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입차 시장 조용한 변화 한국소비자의 새로운 선택

    입력 : 2016.10.11 15: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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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젤게이트로 확대된 독일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벌어진 지 1년이 지났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이끌던 디젤차는 승승장구 대신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모양새다. 최근 유럽에선 유럽연합(EU)의 배출가스 규제 강화 움직임에 프랑스 자동차 회사 르노가 디젤차 생산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도 조용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우선 지난 8월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차의 점유율은 54.4%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약 18%나 감소했다.

    1~8월 누적 판매량에서도 디젤차의 점유율은 지난해와 비교해 6.6% 떨어졌다. 반면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차의 점유율은 확대됐다. 올 8월까지 가솔린 차량은 지난해 27.4%에서 31.5%로 늘었고, 하이브리드는 3.4%에서 6.0%로 두 배에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디젤차를 앞세워 성장세를 높인 독일산 대신 영국, 스웨덴 등 유럽과 일본산 자동차의 약진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집계한 올 8월까지 수입차 판매량을 살펴보면 독일산 차의 시장점유율은 62.5%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6% 떨어진 수치다. 하지만 7월(57.6%)과 8월(54.8%) 판매량만 놓고 보면 그동안 철옹성 같았던 점유율 60%를 밑돌았다. 아우디·폭스바겐의 판매량 급감이 영향을 미쳤다. 대신 그 빈자리를 재규어, 랜드로버, 볼보, 혼다, 인피니티 등 각 브랜드가 점유율을 높이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디젤 게이트 파동에도 나 홀로 독주, 벤츠

    지난해와 비교해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산 차의 성장세는 주춤하거나 확연히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유독 메르세데스-벤츠만 9.6%나 성장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클레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클레스’
    한 수입차 관계자는 “신형 E클래스가 베스트셀러카로 자리 잡으면서 벤츠의 승승장구가 예사롭지 않다”며 “올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연간 5만 대 판매를 돌파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벤츠는 지난 8월에만 4835대를 판매했다. 전체 수입차 판매량의 약 1/3(30.35%)을 독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년 만에 풀 체인지된 10세대 신형 E클래스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중형세단인 E클래스는 벤츠의 대형세단 S클래스를 뒤에서 받쳐주고 준중형 세단 C클래스를 이끌어주는 역할을 맡았다. 그 전략이 주효했다. 지난 8월 수입차 시장의 베스트셀링카 부문을 살펴보면 E300(1202대)과 E220d (979대)가 1, 2위를 C220d(573대)가 3위를 차지했다. 국내 시장에서 엎치락뒤치락하던 BMW와의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올 8월까지 누적판매대수는 벤츠가 3만3507대(22.58%), BMW는 2만8839대(19.43%)였다. 하반기에는 럭셔리SUV ‘더 뉴 GLS’ 등 4종의 신차가 출시될 예정이다.



    ▶잘나가던 아우디·폭스바겐, 폭삭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8월 판매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10분의 1(90.7% 감소)로 줄었다. 환경부의 인증취소와 판매정지가 시장에 미친 결과다. 폭스바겐이 76대를 판매하며 지난해와 비교해 97.6% 줄었고, 아우디는 476대를 판매하며 83.0%나 줄었다. 7월 이후 판매량이 폭삭 주저앉았지만 올 상반기 판매량에서도 하락세는 확연하다. 폭스바겐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 상반기 판매량이 33.1% 급감했고 아우디도 10.3%나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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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이 드러나 12만6000대의 환경부 인증이 취소됐다. 이후 8만3000대도 추가로 인증이 취소됐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지난 2007년부터 국내에 판매한 30만7000대의 차량 중 68%의 인증이 취소된 셈이다. 환경부는 인증 취소와는 별도로 배출가스 성적서를 위조한 24개 차종(47개 모델) 5만7000대에 대해 과징금 178억원을 부과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현재 인증이 취소된 모델에 대한 재인증을 추진 중이다.

    ▶재규어, 랜드로버, 볼보, 인피니티

    비독일계 4총사 승승장구

    아우디·폭스바겐의 빈자리에 재규어, 랜드로버, 볼보, 인피니티 등 비독일계 4총사의 성장세가 독보적이다. 우선 랜드로버는 올 8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무려 74.7%나 늘었다. 재규어는 38.1%, 볼보와 인피니티는 각각 30.0% 늘었다.

    대표적인 영국산 자동차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올 8월에만 각각 331.7%, 299%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베스트셀링 모델은 재규어 XE와 디스커버리 스포츠. 각각 1159대와 2476대가 판매됐다.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인피니티 ‘Q50S 하이브리드’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인피니티 ‘Q50S 하이브리드’
    두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고객제일주의를 근간으로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고객 서비스 만족도를 높여 몸집만 커지는 게 아니라 진정한 프리미엄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판매와 서비스 네트워크를 늘리고 있다. 현재 전국 20개 전시장, 21개 서비스센터, 4개 인증중고차 전시장을 운영 중인데, 내년까지 약 1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전국 최대 25개 전시장, 27개 이상의 서비스센터, 최대 7개의 인증 중고차 전시장을 확보할 예정이다. 부품 공급 센터도 기존 대비 3배로 확대했다.

    지난 3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부품 공급센터는 총3만5000여 종의 예비부품을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 배송 전담 시스템, 긴급 배송 시스템을 통해 전반적인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향후 네트워크 확장 계획에 대비해 두 배 이상의 예비 면적을 확보했다. 지난 2월 공식 설립한 신규 트레이닝 아카데미에선 총 9명의 분야별 전문 트레이너가 리테일 경영 교육부터 제품 및 브랜드, 금융 및 판매, 기술 교육 등 각각의 전문 분야를 담당한다. SK텔레콤과 협력해 수입차 최초로 브랜드 전용 T맵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 현재 재규어 ‘F-PACE’에 우선 적용 중인데, 향후 재규어와 랜드로버 라인업을 대상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 전용 T맵은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인컨트롤 터치 프로’와도 호환돼 편의성을 높였다. 올 하반기에 재규어는 브랜드 최초의 SUV 차량 F-PACE를, 랜드로버는 세계 최초의 콤팩트 SUV 컨버터블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을 출시했다.

    스웨덴 브랜드 볼보의 성장세는 지난해부터 확연했다. 지난해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총 4238대를 판매해 2014년보다 42.4%나 성장했다. 지난해 베스트셀링카는 총 1122대가 판매된 스포츠 세단 ‘S60’이었다. 여기에 프리미엄 해치백 ‘V40’ 와 프리미엄 SUV ‘XC60’가 볼보의 성장을 이끌었다.

    볼보자동차코리아 관계자는 “2015년은 대표 모델 3종을 중심으로 30대와 40대 고객 비중이 전년 대비 각각 61.9%, 52.1% 증가했다”며 “이러한 수치는 수입차 전체 시장의 30대(26.6%)와 40대 성장률(26.3%)보다 두 배 이상 높다”고 젊어진 고객층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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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에는 서비스 부문에서도 소비자의 시선을 끌었다. 무상 보증기간을 수입차 업계 최장 수준인 5년 또는 10만㎞까지 연장(기존 3년 또는 6만㎞)하고 해당 기간 동안 브레이크 패드 등의 소모성 부품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볼보가 내세운 강점은 ‘드라이브-이 파워트레인’으로 향상된 효율성과 성능, 그리고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올해는 특히 새로운 플래그십 SUV ‘All-New XC90’과 4분기 출시 예정인 ‘더 뉴 S90’에 기대를 걸고 있다. 볼보는 올 8월까지 판매량 3488대를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30.0% 성장했다. 이는 3년 연속 수입차 시장의 평균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세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크로스컨트리가 선전했고, 다이내믹 디자인에 대한 3040고객이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올해는 중대형급 신차들이 출시돼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한 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런가 하면 일본산 자동차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올 8월까지 판매량을 살펴보면 총 2만1678대가 판매돼 지난해보다 17.7% 증가했다. 수입차 전체 판매량이 6.5%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성장세다. 시장점유율도 11.6%에서 14.6%로 확대됐다. 브랜드별로 나누면 토요타가 지난해 대비 15.5%, 혼다가 29.4%, 렉서스와 인피니티가 각각 29.4%, 30.0%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인피니티의 성장세가 무섭다. 올 8월에만 판매량이 전월 대비 약 40%나 늘었다. 수입차 시장의 한 관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 시장에서 아우디의 빈자리를 벤츠와 BMW, 인피니티가 대거 유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피니티코리아 측은 “다양하고 안정적인 라인업을 바탕으로 탄탄한 성장 기반을 구축했다”며 “상대적으로 디젤 모델 판매에 주력했던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판매 정지 처분으로 휘청거린 데 반해, 인피니티는 디젤 세단 Q50 2.2d부터 고성능 하이브리드카 Q50S 하이브리드, 가솔린 모델 Q70, QX60까지 각기 다른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어 고객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Q50 2.2d’의 경우 지난 8월에만 전달 대비 판매량이 50%나 급상승하며 8월 베스트셀링 디젤카 중 유일한 비독일계로 이름을 올렸다. ‘Q50S 하이브리드’도 올 8월까지 판매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무려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

    올 가을에는 준중형 프리미엄 크로스오버 ‘Q30’이 출시될 예정이며 7인승 럭셔리 크로스오버 ‘뉴 QX60’은 고객 인도가 시작됐다.

    Q30은 인피니티 모델로는 처음으로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이 탑재돼 젊은 고객층을 겨냥하고 있다.

    SUV모델 QX60 역시 새로운 모습으로 업그레이드돼 세단과 SUV 라인업의 균형 잡힌 성장세가 예상된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3호 (2016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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