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 IBM, MS, 페이스북 등 앞다퉈 AI 투자…AI에 사활 거는 글로벌 기업들

    입력 : 2016.05.02 17:34:12

  •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구글, IBM, MS 등 글로벌 기업들이 미래 경쟁력 확보와 생존을 위해 인공지능(AI) 개발투자에 사활을 걸고 나서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연구한 AI는 의학, 금융, 교육 등 각 분야에 이미 적용되고 있다.

    IBM의 왓슨이 의학 분야에 적용된 사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왓슨은 지난해 6월 미국 임상종양학회에서 백혈병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치료법을 제시했는데 그 정확도가 82.6%였다. 2013년 10월부터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에서 머신러닝을 통해 백혈병 환자 진료에 관한 지식을 학습해 얻은 결과다. 올해 10월 IBM은 엑스레이, CT, MRI 스캔 등 300억 개의 임상 관련 이미지를 보유한 한 회사를 10억달러에 인수했다. IBM은 이 회사의 데이터로 왓슨을 훈련시켜 진단 수준을 높일 계획이다.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도 “알파고를 개발하면서 가정이나 여러 업무에 적용될 수 있는 몇 가지 중요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면서 “의학, 교육, 스마트폰,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구글 플렉스 캠퍼스
    구글 플렉스 캠퍼스
    ▶구글카 구글포토…전방위 AI사업 확장하는 구글

    알파고로 전 국민을 놀라게 한 구글은 다양한 분야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려고 시도 중이다.

    가정 집(네스트)은 물론 자율주행차(구글 카), 음성인식(구글 나우), 이미지 인식(구글 포토) 등 전방위적 분야에서 유망 신생기업을 인수하면서 끊임없이 기술을 확장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14년 초에는 영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이었던 딥마인드를 6억2500만달러(약 72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는 구글이 인수한 미국 이외 국가 스타트업 중에서 가장 고액이다. 그만큼 그 기술을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다. 구글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4년 동안 인공지능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데만 280억달러(약 32조원) 이상 투자했다.

    현재는 구글 내 브레인팀을 구성해 딥러닝 전문가인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를 영입해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기술의 연구 진두지휘를 맡겼다. 브레인팀은 알파고의 기반 기술인 머신러닝을 다양한 구글 서비스나 제품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이미 브레인팀에서 연구한 머신러닝 기술은 구글 서비스에 적게는 20%, 많게는 50%가 적용돼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구글 포토다. 기존 사진 프로그램에서는 사용자가 직접 ‘꽃’, ‘개’, ‘음식’ 등 일일이 사진을 분류해야 했다. 그러나 구글 포토에서는 사진을 올리기만 하면 자동으로 분류해 내가 찾고 싶은 사진만 보여준다. 구글 음성인식은 다양한 언어나 개인마다 다른 악센트, 음의 높낮이도 분별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학습 중이다. 정확도를 개선하기 위해 주변 잡음이 크거나 마이크와 거리가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도 정확하게 인식하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수많은 이메일에 일일이 답장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지메일에도 머신러닝을 도입했다. 답장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답신을 예상해주는 ‘스마트 리플라이’ 기능이다. 메일 내용을 분석해 내용에 대한 예상 답장을 3가지로 준비하는 기능이다. 실제로 지메일 이용자의 10%가 이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고 제프 딘 구글 브레인팀 시니어 펠로가 설명한 바 있다.

    IBM 본사(왼쪽), 로메티 IBM CEO의 2016 CES연설(오른쪽)
    IBM 본사(왼쪽), 로메티 IBM CEO의 2016 CES연설(오른쪽)
    ▶슈퍼컴 개발로 체스·퀴즈쇼 석권한 IBM

    얼굴인식으로 감정 파악하는 기술연구 MS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임을 보인 기업 중 하나는 IBM이다.

    IBM은 1996년 체스용 슈퍼컴퓨터 ‘딥 블루’를 개발해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눌렀다. 딥 블루 이후 IBM은 인공지능 기능을 고도화한 자연어 소통 슈퍼컴퓨터 ‘왓슨’을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해 개발했으며, 2011년 미국의 TV 퀴즈쇼 <제퍼디>에서 처음으로 왓슨을 대중에게 선보였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에서 지니 로메티 IBM 회장은 “디지털은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기반에 불과하다”며 “차별화된 가치는 ‘코그너티브 컴퓨팅’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며 최종 종착지는 ‘인공지능’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코타나’를 시작으로 다방면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애플 ‘시리’, 구글 ‘나우’ 같은 음성 비서 서비스인 코타나는 필요한 데이터 분석, 일정 관리 등을 음성으로 제어 가능하다.

    아울러 MS는 ‘프로젝트 옥스퍼드’를 통해 동시통역, 표정 자동인식 등 다양하게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프로젝트 옥스퍼드를 통해 연구된 표정 인식 기능은 사람의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해 감정을 파악한다. 행복, 슬픔, 분노, 불쾌, 공포, 무관심 등 감정을 분별하고 이를 수치화한다. 얼굴 인식만으로 성별, 나이, 목소리까지도 식별 가능하다. MS는 이러한 기술을 오픈소스(API)로 개방해 많은 개발자들이 무료로 쓸 수 있게 했다. 자체 연구소 내 인공지능 그룹에서 다양한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중국 상하이의 한 방송사와 손잡고 인공지능 기상캐스터를 선보이기도 했다.

    애플의 행보도 눈에 띈다. 애플은 자사 음성 비서 서비스인 ‘시리’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1월에 영국 기업 ‘보컬IQ’를 인수했다. 보컬IQ의 음성인식 기술은 시리의 정확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애플은 자판을 굳이 입력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이 말을 통해 스마트폰을 작동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월에는 얼굴 표정 인식 업체 ‘이모션트’를 인수했다. 이모션트는 원래 광고나 진열 상품을 보는 소비자의 반응을 분석하거나, 말할 수 없는 환자가 느끼는 아픔을 의사들이 파악하기 위해 개발됐다. 애플이 2014년 얼굴 표정 등 다양한 단서로부터 사람들의 기분을 분석, 파악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에 대한 특허를 신청했다는 점에서 스마트폰 보안 인증이나 인공지능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본사
    애플본사
    ▶세계 각국 IT 기업들 AI 개발 경쟁

    아직 많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페이스북 역시 발 빠르게 AI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2013년 AI 전문가인 얀 레쿤 뉴욕대 교수를 인공지능 연구소장으로 영입했다. 이듬해에는 딥러닝이 적용된 ‘딥 페이스’라는 사진 얼굴 인식 알고리즘을 발표했다. 사내에 인공지능 연구팀인 ‘Facebook AI Research(FAIR)’를 통해 관련 연구도 진행 중인데, 지난해에는 인공지능 개인비서 ‘Facebook M’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웃나라 중국, 일본에서도 인공지능 연구에 불을 지피고 있다. 2011년 일본은 국립정보학연구소(NII)와 후지쯔가 손잡고 ‘토다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10년 뒤 2021년 도쿄대학교 입학이 가능한 수준의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다. 2013년부터는 실제 시험을 응시하고 있는데, 2021년에는 도쿄대 입학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본 문부과학성은 2032년에 도입되는 새로운 대학 입시 시험을 인공지능이 채점하도록 기술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최대 검색 기업인 바이두도 2013년 실리콘밸리에 3억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 분야 연구 딥러닝 연구소 ‘바이두 딥러닝연구소(IDL)’를 세웠다. 이듬해에는 딥러닝 분야의 대가인 앤드루 응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를 본격 영입하며 인공지능 연구·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의 천재 3인방은 누구

    체스 챔피언, 인공지능 수재, 옥스퍼드 자퇴생이 설립
    사진설명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 최강 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을 4 대 1로 이기며 전 세계인에게 인공지능의 발전 수준을 보여줬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는 지난 2010년 영국에서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와 셰인 레그, 무스타파 슐레이만 등 3명이 공동 창업했다. ‘딥마인드 테크놀로지’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세웠는데, 2014년 1월 구글이 6억2500만달러(약 7450억원)에 인수하면서 사명이 ‘구글 딥마인드’로 바뀌었다.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인 데미스 허사비스는 1976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그리스계 아버지와 싱가포르계 어머니를 둔 혼혈이다. 13세 때 영국 체스 챔피언이면서 세계 유소년 체스 2위에 올라 일찍이 천재 소리를 들었다. 15세 때 고교과정을 마쳤고, 17세에 시뮬레이션 게임 ‘테마파크’를 개발한 천재 게임 개발자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게임에 미쳐 있던 허사비스는 22세에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컴퓨터공학 학사 과정을 마친 뒤 곧바로 비디오게임 회사인 ‘엘릭서 스튜디오’를 차렸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게임 판매사와 협업해 ‘리퍼블릭: 혁명(Republic: The Revolution)’과 ‘이블 지니어스(Evil Genius)’라는 게임을 출시했다.

    2005년 게임 개발 업계에서 은퇴한 뒤, 2009년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에서 인지신경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듬해인 2010년 딥마인드를 창업했고,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하버드대학에서 박사 후 연수 과정도 밟았다.

    또 다른 창업자 셰인 레그는 뉴질랜드 출신이다. UCL ‘개츠비 컴퓨테이셔널 신경과학 연구소’ 박사과정 연구원으로 2010년 하사비스와 만나 함께 딥마인드를 설립했다. 레그는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인공지능 보안 등에 이론과 실행에 두루 밝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와이카토대학을 나와 오클랜드대학에서 자연과학 석사, 스위스 소재 인공지능 연구소 IDSIA에서 2008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 UCL 인지신경과학 관련 연구실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허사비스와 인연을 맺었다.

    세 번째 공동창업자 무스타파 슐레이만은 19세 때 영국 옥스퍼드대학을 자퇴하고, 비영리기관 ‘모슬렘 청소년 헬프라인’를 설립한 인물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전화 상담 서비스를 하는 비영리 기관인데, 나중에 영국에서 가장 큰 정신건강 지원 서비스로 성장했다. 켄 리빙스턴 런던시장 보좌관으로 일하다 국제 분쟁 해결 전문 컨설턴트 회사인 ‘레오스 파트너스’를 공동 설립하기도 했다. 현재 딥마인드에서 인공지능 응용 부문의 책임자(CPO)로서 다양한 구글 제품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시키는 일을 총괄한다.

    현재 구글의 자회사로 100여 명의 직원을 둔 딥마인드의 목표는 머신러닝과 신경과학을 기반으로 인간의 지능을 분석하고 이를 컴퓨터로 구현해내는 것이다.

    하드웨어에 인공지능을 물리적으로 탑재하는 것뿐 아니라 인간 지능을 이해해 궁극적으로는 인간과 같은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게 목적이다. 알파고를 비롯한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와 같은 신경망에 유입된 정보를 기계학습을 통해 처리한다. 알파고 자체는 바둑을 두는 인공지능이지만, 이곳에 사용된 기술은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범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조희영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7호(2016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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