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불안에 달러로 투자하는 RP, ELS 관심…달러표시 금융상품에 투자해볼까

    입력 : 2015.08.21 09:17:44

  •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이 창구에서 달러 ELS에 가입하고 있다.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이 창구에서 달러 ELS에 가입하고 있다.
    “강남 집 한 채를 제외하고 제가 가진 자산의 대부분을 달러 자산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임원이 밝힌 최근 재테크 전략이다. 이 임원은 “올해 하반기는 물론 내년까지도 원화의 약세, 달러의 강세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며 “달러 환차익을 노리기보다는 원화가치 하락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달러화 자산을 늘리는 전략이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두 달 사이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6%가량 내려가면서 발 빠른 투자자들은 달러화 자산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하반기 정부의 해외투자 활성화 대책 시행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어 원화가치 하락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달러로 투자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 주가연계증권(ELS), 펀드 투자를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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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부자들 ‘달러 RP-ELS’에 뭉칫돈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달러 RP를 많이 판매하는 대표적 증권사인 삼성증권과 대신증권의 2분기 달러 RP 신규 판매액은 각각 5857억원과 4633억원으로 합계 1조원을 넘었다. 지난 1분기의 7324억원과 비교하면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RP는 금융회사가 일정 기간이 지난 이후 확정금리를 더해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달러 RP의 경우 원화가 아닌 달러화로 투자한다는 점에서 일반 RP와 차이가 있다. 원화 RP의 경우 1년 기준 금리가 1.5% 정도인 반면 달러 RP는 연 0.9% 수준으로 금리는 다소 낮다. 다만 원화 대비 달러가치가 상승하면 그만큼 환차익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자금이 몰리는 것이다.

    달러자산 확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대신증권의 경우 3개월짜리 연 2% 특판 달러 RP를 판매 중이다. 서재연 KDB대우증권 PB클래스 갤러리아 이사는 “달러 보유 고객이라면 금리가 높은 각 증권사가 수시로 판매하는 달러 특판 RP를 노려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지난 4월 말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달러 표시 ELS도 발행액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5월 35억원어치의 달러 ELS를 판매했고, 6월에는 이보다 4배 이상 많은 164억원을 판매했다. 대신증권도 최근 2개월 동안 13억원 규모의 달러 ELS를 팔았다.

    달러 ELS는 보통 연 3~4%의 수익률을 제시한다. 달러 ELS는 상품 구조는 원화 ELS와 동일하다. 다만 달러 ELS는 조기상환이나 만기 시 자금을 달러로 받아 이를 원화로 환전하거나 달러로 보유하면서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대신증권이 지난 7월 6일 모집한 ‘100조클럽 ELS 39호’의 경우 S&P500 지수와 미국 제약업체 암젠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만기 3년짜리 원금비보장형 상품이다. 최소 청약단위는 1000달러(약 110만원)로 일반 원화 ELS의 1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6개월마다 돌아오는 조기상환 및 만기상환 조건을 충족하면 연 3.7%의 수익에 추가로 환차익까지 노려볼 수 있다.

    기존에는 달러자산 투자가 대부분 달러예금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달러예금 금리가 연 0.6~0.7%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여서 자산가들이 점차 달러RP나 달러ELS로 이동 중이라는 분석이다. 최영식 신한금융투자 OTC부장은 “달러ELS의 경우 달러예금 금리 0.7%에 비해 5배가량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며 “특히 종목형보다 안정적인 지수형 달러 ELS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창수 하나은행 서압구정 골드클럽 PB센터장은 “강남 부자들은 조만간 다가올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달러 강세 및 변동성에 대비해 유동성을 충분히 가져가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특히 달러 자산의 보유 비중을 조금씩 늘리고 있는 것이 눈에 띄는 특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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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펀드도 환헤지 안 한 펀드가 유리 원화 약세가 예상되는 국면인 만큼 해외펀드를 선택할 때도 직접 달러로 투자하거나 환헤지를 하지 않은 펀드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중인 해외펀드의 90% 이상은 환헤지를 하는 상품인데, 달러 강세 국면에서 헤지를 하면 불필요한 비용만 발생하고 환차익은 노릴 수 없게 된다. 미국 투자 펀드 가운데 환헤지를 하지 않은 펀드로는 ‘하이 미국 1.5배 레버리지’, ‘교보악사 미국 하이일드’, ‘삼성 미국 다이나믹 자산배분’, ‘삼성 누버거버먼 미국롱숏’ 등이 있다. 하이 미국 1.5배 레버리지와 교보악사 미국 하이일드 펀드는 최근 1년 수익률이 10%가 넘는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외화 기준가 공모펀드 출시를 허용하면서 달러 등 외화로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펀드도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3월 말 첫 달러 기준가 펀드로 내놓은 ‘미래에셋 미국채권’ 펀드는 미국 회사채 투자를 통해 초과수익을 추구, 은행 달러예금보다 수익률에서 경쟁력을 가진다. 달러 직접투자를 통해 달러화 강세 시 수혜가 가능하며 펀드 가입 및 환매 시에 환전이 필요 없는 장점이 있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이 4.1%에 달한다. 최근 달러화 강세의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파악된다. 김진하 미래에셋운용 상무는 “미국채권펀드는 달러예금보다는 약간 높은 이익을 얻고자 하는 투자자에게 알맞다”며 “더불어 달러강세 효과를 감안하면 기대수익률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원화 약세 국면에서 달러표시 상품만이 대안은 아니다. 달러와 함께 세계 기축통화로서 부상을 목표로 하고 있는 중국 위안화 표시 자산으로 일부 분산도 고려해 볼 만하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지난 7월 9일 국내 첫 위안화 기준가 펀드인 ‘신한BNP 중국 더단기 재간접’을 출시했다. 이 펀드는 연 4%가량 수익이 나오는 중국본토 머니마켓펀드(MMF)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다. 보유중인 위안화로 펀드에 투자하면 환전비용을 줄일 수 있고, 위안화 가치 상승 시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박재우 신한BNP파리바운용 해외채권운용팀 팀장은 “대중국 거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기업들의 위안화 수출입대금 예치 수요, 가계의 투자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며 “위안화 기준가 펀드가 국내 투자자들에게 좋은 투자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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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차익 비과세 펀드 조만간 나올 듯 정부가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확보와 가계의 해외투자 활성화를 통한 자산증식이란 두 가지 목적으로 지난 6월 말 도입 계획을 발표한 비과세 해외주식 전용투자펀드가 이르면 4분기 출시될 예정이다. 국내에 쌓인 달러를 해외 주식투자 확대로 퍼냄으로써 달러화 대비 원화의 상대적인 가치를 내리겠다는 취지다.

    새로 도입되는 해외주식 투자전용펀드는 자본차익뿐만 아니라 환차익에 대해서도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펀드는 해외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펀드로 운용기간 10년 동안 비과세 혜택이 유지된다. 가입기간은 도입일로부터 2년으로, 가입 후 1인당 3000만원의 납입한도 내에서 언제든지 자금을 추가로 납입할 수 있다.

    특히 환차익에 대해서도 비과세 혜택이 있기 때문에 정부 당국자나 시장 전문가들 모두 환노출 비과세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기존 해외펀드는 매매·평가손실이 환차익보다 커서 전체적으로 손해를 봐도 환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했다. 앞서 지난 2007년 6월~2009년 말까지 1차 해외펀드 비과세 기간에는 환차익은 과세 대상이 돼 상당수 투자자들이 환헤지 상품을 선택했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우리 투자자들은 이러한 요인에 대한 적절한 고려 없이 무조건적으로 환위험을 헤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는 과거 외환위기로 환율이 급등해 외채 상환 부담이 급증한 경험 때문인데 이와 달리 외화 자산을 취득하는 경우 환율이 급등하면 원화 환산 수익률이 높아져 오히려 투자자에게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하반기 출시를 앞둔 해외펀드는 삼성자산운용 미국중소형주, 미래에셋자산운용 아시아그로스, KB자산운용 글로벌테마주식형,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브랜드파워, 한화자산운용 아시아고배당, NH-CA자산운용 글로벌전환사채 등이 있다. 정부가 신규 출시되는 전용펀드에 대해서만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기 때문에 이들 펀드 가운데 상당수가 비과세 환노출 상품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르면 하반기 도입하는 비과세 해외펀드의 혜택기간이 지난 2007년보다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해외펀드 설정액 증가폭은 과거 사례보다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금리 기조 심화와 거액자산고객을 중심으로 한 절세수요 등을 감안하면 일부 자금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달러화 강세 얼마나 지속될까 그렇다면 과연 달러화 강세 국면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일부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시장의 컨센서스인 올해 9월에서 좀 더 늦어질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단기적으로 달러화 강세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 시작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큰 틀에서 보면 달러화 강세 구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통화확장 정책을 펼친 미국이 향후 수년간 경기회복 국면에서 유동성 흡수를 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그리스 재정 문제나 중국의 강한 증시 변동성 등 다른 대외 변수들도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수요를 키울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리스 사태가 글로벌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고 있지만 이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미국 경제지표 호조는 달러화 강세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미국이 금리인상을 하게 되면 달러에 대한 가치가 올라가게 될 것이고, 일본도 약해지는 엔화의 경쟁력을 이용해서 수출을 활발히 진행해 달러나 엔화 등 표시 등 안전자산에의 투자가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투자은행들에서도 달러 강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닐 멜러 뱅크오브뉴욕멜론 통화 전략가는 “펀더멘털의 관점에서 달러화가 상승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전략가 브룩스(Brooks)도 지난 6월 말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은 큰 폭으로 반등하고 외환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가능성에 점차 무게를 실을 것”이라며 “달러화는 향후 12개월 내 1유로당 95센트, 2017년에는 80센트를 기록하는 등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자익 대신증권 금융주치의마케팅 부장은 “세계 경제의 회복 대안이 미국이 유일하다는 심리가 다시 강하게 형성될 경우 달러자산의 가치는 더 상승할 수 있다”며 “어떠한 환경변화에도 실질 자산가치를 지킨다는 측면에서 달러화 투자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재원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9호 (2015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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