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 가구 증가·불황에 소규모 창업이 대세…매장 줄이고 메뉴 고급화 ‘스몰 럭셔리’

    입력 : 2016.09.22 13:56:29

  •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자영업자 수는 556만 명이다. 이는 경제활동인구 2500만여 명 가운데 실업자를 제외하면 4~5명 중 1명이 자영업자라는 얘기다. 하지만 국세청 조사에 의하면 개인 사업자의 폐업률은 25% 수준으로 무려 4곳 중 1곳이 몇 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창업 수요자는 많지만 경기가 뒷받침되지 못하자 최근 창업 희망자들이 생활밀착형 소자본 창업 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업종인 치킨전문점의 경우에도 1억원 전후 소자본 창업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채선당’ 서브 브랜드로 1인 샤부샤부 메뉴 선보이는 ‘샤브보트’
    ‘채선당’ 서브 브랜드로 1인 샤부샤부 메뉴 선보이는 ‘샤브보트’
    ▶투자형 모델서 실속형 모델로

    치킨 프랜차이즈 1위 제너시스BBQ는 최소 5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대 창업 모델인 ‘올리브 카페’를 최근 시장에 내놨다. 올 상반기에만 70개가 넘는 가맹점을 모집했다. 이로써 BBQ는 현재 배달 중심의 ‘BBQ 올리브 치킨’, 배달·카페 겸용 ‘BBQ 올리브 카페’, 수제맥주와 치킨을 즐길 수 있는 카페 형태 ‘BBQ 치킨앤비어’ 등 총 3가지 타입을 운영하고 있다.

    올리브 치킨은 소자본 창업 컨셉트로 33㎡(10평) 기준 4000만~8000만원의 창업비용을 요구한다. 생계형 부부 창업자에게 유리한 모델로 현재 10년 이상 운영한 가맹점이 500여 개에 이를 정도로 탄탄한 투자 안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 등장한 올리브 카페는 치킨을 비롯해 피자와 버거, 주류를 함께 취급해 저비용 고수익을 보장하는 매장이다. 치킨 카페를 표방해 페스추리 사각 피자, 수제 버거, 샐러드, 브런치, 커피 등 다양한 메뉴 구성으로 영업시간 내내 빈틈없는 매출을 선보이는 수익 중심의 창업 모델이다. 83㎡(25평) 기준 투자비가 9000만~1억5000만원이다.

    BBQ가 새로 선보인  1억원대 전후 창업 매장 ‘올리브카페’
    BBQ가 새로 선보인 1억원대 전후 창업 매장 ‘올리브카페’
    BBQ 관계자는 “3~4년 전만 해도 창업 시장에서는 레스토랑 타입 매장 등 투자형 모델이 대세로 자리 잡는 듯했지만 최근에는 다시금 1억원대 소자본 창업 모델이 뜨고 있다”며 “매장 규모를 줄여 실속을 더 고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업자를 조금이라도 더 끌어모으기 위해 파격적인 혜택을 내세우는 프랜차이즈도 늘고 있다. 놀부가 새롭게 론칭한 ‘놀부옛날통닭’은 업종 변경 시 파격 혜택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나섰다. 업종 변경 희망자들에게 2000만원 이하 적은 투자비만 받아 놀부옛날통닭 창업을 돕기로 한 것이다. 아울러 놀부 본사에서 제공하는 주류 대출과 최대 1억원 은행권 창업금융 지원 프로그램까지 제공하고 나섰다. 오븐마루치킨의 경우 1000만원대 조리 기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행사를 통해 창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크기를 줄여라…‘서브 브랜드’의 숙명

    기존 유명 프랜차이즈의 경우 제2, 제3의 ‘서브’ 브랜드를 통해 다양한 창업자 모으기에 나서고 있다. 이들 서브 브랜드는 기존 메인 브랜드보다 대체로 매장 규모가 작거나 소규모 외식 아이템을 통해 좀 더 간편한 창업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 때문에 색다른 외식 브랜드에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들뿐 아니라 합리적인 소규모 창업을 노리는 예비 가맹점주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샤부샤부 메뉴로 유명한 외식 프랜차이즈 ‘채선당’은 최근 1인 샤부샤부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별도 가맹 브랜드 ‘샤브보트’를 내놨다. 샤브보트는 기존 채선당의 미니멀 매장이라고 보면 된다. 66~99㎡(20~30평)으로 매장 크기를 작게 해 기존 대형 채선당과는 다른 1인식 메뉴로 눈길을 끌고 있다.

    샤브보트는 부피는 줄이되 실속은 더했다. 친환경 채소와 호주 청정우 사용은 기존 채선당과 같다. 그러나 여기에 소고기 커리와 토마토 육수를 새롭게 추가해 업그레이드된 샤부샤부를 1인 메뉴로 내놓는다. 혼자서도 부담 없이 식사할 수 있는 매장 환경이 조성돼 있어 혼자 밥을 먹으러 오는 ‘혼밥족’의 방문 비율이 높다.

    무엇보다 총 3명의 인력만으로 매장 운영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말발굽 형태의 바(bar)를 설치해 운영 효율성을 높였다. 채선당 관계자는 “샤부샤부는 메뉴 특성상 손님이 테이블에서 직접 조리해 먹는 시스템이어서 매장 인력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샤브보트는 직원 1명으로도 고객을 맞이하고, 나머지 2명은 조리에 투입할 수 있어 매장 전체 인건비 절감을 극대화한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1인 소비자를 상대하기 때문에 회전율 또한 높은 편이다. 35개 좌석을 둔 샤브보트 서울 강남롯데점의 경우 하루 총 7~8회의 높은 테이블 회전율을 보이고 있다. 김익수 채선당 대표는 “샤브보트는 1억원대 초반으로 창업이 가능한 브랜드”라며 “부부나 청년 창업의 새로운 성공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1년 탄생한 생맥주 전문점 ‘치어스’는 미니 비어를 강조하는 ‘비어스탑’을 지난해 새롭게 출범시켰다. 이 역시 샤브보트와 마찬가지로 1인 가구를 공략하기 위해 탄생됐다. 기존 스몰비어가 저렴한 가격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비어스탑 같은 미니비어 펍은 테이블에 혼자 앉아 술을 마셔도 주위 눈치를 볼 필요 없는 편안한 환경을 제공한다.

    대부분 50㎡(15평) 내외 작은 크기 매장으로 테이블도 아담한 편이어서 혼자 앉아 술을 마시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매장 인테리어도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모던해 30대 손님이 주를 이룬다. 매장은 대체로 시끄럽지 않고 차분한 편이어서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꺼리는 1인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스쿨푸드’ 서브 브랜드로 떡볶이 메뉴에 집중한 ‘밀라노 분식 by 스쿨푸드’
    ‘스쿨푸드’ 서브 브랜드로 떡볶이 메뉴에 집중한 ‘밀라노 분식 by 스쿨푸드’
    고급 분식 체인 ‘스쿨푸드’로 유명한 SF이노베이션은 지난해 퓨전 즉석떡볶이 브랜드 ‘밀라노 분식 바이(by) 스쿨푸드’를 서브 브랜드로 내놨다. 스쿨푸드의 베스트셀러 메뉴인 ‘까르보나라 떡볶이’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것에 착안해 만든 매장이다. 이곳에서는 떡볶이에 이탈리아식 퓨전 레시피를 접목한 즉석 떡볶이 메뉴를 주로 선보인다. 다양한 분식 대신 떡볶이라는 소규모 아이템에 집중한 형태다. 진한 크림 소스가 어우러진 ‘밀라노 크림 떡볶이’, 돈까스나 통오징어 등 토핑을 얹은 ‘토핑 떡볶이’ 등이 대표 메뉴다. 특히 밀라노 크림 떡볶이는 떡볶이와 파스타 생면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색 메뉴로 개발됐다. 기존 즉석 떡볶이 브랜드와 차별화해 매장 내 모든 테이블에 인덕션을 설치한 것도 특징이다. 인덕션을 사용해 떡볶이 조리 시간과 온도를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따라 프랜차이즈에서도 소규모 형태의 서브 브랜드가 갈수록 확산될 전망”이라며 “매장은 작지만 메뉴를 알차게 해 먹거리에서도 ‘스몰 럭셔리’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1인 가구만 겨냥한 프랜차이즈 늘어

    아예 1인 가구 소비자를 노리고 작은 매장 형태로 출발하는 프랜차이즈도 늘고 있다. 혼자 식사하는 ‘혼밥족’이 늘어나는 추세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캐주얼 한식 ‘바비박스’는 혼자서 토핑해 먹는 도시락 가맹점으로 탄생했다. 작은 사각 형태 박스에 원하는 반찬을 얹어 먹는 형태다. 바비박스는 1인 취식이 가능한 바 타입 좌석을 중심으로 매장을 개설하고 있다.

    혼자 토핑해 먹는 도시락 매장 ‘바비박스’
    혼자 토핑해 먹는 도시락 매장 ‘바비박스’
    여름이면 자주 먹는 빙수도 1인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1인 빙수 전문 가맹점 ‘스노우볼’은 5000원대 가격에 1인 용량 빙수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2012년 창업 후 서울 강남에서만 20개 가까이 매장이 늘었다. 고비용·대용량이 주를 이룬 빙수 시장에서 고품질 빙수를 혼자 먹길 원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호평을 얻고 있다. 소비자의 빈약한 지갑 사정을 감안해 매장 규모뿐 아니라 가격까지 대폭 줄인 프랜차이즈는 올해 창업 시장의 또 다른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매머드커피·핵커피 등 1ℓ짜리 대용량 커피를 파는 커피전문점을 비롯해 가격 파괴 고깃집 등 품질은 유지하면서도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제공하는 프랜차이즈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황 추세를 타고 우후죽순 늘어날 전망이다. 망고식스에서 파생된 커피식스가 최근 테이크아웃 형태 커피식스미니로 등장한 데다 저렴한 주스 음료만 파는 쥬스식스로도 확장되고 있다. 강훈 망고식스 대표는 “퀄리티를 담보한 박리다매형 매장 돌풍은 올해 음료 프랜차이즈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은 비용을 들여 매장을 만들어 싼값에 메뉴를 파는 박리다매형 프랜차이즈가 늘어나는 건 실제 창업 희망자들의 수요 조사를 통해서도 여실히 증명된다. 코엑스는 올해 3월 ‘2016 프랜차이즈 서울’ 박람회를 열면서 참관 신청자 4677명을 대상으로 창업에 대한 인식과 선호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대출을 받지 않고 소자본으로 창업하려는 사람이 10명 중 3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자금 조달을 위한 금융 서비스 이용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출 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36%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창업 자금의 20% 미만’이 27%로 뒤를 이었다. 반면 ‘창업 자금의 60% 이상’은 단 5%에 불과했다.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가계 부채 위험성에 대한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하면서 사업 초기부터 강력한 리스크 관리를 염두에 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창업 준비금 규모를 묻는 질문에는 ‘1억원 미만’이 49%로 무려 절반에 달했다. ‘1억~2억원’ 18%, ‘2억~3억원’ 6%, ‘3억원 이상’은 3%로 나타나 초기 비용 부담이 덜한 소규모 창업을 선호하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났다.

    프랜차이즈 창업할 때 예비 창업자들은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가맹비용(38%)’을 ‘브랜드 인지도(34%)’와 ‘본사 지원 시스템(28%)’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예비 창업자들은 지난해에 이어 창업 업종 1순위로 커피나 베이커리 등 카페 창업(65%)을 꼽았다. 전년도보다 4%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외식 창업을 희망하는 비율은 36%로 전년 대비 12%포인트나 감소했다. 카페 업종이 외식 업종보다 매장 관리가 쉽다고 생각하는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염중희 코엑스 전시팀 과장은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소규모로 안전하게 창업을 시작하려는 예비 창업자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며 “이런 경향에 맞춰 최근 열리고 있는 프랜차이즈 박람회들도 대체로 소자본 창업 전략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진우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2호 (2016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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