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반기 열리는 ‘중국판 코스닥’ 선강퉁 파헤치기

    입력 : 2015.08.21 09:17:41

  • 중국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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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륙의 코스닥 시장이 열린다.’ 중국의 선전 증시와 홍콩 증시를 잇는 선강퉁이 올 10월 개장할 것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후강퉁에 비해 IT와 소비재 등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 다수 포진된 선강퉁에 대한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은 상당한 수준이다. 시장이 열리면 증권사 HTS를 활용해 성장성이 높은 중국 기업의 주식을 안방에서도 ‘직구’할 수 있게 된다.

    후강퉁 VS 선강퉁 어떻게 다른데? 지난해 11월 중국 주식시장 가운데 후강퉁이 먼저 문을 열었다. 1년여가 지나 문을 열 것으로 예상되는 선강퉁은 후강퉁과 어떻게 다를까? 꽤 많은 이들이 선과 후의 의미를 앞(先)과 뒤(後)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후강퉁(扈港通)과 선강퉁(深港通)은 지명과 관련되어 있다. 후강퉁(扈港通)에서 후는 상하이, 강은 홍콩을 의미해 상하이거래소와 홍콩을 통하게 한다는 의미다. 반면 선강퉁(深港通)의 선은 ‘심천’을 의미하며 심천거래소와 홍콩을 이어준다는 뜻이다.

    상하이거래소와 마찬가지로 심천거래소도 내국인 전용 종목군인 A주와 외국인 전용 종목국인 B주로 나뉜다. A주는 위안화로 거래되고 B주는 미국달러(상하이거래소)와 홍콩달러(심천거래소)로 거래된다. B주에 대한 내국인 투자는 2001년 B주에 대한 내국인 투자는 허용됐지만 A주는 허가받은 기관투자자에 한정적으로 거래를 허용했지만 지난해 11월 후강퉁 시행 이후 홍콩을 통한 중국 A주에 대한 해외투자자의 길이 열린 셈이다.

    선전거래소를 흔히 ‘중국판 코스닥’이라 부르는 이유는 규모 때문이 아니다. 세계거래소 협회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심천거래소의 시가총액은 약 2조598억달러로 3조2750억달러인 상하이거래소보다는 작지만 세계 거래소 중 8위에 해당하는 큰 시장이다. 상장 기업 수는 상하이거래소보다 600개 이상 많은 1600개 수준으로 시가총액으로만 보면 국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보다 1.5배 이상 큰 시장이다.

    메인보드 시장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상하이거래소와는 달리 심천거래소는 메인보드, 중소기업시장(SME)과 벤처기업 위주의 차이넥스트(ChiNext)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다르다. 국유기업, 대기업 위주의 상하이거래소와는 달리 심천거래소는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자본조달 목적을 갖고 설립되었기 때문이다.

    정책적 목적에 따라 2004년 설립된 중소기업시장과 2009년 설립된 차이넥스트는 모두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최근 5년간 5배 이상, 시장은 17배 성장해 특히 중소기업시장은 현재 메인보드 시장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상황이다. 2014년 말 기준 심천거래소의 시가총액 비중은 메인보드 40%, 중소기업시장 41%, 차이넥스트 19%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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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상하이거래소
    중국 상하이거래소
    IT·소비재 등 성장기업 집합 선강퉁이 주목되는 이유 중국은 선강퉁 시행을 통해 대형 국유기업 위주의 상하이거래소 외에 중소기업, 벤처 기업 육성을 위한 기업 단계별 자본시장 육성 정책을 가속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선강퉁 시행을 계기로 지속적인 증시 개방을 통해 시장제도, 감독체계 업그레이드, 펀드, 채권, 선물옵션 등 업무 다양화와 제도 개선을 노리고 있다.

    이용철 유안타증권 글로벌 비즈 팀장은 “최근 상하이거래소 지수 폭락을 계기로 중국정부는 선강퉁 개방에 있어 부양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며 “G2위상에 걸맞은 시장의 안정성은 물론 일대일로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자본시장 국제화 효과 역시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강퉁 시행과 관련해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거래 가능한 종목 수다. 현재 중국은 후강퉁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에게 전체 종목 중 57%에 대해서만 거래를 허용하고 있다. 이 팀장은 “선강퉁은 안정성이 보장된 기업을 중심으로 20~30% 종목에 대해 허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종목 수로 보면 300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심천거래소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구성 섹터 비중이 성장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세계 각 국가들은 유효수요 창출을 위해 SNS, 모바일, 전기차, 헬스케어 등의 신성장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IT디바이스의 발달과 모바일, 인터넷 속도 개선에 따라 다양한 산업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심천거래소의 업종별 비중을 살펴보면 경기소비재 32.3%, 금융 31.2%, IT 11.5%, 산업재 8.2%, 헬스케어 5.1% 순으로 있다. 금융 35.1%, 산업재 18.9%, 에너지 13.5% 순으로 구성되어 있는 상하이거래소와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신성장산업 내에서 고속성장을 보이는 벤처, 중소기업이 많이 포진돼 있어 국내는 물론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팀장은 “심천거래소에는 국내 투자자들이 높은 식견을 가지고 있는 모바일, SNS, 헬스케어, 콘텐츠 등의 성장기업이 많다”며 “국내기업과도 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리서치 측면에서의 접근 가능성이 상하이증시 대비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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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 개장 초 투자 신중론이 대세 시장의 성장성은 분명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최근의 중국 증시급락이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증시는 지난 5~6월 한 달 새 큰 폭의 하락세를 겪으면서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배가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한 경험이 있다. 이 때문에 홍콩 금융 당국은 최근 중국 증시의 급락 조정으로 선강퉁 개통 시기가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당초 예정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고 강조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달랬다.

    상하이거래소 주가가 5000선을 건드리고 2000대 후반까지 빠지며 증시의 급등세에 따른 ‘버블 붕괴’를 목격한 후 심천거래소 개장초기에는 투자 신중론을 견지하는 시각이 많다. 상대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과 시장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일부 조정을 거쳐 펀더멘털에 부합한 가격대가 왔을 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가격은 성장주 성격의 중소형주 비중이 높은 만큼 비싼 수준으로 평가된다. 유안타증권 분석에 따르면, 선전종합지수의 올해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26.6배로 추산된다. 상하이종합지수(14.1배)와 비교한다면 분명 높은 수준이다. 신중론이 대세로 자리 잡은 가운데 한편에서는 최근의 증시하락으로 중국정부가 펼칠 부양론에 기대를 거는 쪽도 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 “중국정부는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관점에서 부양의지가 명확하다. 지난 7월 8일 발표된 인민은행의 무제한적 유동성 공급시행과 향후 지방 양로보험 등 직접적인 중장기 매수세력의 증시개입이 확대된다면 증시의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용철 유안타증권 글로벌 비즈니스 팀장 역시 “지난 증시 폭락을 계기로 중국정부가 다양한 증시안정화 정책을 펼칠 것은 자명하다”며 “특히 후강퉁 개장 초창기 자금유입을 통한 랠리현상이 반복될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직접투자가 망설여진다면 간접투자로 선회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펀드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중국 본토 주식형 펀드와 홍콩 H주에 투자하는 펀드는 각각 86종, 90종이 판매 중이다. 특히 대형주 위주의 투자에서 중소형주, 배당주 등으로 펀드 투자전략도 다양해지고 있다.

    위안화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RQFII) 제도 도입으로 주식형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간접투자 상품 투자도 고려해 볼 수 있다. RQFII 제도 시행으로 기존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 제도를 이용한 펀드에 비해 설정·환매 주기도 1주일가량 단축된 것도 이점이다. 다만 해외투자에 대한 과세나 환율변동성은 확인해봐야 한다.

    다만 중국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할 경우 수익에 따라 과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할 경우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22%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배당금은 15.4%의 배당소득세를 낸다. 해외 펀드에서 발생한 모든 소득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주식, 펀드 등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상 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돼 최대 41.8%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 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만큼 환율변동성도 확인해야 한다. 펀드나 ETF 상품에 투자할 때는 환헤지 상품을 이용하면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용철 유안타증권 글로벌비즈니스 팀장 선강퉁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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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강퉁 투자 어떻게 하나 투자방법은 후강퉁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영업점을 통해 원하는 종목을 고른 뒤 위안화로 거래가능하다. 거래 가능 시간도 홍콩과 상하이증시가 동시에 개장될 때에만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며 당일매매가 불가능한 것이나 하루 상·하한가 폭을 10% 이내로 제한하는 것 역시 후강퉁과 같을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 수수료는 HTS와 MTS(모바일거래시스템)에서는 0.3% 수준이며 영업점에서 주문하면 수수료가 0.7%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

    국내투자자에게 유리한 점은 유럽이나 영미권과 다르게 개장시간이 한국과 같다는 점은 상당한 이점이다. 모니터링이 용이하고 접근성도 높다. 특히 심천거래소에 상장된 모바일, IT, 엔터테인먼트 등 업종에 대해서는 중국보다 국내투자자들의 이해도가 높은 편이다. 실제 ICT나 모바일 관련한 기업들은 중국투자자들이 모르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중국 기업 회계를 신뢰할 수 있는가 중국본토와 홍콩에 동시에 상장된 종목과 거래가 가능한 증권사가 많은 기업 위주로 접근하는 경우보다 안정적인 투자를 가져갈 수 있다. 중국도 국제사회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있는 추세며 투명성과 증시의 안정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위험한 종목은 거의 거래대상 목록에서 빠져 있다.

    개별 기업정보는 어디서 얻을 수 있는가 회사 홈페이지 사업보고서, 각종 뉴스 포털 , 증권사, 외신 등을 통해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지만 국내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리포트도 넘칠 정도로 정보가 많은 수준이다. 정보 측면에서 크게 걱정한 필요는 없을 듯하다.

    장기투자, 가치투자 전략이 바람직한가 중국은 전통적으로 정책이 펀더멘털을 좌우하고 있는 시장이다. 단순히 저평가 기업이 오르는 시장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개별기업의 실적만큼 정부정책을 유심히 봐야한다. 거대한 거시적인 정책을 기반으로 시행되는 세부적인 시책들이 주가를 좌지우지하는 폭이 상당한 만큼 정부정책에 대한 모니터링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9호 (2015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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