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UXMEN &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공동기획] “열정을 가진 엔지니어들이 인류를 지속가능하게 합니다”

    입력 : 2015.12.24 17:28:19

  • 경기도 오산에 자리한 ‘제우스(ZEUS)’는 1970년 설립 이후 45년 동안 반도체와 LCD 제조장비 분야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한 중견기업이다. 반도체 생산의 첫 단계로 제우스의 장비가 거론될 만큼 전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고 사업 영역이 반도체에만 머물러 있는 건 아니다. 공장자동화(FA) 분야와 정유, 석유화학, 원자력 발전 제어 등 특수 목적용 밸브(Valve), 최근엔 일본 자회사 J.E.T를 통해 태양전지 제조장비 사업까지 영역을 넓혔다. 회사를 이끄는 이는 설립자 이동익 회장의 장남 이종우 사장이다. 2011년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 사장은 R&D를 비롯한 연구개발에 주력하며 사업 다각화를 통한 흑자 경영을 실현하고 있다.

    “올해는 반도체 장비 분야의 매출이 가장 높을 것 같습니다. 저희 매출은 매해 고객사의 투자가 어느 분야에 집중되느냐에 달라지는데, 사업 분야가 한곳에 집중된 게 아니라 다각화돼 있어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이 사장의 경영 전략은 고스란히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 돌아왔다. 2012년 1550억원의 매출을 올린 제우스는 2013년 2040억원, 2014년 2400억원, 올해는 300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영업이익은 2013년 22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8배나 증가한 이후 꾸준히 200억원을 초과 달성하고 있다. 2014년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월드클래스 300’, 제1회 중견기업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한 제우스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이종우 사장은 “지난해에 회사 설립 이후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그 기록을 넘어설 것 같다”며 “제우스는 열정을 가진 엔지니어들이 인류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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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원의 의견이 곧 경영방침 ▶대표이사로 부임한 2011년 이후 제우스의 성장세가 가파릅니다. 도대체 비결이 뭡니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하잖아요.(웃음) 처음 부임하고선 무엇이든 조심하려고 했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식의 인사를 피하려고 떠나려는 분들을 먼저 붙잡았어요. 외람되지만 제가 2세 경영자잖아요. 어느 회사든 신구세력의 갈등이 있게 마련인데, 진심을 알아주셔서 45년 간 쌓아온 지혜와 노하우를 무난히 물려받을 수 있었습니다.

    ▶갈등이 없다는 건 사내 문화 아닙니까. 뭔가 특별한 소통 방식이 있을 것 같습니다.

    형식적인 게 아니라 직접 직원들과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물론 직원들의 의견을 경영에도 반영했지요. 일례로 사내 유니폼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이번에 다시 제작하는데 한 벌에 47만원이 듭니다. 사원간담회에서 나온 의견을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처음 간담회 자리에선 유니폼처럼 처우나 복리후생에 대한 의견이 많았는데, 1~2년 지나다보니 이젠 회사의 비전이나 경영전략에 대한 깊이 있는 의견도 들리곤 합니다. 그럴 때는 오히려 제가 당황스러워요.(웃음) 직급별로 1년에 한 번씩, 보직별로는 연초와 연말에 한 번씩 간담회를 갖고 있습니다.

    ▶직장인의 입장에선 간담회에서 의견을 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요. 특히 인사 시즌엔 더 그렇습니다.

    대표이사의 권한과 업무 중 하나가 인사권이나 자원 배분, 의사 결정인데, 인사권과 자원 배분은 아예 시스템화했어요. 사실 대표이사의 성향이나 그날 기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거든요. 그걸 차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시스템입니까.

    인사권이 반영된 게 경영회의인데, 이 자리엔 60여 명의 보직자들이 모두 모입니다. 각 부서 별로 올해 실적과 내년 목표를 발표하는데, 참석자들이 직접 부서별 점수를 냅니다. 그 점수가 그 부서의 한 해 인사평가가 되는 것이죠. 점수에 따라 성과급도 지급됩니다. 대표이사라고 뭔가 다른 건 없어요. 저도 딱 한 표만 행사합니다.

    ▶공정한 방식인가요? 직원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회의석상에서 각자의 휴대폰 어플로 평가하기 때문에 경영회의가 끝날 즈음엔 점수가 집계됩니다. 공정하냐 아니냐는 다른 문제인데, 최소한 투명성은 보장됩니다. 인기투표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긴 하죠. 그런데 인기투표가 맞아요.(웃음) 내 업무에 대해 다른 사업부나 동료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죠. 혹여 발표하는 순서에 따라 투표가 달라지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어서 순서도 제비뽑기로 하고 있습니다. 매년 1월에 실시하는데, 얼마 남지 않았네요.

    인재는 뽑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 키워내야 ▶중견기업의 가장 큰 고충 중 하나는 직원들의 역량 강화, 교육이라고들 하는데요.

    저희도 직원 교육비를 매년 늘리고 있습니다. 역량 강화를 위해 아침 점심 저녁으로 영어, 중국어, 일본어 강의도 진행하고, 영어는 아예 캐나다 원어민을 정규 직원으로 채용했어요. 물론 직원들의 불만이 많지요. 너무 빡빡하다는 건데 회사는 성장할 수도 문을 닫을 수도 있습니다. 만에 하나 후자라면 직원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국은 실력을 키우는 게 정답입니다.

    ▶개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직무가 더 중요한 것 아닙니까.

    사실 직무 교육은 2~3년 간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위탁교육을 진행했는데, 평이하다더군요. 잠시 쉬는 시간으로 여겨지기도 하고.(웃음) 그래서 올해부터 사내 강사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능력 있고 노하우가 풍부한 직원들을 강사로 세웠는데, 직원들의 평가가 높은 우수 강사에겐 100만원 단위가 아니라 1000만원 단위로 강사료를 지급합니다. 그래야 진정 우수 강사들이 많이 나올 것 아닙니까. 또 하나 저희 내부에서 PI라고 부르는 프로젝트 제도가 있는데, 사실 이 PI를 통해 개발된 제품이 많거든요. 그래서 제품 하나가 개발될 때마다 1000만원대의 성과급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R&D 분야의 투자도 만만치 않다고 들었습니다.

    80여 명의 인력이 R&D 파트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계속 채용하려곤 하는데, 지원이 많진 않네요. 중견기업의 한계일 수도 있는데, 그래서 석박사 학위자를 채용하는 것보다 우리 직원을 직접 대학원에 보내고 있습니다.

    ▶제우스가 추구하는 인재상이라면.

    이런 인재가 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런 인재가 들어와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채용의 고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원하는 인재상이라면 글로벌 마인드와 엔지니어링 마인드, 두 가지예요. 두 분야 모두 단시일 내에 바짝 해선 안 되는 것이거든요. 우보천리(牛步千里·우직한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란 말도 있지만 꾸준히 밀어붙일 수 있는 끈기와 성실함이 중요합니다.

    ▶직원들의 이직률이 궁금합니다.

    동종 업계에 비해선 낮은데 만족스럽진 않습니다.(웃음) 사직서가 올라오면 저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는데, 인사 담당자에게 원인을 묻다 보면 서로 곤란할 때가 있더군요. 결국은 제 잘못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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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장동력의 터전은 중국 ▶제우스의 터닝 포인트는 언제라고 보십니까.

    외부적으로는 M&A를 말하곤 합니다. 일본 자회사 ‘J.E.T’와 국내 자회사 ‘3Z’ 인수가 성장의 동력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저희가 M&A 전문업체가 아닌데, 다행히도 사업을 키우고 성장시켜야 한다는 진심이 통했습니다.

    ▶국내 중견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요.

    J.E.T를 인수하기 전엔 저희가 그 기업의 대리점이었어요. 기술과 AS를 지원했는데, 금융위기 때 J.E.T에 위기가 찾아왔지요. 사실 반도체 공장은 초기 투자비용은 많이 드는데 비해 처분하려고 하면 딱히 쓸데가 없거든요. 채권자들이 차라리 제우스가 인수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고, 당시 저희도 IPO 직후여서 자금에 여력이 있었습니다.

    ▶제우스는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이 50%에 달하는 수출 기업입니다. 주로 중화권 국가에 수출하고 있는데요. 전 세계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습니다.

    오히려 저희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중국에서 반도체 투자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어요. 확정 단계까진 아니지만 중국이 직접 반도체를 제조하게 된다면 제우스에 가장 많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경쟁사가 국내와 일본, 미국에 있는데 반도체 장비 분야는 한국과 일본이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우스는 한국과 일본에 모두 기업을 경영하고 있거든요. 게다가 J.E.T는 인수 전부터 중국에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신성장동력의 터전은 중국입니까.

    그렇죠. 예를 들어 LCD의 경우 최근 국내외에서 투자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중국만은 간간히 투자를 이어오고 있어요. 덕분에 저희도 성장하고 있고요.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화두가 되곤 하지만 휴대폰과 자동차를 제조하는 중국이 아직 손대지 못한 게 반도체 분야예요. 중국은 현재 원유 수입보다 더 많은 돈을 들여 반도체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이 분야를 그냥 두진 않을 거라고 봅니다. 자체 생산을 하게 됐을 땐 반도체 장비를 갖추는 게 순서인데, 그 분야에서 제우스보다 나은 기업은 없습니다.

    ▶중국 외에 글로벌 시장도 있는데요.

    물론이죠. 미국과 유럽 시장도 간과하기엔 너무 큰 시장입니다. 아직 제우스는 주로 아시아 시장에서 사업이 활발한데,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의 반도체 전시회에 부스를 마련하고 나름의 주문도 받았습니다. 미국 시장은 대륙 자체가 넓다보니 장비 관리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 두려움이 앞서는 게 사실이에요. 이동 시간이 10시간 이상 되는 곳도 있으니…. 하지만 한 번은 뛰어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양전지 사업에 대한 비전도 확고한데요.

    제우스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분야가 태양전지 사업입니다. 제우스는 인류를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는 엔지니어 집단입니다. 지금까지 100억원 이상 투자한 분야인데, 서서히 서광이 비치고 있습니다.

    ▶올해 목표는 이미 달성하신 겁니까.

    처음부터 목표를 정해 놓은 건 아닌데요. 언론이나 애널리스트들이 매출 3000억원을 논하시더군요. 목표량은 달성했는데, 구체적인 금액은 엔화 약세가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년은 투자기입니다. 우선 경기도 화성에 공장을 착공해서 2017년에 완공할 예정입니다.

    ▶한국에서 중견기업 경영하시기 어떠신지요.

    일단 저희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습니다.(웃음) 계속 가야죠. 아… 조금 서러운 건 고용률이나 경제성장 기여도를 감안했을 때 중견기업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기업군입니다. 그런데 막상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살아날 가망성이 없는 곳까지 지원하느라 조금만 지원하면 껑충 성장할 수 있는 곳을 지나치고 있어요. 정리해야 할 기업을 지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물론 중소기업 입장에선 작은 지원 하나가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집단과 집단의 입장에서 보면 중견기업에 대한 차별이 분명 존재합니다.

    이종우 제우스 대표이사 1971년생인 이종우 대표는 창업주 이동익 회장의 장남이다. 미시건대학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실리콘밸리에서 엔지니어로 활동하다 카이스트(KAIST)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2005년부터 제우스에서 근무하고 있다. 2011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안재형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3호(2015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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