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세 농사꾼이 매달 1000만원 매출 올리게 된 비결…모바일 시대, 커머스와 동영상의 만남

    입력 : 2016.02.25 10:28:23

  • 전라북도 군산의 한 목장에서 요거트를 판매하는 최민호 씨는 네이버의 농산품직거래 플랫폼 ‘푸드윈도’를 통해 소비자에게 영상 편지를 띄웠다.

    최씨의 동영상에는 요거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스토리텔링 식으로 담겼다. 그는 “동영상 편지를 통해 판매자와 소비자 간 신뢰감을 형성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최씨의 요거트는 네이버 푸드윈도에서 소비자 만족 99%를 기록했고 매달 1000만원의 매출을 안겨주는 효자 품목이 됐다. 동영상 편지에는 댓글도 수천 개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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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상거래 비디오가 황금알

    모바일 시대를 맞아 ‘비디오 콘텐츠’의 파급력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도 동영상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예전에도 비디오와 커머스가 접목된 방식은 존재했다. 홈쇼핑과 포털업계가 손잡아 쇼핑 동영상을 서비스했으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스마트폰, 태블릿이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동영상의 힘이 다시금 주목받게 된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모바일로 일어나는 트래픽 가운데 동영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45.1%로 다른 콘텐츠(게임, 음악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에 따라 국내 포털 업계도 비디오를 잡기 위한 노력이 치열하다. 네이버는 최근 열렸던 ‘네이버 커넥트 2015’에서 올해 비디오 강화안을 발표했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TV’라는 동영상 플랫폼을 메신저 플랫폼인 ‘카카오톡’에 연동해 카카오톡으로 유입된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이쪽으로 유도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비디오 콘텐츠를 활용한 모바일 쇼핑이 활발하다. 구글 초기 멤버가 만든 비디오 전자상거래 업체 ‘조이어스’는 비디오를 전략적으로 상품소개와 접목해 반향을 일으켰다. 소비자들은 공급자와 수요자 간 소통, 커뮤니티 문화, 생생한 재미와 알찬 정보 등을 비디오 커머스의 장점으로 꼽는다.

    인터넷을 통해 유통비 걱정을 줄이고 질 좋은 제품을 팔게 된 국내 생산자들도 동영상 홍보물을 제작해 보다 진심 어린 마케팅 활동을 펼쳐가는 추세다.

    네이버 관계자는 “푸드윈도를 통해 매달 1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게 된 농부가 24명”이라며 “이들 중 상위 그룹이 동영상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푸드윈도 서비스는 전국에 흩어진 소규모 농업가들을 도시 소비자와 이어주자는 취지로 마련된 장터로 지난해 2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도 제주감귤 모바일 유통플랫폼인 ‘카카오파머 제주’를 지난 11월 11일 오픈하고 감귤 생산에서 판매와 택배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유통사업을 시작했다.

    카카오파머 제주는 가장 맛있는 농산물을 선별해 가장 맛있을 때 고객에게 전달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농산물 판매 사업이다. 모바일을 통한 유통혁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감귤상자가 10kg 규모로 포장되는 반면 카카오파머는 모바일에 익숙한 20~30대의 소비패턴을 감안해 5kg 소포장으로 구성했다. 판매 가격은 배송비 포함 1상자에 1만5000원으로 폭발적 호응을 얻고 있다. 일회성 이벤트로 생각했던 사업이 반응이 좋자 2016년 2월까지 연장해 사업성 여부를 면밀히 판단하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올 2월까지 감귤 약 750t을 판매하고 감귤 유통 전문가와 함께 선과장도 직접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사가 제주도에 있는 카카오는 지역 농가와 직접 계약을 해 감귤을 매입하고 카카오 브랜드와 국내 3000여만명이 가입한 카카오톡 등 플랫폼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판매에 나서기로 했다. 카카오 측은 “10년간 제주지역에서 풍부한 네트워크와 자산을 쌓았고 고품질 감귤 유통을 촉진시켜 농가소득 증대를 이루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화장품 스타트업 비디오 상거래

    중소영농인뿐 아니라 화장품 업체도 비디오콘텐츠를 통해 판로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화장품 판매 스타트업인 ‘우먼스톡’은 비디오 상거래 기법을 적극 활용해 입소문을 탔다. 연예기획사의 배우를 내세워 화장하는 기술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제공하고, 이때 그가 쓰는 제품을 소개해 바로 살 수 있게끔 구성했다. 가격이 저렴한 중소업체 화장품이 주로 소개돼 소비자들로부터 ‘가성비의 제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김강일 우먼스톡 대표는 “이미지 광고보다 비디오 광고를 통해 이어지는 소비자 구매가 최대 5배 차이가 난다”며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에 대한 트래픽이 증가하면서 ‘쇼핑 동영상’이 새로운 마케팅 채널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자사 동영상 콘텐츠 소비의 90%가 모바일에서 주로 이뤄진다”며 “모바일 일간 방문자가 1만명에 달하고 매달 1억원의 거래가 발생한다”고 언급했다.

    지난 9월 초 개시한 네이버의 뷰티제품 쇼핑 플랫폼 ‘뷰티윈도’도 최신 뷰티 트렌드, 제품 활용팁, 발색샷 등을 담은 통합 콘텐츠를 내세워 10월 거래량이 전월보다 44% 증가했다. 신희일 네이버 패션뷰티TF 실장은 “실제로 메이크업 영상을 올린 제품들의 반응이 좋다”며 “향후 동영상 콘텐츠를 더욱 강화해 더 생생한 뷰티 쇼핑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소비자를 위한 쇼핑 동영상은 길어야 5분 내외여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결제 시스템과 접근성을 높인 화면 디자인을 만들어야 한다. 한정된 시간 내 제품 정보를 전달하고 신뢰를 심어주는 것은 제작자의 몫인 셈. 업계 관계자는 “동영상 제작자의 진심 어린 노력에 따라 반품 비율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전자상거래 사업역량 중 콘텐츠 비중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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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영상에는 취향 저격이 통한다

    공짜보다는 취향… 유튜브 네이버 각축전

    인터넷으로 동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한국인 10명 중 6명은 유튜브, 네이버 TV캐스트 등 주로 이용하는 매체를 선택할 때 무료 콘텐츠 양보다는 해당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의 종류나 선호 프로그램, 장르를 포함하는지 여부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으로 드러났다.

    DMC미디어가 지난 12월 초 발표한 ‘2015년 DMC리포트 종합보고서:디지털 미디어&광고마케팅 2015년 결산 및 2016년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무선 인터넷 이용자가 온라인 동영상 매체를 이용하는 이유로 ‘제공하는 콘텐츠의 다양성(33.7%)’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무료 콘텐츠 다수 보유(30%), 선호하는 프로그램이나 장르 제공(27.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사용자가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할 때 비용 지불 문제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먼저 생각한다는 방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로 사용하는 매체의 경우 유튜브(45.0%)와 페이스북(43.3%), 아프리카TV(44.1%)는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콘텐츠 종류의 다양성을 이용 이유로 꼽았다. 네이버 TV캐스트(38.3%), 다음 tv팟(39.3%), 티빙(49.7%), 푹(49.9%)은 ‘선호하는 프로그램·채널 또는 장르를 제공하고 있어서’라는 응답이 높았다. 반면 ‘무료 콘텐츠가 많아서’라는 응답이 가장 높은 매체는 곰TV(37.7%)가 유일했다.

    온라인 동영상 매체를 통해 가장 많이 시청하는 장르는 예능이 46.8%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스포츠(25.9%), 음악(23.5%), 시사·보도·다큐멘터리·교양(22.1%)이 뒤를 이었다.

    또한 매체별로 주로 시청하는 장르가 달랐는데, 초기 개인 SNS의 성격이 컸던 페이스북의 경우 시사·보도(28.4%) 분야가 예능(58.3%) 다음으로 높았다. 상대적으로 타매체에 비해 언론 미디어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풀이된다.

    매체별 주 시청 장르의 경우 유튜브는 음악(37.5%), 네이버 TV캐스트와 다음 tv팟은 스포츠가 각각 48.8%, 47.4%로 높았다. 곰TV는 영화(48.6%), 아프리카TV는 게임(31.9%), 푹에서는 예능(65.1%)과 드라마(64.1%)를 시청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사용자에 따라 남성은 상대적으로 스포츠(41.6%), 시사·보도·다큐멘터리·교양(28.2%), 게임(10.6%) 장르를 선호했으며, 여성은 예능(54.0%), 드라마(33.0%), 패션·뷰티(16.9%) 장르를 자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령대가 낮을수록 예능과 게임 장르를, 연령대가 높을수록 시사·보도·다큐멘터리·교양과 영화 장르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방송, 웹툰 등 1인 창작자 콘텐츠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콘텐츠 공유가 쉬워진 데다 한류 스타까지 개인방송에 적극 나서는 추세기 때문. 네이버는 국내 업체 가운데 동영상에 가장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9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동영상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V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서비스 누적 다운로드 수는 800만 건을 넘어섰다. 해외 다운로드 비중이 무려 60%일 정도다. 이곳에서는 엑소(EXO), 빅뱅 등 한류스타뿐 아니라 셰프, 뷰티 크리에이터 등 스타 창작자들이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V앱 채널수는 총 97개에 이른다. 엑소, 빅뱅 등 한류 스타들이 생중계할 때는 60만~80만명이 몰려든다. V앱은 서비스 3개월 만에 누적 재생 수가 1억4000만 회, 댓글 수는 4130만 건으로 집계됐다. 네이버는 기획 단계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해 영어자막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K팝을 활용한 글로벌 플랫폼을 제대로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도 일본에서 실시간 동영상 콘텐츠 유통 플랫폼인 라인 라이브를 일본에서 지난 12월 중순 공개했다. 메신저 라인을 사용하는 일본 내 5800만명의 스마트폰 사용자를 기반으로, 알림 기능의 구조를 살린 실시간 동영상 플랫폼이다. 이 서비스에서는 인사·탤런트, 기업, 개인 등 다양한 이들의 라이브 영상과 프로그램을 라이브 공식 계정(LINE ID:@linelivecast)과 탤런트·아티스트사의 공식 계정, 스마트폰 앱 Web브라우저 등을 통해서 전송하고, LINE의 알림 기능으로 그 자리에서 전달자와 시청자가 직접 소통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경진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4호(2016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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