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강퉁 시대, 중국판 나스닥에 투자해볼까

    입력 : 2017.01.20 14:32:50

  • 선강퉁시대 개막 선언
    선강퉁시대 개막 선언
    중국 본토 선전(심천)증시와 홍콩증시의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선강퉁 제도가 지난해 12월 5일 마침내 시행됐다. 이로써 선전시장의 880개 종목과 홍콩시장의 417개 종목에 대한 양방향 투자가 가능해졌다. 그런데 국내 투자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중국 증시가 하락세인 데다 선전 증시 특성상 고평가된 종목이 많고 변동성이 높은 탓이다. 하지만 선전증시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대를 거두기엔 이르다는 전문가들이 많다. 선전증시의 성장성에 베팅해보겠다는 투자자들은 반드시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당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개별 종목에 직접 투자가 막혀 있는 데다 직접 중국기업 분석과 관련 정보 수집이 어려운 만큼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활용한 간접투자를 추천했다. 현재로선 중국 선전증시 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은 ‘ 중국본토펀드’나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차이넥스트(차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차스닥 ETF’ 등을 통해 선강퉁에 투자할 수 있다. 그래도 선전증시 주식을 ‘직구’하고 싶다면 증권사들이 공통적으로 추천한 ‘메이디그룹·BYD·완다시네마’ 등을 주목해볼 만하다.



    ▶중국본토펀드, 선전증시 비중 50% 넘어야 수혜

    중국본토펀드는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표 선강퉁 투자 상품이다. 전문가들은 선강퉁 수혜를 노려보려면 중국본토 주식형펀드 중 선전증시 투자 비중이 50% 이상으로 높은 펀드들을 선별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선전증시의 경우 개별 종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만큼 충분한 리서치가 뒷받침되는 운용사와 장기적인 트랙레코드(실적)를 보유한 펀드 선택이 효율적이라고 조언한다. 김탁규 IBK기업은행 프라이빗뱅킹(PB) 팀장은 “시장 전반의 밸류에이션은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아직 거품이 있고 정보가 부족하다”며 “장기적인 실적을 보유한 펀드를 통해 투자 기회를 노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가장 인기가 높은 펀드는 ‘삼성중국본토중소형FOCUS증권’이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 펀드는 지난해에만 1000억원가량의 뭉칫돈이 유입됐다. 이 펀드는 선전 증시 편입 비중이 59%로 높은 편인 데다 그중에서도 중소형주 편입 비중이 73%에 달하는 선강퉁 특화 펀드다. 최근 한 달간 수익률은 1.0%를 기록했다.

    특히 이 펀드의 경우 설정 규모가 4075억원으로 중국본토펀드들 가운데 가장 크다는 점이 주요 세일즈 포인트다. 설정 규모가 크면 신규 종목 편입이 수월해지고 투자 종목 수도 많아져 분산투자 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임헌영 삼성증권 상품개발팀 차장은 “다른 펀드에 비해 중소형주 비율이 높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 것으로 분석된다”며 “펀드 규모가 크고 투자 종목 수가 84개에 달해 다양한 중소형주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유입금액이 많은 펀드는 국내 유일 선전 증시에만 투자하는 ‘미래에셋차이나심천100인덱스증권펀드’였다. 지난 7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선강퉁을 노리고 출시한 이 펀드는 출시 약 4개월 만에 387억원이 유입돼 출시 이후부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펀드는 선전100지수 종목을 바스켓으로 구성해 펀드 자산총액의 60% 이상 투자하며, 중국 본토에 상장된 선전100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자산총액의 30% 미만을 투자한다. 인덱스펀드로서 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액티브 펀드와 달리 상대적으로 성과 예측이 용이하다는 점에 끌린 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펀드의 최근 한 달간 수익률은 4.65%다.

    이어 ‘KB중국본토A주증권’에 약 344억원이 유입됐으며 ‘이스트스프링차이나드래곤AShare증권’과 ‘삼성중국본토중소형FOCUS증권’에 각각 223억원, 218억원이 유입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본토펀드의 경우 단기적인 기대보다는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동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본토 시장의 투자자 구조, 가격 산정 체계, 감독 및 관리 등이 중장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고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ETF와 ETN으로 분산투자

    차이넥스트 지수를 추종하는 차스닥 ETF를 통한 투자도 고려해볼 만하다. 올해 다소 주춤했지만 차이넥스트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시각이다. 선전거래소는 크게 메인보드, 중소판(中小板·SME Board), 창업판(創業版·ChiNext) 세 보드로 나뉜다. 보드별 비중은 각각 32%, 44%, 24%다. 차스닥 ETF가 추종하는 것은 이 중에서도 차이넥스트다. 올해로 출범 7주년을 맞는 차이넥스트는 2009년 10월 개장 당시엔 시가총액과 거래대금이 각각 260억달러와 290억달러에 불과했지만 10월 말 기준으로 7750억달러(약 915조원), 2조740억달러로 크게 성장했다. 상장기업 수도 출범 초기 28개사에서 현재 546개사로 약 20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에만 50개가 넘는 기업이 신규 상장했다.

    세 보드 중 차이넥스트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향후 중국 경제를 견인할 신성장 산업과 대표 기업들이 대거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산업 분야별 상장 비중을 살펴보면 차이넥스트에는 정보기술(IT)이 44.8%로 절반 가까이에 달하고, 이어 산업재(20.9%)와 헬스케어(12.8%)가 차지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차이넥스트의 지난해 수익률은 84.4%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내다가 지난 6개월 동안 플러스 수익률로 전환하는 등 회복되고 있는 추세다. 최근 3개월간 차이넥스트의 평균 수익률은 2%다. 이에 삼성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은 각각 차이넥스트 지수를 추종하는 ‘코덱스심천차이넥스트 ETF’, ‘아리랑 심천차이넥스트 ETF’를 출시했다.

    향후 직접투자가 가능해지더라도 환전 비용 등을 감안하면 인덱스 투자가 더 매력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선강퉁 시행시 매매 관련 비용은 해외 거래수수료 0.30%와 증권사에 지불하는 환전비용 2.23%, 양도소득세 등을 지불해야 하지만 ‘코덱스 심천 차이넥스트’의 수수료는 연 0.47%로 직접투자 비용보다 훨씬 낮다.

    이정준 삼성자산운용 구조화운용팀장은 “선강퉁 시행을 앞두고 선전거래소 거래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일반 투자자의 경우엔 중국 본토 종목 선별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변동성도 높아 개별 종목보다는 ETF와 같은 인덱스 투자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상품들은 환노출 ETF로 기초지수 수익률뿐만 아니라 원화 대비 위안화 통화의 가치변동이 수익률에 반영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 밖에도 국내 증권시장 장 종료시간인 오후 3시 30분 이후 중국 증시 종료까지는 30분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시황 변동에 따른 괴리율 증가 가능성도 존재한다.

    상장지수증권(ETN)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 ‘미래에셋 중국 심천 100 ETN’은 선전100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선강퉁 투자설명회에 쏠린 투자자들의 관심
    선강퉁 투자설명회에 쏠린 투자자들의 관심
    ▶‘직구’하고 싶다면… 메이디, 아이얼, BYD 등 주목

    시장에서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성장주의 경우 이익과 리스크가 공존한다. 더욱이 이름도 생소한 중국기업에 대한 투자는 정보 부족으로 인한 투자손실 위험에 노출되기 쉬워 종목 투자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선강퉁 유망종목들 가운데선 가전업종 ‘메이디그룹’, 제약·바이오 업종 ‘아이얼안과그룹’, 미디어 업종 ‘완다시네마’, 전기전자 업종 ‘BYD’ 4개 종목이 공통적이었다.메이디그룹은 중국 소형가전시장 1위 업체로 중국 전체 가전시장에서는 2위를 달리고 있다. 이 업체의 투자포인트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전략과 해외진출이다.

    메이디는 지난 3월 일본과 동남아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본 도시바의 백색가전사업부를 인수했다. 지난 6월과 8월에는 이탈리아 에어컨업체 클리베와 글로벌 4대 산업용 로봇업체인 독일 쿠카의 지분을 가져왔다. 또 소천아, 위령홀딩스, 화릉 등 생산기업의 지분도 인수하며 제품 라인업을 강화했다.

    윤영식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메이디는 인수합병으로 성장기회를 모색하는 장점이 있다”며 “올 들어 단행한 인수합병으로 글로벌사업 강화와 다각화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약·바이오업종 유망종목으로 꼽힌 ‘아이얼안과’는 중국 1위 안과그룹으로 지난해 말 기준 100개 이상의 안과전문병원을 보유했다. 병원 수는 2006년 대비 10배 늘었고 2014년 기준 연간 진찰 횟수는 5배 증가했다.

    아이얼안과는 최근 10여 년간 가장 많은 시력교정수술과 백내장수술을 진행한 경력을 자랑한다. 따라서 고령화시대에 진입한 중국의 상황과 스마트기기 확산 분위기에 따른 시력교정수술 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기대돼 중장기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매출 구성에서 가장 큰 비율을 점유한 라식수술과 백내장수술이 각각 전년 대비 39.3%, 54.9%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완다시네마는 그나마 많이 알려진 선강퉁 유망 종목이다. 완다시네마는 중국 부동산 재벌기업인 완다그룹의 자회사로 중국 전역에 320개의 영화관과 2789개의 스크린을 보유했다. 완다시네마 중국 영화관시장 점유율은 14%다.

    완다시네마의 강점은 완다그룹의 M&A를 통한 성장이다. 2012년 미국 AMC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고 지난해 호주 극장체인 호이츠그룹의 지분을 가져왔다. 올 들어 영화 <다크나이트>, <워크래프트>를 제작한 미국영화제작사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를 흡수했으며 최근에는 미국 6대 메이저 영화제작사 중 하나인 파라마운트 인수 의사를 밝혔다. 김미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완다시네마는 엔터테인먼트사 인수로 미국·호주·뉴질랜드시장에 진출했다”며 “최근에는 미국 영화사 인수로 영화 제작능력을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BYD는 지난해 6만1722대의 친환경차 판매고로 세계 친환경차 판매량 1위 기업이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시장 확대에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500만대의 전기차 보급계획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과 전기차 시장확대로 BYD의 실적은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2조9126억원과 7155억원을 기록했다. BYD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으론 665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252% 급증한 결과다.

    이외에도 증권사들은 선강퉁 유망종목으로 국헌하이테크, 의빈오량액, 화란바이오, 중항광전 등을 추천했다.

    [김효혜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6호 (2017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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