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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지도 바꾸는 O2O의 미래(Online to Offline)
입력 : 2016.07.04 10: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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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산업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O2O(On-Line to Off-Line)다. ‘온라인(On-line)에서 찾아낸 수요를 실제 오프라인(Off-Line) 공급자와 연결시킨다’는 단순한 의미의 비즈니스 모델은 굵직한 대기업들은 물론 수많은 스타트업까지 등장하여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O2O시장 규모는 온라인 상거래 시장과 오프라인 상거래 시장이 합쳐지는 일종의 ‘교집합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국내 오프라인 상거래 규모는 약 300조원, 온라인 상거래 규모는 모바일 15조원을 포함 약 44조원으로 추정된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아직까지 전체 상거래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오프라인 시장에서 온라인으로의 확장이 급격히 가속화되어 2017년에는 O2O시장이 약 3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산업지형 바꾸는 O2O
국내도 중개업 중심으로 우후죽순
-Q : 국내 O2O기업은 몇 개나 될까요?
-A :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배달의 민족, 카카오택시 등 실생활에 익숙해진 O2O서비스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버’의 철수는 O2O 서비스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2014년 10월 서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우버는 기사들에게 유류보조금을 지원하고 승객들에게 콜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등 파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승차거부를 하거나 새벽시간에 예약하기 어려운 기존택시의 불편함을 개선시켰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서울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국토교통부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판정을 내렸다. 서울시가 단속에 나서 우버 운전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등 규제에 막히자 우버는 결국 국내 서비스를 중단했다. 우버가 철수한 자리는 현재 카카오택시 등 모바일 콜택시 서비스가 자리를 잡았다.
세계1위 호텔체인 메리어트호텔의 기업가치를 위협하는 에어비앤비, 중국 상해에서 ‘우버’택시를 서비스 하는 모습
네이버 ‘윙스푼’이 서비스를 중단한 뒤 다양한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상황별·장소별 맛집을 추천하는 ‘망고플레이트’나 원하는 날짜와 모임 목적에 맞게 레스토랑을 추천하는 ‘식신’ 앱은 누적 다운로드 수가 200만 건을 넘어섰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의 배달 앱은 요식업 관련 O2O 시장을 이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배달 음식 시장 전체 매출액 10조원 중 O2O를 통한 배달 앱의 점유율이 20%에 해당하는 2조원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식재료 배달, 맛집 추천 등 다양한 O2O 서비스가 시작됐다.
부동산 중개를 핵심 사업으로 내세운 직방, 다방, 복방 등의 서비스도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한때 300여개에 달하는 서비스가 등장할 정도로 활성화돼 연간 2조원에 달하는 국내 부동산 정보 시장의 10%인 2천억원 가량이 앱을 통한 부동산 중개 수수료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초기 O2O기업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붐을 일으키자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기존 오프라인 사업의 불편함 해소’라는 깃발을 들고 나서며 시장의 확대에 기여했다. 앱을 기반으로 의식주는 물론 즐길거리, 이동수단, 생활편의서비스 등 일일이 세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네 일상 속을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국내 O2O기업은 몇 개나 될까?”, “규모는?” 이러한 질문에 업계 전문가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젓는다. 전 산업영역에서 끊임없는 진입과 퇴출이 이뤄지고 있는 까닭이다. 인간 생활과 연결되는 모든 산업 영역이 O2O로 바뀌어 나가는 모양새다. 조금 들여다 보자.
-O2O로 점철된 직장인 A씨의 하루
# 직장인 A씨는 아침에 일어나 아침식사 O2O서비스를 통해 웰빙 가정식을 챙긴다. 출근 준비를 마칠 무렵 띵동 소리가 들린다. 3일 전 수거해간 세탁물이 도착한 것이다. 정갈하게 옷을 갖춰 입은 A씨는 무더운 날씨를 피하기 위해 버스 앱으로 버스도착시간을 확인한 후 집을 나선다. 버스에 오른 A씨는 출근시간동안 주말에 온 비로 더러워진 차를 위해 세차 앱을 실행한다. 아파트주차장에 주차된 A씨의 차에 접근한 세차 매니저는 세차를 마치고 다양한 각도의 ‘인증샷’을 보내온다. 점심시간 동료들과 O2O ‘비콘(Beacon)’서비스(장소기반 쿠폰서비스)를 통해 할인받아 점심식사를 마친 A씨는 주말에 떠날 여행을 위해 숙박 앱을 통해 호텔을 예약하고 가사도우미 앱을 통해 아이를 돌봐줄 도우미를 물색한다.
▶ Interview | O2O 얼라이언스는 생존 위한 선택 김충범 500V 대표
초기 스타트업도 명확한 수익모델 찾아야
국내에서 처음으로 M&A를 통한 O2O전문 얼라리언스를 표방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은 500V는 설립 첫해 흑자를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500볼트는 지난해 23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 7억3천만원을 거뒀다. 올해 1분기에만 매출 240억원을 내며 지난해 연간 매출을 넘어섰다. 이전 ‘벤처연합군’을 표방한 옐로모바일이 사업 부진을 겪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O2O사업성공의 핵심적인 요건은 ‘오프라인 장악력’입니다. UI나 서비스 디자인적인 요소보다 누가 더 오프라인 사업에 불편을 효율적으로 해소해 줄 수 있는지가 서비스 경쟁력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제휴사들의 만족도와 확실한 네트워크가 O2O 사업성공의 핵심 경쟁력이라 밝힌 김 대표는 카카오 등 대형사들이 진입하는 환경에도 스타트업들에 충분한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O2O서비스는 무엇보다 발품을 팔아 지속적으로 서비스 효율을 높이고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몸집이 가벼운 것이 유리합니다. 한 대형사의 경우 서비스 개선에 10여 차례의 PT를 하느라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는데 이는 경쟁력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죠.”
대형사들이 접근하기 힘든 영역에서 사업 기회가 있다고 강조한 그는 스타트업 초기부터 수익모델 발굴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정적인 자금 조달 위한 O2O 얼라이언스 상장모델 이뤄낼 것
“이전과 달리 O2O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단순히 온라인으로 사람만 모아 광고를 유치하고 투자를 받아 외형을 늘려가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O2O 서비스도 기본적인 명확한 수익모델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으면 힘든 환경이 됐습니다.”
대형사와 자금력에서 경쟁하기 힘든 환경에 김 대표는 벤처연합 모델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한 측면에서 최근 야놀자를 중심으로 한 이종 간 사업 시너지를 내기 위해 뭉친 얼라이언스모델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500V 역시 내부적으로 자회사 간 시너지를 주주 가치 평가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스타트업의 독자적인 생존이 힘든 국내 환경에서 O2O 얼라이언스 모델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대형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 간 시너지 창출이 필수적입니다.”
치열한 경쟁과 대형사 진출들 환경에 대응하고 기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O2O 연합모델은 중요한 사업모델이라고 강조한 그는 얼라이언스 모델의 성공을 위해 IPO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O2O 스타트업은 자금조달을 위해 외부 투자유치에 의존하고 있지만 한계가 올 수밖에 없습니다. 안정적인 사업 유치를 통해 외형을 늘리고 사업영역 확대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상장이 필수적이라 확신합니다.”
[박지훈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0호 (2016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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