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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가입, 결제, 대출, 송금…내 손안의 모바일금융 스마트폰만 있으면 금융거래 OK
입력 : 2015.08.21 09: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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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대신 스마트폰으로 결제 당장 7월 15일부터 삼성전자와 삼성카드가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삼성페이’가 도화선 노릇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켜고 끌 줄만 알면 누구나 손쉽게 간편결제 세계로 끌어들일 수 있다. 전국 어디에나 깔린 신용카드 단말기만 있으면 모든 가게가 삼성페이 가맹점으로 변신한다.
서비스 첫날인 서울 충무로에 있는 한 분식점에서 삼성페이를 시험해봤다. 김밥 두 줄을 사고 신용카드 대신 갤럭시S6 스마트폰을 내밀자 처음에는 가게 점원이 당황했다. 하지만 빠르게 진행되는 결제과정을 지켜본 뒤 점원 표정은 신기하다는 듯이 바뀌었다.
결제 과정은 매우 단순하다. 갤럭시S6를 신용카드 단말기에 가져다 대면 1초도 안 걸려 카드 정보가 입력된다. 신용카드를 결제할 때처럼 터치패드에 사인까지 하자 하얀 바탕의 카드 영수증이 출력되며 결제 전 과정이 끝났다는 걸 알려준다. 커피전문점은 물론 20년간 신용카드 리더기를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는 약국에서도 막힘없이 결제가 가능했다. 플라스틱 기반 신용카드가 갤럭시S6 스마트폰 안에 들어와 지갑에서 카드를 꺼낼 필요가 사라진 것이다.
삼성전자 신형 스마트폰인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 두 가지 모델에서 삼성페이를 쓸 수 있다. 8월 중순에 나오는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 플러스에도 이 기능이 탑재된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삼성전자가 올초 인수한 미국 핀테크 기업 ‘루프페이’가 원천기술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내부에 자기장을 유도할 수 있게 돌돌 말아 놓은 코일을 깔아놓은 것이다. 가게에서 신용카드를 긁을 때 나오는 자기장과 똑같은 자기장이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나온다. 전문용어로 마그네틱 보안 전송 방식(MST)라고 부르는 방식이다.
반면 경쟁 기술인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은 사용처가 전국 3만여 곳에 그친다. NFC는 지하철이나 교통카드를 탈 때 터치패드에 교통카드를 갖다 대는 방식과 구조가 같다. 하나카드가 스마트폰 유심(가입자 식별칩)에 카드 정보를 저장해놓고 NFC로 결제하는 시스템을 주도하고 있지만 아직 쓸 곳이 많지 않다.
삼성페이는 스마트폰에 카드를 등록하는 절차도 간단하다. 삼성페이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스마트폰 하단을 아래에서 위로 쓸어 올리면 삼성페이 전용 창이 뜬다. 지문을 입력해 본인 인증을 끝내고 카메라로 신용카드 앞면을 찍으면 카드번호가 입력된다. 등록 시간은 채 1분이 걸리지 않는다.
다만 전국에 걸쳐 모든 매장으로 간편결제가 확산되려면 시행착오도 겪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 소도시에 거주하는 IT에 둔감한 노년층까지 얼마나 자유롭게 스마트폰 결제를 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계산을 하려던 시점에 전화가 오면 통화를 끊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극복과제다.
스마트폰으로 보험가입 ‘모바일 슈랑스’ 보험 업계에서는 스마트폰으로 보험에 쉽게 가입하고 주요 서비스를 쓸 수 있는 ‘모바일 슈랑스’가 인기다. 보수적인 보험업계에도 본격적으로 ‘핀테크’ 열풍이 불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최초 온라인 전업 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이 분야 성장을 이끌고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의 5월 신규 가입자의 약 21%가 모바일을 통해 보험을 계약했다. 지난 4월 모바일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성과가 이어졌다.
김성수 교보라이프플래닛 상무는 “30대 젊은 직장인은 소액 보험을 주로 모바일 창구에서 들고 있다”며 “설계사 채널을 거치지 않고도 얼마든지 보험계약을 유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생명도 4월 모바일 청약 서비스를 전격 오픈했다. 암 보험을 비롯한 9종의 보험을 모바일 홈페이지에서 판다. 변액보험을 모바일 창구에서 파는 것은 미래에셋생명이 유일하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감독당국과 오랜 기간 협의를 거쳐 변액보험을 판매 리스트에 올렸다”며 “모바일 보험시장이 급증할 것으로 보여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AIA생명도 최근 모바일 전용 웹사이트 ‘마이AIA’를 오픈했다. 기존 PC 기반 위주였던 웹사이트를 모바일 환경으로 대폭 수정했다. 알리안츠생명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열어 쓸 수 있는 ‘모바일센터’를 최근 오픈했다. 보험금을 찾을 때 제일 가까운 지점을 자동으로 찾아 위치정보를 제공한다.
알리안츠생명은 6월 초부터 모바일 전자서명 청약시스템 도입, 모바일센터 구축 등 디지털 강화 전략을 진행해왔다. 전자서명 청약시스템은 태블릿 PC를 통해 모든 보험 가입 과정을 365일 언제라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모바일센터를 통해서는 가입자가 스스로 인터넷과 모바일에 접속해 각종 조회 및 지급 업무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알리안츠생명이 최근 글로벌 모바일 건강관리회사 눔(Noom)과 제휴해 건강관리 앱 ‘올라잇코치’를 출시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웨이러블 디바이스와 보험을 연결시켜 건강을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가입자는 보험료를 할인 받을 수 있다.
위비뱅크의 ‘위비 모바일 대출’은 서울보증보험과 협력해 최대 1000만원까지 스마트폰으로 가볍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품이다. 신용등급 1~7등급을 가지고 있으면 연 5~9%의 중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 은행권 최초로 타행 공인인증서로 대출할 수 있다. 별도 서류도 필요 없다. 휴대전화 사진을 찍어 보내면 본인 여부를 가릴 수 있다.
특히 신용등급 4~7등급을 가진 대출자들이 위비 모바일 뱅크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금리가 연 10~20%에 달하는 저축은행 상품 대비 금리가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모바일로 간편하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대출 심사가 간편한 것도 매력 포인트다.
그동안 복잡한 절차와 각종 서류 확인 등으로 온라인 신청이 어려웠던 펀드담보대출을 모바일에서 가능하도록 했다.
중금리 대출에 강점이 있었던 저축은행도 대출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모바일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KB저축은행은 신용대출과 관련된 업무 앱 ‘KB착한대출 앱’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한저축은행은 기존의 신용대출을 하나로 통합한 ‘신한온마음대출’ 브랜드를 론칭해 모바일 대출서비스를 시작했다.
대신저축은행은 대신증권과 ‘스마트뱅킹’ 앱 완성도를 높였다. 공인인증서를 통해 본인인증을 끝내면 영업점 방문 없이 앱을 통해 대출한도 조회부터 추가대출, 만기연장, 대출현황 등 주요 업무를 볼 수 있다. 앱으로 전문상담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모바일 송금 분야에서는 다음카카오와 비바리퍼블리카를 비롯한 핀테크 기업 활약이 돋보인다. 다음카카오 뱅크월렛카카오를 통하면 돈을 받는 사람의 계좌번호 없이도 카카오톡 친구에게 하루 10만원 한도 내에서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다. 송금 기능은 각종 회비, 경조사비, 음식값 나눠 내기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서비스 대상은 만 14세 이상 인터넷 뱅킹에 가입한 스마트폰 소지자다.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돈 받기만 가능하고 보내기 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 뱅크월렛카카오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애플 iOS에서 두루 쓸 수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앱을 내려받아 깔면 된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를 내놓은 바 있다. 돈을 받는 사람의 전화번호만 알면 간편하게 돈을 보낼 수 있다. 공인인증서 없이 비밀번호만 입력하는 것만으로 돈이 건너간다. 한 번에 최대 30만원까지 돈을 보낼 수 있다.
우리은행이 독자 개발한 간편송금 서비스 ‘위비 모바일 페이’도 인기다. 최초 한 번만 핀 번호를 등록하면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가 없어도 핀 번호만으로 한 번에 최대 50만원 범위 내에서 계좌이체를 할 수 있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현행 규정상 법적으로 하루에 보낼 수 있는 최대 금액은 2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보안을 우려한 은행권이 간편 송금 한도를 묶어놔 서비스 확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뱅크월렛카카오 송금 한도를 10만원으로 묶어 놓은 게 대표적이다.
은행 제휴를 기반으로 서비스하는 뱅크월렛카카오 특성상 송금 한도를 올리려면 모든 은행과 협의를 끝내야 한다. 하지만 보수적인 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송금 한도를 올리기 위해 은행과 얘기를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공개석상에서 “고작 10만원을 보낼 수 있는 뱅크월렛카카오를 핀테크라고 부르기도 부끄럽다”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홍장원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9호 (2015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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