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해운업 ‘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

    입력 : 2015.07.06 17:02:50

  • 사진설명
    전 세계 대형 해운업체들이 제조비용을 낮추기 위해 선박 대형화를 추진하면서 신조선 발주 붐이 일고 있다. 선박 크기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실행하고 낮은 운행비용으로 운임 경쟁력을 갖기 위함이다. 글로벌 규모의 대형 선사는 비용절감으로 창출된 경쟁 우위를 통해 나름대로 수익을 내는 데 성공했지만 중견 선사는 여전히 영업마진이 마이너스인 경우가 많다. 규모는 작지만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니치(niche) 선사와의 경쟁에도 우위를 가지지 못해 중간에 낀 애매한 상황이다.

    최근 국내 중견 선사들은 주요 무대인 동남아 노선을 더욱 강화하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들이 자사만의 경쟁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할 때다.

    1단기 : 작은 성공을 통해 변화를 위한 재원 마련 변화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수익에 정량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단기 성공을 위한 이니셔티브(initiative)가 추진돼야 한다. 단순한 비용절감이 아니라 가치 창출이 가능한 방향으로 진행한다면 변화와 함께 더 많은 재원을 얻을 수 있다.

    1) 균형 잡힌 의사 결정 의사 결정 시 상업적 측면만 고려하기보다는 비용 효율성도 함께 생각하면서 균형 잡힌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글로벌 네트워크를 설계하고 있는 선사라면 운항 및 조달 측면의 영향력 확대가 필요하다.

    2) 통합 네트워크 설계 많은 중형 선사들은 단편적인 접근법을 통해 네트워크를 관리한다. 이 때문에 현업 리더들은 전체 네트워크 중 자신이 담당하는 부분만 최적화하게 되고 이는 결국 항로 간 장벽을 형성해 전체 네트워크의 성과 하락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항로 간 장벽을 무너뜨려 게이트웨이와 환적 허브를 통합해 최적화할 수 있는 방법을 설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운항 효율성을 높이고 터미널 및 복합운송 비용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3) 수익성 확대를 위한 가격 결정 대부분의 중견 선사가 선박 가동률을 높이고 높은 고정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한계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선사는 컨테이너 박스 1개당 순수익을 명확히 파악할 수 없게 된다. 이미 접수한 화물에 대해 선적 관련 변수와 고정비를 반영하고 나면 결과적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 화물을 받게 된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컨테이너 박스당 비용을 투명하게 하고 가격 결정 원칙을 엄격하게 수립해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4) 효율적인 비용 조달 선사는 비용 조달에 있어 전문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업계 지식은 해박하나 조달 전문성은 부족한 운영 부서와 지역 조직이 핵심비용 조달을 산발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복합 운송과 같이 비용이 많이 드는 범주는 아직도 로컬 사무소가 조달을 주도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조달 부서를 신설하고 선진 카테고리 전략(category strategy) 실행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비용 효율성을 달성해야 한다.

    5) 프로젝트 실행 많은 기업이 조직 개선 프로그램을 원대하게 계획하지만 보고체계가 약하고 누가 어떤 변화를 추진하는지 명확하지 않아 효과적으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 실행 원칙을 수립하는 것이 좋다. 일례로 조직 개선 프로그램이 가장 성공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행동주의적인(activist) 기업변화관리조직(TMO)을 신설하고, 이 조직을 통해 전체 지역 및 부서를 대상으로 변화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방법이 있다. 최고 경영진 각자가 명확히 규정된 목표를 전담하면서 개선 프로그램의 결과에 완전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세계 최대 태양광 선박 ‘튀라노 플래닛 솔라
    세계 최대 태양광 선박 ‘튀라노 플래닛 솔라
    2) 중기 : 모멘텀 통해 경쟁우위 수립 단기 성공을 통해 변화를 위한 재원을 마련했다면 이를 통해 형성된 모멘텀을 바탕으로 중기적 경쟁 우위를 수립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형 글로벌 선사나 작지만 강력한 포지션을 구축한 니치(niche) 선사와 달리 애매한 포지션에 놓인 중견 선사들이 많다. 이러한 중견 선사들은 현재 포지션을 파악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어떤 사업을 하려고 하는지 명확한 목표가 필요하다. 컨테이너선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1) 지역 선사 지역의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를 갖추고 지역의 니즈에 맞춰 기업의 역량을 맞춤화하고 있으며 원양 선사와도 화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경우다. 지역적 관계가 긴밀하고 현지 지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지역 선사는 자신들의 시장에서 대형 선사들과 경쟁할 수 있다.

    2) 원양 선사 물동량이 많은 항로로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선박 규모, 네트워크 도달률 등 대형 규모를 활용해 비용 절감을 실현한다.

    3) 근해 전문 선사 지역 선사의 접근법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유연한 일정을 바탕으로 근거리 시장에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형 선박을 배치해 부가가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규모는 작지만 글로벌 대형 선사 및 지역 선사와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차별화된 서비스가 특징이다.

    4) 상품 전문 선사 냉동 컨테이너나 규격 초과화물 등 구체적인 틈새 서비스를 제공한다. 상품 전문 선사는 자사 서비스에 프리미엄을 부과할 수 있다.

    부산 신선대부두 컨테이너 선박
    부산 신선대부두 컨테이너 선박
    3. 조직문화 뿌리부터 바꿔야 기업 변신을 위한 재원 마련 및 중기적 성과 달성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성공적으로 이행하려면 선사는 적합한 조직과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변화를 위한 활동의 약 50~75%가 실패로 그치는 가장 큰 원인은 기업이 적합한 조직, 팀, 문화 구축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1955년 이후 사업 복잡성은 6배가 증가했지만 기업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절차, 프로세스, 보고선, 체계, 스코어카드를 도입하면서 키워온 운영 복잡성은 35배에 이른다. 보고선의 증가 및 통제 범위의 부적절한 규정으로 복잡성은 더 악화되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선사는 조직의 수평화 및 간소화를 추진해 보고선을 최대한 줄이고 관리자들이 의사 결정권을 가지고 민첩성을 키울 수 있을 정도로 통제 범위를 넓게 규정해야 한다. 또한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하고 제일선에서 변화를 추진하는데 적합한 행동을 실행해야 한다. 이러한 행동을 장려하기 위해 성과 문화(performance culture) 수립 등이 필요하다. 성과 문화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직원 연수, 명확한 의사 결정권, 경력 경로, 승진 정책 등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4. 얼라이언스(Alliance) 형성 중형 선사가 앞서 설명한 기업 변신의 세 단계의 실행과 함께 더 높은 수준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유형의 얼라이언스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얼라이언스는 전략적 제휴관계를 체결하는 것으로, 선사의 규모 확대, 오퍼링 개선, 네트워크 도달률 확대, 비용 절감 실현에 도움을 준다. 인수합병을 통해서도 선사가 이와 동일한 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지적할 수 있지만 최근 몇 년간 선사는 잘못된 가치평가, 소유 구조, 통합리스크 등의 이유로 대형 인수합병 거래를 피하는 추세다. 중형 선사가 규모를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얼라이언스가 오히려 안전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과거 대부분의 얼라이언스는 여전히 선박공유협정에 기반해 있기 때문에 모든 가치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규제당국이 선사가 제출한 규제 관련 계획을 승인하면서 얼라이언스의 가치 실현 확대에 도움을 주는 주요 요소의 윤곽이 잡힌 상태다. 예를 들어 중견 얼라이언스와 관련된 협정은 규모의 이익 및 시너지 확대를 위한 요소와 관련된 포괄적인 조항을 담고 있다. 이러한 요소는 터미널, 복합 운송 서비스, 데포 등에서의 공동 조달 및 공동 운영센터 등이 있다. 하지만 얼라이언스 회원사들은 이러한 조항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위의 요소들을 활용해 가치를 실현하는 것은 원양 항로 운항을 하고 있는 중견 선사에게 특히 중요하다.

    1) 공동조달 공동조달을 활용하는 얼라이언스는 주요 비용 범주에서 상당한 규모의 우위를 실현할 수 있다. 실제로 BCG가 규모의 우위로 발생하는 효과를 계산해보니 얼라이언스 회원사들이 북미 트럭서비스를 중앙 집중화할 경우 총지출이 두 배로 늘어나도 트럭 단위당 비용이 7%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2) 공동운영 전체 성과 운영관리를 담당하는 독립센터를 설립하면 선박 배치 최적화, 중복된 선박 운영 센터 제거, 회원사 간 미활용 선복량 최적화를 실현할 수 있다. 이 경우 얼라이언스는 선박을 균등하거나 유사한 기준으로 배치하지 않고 선박 소유주나 공유 방식과 무관하게 특정 항로에 가장 적합한 선박을 배치할 수 있다.

    3) 장비 풀링 장비 풀링은 현재보다 늘어난 임계 질량으로 컨테이너 리포지셔닝을 최적화해 추가적인 이익을 실현해 준다. 이를 통해 데포의 안전 재고량이 줄어들어 전반적인 장비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 그러나 민감한 상업 데이터 교환 및 장비 우선순위 결정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위한 효과적인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4) 백오피스 통합 및 공유서비스 얼라이언스 회원사는 주요 지역에 공유서비스센터를 짓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단일 센터로 통합해 서류작업, 고객 서비스, 파이낸스, HR 등의 업무를 진행하면 규모 및 범위의 경제를 실현하고, 효율적이고 낮은 비용으로 관리할 수 있다.

    글로벌 컨테이너선은 만성적인 공급 과잉 등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많이 안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례 없는 수준의 과감함과 의지를 발휘해 대대적인 내·외부 변화를 실행해야 한다. BCG 분석 결과, 중형 선사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부가가치 얼라이언스 모델로 전환해 연간 줄일 수 있는 금액은 현재 운영비의 3%에 달하는 120억달러보다 많다. 부분적인 변화만으로도 주주가치 수익률은 만족스러운 수준에 근접할 수 있다. 변화하려는 선사만이 눈앞에 펼쳐진 거친 파도를 순조롭게 항해해 나갈 수 있다.

    [울릭 샌더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코펜하겐오피스 시니어파트너 라스 페스테 BCG 코펜하겐오피스 시니어파트너 옌스 리들 BCG 뮌헨오피스 파트너]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8호 (2015년 07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