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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Ⅲ | 대한민국 대표CEO들의 리더십유형의 변화…CEO의 역량 기업의 명줄을 쥐다
입력 : 2016.10.11 15: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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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50년 뒤의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CEO의 모습을 예견할 수 있을까?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2015년 경제 키워드로 선정했던 VUCA(Volatile, Uncertain, Complex, Ambiguous), 즉 급변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으로 대변되는 최근의 경영환경 변화는 미래를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 S&P 500 기업들의 평균 수명이 1937년에 67년이었으나 2016년 현재 15년으로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이러한 변화 양상을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미래에 성공하는 리더의 모습을 어렴풋이나마 그려 볼 수는 있다. 리더는 자신이 이끄는 구성원들을 움직여 성과를 만들어내고 조직과 사람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리더십의 성패는 조직이 추구하는 성과를 만들어 냈는가와 구성원들을 제대로 움직였는가 그리고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는가에 의해 판단되어야 한다. 50년 후에도 이러한 성패 기준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성과를 창출하고,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 내는 방법은 다를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업의 운명이 갈수록 CEO의 능력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동일한 산업에 속해 있고 경영 여건이 비슷한 기업이라면 누가 CEO를 맡느냐에 따라 기업의 명운이 좌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 자동차 업계의 GM과 포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국에서 똑같이 자동차 산업에 속해 있는 GM과 포드는 CEO의 능력 차이로 기업의 운명이 갈렸다. 한때 미국의 빛나는 영광이었던 GM은 2000~2009년 8년 동안 릭 웨거너(Rick Wagoner)가 CEO로 재임하는 동안 파탄으로 치달았다.
반면, 앨런 멀랠리(Allan Mulally)는 포드자동차의 CEO를 맡아 이 회사를 턴어라운드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는 2006년 9월 포드 자동차의 대표이사에 취임했는데, 이에 앞서 그는 항공기 업체 보잉사의 부사장으로 재임하면서 9.11사태로 적자에 빠진 포드는 멀랠리에 의해 혁신과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재탄생했다. 2008년 1달러까지 내려갔던 주가는 2015년 1월 16달러로 16배까지 뛰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어려움에 처한 미국의 두 기업이 CEO의 의사결정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톱다운(Top-Down)에서 보텀업(Bottom Up)
대한민국 대표 CEO들의 리더십유형 변화
미래 50년에 각광받을 리더는 수평주의, 자율과 헌신, 다양성 존중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 주장하기보다는 질문해서 듣고, 일방향 소통보다는 쌍방향 소통을 중시해야 한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시시콜콜 간섭하기보다는 일을 해야 할 의미를 제공하고, 섣불리 해답을 제시하려 들지 말고 문제부터 제대로 규정해 풀어 나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해야 한다. 한마디로 자신과 동등한 인격체로 직원을 대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가 리더에게만 일방적으로 짐을 지우는 것 같아 불공평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시대가 그 방향으로 변하고 있고, 리더가 솔선수범해야 문제가 해결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 마음 훔쳐야
사회 구성원들의 가치관과 욕구가 급격하게 변화한 것도 제왕적 리더십의 효과를 낮추고 있다. 매슬로우 욕구 5단계를 들어 이야기하면, 베이비붐 세대까지만 해도 가장 아래 단계의 ‘생존의 욕구’와 ‘안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즉 먹고살기 위해 일했다. 70년대에 유행했던 보너스는 ‘밀가루 1포대’였다. 그런데 경제·사회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점점 상위의 욕구를 원하게 됐다. 5단계의 최고 정점은 ‘자기실현의 욕구’이다.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게 요즘 기업의 아랫단을 점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2년~2000년 사이에 태어나 베이비붐 세대의 부모 밑에서 자랐다. 이들은 먹고 살기 위한 생존의 고통에 시달려 본 적이 없고, 어려서부터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우받으며 자랐다. 그래서 이들은 ‘돈’보다 ‘의미’를, ‘성공’보다 ‘성장’을 추구한다. 한마디로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일은 하려고 하지 않는다. 당연히 ‘무조건 하라’는 통하지 않는다.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봇과 마주할 4차 산업시대
“인간을 인간답게”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인간과 사물 그리고 공간이 모두 연결되고 끊임없는 융복합이 일어난다. CEO 한 사람의 역량만으로 기업을 이끌어 가기란 불가능하다. 기업 외부의 개인과 조직 간에 협업이 불가피하다. 또한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되고 공유되기 때문에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은 금방 드러나게 되어 있다. 이러한 환경에 진정성이 떨어지는 CEO는 금세 신뢰를 잃게 된다. 또한 수많은 정보가 기록되고 투명하게 공개됨에 따라 다른 사람을 해롭게 하거나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기업은 장기적인 생존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그래서 윤리성이 떨어지는 CEO도 리더십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4차 산업혁명은 알고리즘이 알려진 정형화된 일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을 쓸모없는 존재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경쟁력이 아니라 기계(컴퓨터, 인공지능, 로봇 등)를 능가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경쟁력의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결국 인간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은 해결할 수 있는 규칙이나 해법이 존재하지 않아서 여러 가능성을 실험해보고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내야 하는 일 또는 사람들과의 관계 및 소통이 필요한 활동이 많은 일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일을 담당하게 될 구성원들을 이끄는 CEO는 융복합화된 기술을 가장 인간에 이롭게 활용하면서 그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성장시키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이 될 것이다.
[권상술 세계경영연구원 교수(경영학박사) 정리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3호 (2016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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