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저축銀이어 인터넷은행·P2P업체 가세…연 10%대 중금리대출 어디서 받을까

    입력 : 2016.09.22 10: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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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시중은행과 저축은행들이 연 10%대 대출상품을 속속 내놓으면서 중금리 대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신용등급 때문에 은행의 저금리 대출을 받기가 어려웠거나 급한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중(中)금리 대출이란 연 평균 3~5%대 금리인 은행 대출과 연 20~30%대 고금리를 부과하는 제2금융권(저축은행, 카드사) 사이에서 10%대 금리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그동안 신용등급이 좋지 않거나 소득이 변변치 않아 제1금융권에서 밀려난 고객들은 저축은행이나 신용카드, 대부업 등 고금리 시장에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급전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정부가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도 고금리 폐해로 고통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의욕적으로 금융회사들을 독려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는 것이 바로 중금리 대출이다. 정부의 독려에는 가계 부채가 더 늘어나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2개(카카오뱅크, K뱅크)를 인가해 줘서 올해 하반기 금융시장에 새로운 지각변동을 예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시중은행들과 차별을 내세우는 포인트가 바로 중금리 대출이기 때문이다.



    ▶금융사들 중금리대출시장 선점 경쟁

    지난 6월 신한, 우리, 하나, 국민, 농협 등 9개 시중은행과 서울보증보험이 제휴해 출시한 사잇돌 대출은 신용등급 4∼7등급의 중신용자(77.4%)와 연소득 2000만∼4000만원대의 중위소득자(72%)가 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카드론이나 저축은행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은 금융 소비자들이 중금리 대출로 대환하는 사례가 많고, 사회에 첫발을 딛어 신용도가 아직은 부족한 사회초년생이나 별다른 소득 없이 연금을 받는 고령자들도 일부 중금리 대출 상품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잇돌 대출은 최고 한도가 1인당 2000만원, 원리금 상환기간은 최대 60개월(5년)이다. 상품 출시 초기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1024만원이고 이용고객 10명 가운데 7명이 상환기간으로 가장 만기가 긴 5년을 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금리 시장을 겨냥하는 금융회사들의 전략적인 움직임도 활발하다. 서울보증보험이 합류한 사잇돌 대출에 앞서 이미 우리은행은 위비모바일 대출(금리 5.8∼9.6%), 농협은행은 NH EQ(금리 10% 이하) 등을 출시해 시장 선점에 나섰다.

    저축은행 업계도 SBI저축은행이 사이다(금리 6.9~13.5%)를, 친애저축은행이 원더플와우론(금리 12~19.9%)을 각각 선보이며 시중은행들과 중금리 시장에서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사잇돌 대출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하며 “중금리 시장이 안착하고 있다. 지방은행과 저축은행도 사잇돌 상품을 출시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중금리 대출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금융시장의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자금이나 투자자금 등을 원하는 신용도 높은 고객들은 보통 시중을 찾지만, 긴급하게 목돈이 필요하거나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은 금리를 조금 더 주고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다. 평균 소득이 적거나 뚜렷한 소득원이 없을 경우 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을 할 수 있는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의 문턱을 두드리기도 한다. 그마저 어려운 사람들은 대부업체나 사채시장을 찾는 게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소비자 대출 경로다.

    최근에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25%에 불과할 정도지만 지속적인 경기불황으로 시중 금융회사들이 가계부채 폭탄을 우려해 연체율 관리에 나서고 있다. 개인 신용만 갖고 대출을 받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살인적인 고금리 폐해를 없애고 신용도가 좀 낮은 고객들도 자금 융통에 나설 수 있도록 숨통을 틔어주겠다고 만들어진 시장이 바로 중금리 대출시장이다.



    ▶인터넷전문은행 P2P업체 주목

    연체 관리 때문에 머뭇거렸던 시중은행들이나, 기존 금리보다 더 낮을 경우 수익성 담보가 어려웠던 제2금융권이 중금리 시장에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금융시장의 뉴플레이어(New Player)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출범할 예정인 인터넷전문은행과 P2P대출업체가 그 주인공들이다. 정부 인가를 받은 카카오뱅크와 K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들과 달리 오프라인 영업지점, 현장 근무 인력들이 필요하지 않은 장점을 앞세워 금융 상품 구성과 운영 방식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온라인 전문회사라는 특징을 앞세워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중금리 대출 시장 활성화를 최대 전략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K뱅크는 신용등급 4~6등급의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10%대 금리를 제공할 계획인데, 대부업을 이용 중인 중신용자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중금리 대출을 이용할 경우 대출금액이 2000억원 이상 절감될 것으로 분석했다. 마윈 회장이 이끄는 중국 알리바바는 인터넷전문은행인 마이뱅크를 출범시킨 이후 8개월 만에 매출 규모가 460억위안(약 8조원)을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을 기반으로 지금까지 60만 개에 달하는 소기업과 개인 창업자들에게 중금리 대출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제공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중금리 대출시장의 또 다른 복병인 P2P (Peer to Peer) 대출은 온라인을 통해 개인들이 투자자금을 모으고 대출을 해주는 금융거래를 의미한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금을 모아서 대출을 원하는 사람에게 적정 이자율로 돈을 빌려주는 서비스다. 금융회사 없는 개인 간의 거래는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최근에는 금융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핀테크 붐을 타고 고객 분석, 대출 심사, 위험 관리가 크게 향상되면서 금융시장의 새로운 대출패턴으로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P2P 업체들도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P2P대출 업계의 누적 대출금은 작년말 2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올해 상반기 말 현재 1000억원대로 급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P2P 업체들의 급성장은 저축은행이나 대부업계보다 더 낮은 금리 혜택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P2P 대출업체인 8퍼센트의 경우 신용 1~7등급 고객이 30일 이내에 다른 금융기관에서 0.01%라도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경우 고객 1명당 보상금 1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최저금리보상제를 8월초부터 시행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 다른 P2P 대출업체인 렌딧은 최근 1년 동안 모집한 누적투자금액이 총 129억3000만원, 참여한 투자자 숫자는 2414명이라고 밝혔다. 렌딧이 이들 자금을 모아 출시한 대출 상품의 평균 투자수익률은 10.4%, 연체율은 0.48%인 것으로 각각 집계됐고 고객 10명 가운데 4명이 재투자 고객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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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금리대출 시장 규모 50조 추산

    그렇다면 실제로 중금리 대출의 잠재적인 시장 수요는 얼마나 될까. 기존 금융권이나 신생 P2P 업체의 대출 상품들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오랫동안 누적된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약 50조원 규모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용등급 5~6등급인 사람들의 대출금액이 약 35조원에 달하는 데다 카드대출로 나간 15조원을 감안하면 약 50조원 규모의 잠재적 시장이 있다는 설명이다.

    중금리 대출이 많이 몰리는 금리 10~15% 구간의 대출 비중은 작년 말 현재 5.1%, 금액으로는 9조1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중금리 대출의 잠재적 수요자인 신용등급 4~7등급의 중신용자들은 작년말 기준으로 전체 금융소비자의 약 47%인 698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현재는 고금리 대출 시장으로 밀려나 있지만 중금리 상품이 늘어나면 날수록 이 시장의 파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측의 판단이다. 다만 중금리 대출이 새로운 시장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수익성’과 ‘연체율’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 활성화되지 못했던 대출 시장인 만큼 위험부담도 따르기 마련이다.

    특히 이익 추구에 민감한 금융회사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대출 장사를 할 리도 만무하다. 중금리 대출 시장의 주요고객인 신용등급 4~7등급 신용자들 가운데는 여러 금융회사에 채무를 갖고 있는 다중채무자들도 적지 않게 포함돼 있다. 이들 대출자들이 대출 자금을 제대로 갚지 못해 연체율이 높아질 경우 금융회사들은 대출 심사를 바짝 쪼이게 되고 그렇게 되면 대출규모와 건수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의욕적으로 조성된 시장이지만 실제 활성화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특히 5등급 이하 신용자들은 중신용자라기보다는 저신용자에 더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을 대상으로 대출영업을 할 때는 연체 리스크가 그만큼 불거지기 쉽다는 이유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5등급 신용자들의 경우 5% 미만이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을 이용하는 데 비해 6등급 신용자들은 24.9%가 이를 이용해 큰 차이를 보였다. IBK경제연구소 박강희 연구위원은 “중금리 대출이 시장에 자리를 잡으려면 연체율을 최대 2.5% 이내로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존에도 중금리 대출시장이 존재했지만 활성화되지 못했던 이유는 은행들이 그동안 담보 위주의 대출 취급 형태를 유지해 온 데다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충분한 신용분석 역량을 갖추지 못해 금리 산정과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은행들이 중금리 대출을 확대해 평균 대출금리가 상승할 경우 해당은행에 대한 평판이 악화될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중금리 대출은 이제 시장과 상품이 형성되기 시작한 초기 단계를 지나고 있다. 금융시장에 얼마나 잘 안착할지의 여부는 정책당국과 금융회사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고객 관리, 상품 개발, 연체 관리 등을 진행해 나가는 것에 달렸다.

    정부가 주도 중인 사잇돌 대출의 경우 대출자들이 빚을 갚지 못하면 보증을 담당한 서울보증보험이 책임을 져야 한다. 고금리와 저금리 사이에서 이른바 ‘금리 절벽’을 없애고 금융 대출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보다 많은 선택을 주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칫 부실 관리에 소홀할 경우 국민 혈세가 새롭게 투입되거나 금융회사들이 골병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수환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2호 (2016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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