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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제화, 60년 제화 명가를 유지해온 비결
입력 : 2015.08.21 09: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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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티지 라운지 명동
금강제화 관계자는 “한국 대표 신사화로서 정통성을 유지해온 리갈 원조 상품을 젊은 세대가 찾는다는 건 국산 구두에서도 명품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금강제화 측은 “최근 비즈니스 캐주얼이 보편화되면서 일반 정장구두의 판매는 둔화된 반면 소비의 양극화로 인해 고급 수제화는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고급 수제화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 증가에 맞춰 슈케어 클래스, 비스포크 서비스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쳐 고급 수제화 시장을 키워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평공장 리갈 생산라인
금강제화 관계자는 “타 제조사들처럼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이나 동남아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해외 OEM 업체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지만 구두는 정교한 손기술이 많이 들어가는 제품인 데다, 세계 최고 수준인 구두 장인들의 실력을 믿고 국내생산을 유지해 온 것이 높은 품질을 유지해 온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금강제화 부평공장에서는 신발 제작 시 소재의 재단부터 숙련된 기능자들에 의해 사전 기술지도를 진행하고 조립, 완성단계에 이르기까지 수시로 품질 검사를 진행한다. 또한 완성 후에도 전수검사를 진행해 높은 품질 경쟁력을 지켜가고 있다. 특히 금강제화는 국내 제화업체 중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굿이어 웰트(Goodyear Welt) 라인을 통해 견고하고 중후한 멋이 느껴질 뿐 아니라 통기성과 흡습성이 우수해 장시간 착용 시에도 발이 편안한 신발들을 생산하고 있다. 대표 브랜드 ‘리갈’의 경우 90% 이상의 재구매율에서 알 수 있듯이 연평균 30만 켤레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해왔다. 지난해에는 누적 판매량 1000만 켤레를 돌파했다.
잘하는 신발·가죽사업에 집중 금강제화가 불황에 맞설 수 있는 힘은 ‘기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경영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데서 찾아진다. 새로운 혁신을 꾀하지만 ‘신발’과 ‘가죽’이라는 회사의 대표적인 키워드를 지켜 나간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침 아래 이 회사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신발 멀티숍 ‘레스모아’로 신규 사업에 진출했으며, 이탈리아 패션브랜드 ‘브루노말리’와 아메리칸 스포츠 클래식 브랜드 ‘포니’ 등 신규 브랜드로 꾸준히 론칭해왔다. 이들 브랜드는 분야별 시장 안착에 성공해 현재 금강제화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효자로 자리를 잡았다.
신발 사업을 해오며 쌓아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2005년 시작한 레스모아는 매년 10%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최근 슈즈 멀티숍 시장이 확대되면서 업체마다 취급하는 제품과 판매가격은 비슷해진 상황에서 레스모아 매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단독상품을 강화하며 적극적인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레스모아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글로벌 브랜드 특정상품의 판매권 보유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한 신상품 개발 △자체 PB(Private Brand) 개발 등이 그것. 먼저, 특정상품의 판매권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히트 친 제품이 ‘아식스 젤라이트 3’이다. 레스모아는 해당 제품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주목해 아식스코리아보다 먼저 ‘젤라이트 3’를 단독 수입, 판매를 진행해 3주 만에 준비물량 전체를 완판시켰다. 두 번째는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신규 상품을 개발해 단독으로 판매하는 것. 스페셜 메이크 업(Special Make Up)이라 불리는 이런 상품은 글로벌 히트 상품의 디자인에 각 국가의 트렌드에 맞는 색상이나 소재를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글로벌 브랜드들이 요구하는 조건들이 까다롭긴 하지만 희소성이 높아 소비자들 사이에 이슈 생성이나 완판될 가능성이 많은 게 장점이다. 지난해 레스모아와 푸마가 협업을 통해 출시한 ‘트리노믹 R698’은 글로벌 모델의 경우 밝은 색상의 제품이었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블랙과 화이트로 출시해 한 달 만에 7000켤레가 판매되며 완판을 기록하는 성공을 거뒀다. 마지막으로 레스모아는 PB 상품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캐주얼 슈즈 브랜드 로버스를 통해 가격 대비 높은 품질과 감도 높은 트렌드를 선호하는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가죽이라는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 브루노말리다. 2010년 도입한 이탈리아 라이선스 브랜드 브루노말리는 출시 5년 만에 올해 매출액 700억원대를 바라보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핸드백 가죽을 금강제화에서 자체 개발·생산함으로써 합리적인 가격대에 제품을 내놔 소비자들 부담을 줄인 게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리갈 고어텍스 서라운드는 내피에만 고어텍스 소재를 사용했던 기존 제품과 달리 바닥창에도 방수, 투습 기능이 뛰어난 고어텍스 멤브레인 소재를 사용해 장시간 착화 시에도 쾌적함이 유지하는 게 장점이다. 또한 통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펀칭 처리한 바닥창에는 프로텍티드 레이어를 삽입해 이물질로부터 발바닥을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무중창 제법으로 제작해 굴곡성이 뛰어나고 발포 소재를 밑창에 사용해 무게도 가볍다. 그 결과 지난해 4월 출시된 리갈 고어텍스 서라운드는 쾌적한 발을 선호하는 남성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며 금강제화가 예상했던 월 판매량 5000켤레를 넘어선 1만2000켤레가 판매돼 긴급 추가생산을 하기도 했다. 특히 리갈 고어텍스 서라운드는 지난해 7월 한 달간 약 8000켤레의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이는 장마와 더위로 인해 가죽 제품의 비수기로 여겨질 뿐 아니라 가죽 구두를 가장 많이 신는 남성 직장인들의 휴가가 겹치는 기간에 거둔 실적으로 제화업계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사례로 여겨지고 있다.
고어텍스 신발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금강제화는 올해 스타일과 기능성을 겸비한 랜드로바 고어텍스 서라운드 여성화를 출시했다. 쾌적함과 편안함을 주는 고어텍스 서라운드의 기능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슬립온 스타일과 키 높이 효과를 주는 4cm 높이의 웨지힐을 적용했으며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브라운, 네이비 컬러로 돼 있어 세미 정장을 즐겨 입는 20~30대 직장 여성들에게 데일리 아이템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다양한 캠페인으로 사회공헌 금강제화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활동에도 관심이 많다. ‘랜드로바 Save A Tree’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표준협회에서 인증한 친환경 가죽과 재활용 자재, 라텍스에서 추출한 무공해 접착제를 사용하는 등 신발 모든 부분이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인 신발을 출시하고 이 신발이 1켤레 판매될 때마다 2000원의 기금을 생명의 숲 조성을 위한 후원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 10종이었던 친환경 신발의 종류를 올해 17개로 늘렸다. 또한 생명의 숲 조성사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 사단법인 생명의 숲에서 펼치는 수목헌수 운동, 나무심기 행사 등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금강제화는 매년 2차례 클락스, 금강제화, 랜드로바, 레스모아 등 매장에서 헌 신발을 가져와 클락스 신발을 구입한 고객에게 50%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회수한 신발을 깨끗하게 세탁, 수선해 아름다운가게에 전달하는 ‘클락스 브링미 백’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김지미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9호 (2015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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