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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라이프스타일 전성시대를 앞서 주도한 건 패션 분야다. 파리와 밀라노, 뉴욕 등 패션트렌드를 주도하는 도시를 중심으로 1990년대부터 옷과 함께 책과 음반, 화장품, 각종 생활용품을 취급하는 숍들이 등장했다. 지금도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면서 트렌드 발신지 역할을 하고 있는 파리의 콜레트, 밀라노의 10코르소코모, 뉴욕의 제프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금은 의식주와 관련된 상품을 파는 곳을 라이프스타일 숍이라 통칭하지만 초창기에는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이라고 불렸다. 의류 중심의 이들 매장들은 고객들에게 ‘우리 옷에 어울릴 만한 라이프스타일 상품들을 골라 편집해서 제안한다’는 새로운 시도로 큰 관심과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의 경우 패션회사가 도입한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분더숍, 한섬의 무이, 제일모직(현재는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10코르소코모 등이 원조 격이다. 특히, 2007년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10코르소코모는 이탈리아 보그 편집장 출신인 까를라 소짜니의 취향으로 선택된 상품들로 구성된 독특한 편집매장으로, 국내에 이른바 ‘취향을 파는’ 라이프스타일 멀티숍 시대를 본격적으로 여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제일모직에 이어 코오롱, LF 등 대형 패션회사들이 하나둘씩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신유통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가장 보편적이고 경쟁력 있는 매장 형태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패션 회사들이 의류 카테고리를 떼어내고 아예 리빙을 주력으로 하는 라이프스타일숍 브랜드를 선보이는 추세다.
서울 이태원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시리즈 코너’
코오롱FnC은 지난 2013년부터 서울 트렌드 발신지로 떠오른 이태원에 신세대 남성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숍인 ‘시리즈 코너’를 운영해오고 있다. ‘남자의 방’을 콘셉트로 의류부터 가방, 구두 등 각종 패션 액세서리를 취급하고 여기에 푸드와 음료 그리고 리빙 제품까지, 의식주를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제안하고 있다.
‘시리즈 코너’는 하나의 커다란 숍이면서 각기 다른 콘셉트의 5개 룸으로 구성되어 있는 게 특징. 첫 번째 룸은 삶을 즐기는 독신남의 사생활과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침대, 장롱, 책상 등과 공간을 완성시키는 생활소품들로 채워져 있다. 두 번째 룸에서는 환경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도 관심을 갖는 남자들을 위해 폐타이어와 재고 원단 등으로 만들어진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 의류를 만날 수 있다. 세 번째 룸은 자신의 집을 스스로 가꾸기 원하는 남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나무로 만든 가구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네 번째 룸은 향기로운 에센셜 오일과 향초, 각종 보디용 스파 제품들, 디퓨저 등 목욕 및 방향용품을, 다섯 번째 룸은 얼리어답터를 위해 최신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선보이는 팝업 스토어 용도로 사용된다. 한경애 코오롱FnC 시리즈 담당 상무는 “요즘 라이프스타일숍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생기기 전에 문을 연 ‘시리즈 코너’는 매장을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낸 복합 문화공간으로 진화시켰다는 점에서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 소비자의 관심을 끈 것”이라고 전했다. ‘시리즈 코너’는 패션업계의 깊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장세와 함께 서울 이태원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라움보야지’ 압구정 로데오 매장
토털 라이프스타일숍으로 진화하는 ‘라움’
LF는 브랜드 중심의 소비패턴이 팽배했던 예전과 달리, 소비자들의 소비행태가 가치 소비 쪽으로 변모하면서 한 카테고리의 여러 브랜드를 한 곳에서 판매하는 편집매장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LF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고급 라이프스타일 숍인 ‘라움’은 2009년 수입 여성 브랜드 편집매장으로 출발했다. 이후 토털 라이프스타일숍으로 리뉴얼을 거쳐 현재는 고급스러운 패션·문화 취향을 경험할 수 있는 ‘라움’을 중심으로 액세서리를 전문으로 하는 ‘라움 에디션’, 남성들을 위한 ‘라움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행전문 편집매장인 ‘라움보야지’를 새롭게 선보였다. 먼저, ‘라움’에는 패션과 푸드, 인테리어 최신 트렌드와 관련 상품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편집매장 내 운영되는 프랑스 정통 베이커리 ‘퍼블리크’를 통해 고객들은 쇼핑을 하면서 핸드메이드 빵과 커피를 즐길 수 있다. 1층에는 여성스럽고 현대적인 감성의 의류들로 구성되고, 2층은 컨템퍼러리 남성 브랜드 제품이 선별되어 있다. 또한 이곳에서는 LF에서 수입 판매하는 막스마라, 이자벨마랑, 레오나드, 조셉, 필립 오디베르, 까르벵, N 21 EMD 30여 개 유명 브랜드 제품을 취급한다. 최근 선보인 ‘라움보야지’는 20~30대 소비자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영국 등 트렌드를 선도하는 유럽 태생의 감각적이고 다양한 콘셉트의 브랜드와 제품 위주로 매장을 구성했다. 특히, 여행을 테마로 감각적인 상품구성을 통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와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입점한 주요 브랜드로는 프랑스 캐리어백 ‘닷드랍스’, 이탈리아 여행가방 ‘크래쉬 배기지’, 벨기에 캐주얼백 ‘헤드그렌’, 덴마크 백 ‘인터쥬’ 등이 있다.
이존형 LF 액세서리 리테일 사업부 과장은 “최근 여행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지고 자신만의 취향을 바탕으로 한 가치 소비가 증가하면서, 닷드랍스와 같이 DIY(Do It Yourself)로 꾸미기가 가능한 제품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리빙과 패션의 만남 ‘마틴싯봉리빙’ 론칭, 김대환 슈페리어 대표
마틴싯봉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유명 디자이너브랜드다. 프랑스 특유의 시크하고 모던한 감성을 세련되게 풀어낸 여성복으로 잘 알려져 있다. 패션브랜드 마틴싯봉에서 그릇과 식기를 중심으로 한 리빙 브랜드가 나온다. ‘마틴싯봉리빙’이 그것. 마틴싯봉이 최근 추구하는 여성 이미지는 화려한 패션쇼 무대 뒤의 백스테이지 라이프를 사는 모델,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다. ‘마틴싯봉리빙’은 그들의 삶에서 영감을 받아 30대 전문직 여성들이 좋아하고 애용할 만한 감각적이고 실용적인 리빙제품을 선보인다. 슈페리어는 이번 ‘마틴싯봉리빙’ 론칭과 함께 리빙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슈페리어는 46년 된 전통의 골프웨어 전문기업으로 창업주 김귀열 회장의 뒤를 이어 김대환 대표가 2세 경영을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회사 대표 취임 후 마틴싯봉을 비롯 크리스찬 라크르와 등 해외 수입 라이선스 사업을 통한 슈페리어 기업 이미지 변신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마틴싯봉의 잡화 브랜드인 ‘블랙마틴싯봉’을 통해 세 짝의 신발을 바꿔가며 신을 수 있는 ‘론리슈즈’를 출시해 히트를 친 바 있다. 또한, 크로커다일과 파이톤스킨 등 특수 소재로 만든 백으로 유명한 프랑스 하이엔드 명품브랜드 ‘크리스찬 라크르와’를 성공리에 론칭했다.
김대환 대표는 “‘마틴싯봉’을 이번 리빙뿐 아니라 화장품 등으로 좀 더 라인을 확장해 단계별로 종합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슈페리어는 자회사인 유나이티드브랜딩그룹을 통해 블랙마틴싯봉, 마틴싯봉 프리베, SGF슈페리어, SGF 67 등 총 14개 브랜드를 보유하며 라이선스 사업을 벌이고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 경쟁력 있는 해외 브랜드 판권을 적극적으로 인수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신규 사업을 벌이는 한편 모브랜드인 슈페리어는 중국 등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