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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트렌드 1번지 청담동] Part Ⅲ | 미식가 사로잡는 고급 레스토랑·카페
입력 : 2017.02.10 17: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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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사람들은 어디서 먹고 마시며 식도락을 즐길까. 청담사거리 일대가 대형 패션부티크와 뷰티살롱, 고급가구 전시장으로 바뀌면서 레스토랑과 카페 등 식음업장들은 청담동과 신사동 도산공원 일대 골목 안으로 파고드는 추세다. 경기불황에도 아랑곳없이 도산공원 주변으로 일반 식당보다 가격대가 높으면서 맛집으로 불리는 고급 식당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있다. 한국 첫 미슐랭 3스타를 획득한 한식당 ‘가온’을 비롯해 ‘밍글스’, ‘정식당’, ‘다담’, ‘스시우오’, ‘멜팅샵’ 등을 비롯해 ‘볼피노’, ‘옳음’, ‘에스테번(S.Tavern)’, ‘아우어다이닝’, ‘칸디도’, ‘몽고네’ 등이 입소문을 타고 인기가 높다. 이곳 식당들은 대부분 가격대가 높은 편이지만 가격대에 맞는 요리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해 찾는 사람들이 많다. 유명 셰프가 운영하거나 TV에 소개된 곳이 많아 인지도도 높다. 도산공원 인근 고급 식당을 찾은 사람들은 다른 상권보다 붐비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고급 식당들이 많다 보니 작은 골목에는 디저트 카페들도 들어서고 있다. 수제드립 커피전문점으로는 매뉴팩트 커피와 이코복스 커피가 유명하다.
■ 청담동 핫플레이스는 어디?
▶한국 첫 미슐랭 3스타의 위엄 가온
‘가온’
▶# 뉴욕 정통 스테이크의 맛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
‘에스테번’
‘볼피노’를 운영하는 김지운 셰프는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의 아들이다. 그는 영국 윌리엄 왕자와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 대학원까지 동문으로 케임브리지대학교 대학원 석사 출신인 그야말로 엄친아다. 그는 서울 이태원 해방촌길에 이탈리아 레스토랑 ‘쿠촐로’를 연 데 이어 한남동에 2호점 ‘마렘마’, 강남 도산공원 인근에 3호점인 ‘볼피노’를 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올리브그린의 벨벳의자와 스칼릿 색채의 부스, 벽돌색 벤치의 조화가 멋스러운 ‘볼피노’는 마치 유럽의 어느 고급 레스토랑에 온 듯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이곳에선 다양한 종류의 이탈리안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볼피노의 시그니처 메뉴는 이태리 주민들의 전통적인 간식 요리인 ‘아란치니(주먹밥 튀김)’와 ‘우니어란파스타’, ‘오징어먹물펜네’라고 한다. 이태리 메뉴가 생소한 분들께는 서버에게 추천해 달라고 요청하면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음식의 가격은 파스타 기준 2만원 후반에서 3만원 정도이다.
▶푸짐한 수제버거와 스테이크가 일품 볼트82
▶맛과 분위기 좋은 아우어 다이닝·아우어 베이커리
아우어 베이커리는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빵집 중 하나다. 곳곳에 식물을 둬 정원 느낌을 살린 게 특징이다. 스타일리스트 서한영과 CNP푸드 노승훈 대표가 의기투합해 만든 곳. 자칭 ‘빵돌이’인 두 사람이 친구들과 소소하게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인기 빵은 ‘더티 초코’(4000원)와 ‘누텔라 바나나 크루아상’(4500원). 더티 초코는 오전 12시 30분, 오후 3시 30분 하루 두 번 나오는데 오전 11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한다.
아우어베이커리가 내놓은 이탈리언 레스토랑이 ‘아우어 다이닝’이다. 인기를 끌고 있는 메뉴는 블랙 트러플 파스타다. 파스타 생면을 잘 뽑는 그랑블루 출신 셰프 강석현의 강점을 집약한 음식이다. 이밖에도 우니와 말린 숭어알이 잔뜩 올라가있는 우니 보타르가 파스타, 로스트 치킨, 아우어 포터하우스도 인기 메뉴다.
청담동 변천사 ▷허허벌판 변두리 지역에서 40여 년 만에 최고 부촌으로
청담동의 역사를 알려면 시야를 넓혀 강남시대가 열린 1970년대를 되돌아봐야 한다. 지금의 한남대교, 처음으로 강북과 강남을 연결한 다리인 ‘제3 한강교’가 개통되면서 강남의 역사가 시작된다. 서울시 지도에 강남구라는 행정구역이 생긴 건 1975년이다. 그때까지 현재의 강남구는 성동구에 속했다. ‘제3 한강교’는 강남권 개발의 신호탄이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시골마을의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당시 200원이던 신사동 땅값은 1년 만에 3000원으로 올랐고 1970년엔 2만원이 됐다. 때마침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됐다. 경부고속도로는 한남대교를 기점으로 서울과 전국을 연결했다. ‘강남 8학군’의 등장은 강남 개발의 하이라이트였다. 정부는 강남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강북에 몰려있던 명문고의 강남 이전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종로 일대에 있던 경기고, 휘문고, 서울고, 숙명여고 등이 강남 8학군에 속하는 강남구나 서초구로 이전했다. 교육열 높은 학부모들은 앞다퉈 강남행을 택했다. 이주민이 늘어나면서 청담동을 비롯한 강남 일대에 아파트 건설 붐이 생겼고 아파트만 사두면 떼돈 번다는 소문에 복부인들이 아파트 사재기에 나섰다. 땅값, 집값이 미친 듯이 오르기 시작했다. 부자 고객들로부터 강남의 부동산 정보를 전해들은 명동 일대의 의상 디자이너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은 지금의 청담사거리를 중심으로 고급 부티크를 운영하면서 강남 사모님 스타일과 청담동 며느리 룩 같은 패션을 유행시켰다. 상류층들이 모여들면서 청담동에는 고급 헤어살롱과 서구식 카페, 퓨전음식 레스토랑 등 당시에는 생소했던 장소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인근 압구정동에는 부자 부모에게 받은 용돈으로 화려한 명품 브랜드로 치장하고,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과소비를 일삼은 ‘오렌지족’이라 불린 20대 젊은이들이 모여들었다면, 청담동에는 선진국에서 해외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30대들이 보고 체험한 고급 문화를 전파하는 신천지와 같았다. 1990년대 중반 청담동에는 소위 ‘청담동 문화’라고 불러도 될 만큼 독특한 그곳만의 분위기가 있었다. 문화예술인과 연예인들이 먼저 몰려들었고 이어 일반인들 발길이 계속되면서 청담동은 전성기를 맞았다. 미국 아이비리그에 속한 코넬대 출신의 당시 28세였던 이상민 대표가 낸 퓨전 레스토랑 ‘시안’을 비롯 노희영 YG푸드 대표가 ‘궁’ 레스토랑, 유명 포토그래퍼 김용호 대표가 파리의 고급 카페거리 생또노레에 있는 카페를 그대로 재현한 ‘까페 드 플로라’, 국내 첫 수제드립 커피 전문점인 ‘커피미학’ 등 지금껏 이름이 남아있는 전설의 명소들이 즐비했다. 현재 청담동에 파리 몬테뉴나 밀라노 몬테나폴레오네처럼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까르띠에 등 고급 브랜드 매장이 들어선 명품거리가 형성된 것도 90년대 말 그때부터다. 2000년대 청담동은 전성기가 한풀 꺾이면서 거리 전체에 변화와 세대 교체가 일어난다. 1세대 퓨전 레스토랑과 고급 카페들 대신에 라이프스타일 편집숍들이 자리를 차지한다. 한 공간에서 패션쇼핑부터 식음료, 도서와 음반 구입까지 가능한 이색 공간의 등장이다. ‘꼬르소꼬모’와 ‘샌프란시스코 마켓’, ‘분더샵’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디자이너 부티크를 밀어내고 해외 수입브랜드들이 매장을 차지하고, 점차 대형화된 뷰티살롱들이 터를 잡았다. 현재 청담동은 새로운 패션 부티크와 뷰티살롱, 고급 레스토랑, 바 등이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대한민국 트렌드 1번지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7호 (2017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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