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드 헌터’ 유순신의 Upgrade Your Career] (22) 잘 나가는 CEO들이 절대 하지 않는 성공 방정식

    입력 : 2016.06.10 15:11:12

  • 필자가 기고하는 칼럼에 “직장은 다녀보고 쓴 거냐, 도덕책에 나올 법한 이야기뿐이라 공감이 안 간다” 등 부정적인 댓글들이 올라와 가끔씩 깜짝 놀라곤 한다. 서운한 마음에 주위의 나이 어린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단번에 의문이 풀렸다. 댓글을 쓰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젊은 연령대에 속해서 그들과 필자 간에 세대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처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않으면 리더들은 갑질을 일삼는 ‘꼰대’가 되고, 젊은이들은 ‘버릇없는 신세대’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리더들과 젊은 층인 부하 직원들 간의 갭(Gap)이 메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을 극복하고 직원들의 신망과 존경을 받으며 승승장구 잘 나가는 장수 CEO에게는 몇 가지 금기사항들이 있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들이 절대 하지 않는 5가지 성공 방정식을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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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도 혹시 ‘파워하라’ 상사?

    2년 전 드라마 <미생>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공감을 얻었던 이유 중 하나는 ‘마 부장’의 막말이 너무나 현실감 있게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팀에 단 한 명뿐인 여직원 안영이에게 “이렇게 분 냄새를 흘리고 다니니까 조심하라는 거 아냐!”, “내가 만지기를 했어, 들여다보길 했어? 그게 성희롱이야?” 등의 폭언을 쏟아내는 마 부장의 모습은 직종을 막론하고 어느 곳에나 있을 법한 ‘막말 상사’의 모습이었다. 한 증권사 직원은 “머리는 장식이냐”, “고등학교는 나왔냐”는 등 인신공격적인 모욕을 당해 상사 면전에 사표를 던지고 싶었다고 한다. 상명하복 문화에 길들여져 사소한 실수에도 즉시 호통치고, 입이 험한 상사들이 여전히 많다. 옆 나라 일본에서는 ‘파워하라’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파워 해러스먼트(Power+Harassment)’를 줄여 표현한 단어로, ‘직장이나 일터에서 윗사람들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아랫사람을 괴롭히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자신도 부하일 때 그런 대우를 당했기 때문에 상사가 되면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합리적 처신이 SNS를 통해 퍼져나가 개인 이미지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으며, 회사 밖까지 널리 소문이 나면 자신의 자리를 보존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 퇴근 후 연락하는 민폐 상사

    필자는 일의 특성상 전화를 많이 받는다. 그런데 밤 10시 이후, 새벽 6시 전 등 시간을 불문하고 전화를 하는 A사장이 있다. 처음에는 ‘해외 출장 중이어서 시간 관념이 없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몇 차례 경험해보니 습관적이었다. 대부분 급하게 구인요청을 하는 전화인데 빈도수가 잦아서 살펴보니 직원 이직률이 타 회사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A사장 밑에서 일하다 퇴사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

    “사장님은 매우 똑똑하고 열정이 넘치십니다. 그런데 시간관념이 없으세요. 본인이 24시간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은 좋은데 직원들에게도 수시로 연락합니다. 일과 여가의 개념이 없어요.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문자와 전화벨 소리에 쉬면서도 일 생각을 하니 고단합니다.”

    최근 직장마다 팀 별로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퇴근 이후나 휴일에도 업무 관련 대화가 계속 오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다. 사무실을 벗어나도 일과 상사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반면에 L사의 K부회장은 ‘앞으로 모바일 메신저로 오후 10시 이후 업무 관련 메시지를 보내는 직원에게는 보직해임 등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는 사내금지규정을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몇 해 전 독일정부는 퇴근 후 상사가 직원에게 전화나 이메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필자가 일했던 외국회사의 업무 매뉴얼에도 개인사가 발생하거나 천재지변 또는 재해 등이 아니면 업무시간 외의 연락을 엄격하게 금기시했었다. 사생활과 일의 균형을 추구하는 사람이 훨씬 나은 업무성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 시간만 끄는 비효율적 회의는 이제 그만

    국내 최대 대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인 B사의 C사장은 올해 초 임직원들에게 “회의를 없애자”는 제안을 했다. “우리의 경쟁자는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가진 구글이나 애플 같은 회사들이다. 이들과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도 회의, 출퇴근 시간, 조직 내 엄중한 계급 세 가지를 없애서 말랑말랑하고 유연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의 일환이었다. 그는 곧 사내에서 회의를 가장 많이 하기로 유명한 임원 3명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 이렇게 말했다.

    “내 방은 책상 4개를 놓을 만큼 큽니다. 우리 4명이 일주일간 함께 근무하면서 회의를 없애는 연습을 해봅시다.” 그 중 한 명이 어디 가려고만 하면 “회의하러 가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하며 실제 일주일을 함께 보냈다. 매달 하루를 ‘회의가 전혀 없는 날’로 정해 딱딱한 조직문화를 바꾸는 데 힘쓰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아예 상사는 들어가지 않고 직원들의 솔직한 의견을 구하는 회사도 있다.

    회의 때 직함이나 직급에 따른 위계질서가 작용하지 않도록 지휘권을 가진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정신없이 바쁜 월요일 아침이 아닌 금요일 오후에 짧고 굵은 회의로 한 주를 마무리하는 회사도 생기기 시작했다. 직원들에게 ‘일주일간 성과가 있었다’라는 느낌을 주기에 좋다는 의견이다. 요즘 젊은 세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은 예전과 다르다. 기준이 회사가 아닌 ‘나 자신’이다. 그렇기에 너무 잦고 시간만 끄는 회의는 업무에 지장을 주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므로 지양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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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정적인 대처는 금물

    점심시간에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대여섯 명이 있었다. 그중 임원인 듯한 사람이 구석에 거만한 태도로 기대어 서 있었는데, 사람이 타는 것도 개의치 않고 앞쪽 부하 직원으로 보이는 두 명에게 비방하는 어조로 말을 하고 있었다.

    “야, 그걸 그렇게 보고하면 누가 알아듣겠냐? 걔는 개념 없이 왜 맨날 그 모양이냐?”며 그 자리에 없는 다른 직원 험담을 했다. 두 직원은 마치 본인들이 대중 앞에서 억울하게 꾸지람을 듣고 있다는 표정으로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외부 사람도 함께 있는 밀폐된 공간에서 큰소리로 불만을 토로하는 그 모습이 당황스럽고 민망했다.

    ‘회사 안에서는 얼마나 더 심할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필자의 전 직장 상사가 떠올랐다.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더라도 절대 해당 직원을 바로 부르지 않았다. 대신 하루 정도 꾹 참고 다음 날 그 직원에게 사실 위주로 질책을 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큰소리가 날 법도 한데, 그는 오히려 평소보다 한 옥타브 낮게 깔린 목소리로 표정 변화도 없이 조용히 대화로 풀어나갔다. 직원들 대부분이 매번 큰소리치고 잔소리를 하는 사람보다 더 무서웠다는 반응이었다.

    화가 난 상황에서는 원인에 근거한 꾸중이 아니라 감정이 실려서 더 세게 야단치기 쉽다. 그러는 순간 직원은 변명거리만 찾게 되며, 반감을 품고 ‘때려치우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직원 존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에서는 금요일에는 되도록이면 사원을 질책하지 않고, 해고·감봉·징계 등 인사 조치를 하지 않기를 권장한다. ‘가족들과 보내는 주말이 잔인한 시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배려의 리더십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인기 없는 짠돌이 상사

    얼마 전 긴 야인 생활을 끝내고 공기관 기관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D회장을 만났다. 그는 현역을 떠나 있는 동안 세상을 다시 보는 눈이 생겼다고 했다.

    “직원을 따뜻하게 대해서 내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들이 회사에 대해 칼을 갈며 독을 품고 앉아 있으면 잘 될 일도 안 됩니다” 그러면서 “조직이 직원을 힘들게 하면 개인이 무너지고, 가정도 무너진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는 회식을 할 때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이 있었다. 식당에서 가격을 알 수 없을 만큼 비싼 ‘시가(市價)’라고 쓰여 있는 메뉴를 직접 골라, 그것도 본인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개인 돈으로 기쁘게 사준다고 했다. 회식 때는 평소에 잘 못 먹는 최고급 음식을 사줘야 한다는 그의 신념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디어에 화려하게 등장하는 E사장은 “오늘은 제가 쏩니다. 자! 먹고 싶은 것으로 마음껏 드세요. 난 다이어트 중이니 가장 가벼운 ○○을 먹을게요”라고 해 늘 직원들의 빈축을 산다. 사장이 싼 메뉴를 골랐는데 눈치가 보여 비싼 요리를 시킬 수 없다는 논리다. 당연히 직원들은 회식 때 이런저런 핑곗거리를 대서 빠지려고 한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사례로 “G대표는 점심시간에 인턴 직원들을 데리고 나가 국수집에 간 후, 얼마 안 되는 금액을 머릿수대로 정확히 나누어 돈을 걷었다”는 개운치 않은 뒷말이 들리기도 한다. 매번 계산할 때마다 슬그머니 사라지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짠돌이 상사들은 존경받기가 어렵다. 미국의 월가(Wall Street)에는 “식사를 할 때, 함께 식사하는 사람이 누구든지 그 시간을 최고의 시간으로 기억하도록 만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이처럼 직원들에게 ‘대접받는 느낌’을 주는 것이 선행되어야 진심이 통하는 즐거운 일터가 될 것이다. 경영학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가 “유능한 리더는 사랑받고 칭찬받는 사람이 아니라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올바른 일을 하도록 만드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좋은 사람’으로만 남으라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 말한 다섯 가지 사항들을 유념하고 신세대와의 간격을 줄이려는 노력을 한다면 분명 멋지고 존경받는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9호 (2016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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