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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섭 에코코리아 대표 | 한번 경험하면 다시 찾는 북유럽 대표 구두, 에코…‘신발은 발에 맞춰야 한다’는 창업정신을 이어가고 있죠
입력 : 2015.09.04 10: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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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전공하고 글로벌 회사의 경영자가 된 배경이 궁금한데요.
저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오히려 사고의 체계를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걸 배웠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세계적인 디자인컨설팅 회사 아이데오(IDEO)는 리더들이 디자이너 출신들입니다. 기업이 여러 가지 전략을 세워도 결국 소비자가 마주하는 제품이나 광고 등은 디자인처럼 시각적으로 나온 산출물입니다. 소비자에게 개발한 제품을 제대로 전달하려면 디자이너가 마케팅이나 경영적 사고를 해야 하고 반대로 경영자들도 디자인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한 생각을 늘 하고 있었고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을 단순 디자인에 국한시키지 않도록 노력해왔습니다.
한화그룹에서 국내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여러 글로벌 기업들을 거쳤는데요.
제가 한화그룹에 들어간 1996년에는 글로벌 채용이 유행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삼성, 현대, 기아자동차, 한화 등 10대그룹사들이 글로벌 채용을 위한 잡페어를 개최했는데, 저도 여러 곳에 원서를 내고 면접을 하게 됐습니다. 그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님을 처음 뵀습니다. 첫인상이 무척 ‘호방하다’는 느낌을 들었고 회장님뿐 아니라 한화의 계열사 사장들이 젊은 직원들과 격의 없이 대하는 모습에 반해 한화로 가게 됐습니다. 한화 비서실에 근무하면서 경영에 대한 관심과 함께 커리어를 넓혀야겠다고 결심했죠.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비서실이 해체되면서 회사를 나와 프라다와 로레알의 한국지사에서 각각 일했습니다.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에 미국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다시 들어와 영국계 투자컨설팅회사에서 일하다가 쌤소나이트코리아와 발리, GS홈쇼핑, 나인웨스트 등 여러 회사에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습니다.
▶에코코리아가 설립된 배경은.
한국에는 에코가 7년 전 골프화로 먼저 소개됐습니다. 처음에는 수입 에이전시였던 JD플러스와 덴마크 본사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려다가 직진출로 방향을 바꾼 겁니다. 기존 JD플러스는 골프화를 홀세일하는 업체로 전환하고 지금은 컨추리 클럽과 골프 프로숍 중심으로 골프화를 유통하고 있습니다. 백화점 직영매장은 본사가 직접 컨트롤하고 있죠. 에코는 덴마크에선 어린이부터 성인, 노인까지 누구나 신는 한마디로 국민 구두입니다. 아이템도 정장화부터 캐주얼화, 컴포트화, 스포츠화 등 발에 신는 모든 품목이 나올 정도로 폭이 넣은 브랜드입니다. 법인 설립을 계기로 보다 다양한 에코화를 국내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기회를 갖게 된 거죠.
▶에코가 단기간에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비결은.
결국은 상품력과 서비스입니다. 상품력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됐고 서비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에코는 평균 제품가가 30만원대로 고가 명품은 아니지만 포장을 할 때 명품브랜드 매장과 똑같이 고급스러운 슈파우치를 사용합니다. 또한 신발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 슈케어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장마철엔 방수 스프레이로 관리해주고 신고 온 다른 신발들에도 해당서비스를 제공하죠. 에코는 상품에 대한 퀄리티 컨트롤이 상당히 엄격한 회사입니다. 그래서 에코 신발은 한번 신어본 고객들의 재구매율이 높고 백화점 자체 통계를 봐도 제품에 대한 고객 불만도가 가장 낮은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대신 가격할인은 안합니다. 기존 매장에서는 최대한 가격을 보호하고 재고는 프리미엄 아웃렛으로 보냅니다. 할인 대신 최고 품질의 제품을 제공한다는 게 에코의 방침입니다.
▶에코는 어떤 브랜드고 경쟁력이 어디서 나오나요.
에코는 1963년 슈즈 숙련공이었던 칼 투스비가 독일 국경에 접한 덴마크 서쪽 해안가에 비어 있는 공장을 사서 만든 회사가 시초입니다. 그는 ‘신발은 발에 가장 잘 맞아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실용적이면서 발이 편안한 구두를 만들기 시작했죠. 에코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슈즈 생산의 모든 과정을 직접 소유, 운영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주로 가죽 소재를 사용하는데 인도네시아와 태국, 중국 등 전 세계 5곳에 가죽과 태너리공장을 직접 보유하고 있습니다. 에코 공장에서 만든 가죽은 최고급품으로 이곳에서 생산된 가죽 중 40%를 루이비통, 에르메스, 버버리 등 명품브랜드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애플워치에 사용된 가죽 스트랩도 에코 가죽입니다. 에코는 생산부문의 95%를 자체 소유한 공장에서 만듭니다. 요즘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이 대세인 점을 감안하면 시대에 역행하는 구조죠. 하지만 “우리가 만드는 제품을 남에게 맡기는 순간 품질을 유지할 수 없다”는 창업주의 고집스러운 철학을 2대에서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에코는 세상을 떠난 창업자의 뒤를 이어 딸과 사위가 가족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스칸디나비아 스타일(북유럽풍)의 특징은 무엇이며, 에코 브랜드명에서 친환경적 요소가 느껴지는데 관련이 있나요.
북유럽 지역은 밤과 겨울이 길기 때문에 집안과 실내에서의 편안함을 지향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디자인이 일단 기능적이고 간결하면서 불필요한 요소들을 배제합니다. 이러한 그들의 생활패턴이 상품 디자인에도 반영된 게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이죠. 에코 역시 신발을 만들 때 멋보다는 편안한 것을 우선시 합니다. 에코라는 브랜드명은 에콜로지(생태학)에서 나온 말은 아닙니다. 칼 투스비 창업자가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쉽고 편하게 부를 수 있는 말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찾아낸 용어입니다. 물론 에코가 생산부터 전 과정에 걸쳐 친환경적 요소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에콜로지와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에코는 신발 말고도 가방라인이 해외선 유명한데요. 한국에 론칭 계획은.
가죽이 유명한 회사라 가방도 경쟁력이 있습니다. 한국을 제외하고는 다른 진출국에선 신발과 함께 백라인도 함께 전개하고 있죠. 중국에는 에코백이 단독매장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검토 중이긴 한데 워낙 가방시장 경쟁이 포화상태라 신발을 먼저 안착시킨 다음 순차적으로 진행할 방침입니다.
▶한국에서의 영업전략에 대해.
에코 신발의 상품범위가 넓지만 국내에서는 브랜드 강점인 가죽제품 중심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계속 강조해나갈 계획입니다. 상품비율은 여성화와 남성화가 6 대 4 정도인데 여성화 비중은 그대로 두면서 남성화 부문을 더욱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국내 남성패션 시장이 커지고 비즈니스캐주얼 옷차림이 정착되면서 신발도 캐주얼화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서죠. 에코 신발은 한번 경험하면 다시 찾게 되는 편안함과 질리지 않는 멋이 있어 앞으로 국내서 계속 성장해나갈 것을 확신합니다.
심판섭 에코코리아 대표 1970년 출생
美미주리 주립대 인테리어디자인
美메사추세츠 주립대 대학원 디자인 석사
1997년 한화그룹 비서실 근무
2000년 로레알코리아 브랜드매니저
2008년 한국코사리베르만 발리 사업부장
2009년 GS홈쇼핑 투자전략담당
2010년 개미플러스 운영이사
2014년~ 에코코리아 대표이사
[김지미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0호 (2015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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