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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칸 사무엘손 볼보자동차그룹 CEO | “한국은 글로벌 브랜드의 격전지, 여기서 이겨야 세계에서 통한다”
입력 : 2016.12.16 14: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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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10월에 취임한 하칸 사무엘손 CEO는 “지금 이 시점에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세 가지”라며 “첫째 한국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둘째 저희의 새로운 모델인 플래그십 세단 ‘더 뉴 S90’의 론칭, 셋째 역량 있고 선진적인 기술 개발 파트너를 찾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D-E 세그먼트 시장은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의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는 중심지”라며 “전통적으로 왜건 모델에 강한 볼보가 글로벌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선 한국 시장의 반응과 평가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미래 자동차산업과 관련해선 자율주행차와 순수 전기차 개발을 언급했다. 볼보는 내년부터 스웨덴의 일반 도로에서 100대의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는 ‘드라이브-미 프로젝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스웨덴 정부가 지원하는 대규모 자율 주행 프로젝트다. 하칸 사무엘손 CEO는 “실제 고객들을 자율주행차량에 탑승시켜 탑승자의 안전과 다양한 교통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차량 공유업체인 ‘우버’, 자동차 안전부품업체인 ‘오토리브’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완벽한 자율주행을 위한 연구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이 같은 협력 관계를 통해 자율주행차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칸 사무엘손 CEO는 “최근 한국에서도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며 “볼보의 스웨덴 프리미엄 가치를 한국 소비자에게 더 많이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볼보의 90시리즈가 첫선을 보였습니다. 내년에는 어떠한 신차들을 출시할 계획입니까.
계속해서 신차 출시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이미 90시리즈가 출시됐고, 내년에는 새로운 60시리즈와 40시리즈가 공개됩니다. 여기에 내년에는 공장 증설과 관련된 일련의 활동들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공장 증설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이 궁금합니다.
현재 저희의 생산능력은 약 50만 대 수준입니다. 2020년까지 80만 대 규모로 늘릴 예정인데, 이를 위해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 찰스턴에 새로운 공장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곳에선 2018년부터 양산을 시작합니다. 스웨덴에는 구텐베르크 등지에 소형차 공장들이 있고, 아시아태평양지역은 상하이를 중심으로 활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선 현재 다칭과 청도에 2개의 공장을 가동 중인데, 중국에도 생산 공장을 늘릴 계획입니다.
▶미국과 스웨덴, 중국까지 생산 공장이 많을수록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는 게 쉽지 많은 않은데, 볼보만의 노하우가 있습니까.
볼보의 자동차는 어느 지역, 어느 공장에서 생산되든 볼보만의 엄격한 글로벌 표준 품질관리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어느 곳에서 생산하든 차이가 없어요. 일례로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차량 중 절반은 중국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스웨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는데 두 제품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중국에서 생산되더라도 100% 순수 볼보차입니다. 아, 한국에서 판매되는 볼보차는 스웨덴에서 생산된 차량이 될 겁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의 화두는 여전히 친환경차인데요. 앞으로 볼보의 친환경차 계획은 무엇입니까.
가장 중요한 기술은 엔진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죠. 이 부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기술인 드라이브 E 엔진, 포실린더의 엔진을 활용해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고 있어요. 두 번째는 여기에 덧붙여서 브레이킹 시스템, 제동 시스템과 관련된 하이브리드 시스템 기술이 있고, 세 번째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관련된 시스템이 되겠지요. 이 부분은 전기를 배터리에 전달하는 기술인데 많은 투자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물론 순수 전기차 분야에도 투자와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독일은 2030년부터 가솔린차의 판매를 금지했고, 중국은 신규 내연기관 자동차 공장의 설립을 불허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결코 이로운 상황은 아닌데요.
독일에서 현재 가솔린 차량 금지가 논의되고 있는 건 조금 섣부른, 어떻게 보면 이른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추가적으로 논의돼야 할 부분이죠. 이 부분에 대해선 전혀 결정된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현재의 트렌드는 전기차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고 있고 또 옮겨갈 것이라는 게 너무도 뚜렷한 상황입니다. 볼보는 2019년에 첫 순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이 차는 단 한번 충전으로 500㎞까지 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최근 자율주행차 관련 프로젝트들의 사고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는데요. 볼보가 내년에 진행할 드라이브-미 프로젝트의 자율주행 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저희가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하는 이유는 순전히 운전자의 안전을 위한 것입니다. 자율주행보다는 오토파일럿이란 용어를 쓰고 싶은데요. 기본적으로는 자율주행을 하겠지만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긴급상황에선 운전자가 개입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오토파일럿이 탑재된 차량은 2021년에 시장에 내놓을 계획입니다. 현시점에서 자율주행 기술은 완전한 상태가 아닙니다. 이것만 믿고 운전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합니다. 드라이브-미 프로젝트는 스웨덴의 구텐베르크에서 1차로 실행하게 됩니다.
실제 운전자들이 도로 주행을 하면서 맞닥뜨리는 상황을 파악하고 기술개발에 반영하게 됩니다. 이후 프로젝트를 진행할 도시로 런던과 상하이를 선정했습니다.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역설했는데, 연간 판매량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입니까.
볼보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볼보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시장입니다. 일단 경쟁이 치열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라 저희도 빠르게 대처해야 하거든요. 앞으로 많은 차종을 출시하고 변화를 꾀할 계획이라 성장세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의 연간 판매량은 1만 대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앞서 한국 방문의 이유 중 하나로 ‘사업 파트너를 찾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이미 결정한 것인지요.
일단 상품이나 기술 전반과 관련해선 엔지니어들이 직접 살펴봐야겠지요. 제가 방문한 목적 중 하나는 좀 더 높은 수준의 기술과 각 업체들이 어떤 기술을 갖고 있는지 상황을 체크하기 위한 것입니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라면.
브랜드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선 브랜드가 약속한 부분을 철저히 지켜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희는 고객에게 세 가지를 약속하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가 안전이에요. 여기에 친환경에 대한 약속도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죠. 운전자들이 수많은 기능을 경험하는 것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볼보차를 운전한다는, 특별한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입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 스웨디시 럭셔리 브랜드라는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안재형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5호 (2016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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