다는 2~3년 정도의 호흡으로 투자를 해야 제대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주문했다.
금리 상승기 수혜 상품으로는 대표적으로 뱅크론펀드가 꼽힌다. ‘뱅크론’은 신용등급이 낮은 투자등급 미만(글로벌 신용평가사 S&P 기준 BBB-)에 속하는 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려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발행한 변동금리부 선순위 담보대출채권을 말한다. 김재동 한국투자증권 영등포PB센터 센터장은 “변동금리부 채권에 투자하는 뱅크론펀드는 금리가 오를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라고 말했다.
발행기업의 자산이 담보로 제공되는 데다 다른 부채보다 우선적으로 상환되기 때문에 시니어론 또는 레버리지론으로 불리기도 한다. 뱅크론 펀드는 이 뱅크론에 집중 투자해 수익을 내는 펀드다.
일반적인 채권은 발행 시 금리가 결정돼 만기까지 고정되는 반면, 뱅크론은 변동금리여서 금리가 수개월에 한 번씩 조정되는 게 특징이다. 뱅크론에 적용되는 금리는 대개 3개월 리보(3M Libor)금리다.
뱅크론은 리보금리가 1%에 도달하지 못하면 ‘플로어(Floor)’라는 고정 이율을 적용하게 되는데, 이는 최소한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금리하단을 말한다. 즉 금리가 플로어 아래일 때는 변동금리 이자가 붙지 않지만, 플로어 위로 올라가면 가산금리를 더한 이자율이 결정된다.
최근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에 리보금리가 상승하면서 플로어인 1%를 넘어섰다. 3개월 리보금리가 이달 초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를 넘어선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3개월 리보금리가 다시 1%선을 돌파한 것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승과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융완화가 끝물에 와 있다는 시장의 판단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는 곧 뱅크론으로부터 본격적인 수익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재 국내에 공모로 뱅크론펀드를 출시한 운용사는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과 프랭클린템플턴투자신탁운용 둘뿐이다. 대표 상품은 ‘프랭클린미국금리연동(대출채권) 펀드’와 ‘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대출채권)펀드’다.
실제로 뱅크론펀드에는 지난해부터 시중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무려 6000억원가량의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해에만 2조원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간 일반 채권형펀드와는 완전히 대조되는 상황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시기의 문제로 본 투자자들이 여유 자금을 뱅크론 관련 상품에 투자하면서 설정액이 크게 늘었다는 게 운용업계의 설명이다.
일찌감치 뱅크론펀드로 갈아탄 투자자들은 이미 짭짤한 수익을 냈다. 프랭클린미국금리연동특별자산 펀드의 연수익률은 13.6%, 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특별자산 펀드의 연수익률은 7.9%를 기록했다. 예병용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상품마케팅 상무는 “투자심리 악화로 미국 뱅크론 시장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B~BB등급의 뱅크론 가격이 하락했는데 작년부터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추가적인 자본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뱅크론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프랭클린템플턴은 지난 4일 추가로 ‘프랭클린미국금리연동플러스특별자산펀드’를 내놨다. 이 펀드는 기존 펀드인 ‘프랭클린미국금리연동특별자산펀드’에 비해 더 높은 신용등급의 대출채권에 투자해 안정성을 높였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 BB~B 등급에 해당하는 대출채권에 주로 투자한다.
가중평균 신용등급 B- 대출채권으로 구성된 기존 펀드에 비해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또한 총 50여개 종목에 투자했던 기존 금리연동 펀드들과는 달리 이 펀드는 100여 개 종목에 투자한다. 투자종목의 폭을 확대한 만큼 변동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전용배 프랭클린템플턴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는 “프랭클린 미국금리연동플러스특별자산 펀드는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불확실성까지 높은 시장상황에서 ‘미국 금리인상’이라는 안정적인 투자테마로 설정된 합리적인 투자상품”이라며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들어섰음이 시사된 지금 이번 신규 펀드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를 보기에 적합한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시기에는 물가가 따라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물가연동채펀드를 주목해 볼 만하다고 추천했다. 물가연동채펀드는 자산의 대부분을 물가연동국채에 투자하는 상품을 말한다. 물가연동국채는 원금과 이자를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시켜 물가변동위험을 제거하고 실질구매력을 높인 채권이다.
박경희 삼성증권 강남1권역 상무는 “금리 상승과 연동해 인플레이션에 따라 수익률이 올라가는 국내외 물가연동국채와 이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김진곤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강북센터 상무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를 비롯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요인들이 충분해 물가연동채펀드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판매 중인 물가연동채펀드로는 ‘이스트스프링물가따라잡기펀드’와 ‘이스트스프링퇴직연금물가따라잡기펀드’가 대표적이다. 두 상품의 연 수익률은 각각 2.0%, 1.8%를 기록했다. 김정길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코리아 이사는 “통계청 자료를 보면 보통 계절적으로 설날과 추석이 있는 기간에 물가 상승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특히 물가가 1월에 오르면 3월에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말했다. 단 이 펀드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시 물가연동국채 성과가 저조할 수 있다는 점과 물가연동국채 유동성 저하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물가상승에 맞춰 운용사들의 관련 상품 출시도 늘어나는 추세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오는 16일 국내 최초로 글로벌 금리와 물가 상승에 연동하는 ‘키움글로벌금리와물가펀드’를 출시한다. 이 펀드는 금리와 물가에 관련된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일반펀드에 재투자하는 재간접펀드로, 뱅크론이나 물가연동국채 등 실물에도 직접 투자가 가능하다.
김성훈 키움투자자산운용 마케팅 본부장은 “금리와 물가가 동시에 상승하는 시기에는 뱅크론과 물가연동국채 비중을 높여 운용하고 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일반 채권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운용할 계획”이라며 “주로 채권형 펀드에 투자했지만 채권값 하락으로 다른 투자처를 찾는 안정적 성향의 투자자들이 주목해 볼 만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금융주펀드도 유망
금융주펀드도 금리상승 시기 수혜 상품으로 꼽혔다. 은행 수익성 악화의 주원인이었던 장기 저금리 추세가 상승 방향으로 전환할 경우 은행 및 보험 등 금융주의 수혜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 규제 완화를 외친 트럼프가 당선된 후 금융주가 뉴욕 증시에서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국내 금융주펀드로는 ETF 상품들이 나와 있다. 다만 TIGER200금융 ETF의 경우 금리 상승 시 수익성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는 증권주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것은 주로 해외 금융주펀드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상품들 가운데선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월스트리트투자은행증권펀드’와 피델리티자산운용의 ‘피델리티글로벌금융주증권펀드’가 대표적이다.
특히 ‘한국투자월스트리트투자은행증권펀드’는 연 수익률이 18.9%에 달한다. 이 펀드는 미국 뉴욕에 본점이나 해외현지법인을 보유한 투자은행(Investment Bank)에 주식의 60% 이상을 투자하는 상품이다. 25개 종목을 선정해 시장유동성을 감안한 시가총액을 참고로 투자비율을 배분한다. 현재 주요 편입 종목으로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간, 웰스파고 등이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증시 반전 후에는 금융주들이 증시 랠리를 이끌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피델리티글로벌금융주증권펀드의 경우에는 연 수익률이 14.6%를 기록했다.
다만 이 펀드는 금리인상 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는 리츠 및 부동산 기업의 비중이 20%가량 차지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금리의 경우 한 번 방향이 결정되면 3~4년은 그 기조가 이어지는 까닭에 관련 펀드들에 투자를 결정할 때는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진곤 상무는 “연초 포트폴리오 재정비 차원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기조에 발맞춰 향후 2~3년 정도 갖고 간다는 생각으로 투자해야 효율적”이라며 “단기적으로 몇 달 만에 두드러진 성과를 기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채권값 떨어질 때 돈 버는
‘인버스채권 ETF’
마지막 추천 상품은 ‘인버스채권상장지수펀드(ETF)’다. 이는 금리 상승으로 채권값이 떨어질 때 이익을 얻는 역방향(인버스) 구조로 설계된 상품이다. ETF의 경우 매매가 쉽고 자유로워 초보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펀드에 비해 수수료가 낮다는 점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유동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대로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동시에 추진한다면 국채 발행이 늘어나고 시중금리 상승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글로벌 시중금리 상승이 이어질 경우 채권인버스 ETF가 수혜상품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수수료 측면에서도 ETF가 상당히 유리하다”며 “펀드는 판매·운용 수수료가 2% 정도인 반면 ETF는 운용수수료가 없고 거래수수료 역시 거래 금액의 0%대로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선 ‘삼성코덱스(KODEX) 10년국채선물인버스 ETF’가 유일한 인버스채권ETF로, 최근 3개월 수익률이 5%를 상회한다. 다만 이 ETF는 국채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기에 월물교체(ROll-OVER) 위험이 있고, 신탁보수가 여타 채권형 ETF보다 다소 비싼 연 0.25% 수준이라는 점, 기초자산 추종을 일간 단위로 한다는 점 등은 최종 수익률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해외 ETF에 투자하는 상품으로는 미 국채 20년물 가격 하락폭의 2배 수익을 낼 수 있는 ‘프로셰어즈 울트라쇼트 20+(ProShares UltraShort 20+Year Treasury) ETF’가 있다. 해외 ETF에 투자하면 금리 인상기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익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효혜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7호 (2017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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