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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대세로 떠오른 패시브(PASSIVE)…수익 안겨주는 똘똘한 펀드들
입력 : 2016.09.22 10: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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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펀드시장이 액티브(Active)에서 패시브(Passive)로 옮겨가는 추세다. 패시브 펀드는 지수 추종을 통해 시장 수익을 추구하는 인덱스 펀드와 ETF(상장지수펀드) 등을 일컫는다. 반면 액티브 펀드는 적극적인 운용을 통해 시장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액티브 자산이 점차 패시브 자산, 대체투자 자산, 특별 자산으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지역별 뮤추얼 펀드 자금흐름을 비교해보면 지역별로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패시브 자산으로의 자산 구성 변화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특히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미국 패시브 시장은 가장 큰 폭으로 순자금이 유입되었다. 순유입 자금 기준으로 미국 상위 15개의 펀드 카테고리 중 8개는 패시브 펀드였으며 주식형과 채권형에서 모두 강점을 보였다. 유렵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은 상위 15개의 펀드 중 5개가 패시브 펀드”라며 패시브 채권형 펀드와 특별자산 펀드가 상위권에 진입하였고, 주식형 펀드의 경우 액티브보다 패시브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시장의 경우도 패시브 자산으로의 자금 순유입이 가속화되어 현재 상위 15개 펀드 중 3개가 패시브 펀드다. 특히 중국의 금리 자유화로 예금 자금이 유출되고 있어 본격적인 패시브 자산으로의 자금 유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소극적’이라는 의미의 패시브 펀드는 S&P500과 같은 특정 벤치마크 지수만큼의 수익률을 추구한다. 벤치마크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을 가중치대로 소극적으로 편입해 운용하기 때문에 유능한 펀드매니저가 유망한 종목을 새로 발굴해야 하는 수고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운용 수수료도 싸다. 반면 액티브 펀드는 벤치마크 지수를 초과하는 수익률을 내기 위해 펀드매니저들의 적극적인 운용 전략을 필요로 한다. 이로 인해 패시브 펀드보다 상대적으로 운용 수수료가 높은 편이다. 지난해 글로벌 펀드시장에서는 패시브 펀드의 장기 성장률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러한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ETF는 지속적인 성장과 시장점유율 상승을 기록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8월 19일 기준) 올 초 이후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7.24%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액티브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1.03%로 집계돼 수익률 격차가 8.27%나 벌어졌다. 올 들어 시장수익률을 뛰어넘는 수익률을 목표로 펀드매니저가 공격적인 운용 전략을 구사하는 액티브 펀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반 이상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초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을 살펴보면 인덱스 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펀드 8개가 수익률 10위권에 포함됐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8월 19일 기준 미래에셋TIGER200중공업ETF와 미래에셋TIGER200헬스케어ETF가 올 초 이후에만 각각 37.81%, 15.29%의 수익률을 기록해 개별펀드 중 1, 3위를 기록했다.
삼성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삼성KODEX조선주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 삼성KODEX반도체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은 각각 25.19%, 14.4%의 수익률을 기록해 2위와 4위를 차지했다.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액티브 펀드는 초소형자산운용사인 유경PSG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유경PSG액티브밸류증권투자신탁(주식)Class C-i(13.45 %)’와 ‘유경PSG액티브밸류증권투자신탁(주식)Class A(13 .26%)’가 수익률을 기록해 5, 6위를 차지한 것이 전부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상반기에 여러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면서 펀드매니저가 개별 종목의 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횡보장에서는 펀드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액티브 펀드보다는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연 돋보이는 ETF
패시브 투자가 강세를 보이는 최근 장세에서는 대표적 펀드인 ETF의 강세가 상대적으로 도드라진다.
ETF는 대부분 특정 지수에 연동하기 때문에 리스크 분산 효과가 크고, 거래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목표수익률이 낮을 땐 수수료 등 거래비용을 줄이는 게 중요한데 ETF는 일반 펀드에 비해 수수료가 낮고 주식매매와 같은 방식으로 매도할 때 거래세가 붙지 않는다. 언제든 사고팔 수 있기 때문에 환금성이 강하고 변동성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는 최근 수익률 부진 등으로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과는 정반대의 특징을 갖고 있다. ELS는 특정 지수와 연동된다는 점에서 ETF와 유사하지만 갑작스런 악재가 닥쳤을 때 대응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새롭게 선보인 인버스 레버리지 ETF
규제 완화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확대 등으로 자산운용사들의 사업 영역 확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인수합병의 증가로 1그룹 1운용사 원칙이 폐지되면서 자산별·유형별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지난 8월부터 ‘인버스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를 상장했다.
주가가 떨어지는 하락장에서 두 배의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상품이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지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역방향으로 지수를 2배 추종하는 ETF 상장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지난해 10월 ETF 활성화를 위해 ‘인버스 레버리지 ETF’를 허용하면서 시중 운용사들이 상장에 나서고 있다.
인버스 레버리지 ETF는 이미 상장돼 거래되고 있는 인버스 ETF(역방향 1배)나 레버리지 ETF(순방향 2배)처럼 코스피200지수를 따라 움직이도록 설계된다.
오는 11월에는 ‘채권형 액티브 ETF’가 출시될 예정이다. 적극적인 운용으로 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액티브 ETF가 허용되면서다.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한국거래소와 상품 출시를 논의하고 있다.
ETF가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은 편리성과 저렴한 수수료다. 주식처럼 증권시장에 상장돼 거래되지만 약 2% 내외의 수수료를 받는 일반 펀드에 비해 수수료가 0.5% 수준으로 저렴하다. 투자 대상은 국내 주식을 넘어 일본·중국·미국 주식은 물론 원유, 금, 은 등 원자재까지 투자가 가능하다. 게다가 일반 펀드의 경우 환매나 가입 시 3~5거래일의 시간이 걸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당일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높은 투명성도 매력이다. 일반 펀드의 경우 3개월에 한 번씩 보유자산이 공시되지만, ETF는 매일 확인할 수 있고 그에 따른 투자전략 정립이 가능하다.
지난 8월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2년 4개 종목이 상장된 이래, 3444억원에 불과하던 ETF 순자산 총액은 현재 23조를 넘어설 정도로 폭증했다. 올 들어 1조7769억원이 늘어나면서(8.2%) 코스피 시장 대비 자산규모 비중은 16.6%로 전년(1.7%, 13.0%) 대비 상승했다.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ETF 자산도 자연스레 늘어난 형국이지만 비과세 특례 해외 ETF, 박스권 장세에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스마트베타·전략형 ETF 등 신상품이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ETF 시장의 순자산총액은 상반기 말 기준 23조4201억원으로 사상 최초 23조원을 돌파했고 작년 말 21조6300억원 대비 8.3% 성장했다. 호조를 보인 수익률 외에 지난 2월 29일 도입된 비과세 해외 ETF 등 절세 매력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비과세 해외 ETF는 15종목으로 확대됐고, 순자산 총액은 4810억원으로 지난 2월 도입시 대비 21% 늘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올해 국내 ETF 시장은 채권형 액티브 ETF, 해외 ETF 확충, 신규 파생형 ETF, 신성장동력 ETF 등 70종목 내외 상장을 예상하고 있다”며 “종합 자산관리 시장으로 발전 및 국민 재테크 대표수단으로서 중심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마트 베타도 눈길
ETF 장점에 액티브 전략접목
상장지수펀드(ETF)가 시장에서 큰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는 가운데 각 자산운용사들은 기존의 인덱스를 추종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스타일, 테마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신상품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똑똑한 ETF’로 불리는 스마트베타형 상품들이 눈에 띈다.
수년째 박스권에 갇힌 국내 주식시장 속에서 단일 지수만을 추종하는 상품에 투자해서는 투자자들이 원하는 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렵다. 스마트베타 ETF는 단일 지수가 아니라 지수내재가치(Value), 성장 모멘텀(Momentum), 퀄리티(Quality), 낮은 변동성(Low Volatility) 등 다양한 잣대를 들이대 산출한 지수를 추종한다.
성장 모멘텀이나 낮은 변동성 등 한 가지 요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투자요소를 고려해 투자하는 만큼 꾸준한 수익률을 추구한다.
지난 5월 삼성자산운용은 스마트베타 상장지수펀드(ETF) 3종을 13일 새롭게 상장해 기존 ‘KODEX삼성그룹밸류’에 이어 스마트베타 ETF 라인업을 총 4개로 확장했다. ‘삼성KODEX모멘텀PLUS’는 장기 성장지표가 상위인 기업에 투자한다. 성장성지표는 1년 수익률을 1년 변동성에 나눠 추출한다. 그 이후 매출총이익을 총자산으로 나눈 수익성 지표에 따라 상위 30위 종목을 우선 편입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다양한 스마트베타 전략에 분산투자하고 코스피200선물을 활용해 변동성을 헤지하는 ‘미래에셋스마트베타마켓헤지펀드’를 선보였다. 이는 시장 위험만을 반영하는 전통적인 시가총액 방식의 인덱스와 달리 주식의 성장성, 내재가치, 저위험성 등 다양한 요인을 인덱스 구성에 반영한다. 시장 대비 초과성과를 추구하는 액티브 전략과 저비용과 투명성이 강조되는 패시브 전략의 장점을 모아 리스크 대비 성과가 우수하단 평가를 받는다.
성태경 미래에셋자산운용 리테일마케팅부문 상무는 “스마트베타마켓헤지펀드는 시장에서 검증된 스마트베타 전략을 통한 분산투자와 주가지수 매도로 시장 위험에 대한 노출을 줄여 안정적인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라며 “중위험·중수익을 주식관련 자산 투자를 통해 구현해 혼합형 중수익 상품 대비 과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2호 (2016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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