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O League·게임업계…선두 넥슨 휘청, 추격자 넷마블·스마일게이트 쑥쑥

    입력 : 2016.06.17 17: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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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천용(개천에서 탄생한 용)’이 탄생하는 청수(淸水)가 아직 존재할까?

    흔히들 흙수저로 창업해선 다이아몬드수저라는 재벌 대열에 오르기가 불가능한 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게임업계에는 아직 그 얘기가 통용되긴 힘들어 보인다. 김정주 NXC대표를 비롯해 김정주 엔씨소프트 대표·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 IT분야에서 재벌의 대열에 오른 인물은 다 게임업계에서 나왔거나 과거 게임업계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최근 순자산 4조 3000억원으로 게임업계 최고의 재벌로 등극한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대표 역시 온라인 게임을 통해 ‘개천용’으로 등극한 케이스다.

    ▶1위 넥슨의 부진, 그리고 오너의 구설수 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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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죄악 산업으로 치부되던 게임업계는 어느새 부쩍 성장해 당당한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고 해외 수출에도 상당 부분 일조를 하고 있다. 이러한 게임업계의 선두주자는 단연 김정주 회장이 이끌고 있는 넥슨이다. 지난해 매출액 1조 8086억원, 영업이익 5921억원을 기록한 넥슨은 2014년보다 매출이 10%, 영업이익 37%가 상승했을 정도로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 갔다. 2014년부터 모바일 게임에 집중한 넥슨의 매출은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지난해 선보인 ‘히트’와 ‘슈퍼 판타지 워’ 등 대형 히트를 통해 국내 모바일 매출은 전년 대비 78% 상승했다. 기존 ‘던전 앤 파이터’나 ‘서든 어택’, ‘메이플 스토리’ 등 온라인 게임도 견고한 모습을 보이며 매출에 기여했다. 실적 발표 이후 발표한 신작 비중을 보면 온라인 게임보다 모바일 게임에 더 힘을 싣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1분기도 게임 수입 등의 사업내용은 2800억원대 흑자를 기록해 준수한 성적을 냈다. 그러나 전체 영업이익은 약 38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83%나 줄었다.

    4년 전 365억엔(당시 환율 기준 5200억 원)에 인수했던 일본 게임업체 글룹스가 부진을 보이며 사업 외 손실이 커진 탓이다.

    김 회장은 과거 네오플 등 유수의 알짜배기 회사를 인수하며 넥슨을 업계 최초 ‘1조 클럽’에 가입시킨 장본인이다. 그러나 이번 글룹스의 부진으로 체면을 구겼고 수천억원의 돈도 허공에 날리게 됐다. 넥슨 측은 “모바일 게임 분야 사업역량 강화를 위해 글룹스를 인수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해 당시 투자금액을 손실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한편 경쟁사인 넷마블에 미국 애니메이션 업체 디즈니를 빼앗긴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김 회장은 예전부터 디즈니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표현해왔다. 지난해 말 넥슨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출간한 책 <플레이>에서 “넥슨을 디즈니처럼 키우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넥슨은 그동안 디즈니 측에 수차례 협력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디즈니는 넥슨이 아닌 방준혁 의장의 넷마블을 선택했고 지난 4월 자사의 인기 모바일 게임 ‘모두의 마블’에 백설공주·미키마우스·피터팬 등 디즈니의 인기 캐릭터를 등장시킨 ‘디즈니 매지컬 다이스’란 게임을 보란 듯이 세계 시장에 내놨다. 올 하반기엔 SF(공상과학) 영화 <스타워즈>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게임도 선보일 예정이다. 디즈니와 함께 세계 시장을 공략하려던 김 회장의 비전을 빼앗긴 모양새다. ▶진경준 검사장 주식 특혜 의혹 커져

    김정주 회장은 지인들에게 과거 넥슨 비상장 주식을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게 도와줬다는 특혜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진경준 검사장은 2005년 6월 넥슨 주식 1만 주를 싸게 사들였다가 지난해 하반기에 120억원의 시세 차익을 올려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넥슨은 진 검사장에 대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발표가 나는 대로 회사 차원의 입장을 밝힐 계획이었다. 하지만 17일 발표된 공직자 윤리위 조사 결과,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위반사항이 없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식입장도 발표하지 않기로 노선을 변경했다. 그러나 최근 윤리위 조사 결과 거짓 진술한 사실이 발견되며 논란이 커진 상황이다.

    진 검사장은 당초 공직자 재산 심사 과정에서 2005년 6월 게임업체 넥슨의 비상장 주식 1만 주를 주당 4만 2500원에 매입했다고 신고하면서도 본인 재산으로 주식을 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윤리위 조사를 통해 거짓으로 파악됐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진 검사장은 처가로부터 주식취득 자금 일부를 지원받은 점이 윤리위 조사에서 확인됐다. 윤리위는 이에 진 검사장이 공직자 재산 심사 과정에서 주식취득 자금에 관한 일부 사항을 사실과 다르게 소명했다며 법무부에 징계의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향후 수사가 얼마나 확대될지 넥슨 측은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다.

    ▶넷마블, 만년 3위의 반란

    엔씨소프트 넘어 1조 클럽 가입 UP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
    게임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떠오른 방준혁 의장이 이끄는 넷마블게임즈는 최근 승승장구하고 있다. 넷마블은 모바일과 해외시장 공략에 성공하며 3위에 맴돌던 순위를 2위로 끌어올리며 엔씨소프트를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넥슨에 이어 지난해 매출 1조원의 금자탑도 세웠다. 넷마블은 2015년 매출 1조 729억원, 영업이익 225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86%로 두 배 가까이 뛰었고, 영업이익은 118%로 수직 상승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3438억원으로 넷마블 역사상 최고를 갈아치웠다. 넷마블의 힘은 기존 히트작인 ‘모두의 마블’, ‘몬스터 길들이기’, ‘세븐 나이츠’의 지속적인 인기다. 이외에 신작인 ‘레이븐’과 ‘이데아’, ‘백발백중’까지 연달아 히트하면서 방 의장은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고 있다.

    특히 레이븐은 출시 99일 만에 매출 1000억원 돌파라는 기록에 ‘2015년 대한민국 대상’까지 수상하면서 흥행과 명예까지 모두 거머쥐었다. 이러한 성장세는 해외시장 성공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넷마블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14년 17%에서 지난해 28%로 증가하는 등 뚜렷하게 늘어나고 있다. 히트작 ‘모두의 마블’은 단일 게임으로는 드물게 누적 매출 5000억원을 돌파했으며, ‘마블 퓨처파이트’도 3000만 다운로드를 넘어섰다.

    일본에 진출한 ‘세븐 나이츠’ 역시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넷마블은 올해 1분기 매출도 3262억원의 견고한 실적을 기록했다. 올 1분기 매출 중 해외에서 올린 실적은 48% 수준인 1579억원에 달했다. 작년 4분기 3438억원으로 깜짝 실적을 기록했을 때보다 전체 매출은 줄었지만 국외 매출이 더 늘었다.

    넷마블 측은 올 2분기 ‘세븐나이츠’, ‘이블베인’ 등 주요 거점 시장에 진출한 게임들의 성과가 더해져 글로벌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방 의장은 2000년 넷마블을 설립하기 전에는 사실상 미다스의 손과는 거리가 멀었다. 인터넷 영화, 위성인터넷 사업을 하며 성공과 실패를 두루 겪었다. 2006년부터 게임업계를 떠나 부품 소재 기업, 친환경 화학회사, 조명회사 등 다양한 사업을 경험하기도 했다. 2011년 그는 넷마블로 복귀한 후 모바일 게임에 모든 것을 집중했다. 사재 400억원을 털어 개발 지주회사 CJ게임즈를 설립하고 산하 게임 개발사를 모바일 게임사로 재편하기도 했다.

    성과는 2013년에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마구마구·모두의 마블·몬스터 길들이기 등 그해 출시한 게임이 최고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 모바일 게임 뒤쳐져

    신작 통해 반격 노리나 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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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택진 대표와 리니지가 떠오르는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다소 부진한 시즌을 치렀다. 모바일 게임 쪽에서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존에 서비스하던 온라인 게임 ‘리니지’와 ‘블레이드&소울’ 등이 최대 연 매출을 기록하면서 현상 유지에 만족해야 했다. 2015년 엔씨소프트는 매출 8383억원, 영업이익 2375억원, 당기순이익 166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5%와 27% 감소했다. 매출 규모 순위로 2위 자리를 넷마블에 내준 것은 업계에 상당한 이슈였다. 그나마 올해 1분기 매출 비중 45%에 달하는 국외 매출 1093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위안 삼을 만하다. 이는 전년 동기 해외 매출 비중인 36%에서 확대된 수치다. 블레이드&소울 출시와 길드워2 확장팩 판매 효과로 북미·유럽 매출이 늘었고, 중국에 내놓은 블레이드&소울 PC 온라인·모바일 게임을 통한 로열티도 매출에 보탬이 됐다. 그렇다 하더라도 엔씨소프트의 대표 상품은 출시 17주년을 맞은 리니지다.

    리니지는 여전히 저력을 보이며 지난해 3129억원이라는 경이적인 매출을 올렸다. ‘리니지2’도 630억 원을 기록하며 준수한 실적을 보였고 블레이드&소울도 매출이 전년 대비 38% 증가한 113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블레이드&소울은 북미와 대만 등 글로벌 시장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어 올해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기존 온라인 게임이 꾸준한 실적으로 보이고 있는 가운데 모바일 분야는 경쟁사에 비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하반기부터 반격을 준비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대표 PC온라인게임인 ‘리니지’와 ‘아이온’ 등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을 올해 3분기부터 선보인다. 김 대표는 지난해부터 모바일 게임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확인하고 신작 개발에 몰두했다. 그가 내세운 전략은 ‘리니지’와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등 대표 PC 온라인게임의 지적 재산권(IP)을 앞세워 모바일에 적용하는 것이다. 리니지를 기반으로 한 ‘리니지온모바일’과 ‘리니지레드나이츠’는 올해 3분기 출시된다. 또 엔씨소프트와 혈맹 관계인 넷마블게임즈도 올해 3분기 ‘리니지2’에 기반을 둔 모바일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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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HN엔터테인먼트, 부활의 날갯짓 SOSO

    이준호 회장의 NHN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매출 6446억원, 영업손실 543억원, 당기순이익 165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15.8% 증가하고, 당기순이익은 228.1% 대폭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됐다. 반면 올해 1분기에는 매출 2036억원, 영업이익 92억원을 올리며 1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왔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7.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38억원의 적자에서 흑자로 다시 전환됐다. 외형 확장 외에 ‘허리띠 졸라매기’ 효과를 봤다.

    정용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비수기로 인해 기타 사업 매출이 하락했지만 게임 매출이 성장해 전체 매출액은 증가했고 마케팅 비용이 전 분기 대비 134억원 줄어들면서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84억원 적자)와 달리 흑자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NHN엔터는 향후 모바일과 해외시장 공략으로 활로를 찾는다는 전략이다. 실제 NHN엔터의 게임 비중을 살펴보면 지난해 모바일 게임 비중 59%, 온라인 게임 비중 41%로 격차가 더 늘어났고 실적도 개선됐다. 지역별 매출 비중은 국내 59%, 해외 41%로, 글로벌 실적 역시 크게 늘어났다. 정 연구원은 “2분기에는 웹보드게임 매출이 규제 완화 효과로 242억원 증가하고 모바일 게임은 ‘킹덤스토리’ 등의 신작 효과로 777억원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마케팅비는 신규 게임 출시로 147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지만 타깃 광고 위주로 페이코 마케팅의 효율적 집행이 지속되면서 하향 안정화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정 연구원은 2분기 실적을 매출 2224억원, 영업이익 121억원으로 추정했다.

    ▶‘알짜’ 스마일게이트, 올해도 튼튼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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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1인칭 슈팅게임(FPS) ‘크로스파이어(Crossfire·CF)’로 유명한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6000억원대 매출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크로스파이어(IP·지적재산권)가 차지하는 비율은 90%가 넘는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그룹 회장 개인은 세계 부자 순위에서 게임업계 1위를 기록하기도 하며 ‘핫’한 한 해를 보냈다. 스마일게이트는 대중에게 다소 이름이 덜 알려져 있으나 업계에서는 상당한 유명세를 가지고 있다. 2002년 권혁빈(43) 회장이 28세에 창업한 스마일게이트는 5년 뒤인 2007년 온라인 1인칭 슈팅게임(FPS) ‘크로스파이어’로 대박을 터트리며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출시 당시 크로스파이어는 국내에서는 넥슨의 ‘서든어택’ 등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중국으로 눈을 돌려 ‘텐센트’와 손잡고 철저한 현지화 과정을 통해 중국 ‘국민 게임’으로 자리매김을 하며 매출 신화를 써나갔다.

    스마일게이트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60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2.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304억원, 순이익은 2361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7.5%, 7.9% 늘었다. NHN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게임 매출이 4162억원임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스마일게이트는 ‘Big4’ 안에 든 셈이다. 스마일게이트가 ‘알짜’로 불리는 이유는 놀라운 영업이익률이다.

    지난해 스마일게이트의 영업이익은 넥슨에 이어 2위였으며, 영업이익률은 55%로 2009년 이후 7년 연속 50% 이상을 기록했다. 핵심 매출원인 ‘크로스파이어’의 해외 성장 덕분이다. 크로스파이어는 지난해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 필리핀 및 브라질 등 해외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다양한 기업들과의 지적 재산권(IP) 제휴 및 확장으로 매출 규모를 키웠다. 차기작 ‘크로스파이어2’는 중국 주요 게임사 추후 360과 더나인의 합자사 ‘오리엔탈 샤이니스타’와 5800억원 규모의 중국 내 독점 배급(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크로스파이어의 모바일 게임은 중국의 메이저 게임사인 텐센트와 룽투게임즈를 통해 중국 시장에 선보인다. 국산 게임으로는 최초로 할리우드의 오리지널필름과 영화 제작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올해도 ‘크로스파이어’는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와 브라질로 대표되는 남아메리카 지역에서 지속적인 흥행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과 모바일게임 신작도 확대한다. 아울러 스마일게이트 메가랩의 투자 역량을 강화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지속적으로 갖춰나갈 계획이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회장은 “지난해에는 그룹의 대표 IP인 크로스파이어의 꾸준한 약진 속에서 크로스파이어 IP를 활용한 다채로운 사업의 출발점에 있었다”며 “올해는 크로스파이어의 IP 사업을 다각화하고, 그룹 차원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로스트아크’의 첫 비공개 테스트와 플랫폼 론칭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공고히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9호 (2016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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