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텔 부족하다고 난리더니…`모텔값`에 방 내주는 비즈니스호텔

    입력 : 2016.04.21 17:42:51

  • ◆ 호텔 공급과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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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커들의 필수 관광 코스인 동대문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A호텔(특2급)과 B호텔(1급)은 지난해 메르스 사태 당시 객실료를 4만원대까지 낮췄다. 그러자 주변에서 공사 작업을 하는 건설직 근로자들이 하루 3만~4만원에 달하는 주차비를 아끼려고 아예 그 호텔들을 숙소로 잡기도 했다. 인근 호텔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가 종료된 이후에도 객실료가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향후 주변에 추가로 건립될 호텔들을 고려한다면 앞으로도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 전망했다. 2012년 이들 호텔의 객실료는 10만원 중반 수준이었지만 현재 온라인 예약사이트에서 10만원 미만에 예약할 수 있다. 호텔업계는 현 상황을 공급 과잉이라고 진단한다. 해외 여행객 증가율에 비해 호텔이 더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1년 말 2만5160개 객실에서 2015년 말에는 4만1640개 객실로 66%가량 늘었지만 해외 관광객은 이 기간 35%(979만명에서 1323만명) 증가에 그쳤다. 물론 지난해는 6~8월 메르스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든 영향이 컸다.

    여기에 호텔업이 좀 된다고 하자 우후죽순처럼 호텔이 생기고 있다. 서울시에서 사업계획을 승인받은 호텔만 184곳(객실 2만8926실)에 달한다. 구청별로 보면 서울 중구가 7161객실(33곳)로 가장 많았으며 △강남구 5527객실(39곳) △마포구 3710객실(21곳) △용산구 1902객실(7곳) △송파구 1397객실(10곳) △서초구 1368객실(7곳) △종로구 1334객실(12곳) 순이었다.

    올해 들어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잇달아 방한하면서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예전처럼 급격히 늘지는 않는 상황이다. 여기에 외국인 여행자에게 싼 가격으로 숙소를 제공하는 게스트하우스나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 등 새로운 숙박형태가 대거 늘어난 것도 호텔산업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가뜩이나 호텔 공급이 늘어나 과당경쟁으로 몰리고 있는 와중에 암암리에 불법으로 운영되는 게스트하우스, 에어비앤비 등 공유 숙박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호텔협회 측은 현재 이 같은 불법 공유 숙박 규모가 서울에만 1만5000실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메르스 리스크'가 사라진 올해에도 호텔업계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호텔 공급 과잉 사태가 본격화하면서 매물로 나온 호텔이 잇따라 유찰되며 낙찰가가 대폭 떨어졌지만 주인 찾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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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부토건이 소유하고 있던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호텔(현 벨라상스)은 2013년 매물로 나왔지만 지금까지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계속 표류하고 있다. 매물로 내놨다고 하더라도 호텔업의 특성상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어 새 주인을 찾기가 녹록지 않다. 2008년 건립된 동대문 인근에 위치한 아카시아호텔(1급)은 지난 2월 감정가격 443억원에 경매에 나왔으나 두 차례 유찰되며 감정가액이 284억원까지 곤두박질친 상황이다. 강남의 대형 면세점과 코엑스와의 접근성이 좋아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던 강남 파고다호텔(특2급) 역시 법원 경매 리스트에 올라 있다. 2014년 유무선통신 전문업체인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이 야심 차게 관광사업에 뛰어들며 이 호텔을 인수했으나 결국 2년이 채 안 돼 또다시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종로에 위치한 서튼호텔(1급·163실)은 한때 중국인들로 늘 예약이 차 있던 곳이었으나 2014년부터 두 차례 유찰을 거치며 지난해 7월 결국 최초 감정가에서 35% 떨어진 341억원에 겨우 매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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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이미 한 차례 경매 처분된 바 있는 강남 신사역 인근 바빌론관광호텔(2급)은 이후에도 운영상 어려움을 겪어 지난해 채권자들이 임의경매 개시를 신청·취하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 남대문점, 종로점, 동대문점(2곳) 등 서울에서 4곳의 라마다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호텔 운영업체 폴앤파트너스는 호텔 운영업에 뛰어든 지 10년이 채 안 된 지난 1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함에 따라 호텔산업의 전망을 낙관하고 있다. 권태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관광수용 태세를 갖추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게 숙박 인프라"라며 "정책을 펴는 입장에서 이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신라 스테이, 롯데시티호텔 등이 새롭게 나오는 것을 보면 (공급에 대해) 시장이 먼저 반응하고 있다"며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과잉 또는 부족을 논하는 것보다는 미래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메르스 사태 이전인 지난해 4월 분석한 '서울시내 관광호텔 수급전망'에 따르면 올해 서울 시내에 공급되는 호텔 객실은 총 3만8807실인 데 반해 외국인 관광객 객실 수요는 5만1641실이다. 일일 평균 1만2834개의 호텔 객실이 여전히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1년 전 분석한 수치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호텔이 서울에 생겨났다. 실제 올해 2월 기준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대비는 물론, 2014년에 비해서도 거의 두 배로 성장했다. 하지만 업계 측은 여전히 관광객 수에 비해 신규 호텔의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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